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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8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2화

제3장 호갑신단 (2)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반양이 장로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장로가 힐끗 조윤을 한 번 본 후에 말했다.

“자네 혼자서 하려니 아무래도 힘이 들지 않나? 마침 의룡이 찾아왔기에 데리고 온 걸세. 서로 도움이 되도록 하게나.”

“그럴 수는 없소. 의원에게 치료비방은 문파의 가전절기와 같소. 그걸 이자에게 공개하라는 거요?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청성파의 비전절기를 외인에게 전하라는 말과 같소. 당신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소?”

“험, 어찌 그리 단편적으로만 보나. 게다가 나 역시 뜻이 맞는 이가 있으면 외인이라고 해도 서로의 무공에 대해서 논한다네. 그를 통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반양은 조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무당파에서 당한 수모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호갑신단의 제조법을 이자에게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보게. 어쩌면 이건 기회일 수도 있네. 그동안 계속 부작용 때문에 고민을 해왔지 않나?”

“고민 같은 건 하지 않았소. 그러게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소? 호갑신단은 딱 한 번 그 효능을 볼 수가 있다고.”

“두 번 먹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건…….”

“자네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네.”

“계속 강요를 하겠다면 나는 더 이상 호갑신단을 만들지 않겠소.”

반양이 강하게 반대를 하자 장로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까지 온순하게 반양을 대하던 장로가 탁자를 세게 내려치면서 소리쳤다.

“감히!”

쾅!

탁자는 리가 부러지면서 박살이 났다. 그 같은 내공에 반양이 찔끔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조윤은 여전히 찻잔을 들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장로가 그런 조윤을 잠시 흥미롭게 보다가 반양을 향해 말했다.

“보름의 시간을 주겠네. 그 안에 의룡과 함께 호갑신단의 부작용을 없앨 방법을 찾게. 그렇지 않으면 그 목, 온전하지 못할 걸세.”

“음…….”

반양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무슨 수를 쓰던 목숨을 보존해야 했다.

* * *

 

장로가 방을 나가자 반양이 인상을 쓰며 조윤을 쳐다봤다. 그러다 슬쩍 방 밖을 한 번 살피고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이곳에는 어떻게 온 건가? 정말 호갑신단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네. 호갑신단에 대한 건 현진을 만나러 왔다가 우연찮게 들었어요.”

“운이 안 좋군. 호갑신단에 대한 걸 알았으니 저들이 자네를 여기에서 내보내지 않을 걸세.”

“저들은 저를 여기에 가두지 못합니다.”

“어찌 그리 자신하나? 여기는 청성파일세.”

조윤은 대답 없이 웃었다. 그러자 반양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여 방법이 있는 건가?”

“그보다 어쩌다가 이리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대략적인 것은 현소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또한 짐작이 가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듣고 싶었다. 그래야 계획을 세울 수가 있었다.

“하아…… 맞네. 내가 큰 실수를 했지.”

반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지나서 보니 그때 왜 그랬는지 크게 후회가 들은 탓이다.

“호갑신단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했지?”

“네.”

“어느 정도나 알고 있나?”

“먹으면 내공이 반 갑자가 늘고 효과는 한 번 뿐이라고 들었습니다. 두 번 복용을 하면 죽지만 살아남으면 그 이상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요.”

“그렇지. 혹시 무당파에서 내가 자소단을 얻기 위해서 자네에게 주려고 했던 영약을 기억하는가?”

조윤은 그때의 일을 가만히 생각해봤으나 선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반양도 굳이 대답을 듣고자 물은 것이 아니었기에 크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무화단일세.”

“기억나는군요.”

그제야 조윤은 기억이 났다. 무화단은 삼백 년 이상 된 무화과나무의 열매로 만드는 영약이었다. 먹으면 호갑신단처럼 반 갑자의 내공이 는다.

