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8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8화
혈하-第 18 章 혜진의 유지
-보패세수대법으로 시주의 단전을 되살림은 물론 탈태환골을 이룰 수 있었네.
축하하니.
몸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있는 시주를 보면서 노납은 곧 열반에 들 시간이 다가옴을 알게 되었네.
시주가 깨어나기를 기다릴 수 없는 촉박함에 노납은 내가 지닌 심득을 시주의 몸에 심어 주었네.
보리신공의 정화니.
불문 선종의 정화인 그것은 시주의 몸 안에 있는 본연지기와 상극.
임독 양맥 중 임맥에 보리신공의 정화를 두었으니 이를 잘 활용할 것이며. 나아가 독맥으로 시주의 본연지기들을 몰았네.
시주의 몸에는 각각 불(佛)과 마(魔) 공존하고 있다네.
당장 그 효과는 볼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천연이 닿는다면 이를 풀 수 있을 것이네.
만년설연실.
천년선학의 타액(唾液:침).
태음신맥과 합방.
이 셋 중 하나를 얻게 된다면 체내에 있는 본연지기를 격발시키고 융화시켜 노납의 내공과 어울릴 수 있게 될 것이네.
그리되면 시주는 족히 10갑자를 상회하는 꿈의 내공을 지니게 된다네.
10갑자의 내공.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천의무봉지경(天依無蓬之境)을 뜻하네.
이는 모두 하늘의 천연이 닿아야 이루는 것.
그러나 너무 실망 말게.
현재 시주의 성취 하나만으로도 능히 지옥혈제와 견줄 수 있을 것이네.
시주가 만약 지옥혈제와의 업보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시주는 무림 역사에 다시없는 큰 성취를 이룰 것이네.
하나 명심해야 하네.
부디 모든 일을 행할 때 천리에 따라 협의를 숭앙하여 노납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네.
이제 노납은 모든 임무를 마치고 부처의 곁으로 가는 몸.
시주를 만나 근심을 덜어버리니 기쁨이 하늘을 뚫는 것 같네.
그럼 시주는 부디 노납의 유지를 거두어주길 바라며……
혜진 유필-
“……”
그것을 읽고 난 사군보의 가슴 속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 치밀었다.
자신의 본연지기(本然之氣).
서로 상반된 기운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을 해칠까봐 삼뇌마자 막여천이 금제를 펼쳐 몸에 가두어 두었던 본연지기를 풀 수 있는 길이 있다하니 더더욱 기뻤다.
그러나 만년설연실이나, 신선들만이 타고 다닌다는 천년선학의 타액은 꿈에서도 구할 수 없는 천물이 아닌가?
더욱이 태음신맥이라니.
그것은 여자들 몸에 일어나는 절맥으로 태음신맥의 여자와 합방하라는 건 곧 그녀와 자라는 말이다.
사군보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들을 거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는 자신의 변화가 궁금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그는 운기조식을 했다.
싸아아……
홍광이 은은히 그의 전신을 감싸고 돌았다.
사군보는 자기의 뇌리 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무수한 구결이 뇌리를 감돌며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혜진이 남긴 보리신공이다.
사군보는 깊은 명상에 들어갔다.
내 몸이 곧 우주라 천라만상의 기운이 모두 심신에 거하고 있네.
음양의 조화는 천의에 의해 나뉘어졌으나 그 원체는 동일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사군보의 뇌리에는 그가 전혀 알지 못했던 무한의 구결들이 샘솟듯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사군보는 한없이 그 구결을 외우며 무아의 경지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콰르르르릉……
그의 단전에서 한 줄기 청아한 기운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사군보의 몸 주위도 붉디붉은 홍광으로 휩싸였다.
점점 그 빛은 짙어졌다.
금세 그의 몸은 타오르는 하나의 붉은 태양으로 변했다.
한 덩어리의 붉은 원.
그 사방으로 찬란하게 비추이는 붉은 기운.
