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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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33화
혈하-第 33 章 짜릿한 덫
미염부인은 잠시 그의 얼굴을 주시하더니 교구를 돌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향했다.
“진짜 몸을 줄까?”
“도박장 주인이야, 거짓말했다가는 큰일나지.”
“젊은 게 좋긴 좋구나.”
“왜?”
“미염부인은 이미 숫자를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그리고 저 젊은이에게 한 눈에 뻑가서 그런 말을 했을 거야.”
“에이, 설마?”
“내 말이 맞다니까. 부럽다, 부러워.”
중인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지날 수 있도록 좌우로 갈라졌다.
미염부인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걸어 나갔다.
중인들의 얼굴에 아쉬움의 빛이 은은히 드러났다.
사군보는 도귀를 향해 희미한 냉소를 지었다.
“도귀, 도박은 운도 아니고 속임수는 더더욱 아니요. 당신 재주로 한 백 년간만 주사위통을 굴려본다면 속이지 않고도 내기에 이길 수 있을 것이요.”
사군보는 이렇게 뇌까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미염부인이 사라진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도귀의 얼굴에 냉랭한 조소가 어렸다.
‘어리석은 놈, 진짜 도박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
침실(寢室).
황촉이 은은히 타오르고 있었다.
은은한 비단휘장을 사이로 금침과 탁자가 분리되어 있었다.
비어있는 침상엔 여인의 체향이 남아있는 듯 야릇한 방향이 풍겼다.
황촉을 사이에 두고 팔선탁자엔 두 명의 남녀가 마주보고 있었다.
“……”
“……”
묘한 침묵이 흘렀다.
면사를 한 미염부인과 사군보가 서로 마주본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군보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미염부인, 그토록 아름다운 두 눈에 한 가닥 표현 못할 우수가 드리워져 있다.’
사군보는 호기심을 느낀 채 그녀의 두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때 미염부인의 면사를 뚫고 예의 신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공자님, 긴 밤을 이렇게 무료하게 보내실 순 없잖아요?”
유혹인가?
하나 그녀의 두 눈빛은 말과는 달리 더더욱 짙은 우수를 띠었다.
사군보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군. 이건 확실히 무료한 짓이다.’
사군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렇다면 무료치 않게 보낼 뭐 좋은 이야기라도 있나?”
사군보의 말에 미염부인의 눈빛이 돌연 기이하게 반짝였다.
“공자님, 제 얼굴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사군보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어렸다.
‘그녀의 눈빛에 왠지 조소가 어려 있다. 왜일까?’
그는 내심 의문을 느꼈으나 내색치 않았다.
“부인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다면 일생일대의 영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의 얼굴에 풍류남아다운 호기가 어렸다.
하나 그의 내심은 표정과는 달리 미염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미염부인의 희디흰 섬섬옥수가 자신의 얼굴을 가린 면사로 올라갔다.
“공자님, 잠깐 눈을 감으세요.”
사군보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쯧…… 감질나게 하는군.’
그는 두 눈을 감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침묵 속에 야릇한 긴장이 어렸다.
사르륵!
야릇한 음향이 침묵을 살짝 뒤흔들었다.
한 뼘 크기의 면사가 호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제 눈을 뜨세요.”
사군보는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왠지 보고 싶지 않다.’
그의 눈까풀이 떠질 듯 말 듯 파르르 떨렸다.
이때 미염부인의 섬섬옥수가 살며시 그의 얼굴을 스쳤다.
“공자님, 원래 여인은 자신의 용모에 대해 남자에게 칭찬 받기를 원해요. 저도 일개 여인일 뿐이에요.”
사군보의 두 눈이 떠졌다.
담담한 그의 안광이 미염부인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였다.
“아……!”
자신도 모르게 그는 탄성을 흘렸다.
‘아름답다. 아니 차라리 우물(尤物)이다.’
그는 말을 잊고 그녀의 얼굴을 주시한 채 움직일 줄 몰랐다.
미(美).
이것은 아름답다는 뜻의 글자이다.
하나 그 아름다운 미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
탕녀의 저속한 미.
활짝 핀 장미의 요염한 미.
이름 없는 산야에 핀 야화의 청초한 미.
어두운 밤을 홀로 밝히는 고월(孤月)의 고고한 미.
백설 속에 조용히 피어나는 매화와 같은 은은한 미.
금분(金盆)에 곱게 피어난 난초의 고귀한 미, 등등.
세상에 아름다움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것도 없으리라.
미염부인의 미는 이 많은 종류의 미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달리 보면 그녀의 미는 그 모든 미를 다 갖추었다고 해도 옳으리라.
하나 분명한 것은 그녀의 미에 색깔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실로 기이한 미를 지닌 여인이었다.
사군보는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며 한순간 말을 잊었다.
“공자님, 제 얼굴이 못 생겼나요?”
새빨간 꽃잎을 배어 문 것 같은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그녀의 두 눈에 미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거역하기 힘든 유혹의 기운이 그녀의 전신에서 은은히 발산되기 시작했다.
사군보의 눈빛에 일순 거센 물결이 일었다.
‘이 여인의 몸에선 사내를 빨아들일 것 같은 사기가 어려 있다.’
사군보는 마음을 물처럼 고요히 가라 앉혔다.
“부인, 아름답기로 따지면 부인을 따를 여인이 없을 겁니다.”
“아…… 그래요?”
미염부인의 음성이 왠지 가늘게 떨렸다.
허나 그녀의 얼굴은 미미한 냉기를 띠기 시작했다.
