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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32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32화

혈하-第 32 章 악질 제거하는 방법

 

“……”

“……”

장내엔 긴장된 숨소리만 고조되고 있었다. 

단 두 사람.

사군보와 미염부인은 너무나 태연했다.

미염부인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주사위통을 응시하고 있었다.

구준서는 망설였다.

‘제기랄!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다니!’

그는 질식할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며 내심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만 냥짜리 전표를 응시하며 안면을 일그러뜨렸다.

‘좋다. 제 깐 놈이 날 어떻게 하려고…… 어디까지나 틀릴 확률이 더 많다.’

누구나 생각하듯 지극히 당연한 논리였다.

드디어 그는 결심했다.

“흐흐흐…… 난 네 말이 틀렸다는 쪽에 걸겠다.”

도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동조자를 얻은 안도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미염부인이 뚜껑을 여는 것뿐이었다.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염부인에게 옮겨갔다.

그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두 눈. 

중인들이 꿈에도 못 잊어 하는 그 아름다움조차 지금은 중인들에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극도의 긴장감이 더욱 팽배했다.

중인들은 어서 그녀의 손이 뚜껑을 열기를 기대하며 두 눈을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이때 미염부인의 눈빛이 돌연 기이한 광채를 내품으며 사군보를 응시했다.

“공자, 여기다 저도 내기를 걸 수 없을까요?”

뜻밖에 터진 그녀의 말이었다.

중인들이 그녀를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제기랄…… 어서 개봉하지 않고 무슨 수작이냐?”

“미염부인, 답답해 미치겠다.”

중인들은 그녀를 노려보기까지 하지 않는가? 

이 상황이 아니면 그들이 어찌 미염부인 앞에서 그토록 대담할 수 있었을까?

그 사실에 중인들조차 자신들에 대해 스스로 놀랐다.

‘헉! 내, 내가 무슨 말을?’

그들은 말을 뱉어놓고 미염부인의 두 눈을 대하자 금시 후회를 했다. 

미염부인은 그들을 개의치 않고 사군보를 응시했다.

“공자님, 허락하시겠어요?”

사군보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스쳤다.

‘무슨 의도일까?’

그는 미염부인의 눈빛이 좀 전과 판이하게 다름을 느꼈다.

“승낙해.”

“자신이 없어?”

중인들이 돌연 미염부인의 편을 들어 사군보를 향해 한 마디씩 던졌다.

사군보는 미염부인을 향해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부인과 난 사실 내걸 내기가 없지 않나요? 부인에게 만 냥짜리 전표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 저녁에도 벌 수 있는 액수일 텐데……”

미염부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하루 저녁에 번다고? 내가 기녀라도 되어서 몸을 판다는 뜻인가?’

왠지 모를 분노의 빛이 섬광처럼 그녀의 눈에서 솟구쳤다.

“그래요. 난 은자가 아니에요.”

미염부인의 음성이 나직하게 깔려 있었다.

“은자가 아니라면?”

“내 몸을 걸겠어요. 공자가 이긴다면 날 죽이던 살리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중인들의 눈이 일시에 그녀를 향했다.

“미염부인이 몸을……?”

“와우 떨려!”

그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억만금을 주어도 잠자리만은 사양했던 그녀였다. 

헌데 내기의 승부로 선뜻 몸을 걸다니.

중인들은 대경실색했다. 

그들은 일시에 사군보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미염부인의 음성이 이어졌다.

“만일 내가 이긴다면 공자는 오늘밤을 내 말에 따르도록 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중인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미염부인에게 던졌다. 

그들은 더 이상 말할 기력이 없었다.

‘오늘 정말 희한한 일만 벌어지는군.’

중인들은 한 결 같이 입을 다문 채 두 사람을 응시했다.

‘내 말에 따르도록 해 달라. 이것은 무슨 뜻인가?’

사군보조차 그녀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분명 내력이 있는 여자다.’

