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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9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9화

혈하-第 9 章 처절한 혈투

 

“앗! 저 기운은!”

흑삼인은 기겁했다.

제단 위 나무신전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은 기운.

퍼지고 번지는 그 기운에는 죽음의 사기가 가득했다.

“묵혈사령신공!”

너무 놀라 섭음마저 거두어들이는 흑삼인.

하나 곧 그는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어쩐지 노부의 혈곡후에 저항한다 했다. 이제 보니 묵혈사령신공을 연마한 놈이구나.”

쩌렁. 저렁.

미친 것 같은 광소에 사당 안이 진동했다.

“하하하……오늘은 참으로 운이 좋은 날이군, 여기서 묵혈사령신공을 익힌 자를 만나다니. 냉큼 나와라! 묵혈사령신공의 구결만 나에게 전수해주면 널 살려주겠다.”

츠으으으……

다시금 기이한 음의 파장이 밀려왔다.

뻘겋게 타던 나뭇가지에 물을 부으면 불꽃이 꺼지면서나는 것 같은 기이한 소리.

쾅! 콰드드……

기파에 결국 깨지고 부셔지는 신전.

나무 조각이 비산하는 가운데 그 뒤에 있던 사군보의 모습이 드러났다.

“애송이?”

흑삼인은 상대가 생각보다 젊다는 점에 의혹을 금치 못했다.

그가 느낀 묵혈사령신공의 성취는 대략 7, 8성의 성취다.

대성을 이루려면 방대한 내공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그래도 이만한 성취를 보려면 적어도 200년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화후면 자신 또래일 줄 알았다.

연륜과 경험.

그 바탕 속에 내공이 쌓아지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제 약관 20을 갓 넘긴 청년이라니.

‘대체 저 놈의 내공이 얼마야?’

최소 200년이다.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한편, 정체가 드러난 사군보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긴장하지 말자!’

그는 가슴을 폈다.

“나는 당신의 혈곡후가 내 묵혈사령신공을 깨뜨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놈!”

츠츠츠츠……

기이한 소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흑삼인의 비틀린 입술이 일그러졌다.

웃는 것이다. 

“흐흐…… 네놈 화후를 보니 내공이 뒤받침을 못해 용의 꼬리만 잡고 있는 꼴이구나. 네놈의 묵혈사령신공의 성취는 보아하니 아직 완벽하지 않구나. 잘해야 7성? 크게 쳐도 8성이다.”

“당신은 누군데 그걸 알지?”

사군보는 흠칫했다.

상대는 묵혈사령신공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화후까지 정확하게 알아냈다.

“왜? 내가 아는 게 이상하냐?”

“……” 

사군보는 말이 없었다.

묵혈사령신공.

이는 강호에 널리 알려진 저주의 마공이다.

한때 이것을 익혀 마인이 된 자들이 나타나 강호에 피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묵혈대제 사악이 이 무공이 적힌 비급을 거둔 이후 더 이상 저주마공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것이 복수에 불타는 사군보에게 이어졌을 뿐, 사군보가 익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안다는 걸 이상하게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흑삼인이 화상으로 눌어붙은 눈꺼풀을 요상하게 올렸다.

“네놈 얼굴……낯이 익네?”

고개까지 갸웃거리는 흑삼인.

“네놈 이름이 뭐냐?”

“사군보.”

“사군보! 사 씨냐?”

“그래요. 내가 사 씨인 게 뭐 어때서 그리 놀래요?”

“하하하! 이제야 네놈이 누군지 알겠다. 묵혈대제에게 세상모르게 숨겨놓은 아들놈이 하나 있었다더니 이렇게 노부 앞에 서 있게 될 줄이야……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도움이다.”

쓰앗-

흑삼인의 전신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그는 쌍장을 번쩍 치켜들었다.

“후후후……노부의 얼굴이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 아느냐? 묵혈대제에게 패해 노부의 얼굴이 이렇게 뭉개진 것이다. 놈의 천붕장(天崩掌)에 손상된 것이다.”

사군보는 흠칫했다.

 

천붕장(天崩掌)!

 

묵혈대제 사악에게 사대무공이 있다.

