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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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3화
제3장 호갑신단 (3)
조윤은 그날 하루는 반양과 함께 지내면서 호갑신단을 연구하는 척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을 하며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은 무난하게 지나갔다. 장로가 한 번 찾아와서 의중을 물었고, 반양은 조윤과 함께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 외에는 특별한 일 없이 하루가 흘러 밤이 되었다.
“갔다 오겠습니다.”
“조심하게.”
반양의 말에 조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몸을 띄워 처마를 잡은 상태에서 위로 솟구쳐 올라 지붕에 내려섰다.
아래를 보니 여전히 수많은 청성파의 제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조윤은 자세를 낮추고 소리 나지 않게 움직였다. 그러다 창문이 보이자 안의 기척을 살폈다.
“언제까지 이렇게 참고만 계실 겁니까?”
때마침 방 안에서 들려온 건 현진의 목소리였다. 조윤은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킬 수가 없어질 겁니다.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장로들을 벌하고 미혹에 빠진 제자들을 깨우쳐줘야 합니다.”
“무슨 방법으로 그리 할 것이냐?”
“장문인께서 계시잖습니까?”
“난 이미 장로들에게 패했다. 내가 나선다한들 바뀌는 것은 없다.”
“방법을 찾으면…….”
“그만!”
갑작스러운 외침에 현진의 말이 뚝 끊겼다. 그러자 중후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방법은 알지만 수단이 없다. 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조급해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다만…….”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
“송구합니다.”
“되었다. 밤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가보아라.”
“네.”
현진이 나가려고 하자 조윤은 슬쩍 창문을 열었다. 그 때문에 달칵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났으나 장문인과 현진은 그걸 들었다.
“누구…….”
장문인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조윤이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검지를 입에 댔기 때문이다.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온 조윤은 장문인에게 포권을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단목조윤이라면 혹시 의룡인가?”
“맞습니다.”
대답은 조윤이 아닌 현진이 했다. 그는 조윤을 보고 처음에는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걱정 때문에 살짝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에 온 겁니까?”
현진의 물음에 조윤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옆에서 그걸 듣고 있던 장문인은 조윤이 청성파를 돕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을 알고도 와준 것은 고마우나 자네 혼자서는 해결할 수가 없네.”
“생각해놓은 계획이 있습니다.”
“계획이 있다고?”
“네.”
“말해보게.”
장문인의 말에 조윤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장로 세 명이 들어왔다.
“그 계획이 뭔지 나도 궁금하군.”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장문인과 현진이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조윤은 침착했다.
“계획은 이렇습니다. 먼저 장로들을 제압할 것.”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장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장로 세 사람이 동시에 출수를 했다.
파파파팡!
서로의 손이 얽히면서 기파가 사방으로 튀었다. 낚아채가는 손을 쳐내고, 그걸 다시 잡아오고, 발로 차며 뛰어올랐다. 좌측과 우측에 있는 장로들이 합을 맞춰서 대항을 해왔으나 조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정면에 있던 장로가 조윤의 주먹에 어깨를 맞고 뒤로 밀렸다. 워낙에 손발을 빨리 놀려야 되는 상황이라 공격이 얕았다.
하지만 틈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조윤은 좌우측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내면서 앞에 있는 장로를 몰아붙였다. 그 때문에 장로는 방문을 부수면서 날아가 복도의 벽에 등을 부딪쳤다.
“돕겠소!”
현진이 크게 소리치면서 끼어들려고 했다. 그러자 장문인이 그를 말렸다.
“기다려라.”
“조윤을 도와야 합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좀 더 지켜봐라.”
현진은 마음이 급했으나 장문인이 강경하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다. 이에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를 하면서 조윤과 장로들의 싸움을 유심히 지켜봤다.
쾅!
장로 중 한 명이 조윤을 후려치려다가 벽을 쳤다. 그러자 벽에 구멍이 나면서 크게 흔들렸다.
이어서 장로 두 명이 발로 차고 장을 뻗어왔다.
