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0화
혈하-第 10 章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삭-
고개를 살짝 틀어 피했지만,
“큭! 권압이 뭐 이리 쎄!”
스치는 순간에도 짓이겨오는 풍압.
척추를 타고 짜르르하게 전율이 인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두 다리에 내공을 더 때려 박았다.
움직이지 않고 선 채로 공격하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그를 현혹시키는 환상보.
빠르기 그지없는 달음박질.
지축과 지축을 널뛰듯 접고 좁히면서 다가간 사군보는 즉각 주먹을 날렸다.
‘이번엔 맞는다!’
드디어 딱 한 주먹 거리다.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염왕의 손이 호랑이 발톱처럼 굽어졌다.
‘제나수!’
사군보의 주먹을 잡으려는 수작이다.
뻗은 주먹을 거두기에는 늦었다.
그렇다고 일직선으로 뻗은 주먹을 횡으로 돌릴 수도 없다.
‘흘리고……’
오른 주먹은 뻗는 힘을 더 빠르게 가속시켰다.
‘처 올린다.’
어깨를 열어 팔꿈치를 굽혔다 피며 왼 주먹을 횡으로 돌렸다.
휘잉-
만약 염왕이 오른 주먹을 잡으면 여지없이 왼 주먹에 관자놀이가 닿는다.
“제법이구나!”
염왕은 상체를 모로 틀면서 오른 주먹을 흘려냈다.
왼 발을 뒤로 쭉 밀어 몸을 반 회전시키면서 왼 주먹마저 흘렸다.
그 순간 염왕의 눈에 사군보의 옆구리가 보였다.
무방비다.
‘경험부족은 곧 죽음이다, 애송아!’
염왕의 손가락이 사군보의 옆구리를 잡아 뜯었다.
콰득!
“큭!”
옆구리가 시큰하다.
살점이 뭉텅 뜯긴 게 분명했다.
지혈을 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다.
염왕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라라랑-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공세로 염왕의 발 하나가 허공에 원을 그렸다.
철로 된 의족이다.
그 묵직함이 무기가 되었다.
곡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염왕의 철족은 사군보의 허리를 노렸다.
이대로 맞으면 허리가 부러질 게 분명했다.
사군보는 한쪽 무릎을 올리고, 한쪽 팔꿈치를 내리면서 방어했다.
쾅!
콰드득!
“커헉!”
주르륵-
충격의 여파로 밀리는 사군보.
분명 팔꿈치와 무릎으로 막았건만 오히려 힘에 밀린 팔꿈치와 무릎이 갈비뼈를 때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엄습해 오는 고통.
“조금 얕았나?”
염왕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철족과 주먹이 연달아 닿는다.
펑! 펑!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거침없는 연환.
수세에 몰린 사군보는 호신강기로 전신을 보호하면서 공세를 막아내기 바빴다.
‘빌어먹을! 약점이 없다.’
염왕은 근접전에도 강했다.
그렇다고 다시 거리를 두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
거리를 두는 순간 염왕의 주특기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한 번 격돌해 봐서 확신할 수 있다.
염왕은 거리를 두고 싸우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얻어터지고 깨지고 부셔져도 거리와 공간은 지켜야 한다.
‘버텨!’
이를 악 문 사군보는 손바닥을 쭈욱 뻗었다.
허벅지를 노리며 날아오던 철족을 막았다.
쾅!
‘우욱!’
목구멍 위로 비릿한 것이 올라왔다.
억지로 삼키는 동시, 반걸음 뒤로 빼며 몸에 들어온 충격을 흘려보냈다.
고작 반걸음이다.
그러나 그 거리와 공간을 내줌으로써 그는 재차 이어진 공격을 감당해야만 했다.
발바닥으로 땅을 찍으며 한 걸음 다가서는 염왕.
진각이다.
그것도 철족이 만든 거력이다.
쾅! 콰콰콰콰콰!!
염왕의 발바닥을 통해 땅에 스며들어간 기운이 다시금 솟구쳐 오른다.
땅이 일어나고, 땅 거죽이 뜯어졌다.
주먹만 한 파편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파편까지 일제히 해일처럼 사군보를 덮쳐왔다.