불사신체를 만들어 준 혈정신공(血精神功).

하늘도 무너트린다는 천붕장.

상승검도를 이룬 수라무상검법(修羅無上劍法).

그 어떤 호신강기도 종잇장처럼 찢는다는 지옥인(地獄印).

놀랍게도 눈앞의 흑삼인은 선친에게 패했던 자였다.

“노부가 묵혈대제 놈을 죽이기 위해 지난 2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아느냐? 그야말로 뼈를 깎고 가시 방석에 앉아 생활하는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지내왔다.”

고오오오오.

살기가 유형화되었다.

이에 질세라 사군보도 쌍장을 치켜들었다.

“흥! 당신 뜻대로 안될 것이다.”

이때다.

사군보의 귓전으로 전음이 흘러들어와 고막을 간지럽혔다.

 

[어리석은 놈!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저 놈이 누군지 아느냐? 염왕이다. 염왕(閻王)!]

 

미락주루에서 소제제를 구하라고 역정을 부리던 그 신비인의 목소리였다.

‘염왕!’

사군보는 흠칫했다.

염왕.

그는 30년 전, 흑도를 장악하고 있던 네 명의 거마 중 한 사람이었다.

흑도무림은 그들 네 명의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네 명 가운데 젊은 나이의 묵혈대제 사악도 존재했다.

묵혈대제 사악은 흑도통일을 이해 다른 세 사람에게 도전했고, 그들을 꺾었다.

염왕은 마지막까지 묵혈대제 사악에게 대항하던 자였다.

그게 20년 전 일이다.

그런데, 지금 전날의 혈채를 받기 위해 강호에 재출도한 염왕이 공교롭게도 묵혈대제 사악의 아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전대의 혈채가 이어진 것이다.

강호 무림이란 세계는 비정하다.

무림의 혈륜은 항상 구른다.

사부의 원한은 그 제자가 갚고 부친의 원수는 아들이 갚음은 물론…… 전대인 사부와 부친의 원한 역시 그 아들이나 제자가 잇기 마련이다.

염왕 역시 강호에 재출도 하자마자 10년 전 붕괴된 묵혈방의 소문을 들었다.

원한을 풀길이 없어 속이 타던 그 앞에 나타난 사군보의 존재.

분명 그 빚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죽기가 두렵다고 원수를 앞에 놓고 몸을 피할 사군보는 절대 아니다.

 

“죽어라!”

선공이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만남에 있어서 가장 적절한 공격은 기선을 잡는 일이다.

먼저 묵혈사령신공으로 온몸을 둘렀다.

거기에 생사탄강도 곁들였다.

막강한 호신강기를 이뤄 그 어떤 공격에도 감당할 수 있는 막을 친 것이다.

츠츠츠.

방어막만으로는 절대 염왕을 이길 수 없다.

그는 12성의 공력으로 혈륜수(血輪手)를 펼쳐 염왕에게 달려 들었다.

혈륜수는 묵혈팔겁 중 한 사람이었던 소리귀수(笑裏鬼手)의 절기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희끄무레하게 변했다.

무형의 강기이면서도 보일 듯 말듯 희뿌연 기영(汽影)으로 화한 환영보(幻影步)다.

팟- 파파팟-

상대의 이목을 최대한 흐리게 하면서 공격을 펼치는 사군보.

그러나 염왕은 대수롭게 생각지 않는지 조소를 토해냈다.

“그깟 소리귀수의 혈륜수와 환영마후의 환영보로 노부를 상대하려 하다니……지나던 개도 웃겠다.”

괴소와 함께 그는 쌍장을 쭉 밀어냈다.

꽈르릉!

천둥소리가 진동했다.

두 사람의 강기가 허공에서 맞부딪치면서 일어나는 굉음과 뽀얀 먼지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했다.

우지직!

꽝! 꽈르르릉……!

기어코 사당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휘익-! 휙!

그 사이로 두개의 인형이 솟구쳐 나와 공지로 내려섰다.

땅에 내려서자마자 사군보는 염왕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죽여 달라고 사정을 하는구나.”

염왕은 입가에 광기 어린 미소를 드리우며 달려드는 사군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콰우우우우……

그저 단순히 주먹을 내지를 뿐인데 대기가 배배 꼬였다.