조윤은 빠르게 옆으로 이동하면서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다 복도를 벗어나자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이곳에서는 조윤이 불리했다. 좁은 공간에서 싸워야 저들이 다수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
조윤은 장로들이 넓은 공간으로 나오지 못하게 다시 복도로 밀어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다.
쉬익!
검이 아슬아슬하게 조윤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더 옆으로 왔다면 목을 베였을 것이다.
뒤로 물러나며 몸을 바로 세우는 동안 장로 세 명이 넓은 공간으로 나왔다.
그제야 조윤은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아래층을 지키던 노인 중 한 명이었다. 어제 조윤이 장로와 함께 지나칠 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무론을 나누고 있었다.
조윤이 힐끗 주위를 살폈다. 그와 함께 무론을 나누던 노인 역시 왔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노인이 한 명 서 있었다. 이로써 조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이 다섯 명이 되었다. 그것도 전부 장로였다.
그럼에도 조윤은 미소를 지었다. 뒤따라 나온 장문인과 현진을 장로 한 명이 제지했다.
“두 사람은 끼어들지 마십시오. 침입자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침입자가 아닙니다. 조윤은…….”
“되었다. 그가 누구든 우리에게 맡겨라.”
장로가 손을 내저으면서 현진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했다. 여차하면 출수를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자 현진은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장문인을 봤다. 그러자 장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더 지켜보라는 뜻이었다.
장문인은 조윤이 아무 생각 없이 저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더구나 아까 분명히 계획이 있다고 했었고, 상황이 불리한데도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 * *
“내가 상대하지.”
조윤을 기습했던 장로가 말했다. 그는 현진하고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조윤을 장로들이 우르르 모여서 상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누구던가?
청성파의 장로였다. 더구나 최근에는 호갑신단 덕에 다들 반 갑자의 내공이 늘었다.
하지만 먼저 조윤을 상대했던 세 사람은 생각이 달랐다. 조윤은 절대로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었다. 잠시간의 공방이었지만 조윤은 단 한 번도 수세에 몰리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우세를 점했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윤은 자신들보다 고수였다.
“함께 상대하자.”
세 사람이 끼어들려고 하자 검을 들고 있는 장로가 못마땅한 눈으로 그들을 봤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지금은 합심을 해야 할 때였다.
“어리다고 쉽게 보지 마라. 우리 셋의 협공을 전부 막아낸 녀석이다.”
“흥! 그러게 평소에 무공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옆에서 지켜나 봐라.”
검을 든 장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조윤이 그를 그대로 지나쳐가며 창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갔다.
“헛!”
검을 든 장로가 크게 당황하며 조윤을 쫓았다. 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윤이 저런 식으로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조윤은 도망을 친 것이 아니었다.
창을 부수고 나오면 장로가 다급하게 쫓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지붕의 처마를 잡고 있다가 다시 위로 솟구쳐 올랐다.
파앙!
“큭!”
조윤의 발에 가슴을 채인 장로가 억눌린 신음을 내며 뒤로 튕겨나갔다.
“놈! 어디서 수작질이더냐?”
장로 한 명이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그러자 조윤이 씨익 웃으면서 아래층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장로들이 뒤이어 밑으로 따라 내려왔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지붕은 한 사람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로 좁았다. 그 때문에 여러 명이서 협공을 할 수가 없었다.
파파파팡!
손발이 몇 번 부딪치는 와중에 발을 채인 장로가 비틀대며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그가 안 넘어가기 위해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는데 조윤이 살짝 뛰어올라 벽을 차고 그의 머리를 찼다.
팡!
“헉!”
피할 수가 없어서 팔을 들어 막았다. 그러자 묵직한 충격이 오면서 옆으로 튕겨졌고,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층의 높이라 무사히 착지할 수는 있었으나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위에서 소란이 일다가 장로 하나가 뚝 떨어져 내리자 그곳을 경계하고 있던 청성파의 제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장로님.”
“어찌 된 일입니까?”
“너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주위의 경계를 더욱이 강화해라.”
“알겠습니다.”
장로는 조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게 바로 조윤이 원하던 바라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