그는 미염부인에게 문득 강렬한 호기심이 발동함을 느꼈다.

“좋군요. 허락하죠.”

미염부인의 교구가 미미한 전율을 일으켰다.

“공자님은 약속을 지키리라 믿습니다.”

“……!”

“나 역시 공자님이 얘기한 16이란 숫자가 틀림없다고 믿어요.”

그녀의 손이 순간 주사위통 위로 올려졌다.

중인들의 시선이 긴장으로 굳었다.

미염부인의 옥수가 드디어 주사위통을 벗겼다. 

무수한 시선들이 일제히 그 속에 있는 4개의 주사위로 향했다.

4(四), 6(六), 3(三), 3(三). 

모두 16이었다.

도귀의 안색이 힐끗 변했다.

‘이럴 수가? 이 자가 어떻게? 분명 우연은 아니다.’

그는 사군보를 응시한 채 부르르 떨었다. 

만 냥의 은자를 잃은 것보다, 도귀로서의 명예가 지금 그에겐 현실을 부인케 만들었다.

“이런 일이…… 이건 필시 조작일 것이다.”

사군보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스쳤다.

“도귀, 당신 같은 도박의 귀신 앞에서 내가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음……!”

그로선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구준서의 얼굴 역시 썩은 돼지 간 빛으로 변했다.

“제기랄! 만 냥의 꿈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군.”

사군보의 눈에서 싸늘한 한광이 폭사되었다.

“구준서! 꿈도 사라지고, 더불어 그대 몸에서 10근의 살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차다.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냉랭한 음성이었다.

구준서의 얼굴이 돌연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어린 놈! 네놈이 감히 내 살점을 도려낸다고?”

사군보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너 같은 놈은 애초에 죽었어야 될 자다.’

그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고리대금도 민간인의 고혈을 짜는 직업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한 것이 바로 인신매매다.

아무리 악한이라 해도 사람을 팔고 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저런 악한이라면 좋은 방법으로 사람을 구하지 않았을 터, 필시 구준서로 인해 인생이 지옥이 되어 버린 소녀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사군보는 이미 구준서를 죽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다만, 그를 죽일 명분이 필요했을 뿐.

“구준서, 목숨보다도 10근의 살점이 더 소중한가?”

“이…… 찢어죽일 자식! 감히 속임수로 나를 속여?”

구준서는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돈 잃은 것만 해도 억울한데 이제 네놈까지 날 업신여기다니……”

그의 주먹이 사군보의 가슴으로 무서운 파공성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휭-

그러나 사군보는 상체를 모로 틀어 피했다.

“구준서, 난 약속을 어기는 자를 아주 싫어한다.”

사군보는 일만 냥짜리 전표를 슬쩍 들어 올리며 싸늘하게 뇌까렸다.

일부러 구준서의 화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팔랑. 팔랑.

손이 쥐어진 전표가 나비의 날개처럼 흔들거린다.

“어린 놈! 죽어!”

휭-

구준서의 주먹이 또 지나갔다.

“으득! 오냐, 죽는 게 소원이면 네가 네놈 살을 포 떠 주지.”

챙.

구준서는 품에서 비수를 꺼냈다.

아녀자들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갖고 다니는 은장도는 아니다.

단검처럼 짧은, 그러나 날이 시퍼렇게 버려진 비수였다.

“죽여 버리겠다.”

구준서가 살기를 풀풀 날렸다.

“구준서, 우리 도박장의 규칙을 잊지 마라.”

도귀가 나서려는 순간.

사군보가 손바닥을 내밀어 도귀를 말렸다.

“그냥 있으시지, 도귀.”

“이보게, 여긴 여기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고!”

“그 규칙, 난 잘 몰라. 하지만……

사군보는 구준소를 노려보았다.

“난 저 사람에게서 받을 10근의 살이 있어. 설마 도박장에서 한 내기를 도박장 총관이 막는 건 아니겠지?”

