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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200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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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0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200화 (완결)

제10장 장자지몽 (2)

 

“왔는가?”

한 식경 뒤에 오겠다던 태삼목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왔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차마 방해할 수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군요.”

“아닐세. 그래. 마음은 좀 진정이 되었나?”

“네. 덕분에요.”

“그럼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었던 건지 이야기를 해주게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오래되어 사람들이 걱정을 할 테니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세나.”

조윤은 태삼목과 함께 그곳을 나와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낙소문과 당효주가 와 있었다.

“상공.”

“오라버니. 어디를 갔나 했는데, 역시나 어르신이 데리고 간 거였군요.”

“허허. 왜? 내가 조윤을 잡아먹기라도 했을까 봐?”

“그럼 안 돼요. 저는 오라버니 없이는 못 산단 말이에요.”

“누가 그걸 모른단 말이냐?”

당효주가 붙임성 있게 말을 하자 태삼목이 웃으면서 받아줬다.

“일도 좋지만 이제는 조금 쉬세요. 상공. 우리는 오늘 왔어요. 아직 여독도 풀리지 않았을 텐데.”

“응. 그럴게. 어르신. 술 한 잔 하는 게 어떻습니까?”

“좋지.”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우선이 들어왔다.

“나도 끼워주게. 왔는데도 왜 안 오나 했더니 자네가 먼저 낚아챈 게로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

“인사는 되었네. 이 친구가 며칠 전에 굉장한 것을 발견했다고 난리도 아니었네. 보아하니 그걸 보고 온 게로군.”

“그렇습니다.”

“성과가 있던가?”

우선이 묻는 말에 태삼목이 조윤을 봤다. 그러자 조윤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불러서요.”

“허, 무슨 일이기에 저리 뜸을 들이나? 이거 궁금하군, 궁금해. 그럼 당장에 그 세 녀석들을 불러오겠네.”

그 세 녀석이란 기라와 이자림, 그리고 반양이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술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럼세.”

잠시 후, 우선이 세 사람을 불러왔고 낙소문과 당효주가 거하게 상을 차렸다. 조윤은 아무도 몰래 숨겨놓았던 명주를 가지고 왔다.

그걸 한 잔씩 마시고 난 후에 우선이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크…… 이리 좋은 술을 숨겨놓고 혼자 마시고 있었다니. 자네, 의외로 이기적이구먼.”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이런 자리를 마련해서 대접을 해드리려고 아껴두었을 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사실 이 술은 기라 아저씨가 만든 겁니다. 전에 우선 어르신이 귀한 약재라면서 주신 걸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뭐야? 그, 그걸로 술을 만들었단 말인가?”

우선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기라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스승님에게 먹이고 싶었는데 받지 않을 것 같아서 술로 만든 겁니다. 덕분에 이렇게 모두 마시고 있지 않습니까? 옳게 쓰였으니 노여워 마십시오.”

“허 참. 날이 갈수록 능글맞아지는구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조윤은 이런 자리가 오랜만이라 상당히 즐거웠다.

술잔이 몇 번 더 오가면서 잡다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던 중 태삼목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제 이야기를 해주게나.”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조윤에게 향했다. 사실 그들도 궁금하던 차였다. 태삼목이 며칠 전부터 들떠서는 조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태삼목 어르신의 조부님이 남긴 일지를 찾아냈습니다.”

“오…….”

“거기에 뭐가 적혀 있던가?”

모두들 궁금증을 내보이며 물었다. 다들 천하오대신의라고 불리고 있으면서도 의술에 대해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망이 가득했다.

조윤은 그들을 한 번 본 후에 입을 열었다.

* * *

 

“신의문을 시조인 화타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디 사람인가?”

“먼 미래에서 온 사람입니다.”

“미래?”

다들 다른 지방이나 또는 다른 나라 정도를 생각했었다. 한데 미래라고 하니 어리둥절했다.

“이해가 안 되는군. 자네 말대로라면 미래에 살던 사람이 과거로 왔다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조부님의 기록에 그렇게 적혀 있는 내용인가?”

“그렇습니다. 비단 화타뿐만이 아닙니다. 어르신의 조부님도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습니다.”

“허!”

태삼목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조윤을 보니 농담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더없이 진지했다.

“계속 이야기를 해 보게나.”

태삼목의 말에 조윤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착하니 말했다.

“화타의 의술은 독보적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아무도 그런 생각을 못했을 정도로요. 미래에서 의술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화타의 의술과 그가 쓰던 의료도구가 그 증거입니다. 어르신의 조부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이 머물던 곳에는 화타의 유물 외에 낯선 물건이 많았습니다. 모두 이 시대에서는 쓰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르신도 어디에 쓰는지 모르셨던 겁니다.”

“그것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

“어르신의 조부님이 남긴 일지에 적혀 있는 글자를 기억하십니까?”

“물론일세.”

