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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9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92화

제7장 의문 (1)

 

“이리 와서 앉게나.”

우선이 자리를 권했다. 조윤이 맞은편에 앉자 그가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한잔하겠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런 날에는 낮술이라도 한 잔 정도는 좋지.”

“그럼 한 잔만 하겠습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탁자에 있던 잔을 바로 놓았다. 그러자 우선이 거기에 술을 가득 채웠다.

“나는 어의이다 보니 황궁을 나올 일이 거의 없다네. 한데 어느 순간부터 자네의 이야기가 황궁까지 들려오더군. 구음절맥을 치료하고 잘린 팔을 붙였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뜬소문이라 여겼지. 잘린 팔을 붙이는 건 태삼목이라면 할 수 있을 게야. 하나 구음절맥은 그도 치료하지 못한다네.”

조윤은 조용히 우선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끼어들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진중했다.

우선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말이지, 자네가 전염병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게야. 지금껏 전염병을 치료한 예는 딱 한 번밖에 없었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태삼목뿐이지. 그제야 나는 자네에 대한 이야기가 뜬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 그래서 사람을 보내 세세하게 조사토록 했네. 자네가 치료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게 했지. 놀랍더군.”

거기까지 이야기한 우선이 술잔을 비웠다. 이에 조윤도 술잔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우선의 잔을 채워줬다.

“그런 치료법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네. 독특하고 기발해. 독을 씀에 있어서는 남독신의 기라를 능가하는 것 같고, 외상치료는 신수신의 이자림을 능가하더군. 약을 쓰는 것 역시 반양보다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못하지 않아. 오대신의 중 그런 사람은 딱 한 명뿐일세. 바로 의선 태삼목이지.”

그야말로 극찬이었다. 조윤의 의술이 천하오대신의와 비견되거나 그 이상이라고 한다. 그게 다른 이의 말이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우선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하후여연은 우선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었다. 그렇기에 큰 놀라움이 없었으나 편중옥은 아니었다.

그는 조윤의 의술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으나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우선이 저리 인정을 하니 크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예상과 방소교는 마치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처럼 뿌듯했다. 조윤에게 의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심폐소생술이 의선의 비전이라는 건 무슨 말입니까?”

조윤이 처음으로 입을 열어 질문을 했다. 그러자 우선이 조윤을 빤히 쳐다봤다.

“말 그대로일세. 나야 말로 궁금하군. 태삼목에게 배운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저는 그분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누구에게 배웠나?”

조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현대에서 정수현으로 살면서 의술을 공부했다는 것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사정이 있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알겠네. 굳이 이런 걸 묻는 것도 실례지. 그 정도 예의는 안다네. 다만 궁금했을 뿐이네. 누가 있어 자네를 그리 가르쳤는지 말일세. 누군지는 몰라도 대단한 사람이겠지.”

“신의문으로 가시는 길입니까?”

“그러네. 초청을 받고 가는 길이지.”

“그럼 함께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럴 생각이었네. 연이가 자네와 가니 동행을 해야겠지.”

잠시 후 비가 그치자 일행은 그곳을 나왔다. 우선은 호위 한 명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였다. 원래는 황궁을 나오면 안 되지만 황제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우선은 안 보내주면 어의에서 물러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면 껄껄 웃었다.

궁중에 있다 보면 사람이 편협해지는 경향이 있다. 늘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우선은 성격이 시원했다. 이에 일행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그렇게 안휘에 도착해서 성도인 합비에 가까워질수록 문사차림의 의원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 모두 신의문으로 가는 길이었다.

개중에는 우선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거나 친분을 쌓을 목적으로 접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선은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정도가 심하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신의문에 도착하자 정문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선은 그들을 지나쳐 곧장 정문으로 향했다. 그가 그러니 자연스레 다들 따라갔다.

“줄을 서시오! 뒤쪽에 새치기하지 마시고, 길을 서시오! 그래야 안내를 받을 수가 있소!”

정문에서 신의문의 제자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방문한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이리 지체되면서 줄을 서게 된 것이다.

그러다 우선이 다가오자 소리를 지르던 신의문의 제자가 제지를 했다.

“어디에서 오신 누구십니까? 일단 줄을 서서 기다려주십시오.”

“내 이름은 우선일세. 황궁에서 왔네.”

우선이 신분을 밝히자 신의문의 제자가 방금과 달리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죄송합니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수고하게.”

우선이 그렇게 들어가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줄 서 있는 사람들도 전부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평소 우선의 명성을 귀가 따갑게 들었던 터였고, 이에 그를 흠모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우선더러 줄을 서라고 했으면 오히려 그들이 화를 냈을 것이다.

* * *

 

신의문 안에도 사람들은 많았다. 신의문의 제자들이 손님들을 안내하며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관록이 좀 있어 보이는 중년인이 와서 우선에게 인사를 했다.

“우선 어르신을 뵙습니다.”

“그래. 잘 지냈는가?”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다른 이들도 왔는가?”

“약선신의 반양만 와 있습니다.”

“안내하게.”

“우선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그동안 문주님에게 기별을 넣을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게.”

