혈하마제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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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43화
혈하-第 43 章 계획은 철두철미하게
“호희입니다.”
“만나 반갑군.”
사군보는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호희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나이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후덕한 몸매에 얼굴도 푸짐했다.
‘가재굴은 이런 여자를 좋아하나보군.’
옆에 선 가재굴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그래, 내가 왜 불렀는지는 들었지?”
“네.”
“알다시피 본 교는 위계가 철저해. 그래서 다른 곳과의 교류가 많지 않아요. 난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아! 물론 내가 승진하면 자연히 가재굴도, 또 날 도와준 호희도 승진하겠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가재굴도 호희도 급히 인사했다.
벌써 그들은 일계급 승진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뒷배가 생긴 것이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호 부인은……이렇게 불러도 되나?”
“네, 부당주님.”
“밀옥으로 들어가는 음식들 말이야. 그거 일일이 다 체크하지?”
“그럼요. 옥의 간수들이 먹는 거고, 그분들 입맛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총 몇 명이지?”
“보통 30인분 준비해서 갑니다.”
“간수만 먹네?”
“아, 그 안에 잡혀 있는 죄수들은 음식이 따로 나가요.”
“몇 인분이지?”
“그건 아니고……약재들이 들어갑니다.”
“밥 대신 약재를 먹인다?”
“그런 모양이에요. 식사는 간수들 것만 준비하니까요.”
‘개새끼들!’
이건 완전 사육이다.
납치되어 온 사람들은 독단을 만들기 위한 재료에 불과했다.
화가 치밀었지만 그는 속을 보이지 않았다.
“호부인 혼자 가나?”
알면서도 물은 것이다.
“아닙니다. 추밀당 소속 수라간의 아이들이 함께 갑니다. 호위무사도 따르고요. 보통 움직일 때 10명 정도가 움직입니다.”
“그래, 아무리 이곳이 안전하다 해도 언제나 경계, 또 경계해야지.”
“당연하지요.”
“호 부인이라면 어일청과도 친하겠네?”
“어일청, 그 사람라고는 안 친합니다. 오히려 그놈만 봐도 화가 납니다.”
가재굴도 그러더니, 호희도 어일청에 대한 평가가 나빴다.
“왜 그렇지?”
“그놈은 여자만 밝히고, 자기 지위를 이용해 온갖 착취를 해온 놈입니다.”
“나쁜 놈이네.”
“언제 한 번 혼 좀 내주세요. 정말 그놈 보기 싫어요.”
“당장 이놈 주리를 틀어버릴까?”
사군보는 가재굴을 봤다.
“보고해봐.”
“네! 이름 어일청, 별호 곤나수(昆拏手). 나이 45세. 4등급에 욕심이 많고 뒷배로는 좌호법 위자웅이 있습니다. 원래 좌우호법인 천지쌍독을 따라 입교한 자입니다.”
“옛 염왕부 소속이었다?”
염왕.
선친에게 패해 도망쳤다가 얼마전 강호로 다시 돌아왔던 자.
한 차례 사군보와 격돌했던 그의 옛 수하들과 자꾸 부딪치는 사군보였다.
“여자를 밝히고, 돈 욕심이 많습니다. 또, 아부를 잘해서 추밀당주도 뒤를 봐주는 실정입니다. 아마도 자신이 착취한 돈 일부를 상납하는 것 같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군. 계속해봐.”
“하루에 한 번 밀옥을 순시합니다.”
“그리고……”
“결혼은 하지 않았고, 요즘은 냉화전을 들락날락합니다. 그리고……!”
“눈치 보지 말고 말해.”
“부당주님 직속 낭낭 중 자영영 낭낭이 추밀당에서 부당주님 소속으로 바뀐 이유가 바로 어일청때문이었습니다.”
“자영영이 왜?”
“어일청이 자꾸 치근덕거리자 자영영이 이해독왕에게 고자질을 해서……그래서 자영영은 밀옥을 나와 부당주님 배속으로 간 겁니다.”
“이런 미친 새끼가!”
“근데……”
“말해.”
“요즘 어일청이 냉화전을 자꾸 드나들면서 정성을 드리는 사람이 다름 아닌 조진진 낭낭이라고 합니다.”
