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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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27화
혈하-第 27 章 너무 무리했나?
퍽!
“컥!”
삼혈은 심장이 뜨거운 통증에 짧은 비명을 토해냈다.
미처 방비할 틈도 없었다.
경계를 했건만 너무나도 창졸간에 당한 기습이다.
사군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신음을 토하는 삼혈의 가슴으로 안기듯 더 깊이 뛰어 들었다.
퍽!
더 깊이 들어가 결국 등 뒤가 터진 삼혈.
끌어안듯 삼혈을 안은 채 사군보는 옆으로 비켜 달렸다.
“크아아아아아!”
삼혈은 온몸이 바스러지는 고통에 긴 비명을 토해냈다.
추앗!
사군보는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옆으로 휙 돌렸다.
휘익-
그의 다리가 반원을 그리고.
팍!
발등에 사혈의 머리가 터졌다.
“큭!”
사혈과 삼혈의 몸이 동시에 땅에 쓰러졌다.
그 순간이다.
피리리링!
피리소리처럼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창.
그 수는 대략 10여 개다.
10여 개의 창이 한꺼번에 찔러오는 게 아니다.
마치 10여 개의 창이 한 번에 날아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혈이 팔과 손목을 이용해 빠르게 창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사군보는 피식 웃었다.
환영 따위에 현혹될 그는 아니다.
창날들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순간, 사군보는 왼쪽 어깨를 그대로 둔 채 오른편 어깨를 뒤로 뺐다.
그러자 그의 상체가 모로 틀어졌다.
동시 그의 오른손 손바닥이 바람처럼 허공을 갈랐다.
“헉!”
이혈의 입에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사군보가 창을 피해 버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를 더욱 다급하게 한 것은 자신의 가슴을 노리고 오는 손바닥이다.
창을 회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일단 피하고 봐야했다.
이혈은 즉시 창을 놓고 뒤로 물러나면서 마주 손바닥을 내밀었다.
사군보의 손과 이혈의 오른손바닥이 부딪쳤다.
펑! 우두둑-
뼈와 살이 부러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아악!”
이혈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오른 팔은 손목부터 어깨까지 갈가리 찢겨지고 터졌다.
사군보의 장력에 실린 내공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 어깨를 잡으며 뒤로 물러서는 이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군보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피해야해!’
그러나 몸의 반응을 느렸다.
이때다.
“멈춰라!”
팡-
살기 어린 외침과 함께 검은 그림자 하나가 사군보를 향해 쏘아져 왔다.
육혈의 검 끝에서는 진득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육혈의 움직임은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빨랐다.
사군보는 잠시 갈등했다.
이대로 이혈의 죽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육혈의 검에 꼬치처럼 꿰이고 만다.
사군보의 입 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파앗-
사군보는 주먹을 펴 손가락을 구부려 이혈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이혈의 몸을 빙글 돌렸다.
“안, 안 돼!”
이혈이 기겁했다.
육혈의 검이 날아오는 게 보였고,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육혈의 눈이 보였다.
사군보는 육혈의 검을 막는 방패로 이혈을 사용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육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황이 반전되었다.
공격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차핫!”
육혈은 우렁찬 기합과 함께 손목을 틀었다.
자기 손으로 이혈을 죽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퍽!
쥐고 있는 이혈의 머리를 수박 깨듯이 깨버린 사군보는 피가 비산하는 사이를 뚫고 육혈에게 맹수처럼 달려 들었다.
육혈은 거의 무방비상태다.
손에 검을 쥐고 있으나 손목을 틈으로서 검날은 엉뚱한 곳으로 비켜나간 뒤였다.
퍽!
사군보의 강기 두른 주먹이 육혈의 머리마저 터트려 버렸다.
뇌수와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단 한 호흡이다.
숨 한 번 크게 쉴 그런 짧은 시간에 구유칠혈 중 두 사람이 죽었다.
“이노옴!”
