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23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23화
혈하-第 23 章 천라삼군이 마음에 들다
탈명귀음!
이것은 지금은 멸망한 묵혈방 탈명전의 전주 탈명존(奪命尊)의 무공이다.
탈명귀음은 사람의 이지를 흔드는 마기가 들어 있다.
탈명존은 탈명귀음으로 숱한 악행을 저질러 왔다.
원래 홀로 강호를 주행하는 독존이었지만 묵혈대제 사악과의 비무에서 패한 후 묵혈방에 투신, 탈명전의 전주가 된 자다.
묵혈방에 투신한 이후 그는 스스로 탈명귀음을 버렸다.
개과천선?
굳이 그렇게 따진다면 그럴 수 있다.
묵혈대제 사악이 탈명존은 거두면서 탈명귀음을 버리라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 후 탈명귀음은 강호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절기는 사군보에게 계승이 된다.
탈명존은 열여섯 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삼뇌마자 막여천은 탈명귀음을 익히라고 사군보에게 말했다.
사군보가 가야할 길을 끊임없는 투쟁의 길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탈명귀음이 다시 강호에 나온 것도 놀라운 일이건만 그 화후가 무척 농후했다.
팽성귀마가 놀란 것은 그 때문이다.
탈명귀음을 울리면 그 음을 듣는 사람은 모두 해를 입는다.
그런데 권풍진은 전혀 해를 입지 않았다.
탈명귀음을 날린 자가 권풍진을 보호한 것이다.
그것은 음공의 최절정경지였다.
음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또한 원하는 사람에게만 살음을 전개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단지 조용한 말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게 강기를 조절하는 경지.
탈명존도 60세가 넘어서 이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한 경지를 발휘하는 신비인의 출현에 어찌 팽성귀마가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빌어먹을!”
핑-
팽성귀마는 3장 밖을 힐끔 쳐다보고는 몸을 날렸다.
혼비백산, 도망을 치기 위해 몸을 날린 것이었다.
슥.
그때서야 사군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풍진은 힘겹게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뉘신지 모르지만 살려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별 말을……그나저나 상처가 심해 보이는군요.”
사군보는 품속에서 한 알의 환약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
권풍진은 그가 내민 약을 받아들이고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권풍진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평범한 서생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무림인으로 보기에는 나약한 인상까지 풍기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목구비만은 너무나 뚜렷했다.
그 모습은 누구나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인상이었다.
특히, 그의 두 눈에 어린 빛은 심기의 추측하지 못할 심연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권풍진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울렸다.
“아아……”
그는 지금까지 강호를 종횡했지만 이런 청년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먼저 상세를 돌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사군보가 말하였다.
그 음성엔 전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고, 고맙습니다.”
권풍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였다.
그는 손에 든 환약을 삼켰다.
환약은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 침을 타고 흘러내렸다.
향기가 가슴 속을 후련하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약효는 입 안에서 녹는 순간부터 작용하여 순식간에 심신을 맑게 해주었다.
“먼저 운공으로 약효가 빨리 스며들 수 있도록 하세요. 내가 호법을 서줄 테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의 말에 권풍진은 무슨 말인가 하려다 말고 곧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사군보의 말마따나 현재 그의 내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각 후,
권풍진은 밝은 표정이 되어 운기조식에서 깨어났다.
그의 상세는 완전히 치료되었다.
“이럴 수가……”
권풍진은 자신이 완치된 것을 깨닫고는 새삼 그를 바라보았다.
이처럼 귀한 약을 선뜻 건네 준 그의 행동에 의심이 일 정도였다.
사군보의 행동이 신비하기만 하였다.
팽성귀마를 말 몇 마디로 꽁지 빠지게 도망치게 했다.
나이로 보나 여러 모로 보나 강호 선배인 자신에게 반 공대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전혀 그것이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희세의 명약이 분명한 환약을 생면부지인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주는 행동거지하며……
모든 게 신비로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천라삼군의 한 사람이었다.
이미 그의 무공과 사람됨은 무군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소협, 나는 권풍진이라 합니다. 강호에서는 청풍무군이라 부르지요.”
상대가 강호후배가 분명하지만 권풍진은 자신도 모르게 예를 갖추며 깍듯하게 말하였다.
“별말씀을…… 나는 사군보라 합니다.”
사군보는 감정이 전혀 없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사군보?’
권풍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군보란 이름을 난생 처음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강호에 갓 출도한 사람이겠지 생각해 버렸다.
그 안에는 그런 생각 말고 또 다른 의도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 소협이셨군요. 그런데……초면에 실례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하시지요.”
“아까 제게 주신 약을 좀 구했으면 합니다.”
“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환자에 따라 약을 써야 합니다. 속명단(速命丹)이 명약이긴 하나 환자의 증상이 어떤 가에 따라 명약도 독약이 될 수 있는 법.”
“그럼 사 소협께선 혹시 의술을 좀 아십니까?”
“조금은 압니다만.”
사군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권풍진이 마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듯 그에게 애원하는 소리로 말했다.
“그럼 바쁘시지 않다면 병자 하나 살펴주시겠습니까?”
“병자요?”
느닷없는 요청이다.
