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4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4화
혈하-第 14 章 임기응변
한편,
우물 속으로 떨어진 사군보는 어찌 되었는가?
사군보는 깊은 우물 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져 내려갔다.
텅!
추락하던 몸이 우물 벽에 부딪쳤다.
“컥!”
그 과정에서 홍련이 찍은 아혈과 마혈이 풀렸다.
하지만 운신할 수 없었다.
귓청을 찢는 바람소리.
무겁게 떨어지는 몸.
물체는 추락하게 되면 무거운 쪽이 먼저 아래로 향하게 되어 있다.
인간의 몸은 머리가 무겁다.
이대로 떨어지면 머리가 깨져 죽는다.
급하게 내공을 끌어 올려 보았다.
‘이런 젠장!’
하지만 이것은 그의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단전이 망가졌다.
내력이 흩어졌다.
내공 한 점도 끌어 올려지지 않으니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살아야 한다!”
사군보는 절규하듯 소리치며 허공에서 몸을 뒤집었다.
다리를 아래로 향하게 하려는 발버둥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자세를 바꿀 수 있었다.
몸이 새우처럼 굽었다.
하늘을 보며 등을 아래로 한 채 두 팔과 다리를 번쩍 위로 든 상태가 되었지만 이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등이 먼저 떨어지면 척추가 나간다.
“으드득! 요녀! 날 유혹해 내 단전을 망가뜨리다니! 이곳에서 벗어난다면 결코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이빨이 절로 갈려진다.
그때였다.
휘익-
무언가가 또 떨어지고 있었다.
“뭐야?”
흠칫 놀란 사군보는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그 상태에서 눈에 힘을 주니 우물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시커먼 것이 덜어지고 있었다.
“저건 내 보퉁인데?”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 던졌나?
툭!
보퉁이는 그의 배위로 떨어졌다.
그 묵직함에 사군보는 오만상을 찡그렸지만 곧 희색이 만면했다.
“검! 검이 있었지!”
그는 급히 보퉁이를 풀었다.
부목을 한 손 때문에 쉽지 않았다.
서두르다 보니 보퉁이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밑으로 떨어진다.
후두두.
그러거나 말거나 손끝에 신경을 집중한 결과, 그는 그가 원하던 것을 찾았다.
“찾았다, 복마검!”
복마검을 왼손에 쥐었다.
어떤 충격에도 검병을 놓치지 않게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이제 몸을 틀어서……”
허리에 힘을 주자 급격하게 꺾이는 몸.
머리가 다시 밑으로 향하는 순간,
“타핫!”
팔을 우물 벽을 향해 쭉 뻗는 사군보.
뻗은 검극에 우물 벽이 닿았다.
가가가강-
검극이 벽을 긁는다.
후두두둑!
검극이 흙벽을 파낸다.
“속도가 줄어든다.”
그렇다.
검은 지금 제동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공이 없어서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팠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가가가강-
후두두둑.
벽을 긁고, 흙벽을 파내며 이제는 천천히 하강하게 된 사군보는 자신의 재빠른 임기응변에 자아도취 되었다.
“역시 난 천재야!”
그 순간이다.
어느새 바닥에 닿았는가?
탕!
검극이 바닥에 닿는 순간 검이 휘청! 하면서 반탄력이 크게 일어났다.
탕!
충격에 복마검이 반동강이 났다.
“이크!”
몸에 그 충격이 오는 순간 허리를 틀었다.
쿵!
머리 대신 등과 엉덩이가 먼저 떨어졌다.
“윽!”
삭신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는 일.
그는 아픈 몸을 서둘러 일으켰다.
바닥에 선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까마득한 우물 입구가 바늘구멍보다 더 작게 보였다.
“엄청 깊은 우물이네.”
이건 우물이기 보다는 토혈(土穴)이다.
땅에 떨어진 보퉁이와 물건들을 주우면서 바닥의 흙을 만져보니 물기는 아예 없었다.
“애초에 우물이 아니었다. 대체 여긴 어디지?”
어둠 탓에 시야가 흐렸다.
간신히 더듬거리면서 물건들을 찾던 한 순간,
“이런 천겁이 없다!”
사군보는 대경실색했다.
천겁!
얇고 오래된 고서다.
삼뇌마자 막여천은 그것을 주면서 묵혈대제 사악의 유품이라 했다.
천겁 안에 적혀 있는 것은 묵혈대제 사악의 글.
마치 일기장처럼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주 내용이었다.
일기장이라면 순서가 있지만, 천겁 안에 있는 내용은 순서가 없었다.
20년 전 얘기가 나오더니 뜬금없이 뒷장은 11년 전 이야기. 그러다가 다시 15년 전으로 내용이 돌아간다.
마치 묵혈대제 사악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억나는 대로 적은 것 같은 그런 책이다.
그런데 그게 없어졌다.
칠대문파 장령을 상징하는 신패나 유품은 아에 버려졌다.
이상한 일이다.
누가 생각해도 칠대문파 장문인들의 유품이 더 귀중하지 고작 일깅장도 아닌 이상한책자만 가져간단 말인가?
마치 목적이 그것인 것처럼.
‘대체 그녀는 누구지?’
홍련은 세상에 나가면 크게 풍운을 일으킬 물건은 버리고 오직 ‘천겁’권만 챙겼다.
‘천겁’에 뭔가 있는 것일까?
삼뇌마자 막여천도 잘 간수하라 했었다.
시간 날 때마다 보고 또 보라 했다.
그러다 보면 뭔가 깨달아지는 게 있을 거라 했다.
그게 전부인데?
그것만 없다!
어찌되었건 다시 찾아야 한다.
선친의 유품이니까.
내공만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이곳을 탈출하면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아야 한다.