‘세상에 남자는 다 똑같겠지. 난 당신도 예외는 아니라고 봐요.’
그녀의 얼굴에 돌연 냉기 어린 아름다운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유혹이 풍기는 미소였다.
“공자님, 제 몸을 소유하고 싶지 않나요?”
사군보의 얼굴에 가는 경련이 일어났다.
태산이 무너져도 꼼짝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에 경악의 빛이 스쳤다.
‘점점 날 미궁 속으로 빠뜨리는군.’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가시가 붙은 장미에 찔리면 아프다는 것 말이다.
미염부인의 얼굴에서 마력이 깃든 미소가 떠올랐다.
“공자님, 누군가가 제게 얘기해 주었어요. 세상에 내 몸 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
황촉만이 어둠을 지켜주는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향이 흘러나왔다.
사라락. 사락.
여인의 옷 벗는 소리는 야릇한 전율이 일었다.
사군보의 두 눈이 일순간 거센 풍랑을 만난 듯 흔들렸다.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환상이었다.
황촉 불이 어린 여인의 나신!
그것은 실물이 아니라 천계 선녀의 환상이리라.
인간의 알몸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는 없으리라.
사박.
여인이 한 걸음 사군보를 향해 다가섰다.
현란한 나신이 미풍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파르르 떨렸다.
출렁!
학의 목처럼 상아빛 긴 목에 이어진 가슴이 흔들렸다.
그것은 분홍빛 유혹이었다.
세류요의 가는 허리에 풍만한 둔부가 신기하리만치 묘한 대조를 이룬 채 이어진다.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 미끈한 허벅지의 사이.
여인을 여인답게 하는 신비의 밀림이 무성하다.
환상의 옹달샘이 그 속에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었다.
사군보의 두 눈에 여체의 신비가 꽉 들어찼다.
그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만일 세상에 옷이란 게 없었다면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미염부인에 의해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사군보는 문득 갈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몸 아랫도리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원래 인간에겐 소유욕이란 것이 있다.
사군보 역시 인간이기에 당연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각기 개성에 따라 소유욕을 다른 색깔로 바꿀 줄 안다.
사군보 역시 자신의 내심에서 그 소유욕을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스스로 벗는 여자치고 스스로 꺾이길 원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그녀의 두 눈 만을 주시한 채 야릇한 조소를 머금었다.
‘지금 이 여인은 스스로 꺾이길 원치 않고 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이 있을 뿐이다.’
어느새 사군보의 두 눈이 무심할 정도로 담담해졌다.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더구나 한 개의 껍질도 없는 전라의 아름다운 육신 앞에서도 그는 담담하게 웃었다.
“진정 아름다운 나신이요.”
미염부인의 나체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렸다.
‘내 몸을 대하고도 그의 두 눈은 욕념이 일지 않고 있다니!’
그녀의 눈에 언뜻 기이한 이채가 번뜩였다.
그녀의 나체가 미끄러지듯 그의 코앞으로 다가섰다.
순간 사군보는 그녀의 체향에 아찔한 충격을 받았다.
“음……!”
자제했던 그의 마음이 한 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아름다운 여체의 신비가 코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껏 피어났다.
손만 뻗치면 만져서 확인할 수도 있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고 나체가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안을 수도 있다고, 어서 안으라고 육체가 말한다.
미염부인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솟구쳤다.
“아……!”
왜일까?
그녀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두 눈에 돌연 이슬 같은 눈물이 고였다.
그녀의 교구가 무너지듯 그의 품속에 쓰러졌다.
주르륵!
그녀의 볼을 타고 맑디맑은 수정구슬이 굴러 떨어졌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사군보의 몸이 미미하게 떨렸다.
“부인, 그대와 난 사실 만난 지 이각에 불과해오. 그 이각 동안에 보여준 부인의 행동은 사실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요. 이제 왜 그랬는지 얘기해 주겠습니까?”
사군보의 두 손이 그녀의 가냘픈 턱을 받쳐 올렸다.
눈과 눈이 얽혔다.
미염부인의 두 눈은 좀 전과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눈물어린 눈 속에 짙은 음영이 숨어 있었다.
‘아…… 공자님, 당신만은 그들과 다르군요. 당신만은…… 당신만은……!’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하나 결코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다.
사군보는 콧등이 시큰함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나까지 슬퍼지는군.’
그는 미염부인의 어깨를 넌지시 감싸 안았다.
미염부인은 다시 그의 품속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눈물이 소리 없이 사군보의 옷깃을 적시고 있었다.
‘공자님. 당신이 차라리 색을 탐하는 더러운 자였다면 나는 울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의 나신이 비 맞은 참새 마냥 떨리기 시작했다.
‘하나 당신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분이 아니군요.’
그래서 우는 겁니다.
그들이 바로 나, 미염부인을 울리는 겁니다.
하나 그들을 거역할 순 없군요, 용서하세요.
미염부인이 떨리는 교구를 진정시키며 고개를 쳐들었다.
눈물로 얼룩진 미염부인의 얼굴은 이 순간 처연한 빛깔을 띠었다.
“공자님, 미안해요.”
사군보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구름처럼 일었다.
“부인, 무슨…… 읍……!”
사군보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미염부인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은 것이었다.
추룹.
그녀의 혀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후룹, 후룹,
입안에서 유영하는 그녀의 달콤한 혀.
살살 안에서 놀다 빠지는 혀는 사군보의 벌어진 윗입술을 핥았다.
축축하게 젖은 침.
윗입술을 빨리면서 사군보의 혀는 그녀의 혓바닥 아래를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