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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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25화
혈하-第 25 章 야릇한 치료
그렇게 반시진이 흘러갔다.
부인과 노인, 건장한 장한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주렁주렁 맺혔다.
그들의 숨결도 거칠어 몹시 피로한 기색이었다.
사군보도 역시 피곤한 기색을 떠올렸다.
그의 얼굴에도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이윽고,
“됐어요.”
사군보가 손을 거두며 말하였다.
놀랍게도 사군보의 손바닥은 새까맣게 그을음 같은 독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공자립의 숨결도 고르게 내쉬어 얼굴에는 차츰 화색이 돌고 있었다.
“하 대협도 그만 손을 떼셔도 좋습니다.”
사군보는 다시 여섯 개의 연환을 꺼내 공자립의 입 안에 넣어주었다.
연후, 공자립의 수혈을 짚고 침실을 나왔다.
용화화가 남편 공자립의 상세가 회복된 것을 기뻐하다 돌연 사군보를 바라보며 애타는 음성으로 말했다.
“은공, 은공의 은혜 하해와 같아 미천한 계집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만은……염치불구하고 딸아이의 병도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사군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용화화를 바라보았다.
사실 사군보는 자신의 내공으로 공자립의 몸 안에 있는 독기를 자신의 장심을 통해 몸 밖으로 빼냈던 것이다.
이런 시술은 내력소모가 극히 많고 위험이 다분한 방법이다.
소모된 내력을 되살리기 위해선 반드시 운기조식을 하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공자립 못지않게 그들 부부 사이에 난 단 하나 뿐인 딸 역시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여 용화화는 염치불구하고 사군보에게 매달린 것이다.
사군보는 피곤한 얼굴로 용화화를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따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아아……은공, 고맙습니다.”
용화화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사군보에게 대례를 올렸다.
아니 대례 아니라 그의 발에 입을 맞추라 해도 그리할 정도로 그녀는 감격해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하륜은 물론 사군보의 치료를 도우려고 들어온 월영산장의 사람들 역시 존경에 찬 얼굴로 사군보를 바라보고 있었다.
**
스르르릉-
지하에 마련된 작은 석실의 문이 열렸다.
쏴아아아……
석실 안에서부터 뼈를 에이는 것 같은 지극히 한랭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마치 사람을 금방이라도 냉동시킬 듯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하얀 백무가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것만 보아도 진저리가 쳐질 정도였다.
용화화가 사군보를 향해 급히 말했다.
“연아는 지금 석실 안 빙관(氷棺) 안에 있습니다.”
말을 하는 용화화의 목은 메어 있었다.
이미 이곳 석실까지 오면서 용화화를 통해 공금연(孔金然)의 독증이 엄엄하다는 것을 들은 사군보다.
올해 19세의 꽃다운 나이.
타고난 미모와 지혜는 월하선희(月下仙姬)란 미명을 받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그러나 공자립이 독증을 나타낸 지 반 나절 만에 그녀 역시 독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독증은 공자립과는 달랐다.
마치 뜨거운 불덩어리를 먹은 듯 그녀의 몸은 아예 활화산, 그 자체였다.
어떤 열독에 중독된 것이 분명한데 도무지 무슨 독인지 알 길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연공관으로 사용하던 지하 석실에 빙관을 만들어 그 안에 그녀를 넣은 것이다.
한냉한 기운으로 임시적이나마 열독을 막아보자는 의도였다.
사군보는 급히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석실 안 사방 벽은 온통 서리로 뒤덮여 있었다.
군데군데 어른 크기만 한 얼음덩어리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 석실 안은 한 겨울을 방불케 했다.
“앗!”
석실 안에 들어선 사군보는 가볍게 놀랐다.
수정빙관(水晶氷棺).
석실 중앙에 투명한 빙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수정빙관 안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녀 하나가 반듯이 누워 있었다.
사군보가 흠칫할 때 용화화가 흐느끼며 말했다.
“흑흑흑……은공, 저 아이입니다.”
“음……”
사군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수정빙관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관 안을 살폈다.
그는 내심 크게 경악했다.
관 속의 소녀.
마치 천상옥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절세미인이었다.
살포시 감겨진 눈 아래로 새초롬해 돋아난 속눈썹.
곱게 빗질을 하여 땋아 올린 궁장형의 머리.
비록 눈을 감았지만 곧 떠 밝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볼 것만 같았다.
또한 오똑 솟은 콧날과 두 개의 앵두를 문 것 같은 입술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은 마치 백짓장처럼 창백했다.
사군보는 내심 깊이 심호흡을 했다.
그는 관 속의 미녀, 공금연의 나신을 발끝에서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세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공금연의 나신은 터질 듯 풍염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곧 터질 듯 봉긋한 두 개의 젖가슴.
구름을 타고 흐르듯 밑으로 깊게 패인 잘록한 허리.
대리석을 각아 만든 것 같은 양 다리.
그 사이 싱그러운 녹음을 연상하게 하는 신비림.
그리고 그 숲 깊숙한 곳에 감춰진 밀궁.
천하에 그 어떠한 철석심장을 가진 냉혈인도 그녀의 나신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물씬 풍기는 풋풋하고 싱그러움에 사내인 사군보는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는 것을 억제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이윽고 그녀의 나신 곳곳을 핥듯이 살핀 그는 시선을 용화화에게 두었다.
용화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공, 가……가망이 없나요?”
“공 낭자는 도협과 같은 방총산에 중독되었군요.”