“그 문자 역시 미래에서 쓰는 글자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태삼목이 놀라서 되물었다.

“네. 영어라고 하는데, 서양에서 쓰는 글자입니다. 조부님이 그 글자를 어떻게 알고 있겠습니까? 일지를 썼다는 단지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익숙한 한자를 두고 영어로 쓸 이유가 없습니다. 조부님은 한자만큼이나 영어도 익숙했던 겁니다.”

“음…….”

태삼목은 더 이상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선뜻 믿기지도 않았다.

“그 일지를 보면 조부님과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고 합니다. 무당파의 도사라고 하는데 이름은 거론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당파의 도사라고? 그럼 혹시 초림진인인가?”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까?”

“조부님은 말년에 벗을 한 명 사귀었네. 그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으나 무당파의 제자였었지.”

“그럼 그 사람이 맞을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알아냈나?”

우선이 관심을 갖고 물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지금껏 귀 기울여 듣고 있었기에 다음이 궁금했다.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뭔가?”

“잠깐만요.”

그때 당효주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오라버니. 이건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망설임이 보였다. 그걸 보고 조윤은 당효주가 뭘 물으려고 하는지 짐작이 되었다.

“나도 미래에서 왔는지 궁금한 거냐?”

“맞아요.”

“아!”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효주 말고도 약간의 의심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기라와 이자림이었다.

“사실 저도 약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스승님.”

조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말을 해야 할 일이었다.

“맞습니다. 저는 먼 미래에서 왔습니다. 아니, 이 세상의 미래는 아닐 겁니다. 그곳의 과거는 여기와 같으면서도 다르니까요.”

조윤이 사실을 말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 보면 조윤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그리 의술이 뛰어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한데 그거로도 모자라 천하오대신의보다 더 많은 의술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저 조윤이 천재라서 그렇다고만 생각했었다. 거기에는 조윤이 강기를 다룰 정도로 강한 것도 한몫했다. 무공이 그리 뛰어나니 의술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여긴 것이다.

“그럼 네가 전에 이야기했던 정수현이라는 사람도 미래에서 온 것이냐?”

“아닙니다. 정수현은 미래의 제가 쓰던 이름입니다.”

“허, 그랬었군.”

“죄송합니다.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으실 것 같지가 않아서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다. 이해한다.”

조윤은 시선을 돌려 낙소문과 당효주를 봤다. 그러자 낙소문이 미소를 지었다.

“상공이 미래에서 왔건 과거에서 왔건 저는 상관하지 않아요. 상공은 상공일 뿐이에요. 내가 아는.”

“맞아요. 미래에서 왔으면 어때요? 저를 치료해주셨잖아요. 이렇게 사랑해 주고 있고요.”

낙소문과 당효주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조윤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하하. 스승님은 스승님이죠.”

“동감입니다.”

기라와 이자림도 마찬가지였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우선이나 반양도 같은 생각이었다. 태삼목도 마찬가지였다. 그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조윤은 조윤이었다.

* * *

 

“음…….”

몸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고, 고통만 계속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가까스로 눈을 뜨자 흐릿하니 하얀색의 벽이 보였다. 잠시 그러고 있자 조금씩 시야가 선명해졌다.

‘천장?’

벽으로 보였던 건 천장이었다. 이상한 건 전등이 보인다는 거였다. 이 시대에는 전등이 없다. 한데 왜 저게 천장에 달려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온몸에 끔찍한 충격이 왔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가 코와 입에 뭔가가 붙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소 호흡기였다.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여긴 병원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뾰족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세상에! 깨어난 거예요?”

잠시 적막이 흐르더니 발소리와 함께 다급한 외침이 울렸다.

“선생님! 천이백삼 호 환자가 깨어났어요!”

‘한국말?’

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이던가?

그러나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덜덜 떨리는 손을 움직여 산소 호흡기를 떼어냈다. 그리고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심전도 모니터가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가? 그는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좌절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어째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일까?

설마 그게 전부 다 꿈이었단 말인가?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들어왔다. 한때 그가 짝사랑을 했던 강혜원이었다. 함께 레지던트 생활을 했었던.

그녀는 적지 않게 놀란 눈을 하며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깨어났네, 정수현.”

정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뚫어져라 강혜원을 봤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현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왜?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돌아왔는가? 왜?

태삼목의 조부나 무당파의 도사가 알아낸 방법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윤은 그런 적이 없었다. 한데도 현대로 돌아왔다.

순간 혹여 이게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아까 아픔을 느꼈을 때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허탈함에 멍하니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던 정수현은 문득 예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바로 장자지몽이었다.

 

어느 날 장자는 꿈을 꿨다.

나비가 되어서 꽃밭을 훨훨 날아다니는 꿈이었다.

그러다 잠에서 깨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이 현실일까?

혹시 나비가 꾸는 꿈이 아닐까?

나는 장자일까, 아니면 나비일까?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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