사군보는 난색을 표시했다.
“제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닌데.”
권풍진의 표정이 어둡게 변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부탁이라면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사군보는 담담한 시선으로 권풍진을 보았다.
‘누가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마의의 실력이면……’
마의(魔醫).
묵혈방 약전의 전주다.
그가 살릴 수 없는 자는 누구도 살릴 수 없다는 신의.
그러나 의학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생체실험을 감행하다가 발각이 되어 백도인들의 공적이 된자.
그를 구한 것이 묵혈대제 사악이다.
묵혈대제는 그의 의술을 높이 사, 생체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거두어 들였다.
그 후 마의는 사람이 아닌 사람과 오장육부가 같은 돼지를 중심으로 의학 실험을 계속해왔었는데.
마의의 의학적 소견.
삼뇌마자 막여천의 지식.
이 둘의 조화는 의학계를 크게 놀라게 할 정도였다.
그런 두 사람의 진전을 이은 사군보다.
‘그래, 이 기회에 빚은 단단히 지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마음의 결정을 한 사군보.
“환자가 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았군요. 어쩌면 지나는 길일 수도 있으니 길이 맞는다면 잠시 봐보죠.”
“혹시 소협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호남으로 가는 길이요.”
권풍진이 환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환자가 있는 곳은 월성령(越城嶺)입니다. 호남으로 가려면 그곳을 넘어야 하니 길이 같군요.”
“음…… 어쩌면 나도 무군께 부탁드릴 일이 있을 지도 모르겠으니 함께 갑시다.”
사군보는 진지하게 말하였다.
“소협이 부탁하신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기꺼이 들어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지옥을 가라 하는 일이라도 말입니다.”
“만약 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군보가 웃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하하하! 소협이 천리에 어긋나는 부탁을 하실 리 없지요.”
“글쎄……과연 그럴까요?”
사군보는 나직이 웅얼거렸다.
이윽고, 사군보와 권풍진은 호남을 향해 달려갔다.
달리면서 그들은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소협께서는 호남엔 왜 가십니까?”
“미안합니다. 일신상의 문제라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군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저 뿐만 아니라 천라삼군 모두 기꺼이 나서겠습니다.”
“보아하니 이번 길에 병자를 구해야 천라삼군이 나를 돕겠다는 말로 들리는데……내가 병자를 구하지 못하면 안면을 바꿀 작정이오?”
“어디 그럴 수 있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외다.”
“하하하…… 그냥 한번 해 본 말이에요. 그나저나 팽성귀마와는 왜 싸웠나요?”
“팽성귀마 표계에게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표난난(表鸞鸞)이란 딸이 하나 있습니다. 강호인들은 그녀를 악마요화(惡魔妖花)라고 부르고 있고, 무공 또한 아버지인 팽성귀마보다 더 강한 요녀입니다.”
악마요화 표난난.
그녀를 입에 담는 권풍진의 얼굴엔 분노와 살기, 그리고 치욕의 그늘이 얼굴 가득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런 변화를 보며 사군보는 권풍진과 표난난 사이에 심상치 않은 관계가 있음을 눈치 챘다.
그는 짐짓 말을 얼버무렸다.
“흠! 말하기 곤란한 얘기인 것 같은데……말하지 마요.”
“아, 아닙니다. 뭘 숨기겠습니까, 이미 강호에 널리 퍼진 일인데……”
권풍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난 천라삼군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고 또 아직 가정을 이루지 못한 몸입니다. 다른 두 형님들은 모두 가정을 이뤘지만 뭐라 할까…… 눈에 차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핑계고, 여자 앞에만 서면 왠지 바보가 되고 맙니다. 허허허……”
권풍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르죠. 그러던……한 달 전쯤의 일입니다.”
권풍진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한 달 전,
강호 불한당들에게 겁탈을 당할 위기에 몰려 있는 어느 소녀 하나를 구했다.
불한당들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도망을 쳤지만, 놈들은 소녀에게 춘약을 뿌린 뒤였다.
사람을 구하기 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권풍진은 소녀와 정을 나눌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열흘 동안 함께 다녔다.
서로 어쩔 수없이 맺어진 사이지만 권풍진은 그녀가 싫지 않았다.
그런데……
말을 하는 권풍진의 눈엔 애증의 그늘이 졌다.
사군보는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소녀란 바로 악마요화 표난난일 것이다.
그녀는 어떤 목적을 갖고 권풍진을 유혹하기 위해 불한당들에게 겁탈을 당하는 연극을 했을 것이다.
극본대로 권풍진이 나타나자 불한당들은 도망을 쳤고.
미리 하오잡배들이 자주 쓰는 춘약을 먹은 표난난을 구하기 위해 권풍진은 별 수 없이 그녀와 정사를 치렀을 것이 뻔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건 권풍진의 눈을 보면 안다.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눈빛 안에는 흔들리는 마음이 어려 있었다.
이것은 표난난을 사랑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사군보는 더 말을 붙여봤자 권풍진의 아픈 가슴만 찌른다 생각하고 말꼬리를 돌렸다.
“아까 팽성귀마가 무슨 ‘교’인가 하는 곳을 입에 담던데……”
“아, 그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