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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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0화
제2장 청성파 (2)
이후로도 일행은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 조윤이 소화표국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다.
“최근 청성파에서 뒤를 봐주는 만가장이 소화표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흐음. 그건 그럴 수가 없구나.”
“이유가 있습니까?”
조윤이 묻자 정절사태가 정인사태를 봤다. 말을 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인사태가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정절사태가 입을 열었다.
“정의맹이 창설된 이후로 청성파에서 갑자기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아미파와 몇 번 마찰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비무로 해결을 하려고 했단다.”
“청성파는 도문인데 이상하군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이화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청성파는 도문이었다. 또한 아미파와도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서로 한발씩 양보를 하며 해결을 했었다.
비무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극단적이었다. 원인이나 이유는 따지지도 않고 힘으로 상대를 누르겠다는 뜻이었다.
“그랬지. 그래서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청성파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앞으로 청성파에서 하는 일에 관여를 하지 마라더구나.”
“그래서 되었소?”
맹추삼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당문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당문이 뭐를 했기에 그런 거요?”
“정의맹의 힘이 갈수록 커가는 것을 염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미파에 그런 요구를 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소?”
“제자들의 일을 모른 체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어서 제자들이 도움을 청하면 응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비무로 결정을 하자는 겁니다.”
“허, 그래서 비무를 했소?”
“했습니다.”
정절사태가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조윤은 승패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졌군요.”
“그래. 그랬단다. 아명이 비무에 응했고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으나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청성파에서 손을 독하게 쓴 겁니까?”
“죽음을 각오하고 검을 휘두르더구나.”
정절사태의 말에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
조윤은 아미파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그동안 어떻게 소화표국을 도울지 의논하다가 조윤이 청성파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그러자 낙소문이 함께 가기를 원했다.
“안 돼.”
“왜?”
“상대는 청성파야. 혹여 문제가 생기면 너까지 보호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내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어요.”
“그러지 말고 먼저 돌아가.”
조윤이 자꾸 반대를 하자 낙소문은 더 이상 함께 가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이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조윤은 그녀를 품에 안고 가만히 다독여줬다. 다음 날 조윤은 일행과 헤어져서 곧장 청성파로 향했다. 낮에는 말을 타고 달렸고, 밤이 되면 객잔에 묶었다. 그렇게 며칠을 가자 곧 청성산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산을 오르니 아미파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당황학과 함께 이곳에 왔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문에 자연히 걸음이 늦춰지며 주위의 산세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혹여 청성파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리로 몸을 날렸다. 나뭇가지를 밟고 건너뛰며 이동하자 두 사람이 심하게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복장을 보니 청성파의 도사들이 분명했다. 조윤은 들키지 않게 거리를 두고 나무 위에 몸을 숨겼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뭐가 옳지 않다는 거냐?”
“편법 아닙니까?”
“편법이라니? 무림의 수많은 문파들이 영약을 복용하고 있다. 우리가 먹은 영약이 소림사의 대환단이나 소환단, 또는 무당파의 자소단과 다를 바가 뭐냐?”
“그렇게 강해지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습니까? 더구나 우리는 수행을 하는 도인(道人)입니다. 무공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편일 뿐이잖습니까?”
“말 잘했다. 그러니 무공이 강해지면 도를 깨닫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이 아니냐?”
“그게 아닌 것을 알잖습니까? 도대체 청성파가 언제부터 그따위 영약에 매달리게 되었습니까? 이게 다 그 자…….”
“그만!”
“사형!”
약관이 안 되어 보이는 어린 도사가 안타까워하며 소리쳤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두 번 설득을 했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사형이라 불린 도사는 흔들림이 없었다.
“됐다. 이미 장문인께서 허락을 했고 다들 따르고 있지 않느냐?”
“현진 사형은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럴 거고요.”
“그도 곧 마음이 바뀔 거다.”
“사형. 제발 다시 한 번만 생각을 해보세요.”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라.”
“사형!”
“현진에게 휘둘리지 말고 너도 대세를 따르는 것이 나을 거다.”
나이가 많은 도사는 그 말을 끝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어린 도사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윤이 훌쩍 뛰어내렸다.
“어?”
누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어린 도사는 크게 당황했다.
“잠시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누굽니까?”
어린 도사가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이에 조윤은 웃으면서 말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현진의 친구이니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목조윤이라면, 혹시 신진사룡 중 한 명인 의룡입니까?”
“맞습니다.”
“아.”
어린 도사는 눈을 크게 뜨고 조윤을 봤다. 조윤에 대한 소문은 귀가 따갑게 들었었다. 특히나 그는 현진과 친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현진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조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저, 저는 현소라고 합니다. 현진 사형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랬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현소는 아직도 조윤을 만난 것이 얼떨떨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사형인 현적과 하던 이야기를 조윤이 다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까 현적 사형과 나눈 이야기를 다 들으셨습니까?”