그 안에 먹히는 순간 온몸이 망신창이가 될 것 같았다.
“크크……조금 더 갖고 놀고 싶지만, 여기서 끝내자.”
염왕은 확신했다.
이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흙먼지 하나하나 속에, 흙 파편 하나하나 속에 자신의 내경이 담겼으니까.
그런데.
쌔애액-
먼지의 구름을 뚫고, 흙 파편들을 부수며 무언가가 날아왔다.
파앗!
여유를 부리며 웃음을 짓던 염왕이 황급히 몸을 뒤틀며 피했지만 끝내 오른 쪽 어깨의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뭉텅 살 한 덩이가 허공으로 찢겨져 날아갔다.
뿌려지는 피와 살점.
염왕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건 천뢰기구나!”
천뢰기(天雷氣).
사군보가 익힌 무공 가운데 강한 것으로만 따져 능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무공이다.
그 어떤 호신강기도 종잇장처럼 찢는다.
천뢰기는 묵혈팔겁 중 한 명인 뇌군(雷君)의 절기다.
뇌군은 우연히 200년 전의 거마인 금뢰마존(金雷魔君)의 비급을 얻어 당대를 주름잡던 마왕이 되었다.
다다다다.
흙먼지 구름을 뚫고 달려드는 사군보.
그의 전신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넝마가 되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군보가 조금 전 염왕의 공격을 막고 버텨냈음은 물론, 그 와중에도 공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허! 그걸 받고도 덤벼?”
염왕은 어이가 없었다.
그것은 곧 분노로 변했다.
“그렇다면!”
고오오오오……
염왕의 전신에서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일어났다.
그 기세에 사군보는 두 눈을 부릅떴다.
‘놈의 수를 읽어야 한다!’
결사의 의지를 드러내는 사군보의 표정에서 절박함이 드러나 있었다.
염왕의 두 볼이 씰룩거렸다.
‘놈, 최후의 수를 생각하고 있구나!’
너무나도 쉽게 보였다.
싸움 경험에서 오는 패착.
‘나 지금 뭐 할 겁니다.’하고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다 써져 있었다.
그것으로 염왕은 사군보가 마지막 수단을 강구한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어리석은 놈!’
달려드는 사군보를 향해 마주 주먹을 내미는 염왕 또한 경천동지의 기운을 실었다.
강(强)과 강(强)!
쾅! 콰아아앙-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며 터졌다.
짜르르르!
염왕은 자신의 정권을 지나, 팔목, 팔꿈치를 타고 무섭게 쳐 올라오는 충격파에 움찔했지만 늦었다.
팡-
풍선이 터지듯 결국 오른쪽 어깨가 터져나갔다.
조금 전 천뢰기에 관통당한 어깨다보니 자연 근육과 뼈에 축적된 힘이 약화된 결과다.
‘큭!’
염왕의 얼굴이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사군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크으윽!”
조금 전 뜯긴 옆구리가 다시 쩍 벌어지며 뭉클뭉클 핏덩이를 토해냈다.
이를 악 물어 고통을 참으며 사군보가 땅을 박찼다.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바싹 다가들면서 무릎을 세웠다.
염왕은 두 팔을 교차해 가슴을 노리고 돌진해 오는 무릎을 막았다.
콰작!
‘빌어먹을!’
오른쪽 어깨가 정상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오른팔은 아예 쓸 수 없을 정도로 뼈가 부셔졌다.
사군보의 움직임은 멈춤이 없었다.
무릎이 막히자 가속도 붙은 몸 그대로 상체를 들어 올렸다.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며 허공에 뜬 상태 그대로 양 주먹을 염왕의 양 쪽 관자놀이를 향해 모았다.
이대로 닿으면 염왕의 얼굴을 뭉그러진다.
염왕의 반응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허리를 뒤로 완전히 접으면서 상체가 휙 넘어갔다.
철판교수법이다.
결국 허공에 헛 주먹질을 한 사군보.
휘잉-
그러나 끝이 아니다.
몸이 추락하는 기세 그대로 이번에는 팔꿈치를 내리 찍었다.