“이젠 조진진을 노려? 그 새끼가 나와 무슨 억하감정이 있다고 내 식구를 노리는 거야!”
조진진은 냉화당의 일을 겸업한다.
냉화전(冷華殿).
순음지기를 지닌 어린 여자아이들을 납치해와 대하교 여자 제자로 키우는 곳이다.
조진진의 주 전공은 음한지공이다.
조진진 역시 냉화전에서 훈련을 받았고, 이미 과거를 잊은 채 대하교에 맹목적인 제자가 되었다.
납치되어 온지 10년이 넘다보니 이젠 과거를 완전히 지운 것이다.
그와 같은 사례는 의외로 많았다.
납치된 어린아이들 중 자질이 뛰어난 자들을 선별해 훈련시켜 훗날 동량으로 삼는 대하교의 정책만 봐도 대하교가 만만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조진진은 냉화전의 교관 중 한 사람이다.
‘한 번도 못 봤는데. 좀 봐야겠군.’
그나저나 약이 올랐다.
사람은 자기 밥상에 자꾸 숟가락을 올리려 하면 누구나 화가 난다.
사군보는 그걸 그대로 지켜볼 군자는 절대 아니다.
“어일청, 이놈 확실하게 손 좀 봐야겠네.”
“부당주님, 아무리 부당주님이라 해도 그놈을 오라 가라 할 수 없습니다. 뒷배가 워낙 든든하고요……행여 손이라도 잘못보시면 오히려 역공격을 받습니다.”
“그렇겠지.”
“제가 그놈 혼자 있을 때를 알아보겠습니다.”
“혼자일 때 쥐 패자?”
“네. 일단 패고 보죠. 쪽팔려서라도 맞았다고 떠들지는 못할 겁니다.”
“그것도 좋군.”
“그럼 은밀하게 조사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호부인……”
“네, 부당주님.”
“내일 저녁때 말이야, 밀옥 식단이 어떻게 되지?”
“내일 저녁은 돼지볶음에, 청경채무침, 잡채입니다.”
“그럼 내가 저녁 전에 수라간에 한 번 들리지.”
“수라간으로 오신다고요?”
“호 부인이 내 사람이란 걸 알려야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할 것 아냐.”
“이런 감사한 일이!”
호희는 냅다 절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챙겨주면 챙겨줄수록 그 위치가 또래들 중에서 상승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야!’
‘내 뒤에 누가 있다!’
뭐 이런 뜻이다.
그들은 사소한 일상 얘기를 나누다 떠났다.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군보는 살짝 미안했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서는 방법이 없었다.
내일 밀옥으로 가는 음식에 장난을 좀 칠거다.
그리고 독전에 들어가 비밀통로를 확보한다.
비밀통로를 통해 사람들을 빠져나가게 하려면 밀옥에서 독전까지 아무 의심을 받지 않고 납치된 사람들이 이동해야 한다.
한 번에 10명 정도가 움직일 수 있다.
식사를 가지고 가는 호희 일행과 맞바꾸기 하면 된다.
‘납치된 사람들의 정확한 인원수를 알면 좋겠는데.’
결국 어일청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끼를 놓아야겠군.’
미끼로 쓸 재료는 충분하다.
조진진.
그녀를 이용하면 된다.
**
“정말 그래주실 수 있어요?”
조진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럼, 감히 내 직속 낭낭을 넘보다니! 아니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미리 얘기하지 왜 말 안했지?”
“그건……”
“내가 진진 이야기를 남 통해 들어야 하나?”
“죄송합니다.”
“알아, 나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그런 것. 하지만 우리가 보통 사이는 아니잖아. 내가 진진에게 그 정보 밖에 안 된 건가?”
“그건 절대 아닙니다. 부당주님께 부담주기 싫어서……내 선에서 끝내려고 했어요.”
“그 만 알아. 이젠 내가 알았으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그래도 어일청 뒤에는 호법들과 추밀당주가 있는데……”
“나 금방왕이야, 금방왕!”
사군보는 가슴을 탕탕 쳤다.
그 모습에 조진진이 배시시 웃었다.
“그래요,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부당주님이신데.”
“그렇지! 그래야 진진답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조진진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났다.