“아니, 그럴 리가? 헌데 어떻게 독증이 이렇듯 다를 수 있나요?”
“그건 방총산만이 갖는 특징입니다. 방총산에 중독된 사람이 여자일 경우 여체는 극음의 기운을 갖기 때문에 지금처럼 열독으로 변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연아도 소생하겠군요.”
“한번 해 봅시다.”
사군보는 주변을 살피다가 용화화에게 말했다.
“혹시 검이나 칼 같은 거 없으십니까? 굳이 그게 아니라 해도 날카로운 것이면 됩니다.”
“그럼 이것도 될까요?”
용화화는 품속에서 은장도 하나를 꺼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은장도를 받아 쥔 사군보는 칼을 뽑았다.
“왜 그게 필요하죠?”
“……”
사군보는 대답치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칼날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베어가는 게 아닌가.
스윽……
새끼손가락에서 시커먼 묵혈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앗! 은……은공!”
용화화는 흠칫했다.
설마하니 칼날로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피를 볼 줄은 생각치도 못한 그녀였다.
더욱 기괴했다.
어떻게 사람의 피가 마치 먹물처럼 검을 수 있는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사군보의 눈이 새파랗게 빛나며 놀란 용화화를 노려보았다.
‘흑!’
용화화는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사군보의 눈빛은 조용하라는 무언의 경고였기 때문이다.
사군보는 묵혈이 뚝뚝 떨어지는 새끼손가락을 수정빙관 안에 누워 있는 공금연의 나신 위에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뚝!
한 방울 묵혈이 공금연의 눈썹과 눈썹 사이의 미간에 떨어졌다.
치이익……
흡사 바싹 달궈진 쇳덩어리가 물에 닿아 식으며 기음을 토하듯 미간에서 매캐한 연기를 내며 묵혈이 식어버렸다.
뚝!
치이익……
미간에 이어 코와 윗입술 사이의 천중(天中).
아랫 턱과 목젖 사이의 천돌(天突), 목과 양 어깨 사이의 천양(天陽)에 묵혈이 떨어져 연기되어 사라졌다.
이어, 봉긋한 젖가슴과 젖가슴 사이의 살계곡인 유문(乳門)에서부터 시작하여 명치 끝 상곡(上曲), 그 아래 배꼽 어림의 항유(沆幽)에도 묵혈이 떨어진다.
그리고 묵혈은 이내 신비가 가득한 방초 숲에도 떨어지니.
최초 오도마니 솟은 아랫배 기혈(氣穴).
검은 숲을 헤치는 사군보의 손을 따라 확연히 드러난 신비의 계곡.
그 계곡 윗부분 꽃술 같은 회음혈(會陰穴)에 묵혈이 떨어진다.
뚝!
치이익……
이윽고, 사군보는 묵혈이 흐르는 새끼손가락을 지혈한 후 몸을 옮겼다.
그는 수정빙관 아랫부분으로 걸어갔다.
공금연의 대리석 같은 두 다리가 곧게 뻗은 곳.
앙증맞도록 귀여운 두 발이 반듯이 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여인의 신비계곡이 눈 안에 가득하다.
“후……”
길게 심호흡을 한 사군보는 양 손바닥을 공금연의 종아리에 붙였다.
미끌……
한냉한 기운 탓에 그녀의 두 다리는 얼음처럼 찼고 미끄러웠다.
그러나 사군보는 오른 손바닥으로 공금연의 종아리를 감쌌다.
왼손바닥으로 왼 종아리를 감쌌다.
쓰으윽-
훑듯이 종아리 아래에서부터 허벅지까지 그의 양손바닥이 위로 올라갔다.
그 광경을 보며 용화화의 눈이 흔들렸다.
아무리 치료를 위한 것이라지만, 아무리 딸아이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지만 천금 같은 딸아이는 청백지신인 처녀의 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녀의 나신을 보인 것도 마음이 아픈데 딸아이의 살을 낯선 사내가 마구 훑고 매만지니 그걸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 오죽하랴.
그런데,
“헉-!”
용화화의 몸이 일순 바르르 떨렸다.
그녀의 눈은 토끼눈 마냥 커다랗게 떠졌다.
지금 사군보의 왼손이 공금연의 가장 부끄럽고 신비로운 밀궁을 완전히 덮어 버린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군보의 오른손.
두 다리를 훑듯 올라온 오른손은 이번엔 봉긋한 젖가슴을 마치 풍선 일그러뜨리듯 쥐어짜면서 아래로 훑어 내리는 것이었다.
차마 더 볼 수 없었다.
용화화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순간이었다.
치이이익……
뭔가 타는 것 같은 냄새가 물신 풍켰다.
매캐하고 비릿한 연기가 그녀로 하여금 다시금 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했다.
연기와 비릿한 냄새.
그것은 밀궁을 덮은 사군보의 손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용화화는 비로소 눈치 챘다.
사군보가 두 손으로 딸의 몸을 마구 훑은 것은 딸아이의 밀궁 쪽으로 몸 안에 있는 독기를 몰기 위함임을.
밀궁에 모여진 독기를 지금 사군보가 장심을 통해 빨아들이고 있음을 말이다.
용화화는 내심 감격했다.
지금 사군보가 치료하는 방법은 극심한 내력소모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그 시술이 괴이하고 음탕하긴 하나 사군보는 자신의 내력을 크게 손상시켜 가면서까지 공금연을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사군보의 몸은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안색 역시 과다한 진기소모로 인해 파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자신의 내력으로 공금연의 체내의 독을 빨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