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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9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94화

제8장 천하제일의원 (1)

 

조윤의 의술은 신의문의 의술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러니 약간의 의심이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술을 훔쳐 배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평생을 공부해도 끝이 없는 것이 바로 의술이었다.

수준이 낮은 것들이야 어찌 배운다고 해도 높은 경지의 치료법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 많았다. 실제로 방금 조윤이 보인 구음절맥의 치료법도 그렇지 않던가?

그렇기에 조윤을 경이롭게 보는 이들도 있었으나 시샘하고 질투하는 자들도 많았다. 방금 질문을 한 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윤이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심사가 비틀렸다. 혹여 태삼목이 몰래 키우는 제자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자신은 십 년을 넘게 신의문에서 의술을 배웠지만 태삼목에게 가르침을 받은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에 그저 조윤을 곤란하게 하고 싶었다.

“무슨 뜻으로 한 말입니까?”

조윤이 침착하게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소? 지금 당신이 설명한 것 중 많은 부분이 신의문의 의술과 일치하오. 누군가에게 직접 배우지 않고는 그리 알고 있는 것이 불가능하오. 한데 당신은 신의문의 제자가 아니지 않소?”

“그래서 내가 훔쳐 배웠다는 겁니까?”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의심이 커진 상태였다. 이에 그들의 시선이 조윤과 태삼목에게 향했다. 그러나 태삼목은 조용히 서 있기만 할뿐 개입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태삼목도 그게 이상했다. 조윤의 의술은 신의문의 의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났다. 그러니 조윤이 의술을 훔쳐 배운 것은 아니었다. 한데 어찌 그리 비슷한지, 더구나 조윤은 신의문에서 실전된 의술까지 알고 있었다.

“그럼 내가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런 치료가 훔쳐 배워서 가능할 것 같습니까?”

“그…… 그거야…….”

“오늘 구음절맥을 치료할 때 의선 태삼목 어르신과 어의이신 우선 어르신이 함께했었습니다. 하면 두 분께 물어보죠. 두 분께선 제가 구음절맥을 치료하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봤습니다. 그러한 걸 훔쳐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조윤이 묻자 모두의 시선이 태삼목과 우선에게 향했다. 그러자 우선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방금 들었지 않나? 훔쳐 배운 의술로 과연 그리할 수 있겠나? 혹여 그렇다면 나는 당장에 어의를 그만두고 소청신의의 제자가 될 걸세.”

“어째서 그렇습니까?”

누군가가 묻자 우선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걸 훔쳐 배울 정도면 천하의 모든 의술을 다 훔쳐 배울 수 있지 않겠나? 그건 나나 여기에 있는 태삼목도 못하는 일일세. 그러니 제자가 되어 배워야 하지 않겠나?”

그제야 사람들은 우선이 농을 한 걸 이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질문을 했던 사람을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는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져서 재빨리 그 자리를 떴다.

이후로도 질문은 계속되었고, 반 시진 정도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방으로 돌아온 조윤은 녹초가 되었다. 수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상대했더니 굉장히 피곤했다.

잠시 쉬면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데 태삼목이 찾아왔다. 조윤은 조금 더 쉬고 싶었으나 그를 맞았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쉬고 있을 텐데 미안하군.”

“아닙니다. 잠시 운기조식을 했더니 괜찮아졌습니다.”

“함께 갈 곳이 있네.”

“따르겠습니다.”

조윤은 어디로 가는지 듣지도 않고 말했다. 어차피 또 의술에 관한 일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삼목이 앞장섰다. 그는 신의문의 심처 중의 심처로 향했다. 다른 곳은 지키는 이가 없었으나 그곳은 들어가는 문에서부터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월동문을 지나자 너른 대나무 밭이 나왔다. 그러자 태삼목이 뒤를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밟는 곳을 똑같이 밟으면서 와야 하네.”

“네?”

“진법이 설치되어 있어 잘못 디디면 목숨이 위험하네.”

“알겠습니다.”

조윤은 태삼목을 뒤따라가면서 그가 밟은 곳을 그대로 밟으면서 이동했다. 그렇게 대나무밭 중심으로 가자 약간의 공터가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초옥이 한 채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괜찮네.”

“알겠습니다.”

도대체 뭘 하는 곳이기에 무사들이 경계를 서는 것으로도 모자라 진법까지 설치를 해놓았을까?

조윤은 궁금증이 일었으나 굳이 묻지 않았다. 어차피 초옥 안으로 들어가면 다 알게 될 일이었다.

“들어오게나.”

태삼목이 초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윤이 뒤따라 들어가니 약재 냄새가 확 풍겨왔다.

‘약재창고인가?’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의문은 의가였다. 당연히 귀한 약재도 많이 가지고 있을 터, 개중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약도 있을 것이다. 하니 무사들이 지키고 진법을 쳐놓은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약재들을 보니 그리 대단한 것은 없었다. 품질은 좋으나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이었다.