**
“조 낭낭, 나요, 어일청.”
한껏 멋을 부린 어일청은 처소 앞에서 은밀하게 조진진을 불렀다.
“들어오세요.”
처소 안에서 그녀의 음성이 들렸다.
“흠! 문을……”
문고리를 잡으니 슥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내가 올 줄 알고 문도 안 잠갔네. 앙큼한 년. 후후후!’
어일청의 아랫도리는 벌써부터 실룩거렸다.
“그럼 들어가요.”
어일청은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후,
퍽! 퍽! 퍽!
매타작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무려 2갈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새파랗게 질린 표정의 조진진이 처소 밖으로 나왔다.
공포에 질린 얼굴이다.
“부당주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일 줄이야.”
파르르 떨리는 몸.
사람을 완전 떡 만들어 놓는 장면을 눈앞에서 본 그녀다.
뼈가 뒤틀리고 살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게 아혈을 찍은 채 무지막지하게 패는 부당주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그렇게 곤죽을 만든 후에야 부당주는 매질을 그치고 조진진에게 나가서 망을 보라고 했다.
서둘러 나온 조진진은 처소 앞에서 쪼그려 앉았다.
아직도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다.
방 안.
떡이 된 어일청이 끙끙 앓고 있었다.
그 앞에 사군보는 쪼그려 앉아 지렁이처럼 꾸물거리는 어일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사이한 빛이 일렁였다.
“어일청, 주인의 명이다. 날 봐라.”
“아으……끄응……”
신음을 흘리며 무심결에 사군보를 본 어일청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섭혼술이다.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상태라 정신을 지배하는 건 정말 쉬웠다.
“밀옥 안에 납치된 사람은 몇 명 있느냐?”
“57명 있습니다.”
“57명?”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사군보는 흠칫 했다.
‘최소 6번을 이동시켜야 한다.’
57명이 한 번에 움직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6번 나누어서 이동한다는 것도 무리다.
“납치된 사람들을 밖으로 빼돌릴 방법은 없나?”
“없습니다.”
“흠……네 권한으로도 안 되나?”
“납치자들은 밀옥에 들어가면 이해독왕 허락 없이 한 발작도 나올 수 없습니다.”
사군보는 침음했다.
‘이해독왕의 허락이라……’
인간을 실험도구로 삼아 독을 연구하는 자.
결코 살려둘 수 없는 자다.
“밀옥에는 간수가 몇 명 있지?”
“32명입니다.”
호희의 말과 상통했다.
“다른 기관은 없느냐?”
“없습니다. 무공도 모르는 자들이 어떻게 그곳에서 탈출하겠습니까?‘
“그렇겠군.”
“밀옥 안의 구조를 말해라.”
“밀옥 안에는 감옥과 연구실, 독왕실. 실험실, 간수 휴게실과 숙식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섭혼술에 걸린 어일청은 밀옥 사정을 속속들이 말했다.
**
끼익.
문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조진진이 고개를 돌렸다.
사군보를 본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안 죽었나요?”
“안 죽었다.”
“다행이네요.”
“그 정도에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렇군요.”
“진진, 넌 지금 약방으로 가서 의원을 데려와라.”
“그럼 들키잖아요.”
“들키라고 한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네.”
“저 놈이 널 겁탈하려고 했다. 마침 너에게 일을 시키려고 내 처소에 온 내가 그것을 발견했는데 저 놈이 나에게 덤볐다. 그래서 저 놈을 곤죽으로 만든 것이다. 내가 저놈보다 상관이다. 내 직속수하를 겁탈하려 하고, 나에게 덤빈 죄. 맞아도 싸다.”
“내, 맞아요.”
“그리고 의원은 저 놈을 데리고 약방으로 갈 거다.”
“그래도 어일청이 복수하지 않을까요? 추밀당주나 호법에게 말하면……”
“그 점은 염려하지 마라. 다 손을 써 두었다.”
“정말요?”
“나, 부당주다! 부당주!”
허세를 부리는 사군보를 보며 조진진은 놀란 가슴을 슬어내렸다.
“네. 지금 당장 갈게요.”
자기 방에 곤죽이 된 어일청이 더 있는 게 싫은 조진진은 서둘러 약방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