천하가 붉은 기운에 모두 휩싸였는가?
문득.
태양처럼 붉게 타오르던 사군보의 몸 주위에 묵빛 기운이 솟아올랐다.
거무칙칙한 마기.
그 기운은 홍광과 합쳐져 전신으로 검고 붉은 회오리를 만들었다.
묵혈사령신공의 기운과 보리신공의 기운이 서로 잡아먹을 듯 상대를 노리며 용오름을 일으킨다.
싸아아아아아-
번쩍! 번쩍!
홍광과 묵광-
두 줄기 광채는 석실 내를 찬란히 비추이며 타오르듯 끊임없이 빛살을 뻗어냈다.
시간이 망아의 세계에서 흘렀다.
한식경이 지났을 무렵인가?
츠츠츠.
그 찬란한 두 줄기 빛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 두 줄기 빛은 사군보의 몸으로 빨려 들 듯 하며 완전히 사라졌다.
그 모든 기운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 사군보는 눈을 번쩍 떴다.
천상의 관옥인가,
어찌 그의 얼굴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는가?
여인의 살결처럼 희디흰 피부에 은은히 홍조가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살짝 익은 도화처럼 수줍고 영롱한 빛이다.
그의 두 눈에는 영롱한 빛이 서렸다.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천하에 그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라 할지라도 사군보의 이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사군보는 이처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충만 되는 기운에 의해 기쁘기 그지없었다.
“혜진의 절학은 과연 뛰어나기 이를 데 없구나. 내가 전에 익힌 무공과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놀라운 것이다.”
사군보는 자기에게 짧은 시각 안에 이토록 놀라운 절학을 전수시켜준 혜진에게 또 한 번 뜨거운 감사를 느꼈다.
“소림사, 비록 나의 길과 다른 길을 걷지만 오늘의 은혜만은 기필코 갚겠다.”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끝났다.
혜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군보는 이곳을 지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젠 가자.”
그가 다시금 혜진의 유체에 배례를 하고 몸을 돌릴 때다.
꽈르릉! 꽝!
천지가 개벽이 되는 것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휘류류류륭……
“아니!”
사군보가 놀라 눈을 크게 뜨니 짙은 먼지가 그의 앞으로 숨 막히게 밀려왔다.
“설마 벌써?”
사군보는 급히 황진이 밀려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크하하핫…… 이제야 내가 이 피맺힌 원한을 풀 날이 왔구나.”
황진 속에서 소름끼치는 광소가 가득 울려 퍼졌다.
사군보는 그 어투에 서린 소름끼치는 살기에 절로 몸을 떨었다.
‘아뿔싸! 도망갈 시간조차 없구나!’
그때다.
휘익-
그의 눈앞으로 한 점의 바람도 없이 인영이 번뜩였다.
휘날리는 황진 속에 나타난 자.
그는 한 마디로 얼음 인간 같았다.
살얼음이 낀 것처럼 몸 전체는 미끄러워 보였다.
피부는 하얗다못해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다.
눈보다 더 흰 백발이 허리를 감을 듯 길게 자랐다.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저 중요한 부분만 삭아빠진 천으로 가렸을 뿐이다.
더욱이,
츠츠츠츠.
그의 몸에서는 차가운 한기가 안개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투명한 얼음인간.
딱 그거다.
츠팟! 츠팟!
괴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한망은 날카로운 비수가 날아오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창백한 안색.
보는 순간 어느 누구건 절로 공포감이 일어나는 모습.
사군보는 눈앞의 이 얼음 인간이 풍뢰동에 갇혀 있었던 지옥혈제라는 것을 알았다.
지옥혈제!
그가 나온 것이다.
“흐흐흣……”
쉴 새 없이 웃음을 날리고 있던 지옥혈제는 돌연 웃음을 싹 거두었다.
사방을 살피던 그의 눈에 좌화한 혜진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밀이 아닌데?”
이내 시선을 거둔 그는 사군보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심장을 관통할 것 같은 그 날카로운 눈빛이 뻗어 나왔다.