오혈이 대노하여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순간 그의 앞을 하륜이 막아섰다.
“당신은 내가 상대해주겠다.”
칠혈이 오혈 옆에 다가왔다.
“형님, 제가 돕겠습니다.”
오혈과 칠혈은 하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결코 혼자 상대할 만큼 실력이 떨어지는 자는 아니다.
둘이 합공해서 빨리 결착을 본 후 형제들을 죽인 사군보에게 검을 돌릴 작전인 것이다.
졸지에 두 사람을 상대하게 된 하륜이지만 결코 두려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라!”
하륜은 호기롭게 외쳤다.
쉬이익-
그의 검이 공간을 횡으로 갈랐다.
그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붉은 자국이 궤적처럼 남았다.
적하검군이란 별호를 만들어 준 적하검법이다.
“차핫!”
오혈과 칠혈은 기합을 내지르며 하륜의 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먼저 하륜의 검을 막은 사람은 오혈이다.
오혈의 검 끝은 하륜의 검을 튕겨냈고, 칠혈은 그 사이 하륜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단검이 튕겨지는 힘에 하륜의 몸은 모로 틀어지고 있어서 칠혈의 움직임이 시야의 사각 범위 안에 들어가 버렸다.
그저 기감으로 살기만 감지될 뿐이다.
씨익-
비영은 가잖다는 듯 비웃으며 틀어진 몸을 바로 세움과 동시 왼팔 소매를 휘둘렀다.
슈욱-
그의 왼손에서 장풍이 일어났다.
펑!
“비, 비겁하게……큭!”
한껏 여유를 부리던 오혈은 숨넘어가는 비명을 토해냈다.
“내가 장법을 모른다고 생각한 게 네놈 실수다.”
하륜의 절기는 분명 검법이다.
그러나 검법 못지않게 그는 장법에도 능했다.
워낙 검법이 뛰어나서 그것을 강호인들이 모를 뿐이다.
그 사이 하륜은 허리를 숙여 팽이처럼 신형을 회전시켰다.
휘이익-
칠혈의 검이 조금 전 그가 있던 빈 공간을 스치고 지나가고.
쿵!
그제야 오혈의 시체가 땅에 꼬꾸라졌다.
“형님!”
“이제 혼자 남았다.”
하륜의 검은 공간을 메우며 나아갔다.
“빌어먹을!”
칠혈은 욕설을 내뱉었다.
하륜의 말이 맞다.
둘이 합격진을 펼쳤지만 오혈은 단 일합에 저승길로 올랐다.
칠혈 혼자서 겨루기에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렇다고 대혈이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놈과 지금 한바탕 드잡이를치루고 있기 때문이다.
**
“네놈은 누구냐?”
대혈은 긴장한 얼굴로 사군보를 살폈다.
“사군보.”
“사군보?”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처음 듣는 이름이다.
허나 그가 누구건 상관없었다.
‘여기서 죽이면 그만이다.’ 라고 여긴 대혈은 즉시 공세를 취했다.
파핫-
대혈의 신형이 사군보를 향해 쏘아져갔다.
그는 달려감과 동시 오른손을 내질렀다.
쓔아악-
그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 끝의 손톱이 쭉 뻗어 나왔다.
손톱 끝은 검 끝처럼 뾰족하게 갈려 있었고, 푸르스름한 빛까지 어려 있었다.
독이 발라져 있는 조공에 사군보는 빠르게 자리를 이동하며 현명장을 펼쳤다.
퍽! 펑!
장압에 공기가 터지고 대혈의 손톱 공격이 튕겨 나갔다.
대혈은 급히 손을 거두어 드리면서 재차 공격을 하려고 내공을 돌렸다.
그 순간 사군보의 신형이 허공 높이 솟구쳐 올랐다.
하늘로 오른 그의 몸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두 손바닥이 시커멓게 변했다.
현명장이다.
번쩍!
하늘에서부터 검은 기둥 두 개가 빠르게 떨어졌다.