허나……
망막했다.
무공도 잃은 그가 어떻게 그녀를 찾아 복수를 하고 천겁을 되찾는단 말인가.
“일단 여길 빠져나갈 방도를 찾자.”
보퉁이를 겨우 수습한 그는 그것을 등에 봇짐처럼 졸라맸다.
이어 왼손바닥으로 벽을 더듬거렸다.
“분명 우물이 아니다. 뭔가 있다.”
깊이 땅을 팠다.
우물처럼 꾸몄지만 물기나 수맥은 아예 없었다.
더듬. 더듬.
손바닥에 정신을 모아 촉감을 살피던 한 순간,
“어?”
푹 꺼지는 느낌.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몸.
“공간이다!”
벽에 사람 몸통만한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이 있는 것도 모르고 손바닥을 훅 밀었으니 앞으로 꼬꾸라질 수밖에.
겨우 몸의 중심을 잡을 때다.
꾸르릉-!
우물 안이 떠나가도록 울리며 위에서 돌가루며 바위조각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꽝! 꽝! 우르릉……
“이런 젠장!”
사군보는 앞의 구멍 안으로 몸을 날렸다.
콰르릉!
과드득!
삽시간에 우물 바닥은 떨어져 내린 바위 조각들로 수북이 쌓였다.
“후우~ 하마터면 갈려 죽을 뻔했다.”
구멍 안에서 그것을 보자 소름이 싹 끼쳤다.
만약 조금만 늦게 구멍을 발견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나 사군보는 그 생각을 오래할 수가 없었다.
“으! 더럽게 아프네……”
긴장이 풀리자 훅 밀려오는 고통.
옆구리와 팔꿈치도 낫지 않은 상태다.
그 상태로 너무 무리를 했는지 정신이 혼미해졌다.
“기절하면 안 되는데……”
그러나 까무룩 그는 혼절하고 말았다.
“으……”
한참이 지난 후 깨어난 사군보.
정신을 차린 그는 원래 있던 우물을 살폈다.
“막혔네……”
우물 입구를 부셔서 떨어진 돌과 흙으로 인해 우물 바닥은 막혀 버렸다.
내공도 잃은 상태에서 이걸 파헤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
사군보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둡다.
그러나 막힌 것은 아니다.
솔솔 바람도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이 통한다는 것은 어딘가에 공기가 서며 드는 구멍이 있다는 말이다. 막힌 우물을 뚫고 올라가느니 이리로 가보자.”
몇 걸음 걸으면서 사군보는 이 통로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리 곧을 수 없고, 벽을 만져 봐도 다듬은 흔적이 가득했다.
특히 1장(3m) 간격마다 세워진 받침목.
그것은 혹시라도 천정이 무너질까봐 고정해 둔 장치였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지? 이 안에 뭘 숨겨 둔 거야?”
지상에서는 우물처럼 보이게끔 만들어 놓은 깊은 토혈.
토혈 바닥에 난 통로.
그렇게 2각(30분) 정도 들어갔을 때다.
“어? 빛이다.”
불그스름한 빛이다.
“야명주잖아?”
천장에 박힌 것은 어른 주먹만 한 붉은 색 도는 돌.
스스로 및을 낸다는 야명주다.
비록 정제되고 가공되지는 않았지만 이만한 크기면 일가족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비싸게 팔 수 있다.
그 불그스름한 야명주 빛을 받은 벽면에 작은 문이 있었다.
“이거 점점 더 흥미로운데?”
문을 만져 보았다.
차가웠다.
사군보는 힘껏 문을 밀었다.
문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다.
사군보는 계속해서 힘껏 여러 번 밀어 보았으나 역시 소용없다.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기관인가?”
사군보는 어떤 장치가 있지 않나 싶어 샅샅이 주위를 살폈다.
삼뇌마자 막여천의 지식은 방대해 기관진식의 대가라는 제갈세가도 한 수 접어줄 정도다.
잠시 후,
“어떤 기관장치도 없는데? 그럼 윈가?”
그는 석벽 위에 박힌 붉은 야명주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가장 이상한 것은 저것뿐이다.”
자세히 보니 야명주는 벽에 콱 박힌 게 아니라 돌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사군보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 야명주를 힘껏 눌렀다.
꾸르릉-!
문이 열리면서 하나의 통로가 나타났다.
“아……”
사군보는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꽈르릉-
그가 막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다시 닫혔다.
“아니?”
사군보는 흠칫 놀랐다.
그는 급히 밖으로 다시 나갈까하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절로 탄성을 토해냈다.
“땅속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별천지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광장.
곳곳에 박힌 야명주로 인해 은은히 붉은 홍무에 싸여있어 마치 어떤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내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홍광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다.
‘이곳은 대체 어디지?’
사군보는 생각을 굴려 보았지만 도무지 걷잡을 수가 없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걸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런 의문은 그의 입가에서만 감돌 따름이다.
이 말에 대꾸해 줄 사람은 이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사군보가 신비스럽고 괴이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 누가 노납이 지키고 있는 절동 안으로 들어왔는가?”
급작스럽게 들려온 이 창노한 음성에 사군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즉시 이곳이 고인이 은거하는 처소라는 것을 알았다.
“난 사군보라 합니다. 고인의 선거(仙居)에 무단히 들어왔음을 용서하십시오.”
사군보는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
실내는 괴이한 적막만 감돌 뿐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사군보는 일순 불안감이 치밀었다.
그러나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홍무에 싸인 실내만 응시할 따름이다.
문득 한 가닥 탄식이 고고한 적막을 깨뜨렸다.
“그대는 노납의 곁으로 오라.”
사군보는 시야를 구분할 수 없는 홍무 속에서 움찔했다.
그러나 그는 지체 없이 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