“하, 하지만……”

“내가 당할 것이라 생각하지……이크!”

“이놈, 어딜 한 눈 파느냐!”

사군보가 도귀와 얘기를 하는 시간은 구준서에게는 기회였다.

휘리릭-

구준서의 손에 들린 비수가 날카롭게 찔러왔다.

“난 10근 살만 가져가지.”

사군보의 수중에 쥐어진 만 냥짜리 전표가 빳빳하게 일어났다.

스각.

“으악!”

챙그랑!

구준서는 비명을 지르며 비수를 놓쳤다.

뒤로 물러서는 구준서는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쥐어 잡았다.

피가 철철 났다.

분명 전표다.

종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표가 구준서의 팔목을 지나자 예리한 칼처럼 그의 팔목을 깊게 베어 버렸다.

“고, 고수!”

구준서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떨렸다.

종이에 진기를 불어 넣어 검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그의 내공이 깊다는 의미.

구준서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여겼다.

“살, 살려줘……”

“약속만 지키면 돼. 일단 1근부터.”

사각-

“크악!”

킁!

전표가 오른쪽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바지가 찢기면서 찢긴 바지와 함께 살덩이라 뭉텅 베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철철 흐르는 피.

구준서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1근 더!”

쌔애액-

“컥!”

“1근 더! 이제 3근이다.”

스각-

“으으으아아아……‘

서걱, 서걱,

잘리고 베인다.

구준서의 팔, 다리, 가슴, 어깨에서 뭉텅 뭉텅 살덩이가 떨어졌다.

“마지막 1근!”

사앗-

“큭!”

구준서는 눈을 희번덕 뜨며 뒤로 넘어갔다.

자빠진 그의 목에서 피분수사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팔랑!

피 묻은 만 냥짜리 전표가 구준서의 몸 위로 떨어졌다.

“이건 치료비다.”

사람들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어서, 어서 의원을 불러.”

“살, 살인이다!”

사군보는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건 정당방위였고, 이건 약조를 받은 것뿐입니다.”

정당방위.

칼을 뽑은 것도 구준서다. 

도작장의 내기는 신성한 것이다.

10근의 살과 만 냥짜리 돈이 걸린 내기였다.

“아직 안 죽었으니 빨리 서두르면 살 겁니다.”

“맞아. 어서 의원 불러.”

하지만 상처를 볼 줄 하는 사람은 안다.

지금 당장은 죽지 않았지만 구준서의 상처는 깊었다.

오늘 내일 하다가 결국 죽게 되는 상처다.

도귀는 침을 삼켰다.

‘일부러 살렸다. 아니, 골골 거리다 죽게 만들었다.’

전표를 무기처럼 쓰는 고수.

수를 놓으면서도 상대방의 목숨을 갖고 노는 고수.

도귀는 사군보를 살폈다.

‘강호에 언제 이런 젊은 고수가 나타났지?’

그들은 정보를 살고 파는 것이 업인 자들이다.

‘혹시 며칠 전 월영산장에 나타났다는 그 신비 고수는 아닐까?’

구유칠혈을 죽인 젊은 고수.

강호는 그 소식을 모르나, 도귀는 이미 그 소식을 접한 후였다.

‘좀 더 지켜보면 알겠지.’

도귀는 힐끔 미염부인을 봤다.

‘루주가 나선 이상……’

이 순간 미염부인은 망부석처럼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잠시 후.

구준서는 사람들에 의해 밖으로 옮겨졌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사람들은 다시 도박에 빠져 들었다.

사태가 진정되자 비로소 미염부인이 나섰다.

“공자님, 약속은 지키셔야죠.”

“그럽시다.”

‘2층으로 올라오세요.”

미염부인이 사군보를 향해 기묘한 눈빛을 던졌다.

‘나를 보자고 한 것은 필시 무슨 속셈이 있겠지.’

사군보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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