“호갑신단은 무화단을 개량해서 만든 영약일세. 무화단을 만들려면 삼백 년 이상 된 무화과나무의 열매가 필요하네. 하지만 그리 귀한 걸 어디에서 구하겠나?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무화단은 정말 운이 좋아 만들 수가 있었지.”

“그럼 호갑신단은 뭐로 만든 겁니까?”

“무화단을 만들 당시 나는 무화과나무의 열매를 연구했었네. 그 때문에 무화단을 많이 만들지는 못했지만 무화과나무 열매의 성분을 알아낼 수가 있었지.”

“다른 약재로 그걸 대신한 겁니까?”

“그러네.”

그 말을 듣자 조윤은 반양을 보는 시선을 조금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라면 온갖 의료기구들과 실험기구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러한 것들이 전무하다.

한데도 무화과나무 열매의 성분을 알아냈다는 것은 웬만한 노력과 지식이 없고서는 불가능했다.

성격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 약선신의라고 불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지. 그래서 실험을 하고자 했네. 처음에는 무당파의 도사들에게 하려고 했었지. 자소단을 얻어서 무화단과 비교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약이 나오면 임상시험은 필수였다. 현대에서는 그걸 총 네 단계로 나눠서 한다.

일 단계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안전성을 평가한다.

이 단계에서는 적정용량의 범위와 용법을 평가하고 삼 단계에서는 수백 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는 약물 판매한 이후 부작용을 추적하여 안전성을 재고하고, 추가적인 연구를 시행한다.

“저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군요.”

“그래. 무림인들은 전부 무공에 미쳐있지. 그래서 호갑신단을 시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성파로 온 겁니까?”

“우연찮게 청성파의 장로를 알게 되었다. 그에게 호갑신단에 대해서 슬쩍 흘리니까 관심을 보이더군. 청성파 역시 명문정파였고 무공이 강한 자들이 많으니 호갑신단을 시험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지.”

거기까지 이야기한 반양이 목이 타는지 물을 찾다가 탁자가 부서진 것을 깨닫고는 낮게 혀를 찼다. 이곳에는 하인들조차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부서진 탁자를 직접 치워야 했다.

“처음에는 좋았네. 장로는 물론이고 장문인도 만족을 하고 나도 호갑신단의 성과를 확인할 수가 있으니 좋았지. 그런데 장로들이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네. 호갑신단은 한 번만 복용을 해야 하네. 그런데 내공이 더 늘까 싶어서 두 번을 복용하는 자들이 생긴 걸세.”

“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대부분 피를 토하고 죽었지. 한데 죽지 않고 살아난 사람들이 있었네. 차라리 다 죽었더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지. 저들도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테고. 한데 성공한 사람들이 있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 걸세. 그때 거절을 했었어야 했는데 나 역시도 호갑신단의 효능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지.”

“실패했군요.”

“결과적으로 보면 그러네. 살아남은 사람들을 진맥해봤지만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네. 그저 운이라고 할 수밖에.”

“그 사실을 저들이 아나요?”

“알고 있네. 한데도 방법을 알아내라고 나를 여기에 가둬놓고 닦달을 하고 있지.”

“장로와 장문인이 반목하고 있다던데 사실입니까?”

“그러네. 장문인은 뒤늦게 호갑신단의 위험성을 알고 복용을 금지시켰지. 하지만 장로들은 여전히 욕심을 냈네.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내가 알기로는 이곳 삼 층에 갇혀 있다더군.”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다. 조윤은 일단 장문인과 현진을 만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기회를 봐서 도망을 쳐야지.”

“쉽지 않을 겁니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언제고 죽음을 당할 걸세.”

“호갑신단을 만드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호갑신단을 만드는 게 쉬운 줄 아나? 무화과나무 열매의 성분을 조사해서 다른 약재로 대체를 하고는 있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세.”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말해보게.”

“제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대가는 뭔가?”

“제가 하려는 일을 도와주십시오.”

조윤이 웃으면서 말하자 반양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쉬운 일일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반양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윤에게 매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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