허리가 젖히는 바람에 상체를 하늘을 향해 훤히 드러낸 염왕은 아예 바닥에 누어버렸다.
팔꿈치가 내려오는 거리를 더 늘림과 동시 두 다리를 번쩍 들어 팔꿈치를 향해 차 나갔다.
파팡-
사군보는 절대 눈을 감지 않았다.
‘보고 또 봐!’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두려움이 따라 온다.
두려움은 몸을 위축시킨다.
지금은 몰아칠 때다.
폭풍처럼!
퍽! 퍽! 퍽!
청! 텅! 철컹!
염왕의 철족이 기형적으로 우그러졌다.
강한 힘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나 그 대가는 컸다.
사군보의 왼쪽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가슴이다!’
사군보가 부셔진 팔꿈치로 땅에 드러누운 염왕의 가슴을 찧으려는 순간,
데굴!
염왕은 몸을 옆으로 굴렸다.
강호인들이 수치로 여긴다는 나려타곤 수법.
게으른 당나귀가 땅바닥을 구르듯 염왕은 데굴데굴 몸을 굴렸다.
콰드득!
사군보의 팔꿈치는 땅을 찍었다.
“카으윽!”
머리카락이 쭈빗 서는 것 같은 극통.
눈앞이 노래지고, 숨이 탁 막혔다.
그런데,
휘익-
정신이 아찔 하는 가운데 대기를 가르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환청이나, 착각이 아니다.
옆으로 몸을 구른 염왕이 왼 다리로 사군보의 머리를 향해 돌려 찬 것이다.
데구르.
이번엔 사군보가 옆으로 굴렀다.
슈아아-
바싹 머리를 숙인 정수리 위로 염왕의 다리가 스치듯 지나쳤다.
동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옆으로 몸을 굴리면서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크으……비싼 철족인데.”
오른쪽 철족이 뭉개져 기이하게 몸을 기우뚱하니 선 염왕.
그럼에도 여유가 있었다.
사군보 역시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팔은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사군보는 입안에 고인 침을 뱉었다.
퉷!
흙먼지와 피가 섞인 침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다시금 사군보는 달려 들었다.
“또 붙자!”
“거머리 같은 놈!”
쓰으으으……
염왕의 몸에 붉은 기운이 이글거렸다.
그 기운은 은은한 붉은 막을 형성했다.
강기로 몸을 보호하는 호신강기다.
동시에 염왕의 공세도 가경하게 펼쳐져왔다.
두 거대한 힘이 부딪쳤다.
쾅! 쩌저쩍!
충격파에 땅이 움푹 들어가고 대기가 찢겼다.
휘시시시……
흙먼지가 내려앉고 두 사람의 모습이 비로소 보였다.
염왕은 미소를 지었다.
“놈, 이제 끝났다. 흐흐흐……”
“……”
사군보는 낭패한 기색으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사군보의 주먹이 막혔다.
명치 바로 앞에서 사군보의 주먹을 사과를 움켜쥐듯 잡고 있는 염왕.
결국 파고 들지 못했다.
“이게 다냐? 그럼 죽어라.”
염왕이 당장 사군보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음?”
감싸 쥐고 있는 사군보의 주먹에서 내력이 느껴졌다.
“이, 이건!”
염왕은 결국 잡은 주먹을 놓아야만 했다.
그러나 한 발 늦었다.
쾅!
“커헉!”
가슴에 일권을 맞은 염왕이 뒤로 물러났다.
“약아 빠진 놈! 묵혈사령신공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구나. 그걸 속이기 위해 일부러 거창한 수법으로 노부의 눈을 흐리게 하다니……크으윽!”
염왕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통.
속임수에 당했다는 분함에 피가 거꾸로 솟는 염왕이었다.
사실 조금 전 사군보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계략과 선공을 펼쳤다.
먹혔다.
하지만 사군보 역시 힘없이 털썩 무릎을 꿇더니 검붉은 피를 왈칵 토해냈다.
“으흐흑!”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역류한 피로 인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양패구상이다.
하지만 염왕은 금방 몸을 일으켰다.
“흐흐흐…… 노부가 손자 같은 애송이에게 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하마터면 강호에 웃음거리가 될 뻔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