중년인은 공터를 지나 안쪽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이렇게 많은 손님이 와있는 와중에도 치료를 하고 있는지 지나치는 건물에서 신음이 들리고 약재 냄새가 풍겨왔다.

조윤은 신의문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놀랐다. 당장에 보이는 건물만도 몇 채나 되었고, 멀리에 우뚝 솟아있는 전각까지 합치면 당문과 비슷할 정도였다.

월동문을 몇 개나 지나자 더 이상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신의문의 심처였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기거를 할 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개방을 하지 않지만 이때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고맙네.”

“그럼 문주님을 뵙고 곧 다시 오겠습니다. 그동안 여독을 풀고 계십시오.”

“그러지.”

중년인이 가고 나자 우선이 한쪽에 있는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이 방에서 묵겠네. 자네들은 각자 알아서 정하시게.”

남은 방은 모두 네 개였다. 이에 조윤과 하후여연이 각기 방을 하나씩 쓰기로 했고, 낙소문과 당예상, 방소교가 한 방을 쓰기로 했다. 남은 하나는 무장들 차지였다. 다섯 명이서 한 방을 쓰기에는 조금 불편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손님들이 많아서 그나마도 혜택을 받은 거였다.

조윤은 짐을 풀고 잠시 앉아서 운기조식을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틈만 나면 운기조식을 하거나 명상을 했다.

“안에 있는가?”

우선이었다. 조윤이 문을 열고 나가니 여기까지 안내를 했던 중년인과 함께였다.

“태삼목이 보자고 하는군. 함께 가세나.”

“알겠습니다.”

신의문을 문주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평소에 그를 한 번 보려면 한 달을 예약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조윤이 따라나서자 중년인이 앞장을 섰다. 올 때 지나쳤던 월동문을 나가 건물 몇 채를 지나자 삼 층 누각이 나왔다.

일층에는 각종 약재들이 가득했고, 이 층은 서고였다. 의술서적이 책장에 빽빽이 들어차있었다. 삼 층에 도착하자 반백에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스승님. 우선 님이 왔습니다.”

“오…… 왔는가?”

“오랜만이로군.”

태삼목과 우선은 서로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러다 태삼목의 시선이 조윤에게 향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새로 들인 제자인가?”

“하하. 아닐세. 이 젊은이가 바로 요새 명성이 자자한 소청신의일세.”

“처음 뵙겠습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허, 자네 명성은 귀가 따갑게 듣고 있다네. 한데 이리 젊을 줄은 몰랐군.”

“달린 소청신의겠는가?”

“잘되었네. 두 사람 다 이쪽으로 와보게.”

태삼목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 적어 내려가던 것을 보여줬다.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어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네.”

“호오…… 이것은…….”

우선은 태삼목이 건네준 기록을 받아들고 한참이나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조윤에게 그것을 넘겨줬다.

“자네도 한 번 보게나.”

조윤이 그걸 받아서 읽어보니 혈액형에 관한 내용이었다. 치료를 하다 보면 피가 부족해서 수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었다. 어떤 의원은 동물의 피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불확실성 때문에 한동안 수혈을 하는 의원은 없었다. 그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죽자 태삼목은 사람의 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마다 피의 성질이 달라서 어떤 것은 서로 맞고 어떤 것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단하군. 자네의 저 연구로 인해 앞으로 많은 이들을 살려낼 수 있을 걸세.”

“이번에 저걸 사람들에게 알려줄 생각일세.”

“또 한 번 자네의 명성이 오르겠군그래.”

“혈액형에 관한 거군요.”

“응? 방금 뭐라고 했나?”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 조윤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이 시대에는 아직 혈액형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태삼목이 이런 연구를 한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혈에 대한 연구인 것 같아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네. 거기에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그간의 연구를 통해 사람의 피가 모두 세 종류라는 것을 알아냈다네. 그것만 알아도 수혈을 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걸세.”

조윤이 보니 태삼목은 그걸 천혈(天血), 인혈(人血), 지혈(地血)로 나누어 놓았다. 천혈은 현대에서 이야기하는 에이형이었고, 인혈은 비형, 그리고 지혈은 오형이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에이비형이 없자 조윤은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졌다. 이에 미간을 좁히고 있자 태삼목이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왜 그러는가? 뭔가 문제가 있나?”

“네? 아닙니다.”

“괜찮네. 이견이 있으면 말해보게. 듣기로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로 의술이 뛰어나다지? 하니 생각이 남다를 터, 내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군.”

태삼목이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것만으로 수혈을 하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실은 하나가 빠졌습니다.”

“하나가 부족하다고?”

“그렇습니다. 혈액에는 천혈, 인혈, 지혈, 말고도 굳이 이야기하자면 천인혈이 더 있습니다.”

“천인혈? 어찌 그리 생각하는 건가?”

조윤은 그때부터 혈액에 대한 것을 최대한 조심하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태삼목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조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

“대단하군. 대단해. 어린 나이에 어찌 그리 해박하단 말인가? 자네의 말이 맞네. 맞아. 사실 내가 하던 연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네.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지. 한데 자네 덕분에 그동안 답답해하던 부분이 모두 풀렸네.”

태삼목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하자 조윤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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