“네놈은 다밀과 어떻게 되는 사이냐?”
쩌렁. 쩌렁.
그것도 말이란 말인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울부짖는 요괴의 통곡 같았다.
특히 ‘다밀’이라는 이름을 말할 때는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번쩍였다.
이것으로 보아 그가 다밀존자에 대해 얼마나 원한이 깊은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사군보는 그만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러나 겉으로는 추호의 내색도 없이 즉시 가슴을 폈다.
“나는 사군보라 합니다.”
“사군보?”
“그렇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곳에 들어오게 됐는데 이곳에 좌화한 혜진 스님의 은혜를 입게 되었을 뿐 다밀존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이어 그는 눈알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정말 지옥혈제십니까?”
어이가 없는가?
지옥혈제는 잠시 말을 잃었다.
“정녕 네놈은 다밀과 관계가 없느냐?”
“열반한 혜진 스님에게 애기는 들었습니다. 다밀존자와 천룡대제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사군보는 좌화한 혜진의 유체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 이 스님은 소림사 승려인 혜진으로, 다밀존자의 유지를 따라 이곳을 지키다가 열반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어 그는 혜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말했다.
무려 80년 세월이다.
그 동안 일어난 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말한 후, 사군보는 가슴을 당당하게 폈다.
“난 이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지옥혈제는 한 동안 말이 없다가 갑자기 미친 것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으하하핫……”
쩌렁! 쩌렁!
우웅! 우웅! 우웅!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처절한 절규였다.
공기의 파장이 진동하고, 석실이 지진 난 듯 울렸다.
“크으! 뇌가 울린다.”
사군보는 그 광소에 기혈이 들끓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급히 진력을 끌어올려 이에 저항하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연 석년, 전 무림을 위진 시킨 고수임이 틀림없구나.’
지옥혈제가 터뜨린 광소에 깃든 내가진력은 상당했다.
‘이거 계산착오인데.’
사군보는 아무리 자신이 기연을 얻었다 해도 그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옥혈제의 능력은 혜진이 생각했던 것에 비해 적어도 서 너 배는 더 엄청난 것이었다.
혜진은 사군보가 지옥혈제를 능히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단지 웃을 뿐이건만 사군보는 기혈이 들끓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내공에 있어서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설마 이대로 박살나는 건 아니겠지. 진중하자, 생각하자, 군보야!’
사군보는 가슴속의 피가 싸늘히 식는 것을 느꼈다.
그때다.
미친 듯이 울부짖던 지옥혈제의 얼굴에 음독에 가득 찬 빛이 떠올랐다.
“흐흐흣…… 지난 80년 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랭한 동혈에서, 또 뼈를 깎고 살을 에는 고통 속에서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모두 죽었다고!”
츠츠츠츠-
살기가 절로 일어나 공간을 차갑게 식혔다.
“천룡대제, 다밀존자!”
우르르릉. 우르르르.
석실이 진동한다.
후두두둑.
“이 두 원수를 찾아 심장을 갈가리 찢어 이 가슴 속의 혈한을 풀 일념 하나로 살아왔는데, 다 죽었단 말이지! 세상이 더럽게 변했구나.”
지옥혈제의 창백한 얼굴에 떠오른 살기.
그것은 아수라의 처절한 얼굴.
바로 그것이었다.
사군보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보리신공의 무공 구결을 외웠다.
쓰으으으응.
그 순간 사군보의 전신은 은은한 홍광이 감싸며 알 수 없는 기운이 체내에서 솟아올랐다.
지옥혈제에게 가졌던 공포가 사라지고 호연지기가 동시에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지옥혈제의 시선이 사군보에게 멈추었다.
“이건?!”
그의 두 눈에서 소름끼치는 살광이 뻗어 나왔다.
“흐흐흣…… 이놈! 네놈 역시 불문의 선공을 연성했구나. 하마터면 너에게 속을 뻔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