“빌어먹을!”
퍼억!
“크아악!”
대혈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두 개의 장력은 대혈을 압살시켰다.
그와 동시,
“크아악!”
비명과 함께 목 잘린 칠혈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구유칠혈.
기세등등하게 월영산장을 급습한 그들의 최후는 처참했다.
그러나 사군보 역시 온전한 것은 아니다.
눈앞이 흐려지며 그의 의식은 차츰 어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제길! 생각보다 더 많이 썼네.’
필살의 의지를 지녔기에 전력을 다했다.
다만 구유현명장법이 그의 계산보다 더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는 걸 망각한 게 실수다.
털썩!
사군보는 지면에 길게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을 방불케 했다.
입언저리에는 한 가닥 선혈이 흘러나와 엉켜 있었다.
‘제길! 싸움도 경험이군!’
한편 공자립과 월영산장 무사들은 흑의인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렸다.
“으악-”
“으-아-악!”
그들의 비명이 쏟아질 때 격전은 끝나가고 있었다.
구유칠혈이 죽자 침입자들은 사기마저 떨어졌다.
이미 전세가 기울자 어느 새 거유종 역시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고 없었다.
으스대며 나타날 때에 비해 참담할 정도로 패하고 도주한 것이다.
하지만 겨우 상세가 낫자마자 극심한 격전을 치룬 탓인지 공자립의 표정은 너무나 창백하여 피부 속의 실핏줄이 비칠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용화화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공자립을 안아갔다.
“여보!”
“괜찮아, 부인! 어서 소협이나 살펴요.”
공자립은 희미한 눈동자로 사군보를 찾았다.
“대형, 은공은 대형이 살펴주세요.”
용화화는 공자립을 부축하여 내당으로 들어갔다.
하륜은 혼절해 있는 사군보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소협!”
**
내당 침상에는 사군보가 누워 있었다.
내상을 입었는지 숨결이 고르지 못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용화화가 하륜을 향해 물었다.
“제수씨는 어찌했으면 좋겠습니까?”
“약이 있지만 어떤 약이 맞을지 몰라 쓸 수가 없군요.”
용화화는 몹시 침통한 표정으로 하륜을 쳐다보았다.
“허허……아우를 위해 쓰려고 준비했었으나 그것은 오히려 아우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의원의 말에 쓰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과연 그것이 사 소협에게 맞을지……”
“은공의 경우는 장주님과 다르잖아요? 연아 아빠의 경우는 독증이지만 은공님의 경우는 단순히 진기가 고갈되어 내공이 사지백해로 흩어진 것에 불과하니 어쩌면 그것으로 흩어진 내공을 다시 단전으로 모을 수 있을지 몰라요.”
“그건 그렇지만…… 알다시피 그 약은 양기가 너무 강하지 않습니까? 내공을 조절하지 못하는 소협이 과연 그 양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그것도 그렇군요……어쩌죠?”
용화화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렇다.
지금 사군보의 상태는 일종의 주화입마로 볼 수 있다.
무림인은 호연지기와 끊임없는 단전호흡 등으로 내기, 즉, 내공을 만든다.
내공은 주로 혈류의 순환을 통해 형성되는 잠재적 무형지기를 유형의 힘으로 바꾸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공을 단전에 집약시켰다가 밖으로 유출시키는 것을 무공이라 한다.
지금 사군보의 단전은 메마른 우물과도 같다.
과도한 내력을 소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잠재되어 있던 내력들이 단전을 빠져나와 몸 밖으로 폭발되지 못하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몸 안을 마구 뛰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맥이 불규칙한 것이 그 반증이다.
만약 제때에 날뛰는 진력들을 잡아 단전으로 다시 순환시키지 못하면 사군보의 몸은 공기가 든 풍선이 터지듯 터져 버린다.
격발되어야할 힘이 빠져나가지 못하자 몸에서 서로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하륜과 용화화는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