“이쪽일세.”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태삼목이 안쪽에 있는 방문을 열면서 말했다. 그리로 간 조윤은 멈칫하며 움직이지 못했다.

‘이럴 수가…….’

* * *

 

조윤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 방은 수술실이었다. 탁자에 각종 수술도구가 놓여 있었는데, 전부 눈에 익은 것들이었다. 대부분 평소 조윤이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조윤이 천천히 그리로 가서 수술도구를 살펴봤다. 이 시대의 물건이 아니었다. 조윤은 이러한 수술도구를 전부 만들어서 사용했었다. 그 때문에 조악한 것도 많았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건 현대에서 보던 것과 같았다. 집게나 겸자 등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었다. 한데 그뿐이 아니었다. 청진기는 물론이고 확대경도 있었다.

조윤이 만들어서 쓰던 그런 확대경이 아니었다. 현대에서 쓰던 것이었다.

“후우…….”

크게 숨을 몰아쉰 조윤이 주위를 둘러봤다. 천장에는 등을 몇 개나 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수술을 할 때 밝게 하기 위해서 개량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한쪽에는 마취를 위한 약재들이 놓여 있었다.

그렇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수술실을 만든 사람은 현대의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조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이에 태삼목을 보니 그도 심사가 복잡한 것 같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 다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태삼목이 먼저 말했다.

“자네가 수술을 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네.”

“그렇습니까?”

“그랬지. 자네의 방식은 신의문의 치료방식과 거의 일치하네. 아니, 솔직히 더 앞서 있네. 신의문에서 실전된 치료법까지 자네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군.”

혈관을 잇는 수술이 그랬다. 방법은 전해져오고 있으나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데 그걸 조윤이 한 것이다.

“자네가 쓰는 수술도구도 그러네. 약을 쓰는 것도 그렇고. 하나에서 열까지 마치 신의문에서 의술을 배운 것 같더군.”

“아까 그 사람이 말한 것처럼 제가 훔쳐 배웠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닐세. 어찌 그러한 것을 훔쳐 배울 수가 있겠나? 나는 그저 알고 싶을 뿐일세.”

“뭐를 말입니까?”

“자네가 어떻게 그러한 의술을 알고 있는지.”

조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답대신 질문을 했다.

“저도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

“이 방을 썼던 사람은 누굽니까?”

“내 조부님이었네.”

“그분께서는 누구에게 의술을 배우셨습니까?”

“신의문은 화타가 그 시초이네.”

조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알기로 화타는 전인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듯 신의문이 존재했다. 하긴, 이 세상은 그가 아는 역사 속의 세상과 달랐다. 당장에 무공만 봐도 그랬다.

그래서 처음에 무공을 접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결론은 혼재되어 있다는 거였다. 그가 알던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그럼 여기에 있는 물건들이 혹시 화타가 남긴 겁니까?”

“기록상으로는 그러네. 이쪽으로 와보게.”

태삼목이 그렇게 말하면서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조윤을 데리고 갔다.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안은 깨끗했다. 한쪽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태삼목이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열어보게.”

조윤이 다가가서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보였다.

“이건…….”

휴대용 전자현미경이었다. 오래되어서 낡고 망가졌으나 분명 현대에서 쓰던 물건이었다. 다른 물건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조윤은 하나의 상황을 추론해낼 수가 있었다. 아마도 화타는 현대에서 활동하던 의사였을 것이다. 한데 뭔가를 계기로 이 시대로 오게 되었다. 여기에 있는 물건은 그때 휴대하고 있던 것들이 분명했다.

“역시나 알아보는군. 그 물건은 조부님조차도 뭐에 쓰는 건지 알지 못했다네.”

“저는…….”

“일단 차나 한잔하세나. 약차가 좋은 것이 있으니 내 대접함세.”

태삼목이 그렇게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조윤이 생각할 시간을 주려는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조윤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모르는 척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에 어떻게 설명을 할지 고민을 했다.

생각을 모두 정리한 조윤이 밖으로 나가니 태삼목이 평상에 앉아서 차를 다리고 있었다. 조윤이 다가가서 앉자 그가 물었다.

“생각은 좀 해봤나?”

“네.”

“하면 알려줄 텐가?”

“먼저 약속을 해주십시오.”

“말하게.”

“지금 들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알았네. 그렇게 하지.”

“저는 어렸을 때 천민으로 생활했었습니다. 그때 정수현이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정수현?”

“네.”

“처음 듣는 이름이군.”

“제 의술은 전부 그분에게 배운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게나.”

태삼목이 차를 내밀면서 말했다. 그러자 조윤이 그걸 한 모금 마신 후에 생각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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