절정의 무공은 기술과 체술이 아니다. 

의념과 의기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기는 이치는 대단히 심오했다.

세상을 뒤덮을 것 같은 힘이 사군보를 집어삼키려 했다.

‘생사탄강!’

호신강막으로 전신을 둘렀다.

천붕장을 운용하자 사군보의 주먹 앞으로 거대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투웅!

막아낸다.

‘탄강!’

다시 되돌려 준다.

쾅!

강한 기운이 다시 염왕에게 돌아가면서 대기가 터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왕의 입가는 여전히 비웃고 있었다.

“천붕장으로는 안 될 것이다.”

염왕은 천붕장에 무릎을 꿇었다.

그날 이후 그는 천붕장을 떠올리며 그 파훼법을 연구했다.

사군보는 침을 뱉었다.

“되건 안 되건 해봐야 알지!”

카르릉!

다시금 대기를 꼬며 닥쳐오는 장격.

‘그 웃음! 곧 지워주겠다!’

얼굴을 굳힌 사군보가 몸을 슬쩍 허공에 띄웠다.

거대한 힘의 흐름을 비껴내는 사군보의 신형은 표홀했다.

아니, 오히려 힘의 여파를 이용해 더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환영보다.

콰지지직!

내공을 실은 주먹이 번개처럼 염왕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작정을 하고 내뻗는 주먹이다.

그에 맞서는 염왕의 손 또한 매서웠다. 

강함 일색이던 염왕의 기세가 유려하게 변했다.

츄츄츄츄.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며 두 손을 연속적으로 뻗는데 폭죽이 터지듯 대기의 공간이 터진다.

압축되었다가 일시에 터져나가는 대기에 담긴 반탄력은 엄청났다.

팡! 파파팡-

사군보의 주먹과 염왕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수십 번 격돌하였다.

그 반탄력을 이용해 사군보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내려섰다.

염왕이 기꺼운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하! 재롱부릴 게 더 있느냐? 없다면 이것도 한 번 받아 보아라!”

콰아아아아!

손바닥을 밀어 친다.

닿지도 않았건만 풍압에 벌써부터 머리카락과 옷이 미친 듯이 펄럭였다.

사군보는 두 손에 내기를 집중해 눈앞에 다가오는 강기를 향해 밀어냈다.

펑!

몸을 튕겨내는 사군보. 

그의 이맛살이 깊게 패었다.

‘젠장!’

확실하게 밀린다.

오래 끌면 진다. 

‘붙어야 한다!’

염왕의 약점은 다리다.

다리가 철로 된 의족이다 보니 자연 운신의 폭이 좁다.

원거리 공격을 강하지만 근거리 공격은 약할 것이다.

근접전은 유연성과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의족이 그 장애가 된다.

근접전만이 기회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벌써 염왕은 사군보의 심중을 읽었다.

“우습군.”

그는 뒤로 물러섰다.

다시 거리가 벌려졌다.

싸움 경험.

고수와의 생사결.

그 모든 면에서 염왕은 노련했다.

‘거리가 더 벌어지면 안 된다!’

사군보는 땅을 거칠게 밀치며 몸을 날렸다.

“어린 놈! 넌 아직 멀었다.”

펑! 펑! 펑!

연신 공기를 압축시키며 염왕은 장력을 밀었다.

두 손에서 연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강기의 다발은 무시무시했다.

한 대만 맞아도 압살될 거력. 

그것들이 연속적으로 날아왔다.

사군보는 눈으로는 상대를 쫓으며 손바닥으로 막고 쳐냈다. 

그러면서도 달리고 쇄도해 갔다.

그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오직 염왕뿐.

거리 간극만 생각할 뿐이다.

“후후후……그만 놀까?”

염왕은 내공을 더했다. 

지금보다 배는 더 강해진 힘.

아울러 연환공격의 간격을 달리 했다.

쾅! 쾅! 쾅!

천붕장, 혈륜수, 인형벽공.

방어와 공격에 최적화된 권 장법으로 막고 막았지만 미처 막지 못한 기운 하나가 사군보에게 쇄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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