“미안합니다. 듣지 않으려 했으나 현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에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현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청성파의 치부가 외인에게 알려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최근 청성파의 행보가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현진을 만나 물어보기 위해 청성파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다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궁금증에 와봤던 것이고요. 기왕지사 이리된 것,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조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가까이 지내던 사형제들이 전부 돌아섰다. 그렇지 않은 건 현진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외인인 조윤을 믿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차피 현진을 만나면 다 알게 될 일입니다. 다만 그 전에 알고 대비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아……. 청성파에 가도 아마 현진 사형은 만날 수가 없을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현진 사형은 지금 뇌옥에 갇혀 있습니다.”
이건 또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조윤이 알기로 현진은 다음 대의 장문인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한데 뇌옥에 갇혔다고 한다. 그의 성정을 보건데 큰 죄를 짓거나 할 사람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현진과 나는 오랜 친분이 있습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돕겠습니다. 하니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이야기해주십시오.”
조윤이 부탁조로 이야기를 하자 현소의 마음이 약해졌다. 그러다 결심을 하고는 조윤을 봤다.
“먼저 약속을 해주십시오.”
“뭐를 말입니까?”
“반드시 저를 도와주겠다고요.”
현소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조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 *
조윤의 확답을 들은 현소가 아는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대충 이랬다.
어느 날 천하오대신의 중 한 명인 약선신의(藥仙神醫) 반양이 청성파로 찾아왔다. 그는 한동안 청성파에 머물면서 장문인과 친분을 쌓았다.
반양은 무림인은 아니지만 천하에서 알아주는 의원이었다. 친해둬서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이에 다들 별다른 의심 없이 그와 가까이 지냈다.
그러다 하루는 반양이 호갑신단(虎鉀神丹)이라는 영약을 장문인에게 줬다. 먹으면 무려 반 갑자의 내공이 는다고 했다.
장문인은 욕심이 나기는 했지만 이유 없는 호의였고 부담이 느껴져서 처음에는 거절을 했다. 그러자 반양은 장로 중 한 명에게 호갑신단을 줬다.
그의 내공이 순식간에 늘자 장로들이 반양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반양은 몇몇 장로들에게도 호갑신단을 줬다. 전부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걸 안 장문인은 고민이 되었다. 반양이 무슨 뜻으로 그런 영약을 주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이유를 물으니 호갑신단을 먹고 그 효능을 증명해달라고 한다. 호갑신단이 소림사의 소환단이나 무당파의 자소단 만큼이나 뛰어나다는 것을 무림에 알리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으나 장문인은 결국 믿기로 했다. 그 역시 호갑신단을 먹었다. 그리고 평소 자신을 따르던 장로들과 일대제자들에게만 호갑신단을 줬다.
순식간에 그렇게 내공이 늘자 장문인은 속가제자들을 시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당문은 물론이고 아미파와도 약간의 충돌이 일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서로 양보를 하고 합의점을 찾아서 해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힘이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에 비무를 요청해서 일을 해결했다. 호갑신단 덕분에 내공이 반 갑자나 늘은 청성파의 제자들은 쉽게 패배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들은 조윤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현소의 말을 들어보니 청성파에 해가 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오히려 청성파에 좋은 일이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음……. 혹시 호갑신단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네. 그렇긴 하지만 꼭 호갑신단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현소가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후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장문인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호갑신단을 원했다. 기존에 호갑신단을 먹은 사람들이 다시 먹었을 경우 반 갑자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내공이 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이대제자와 삼대제자에게도 호갑신단을 먹이려고 했다. 그럼 청성파는 당문과 아미파보다 더 강해진다. 어쩌면 소림사나 무당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양은 더 이상 호갑신단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만들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문인은 그 돈을 다 대줬다. 그러면서 최단시간 내에 호갑신단을 만들도록 했다.
그렇게 호갑신단이 다시 만들어졌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호갑신단은 두 번을 먹으면 안 된다. 갑자기 반 갑자의 내공이 늘면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일 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늘면 어떻게 될까?
욕심을 내며 호갑신단을 이미 복용했음에도 또 먹은 사람들이 피를 토하면서 죽었다. 그러나 개중에 두 사람은 멀쩡했다. 내공도 훨씬 늘었다.
장문인이 반양에게 그 일을 따졌다. 그러자 반양이 이렇게 말했다.
“자그마치 일 갑자에 가까운 내공이 늡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나는 분명 위험하다고 경고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복용을 한 건 당신들 아닙니까?”
반양이 얄미웠으나 틀린 말이 없었다. 이후 장문인은 호갑신단을 복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멀쩡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을 본 이들이 욕심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장문인 몰래 반양에게 호갑신단을 달라고 했다. 살아남을 확률은 이 할이었다. 열 명이 먹으면 여덟 명이 죽었다. 그럼에도 모두들 호갑신단을 원했다.
그걸 안 장문인이 막으려고 하자 오히려 반발을 하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때 마침 현진이 돌아왔다.
현진은 호갑신단에 대한 일을 알고 크게 화를 냈다. 장문인에게 반발하던 이들에게 호통을 치며 검을 빼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그 많은 이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붙잡혀서 뇌옥에 갇혔다.
“장문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뇌옥에 갇히지만 않았다 뿐이지 하루 종일 장로님들에게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사태가 심각하군요.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되겠습니까?”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을 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반양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역시 갇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감시가 붙어 있습니다.”
“우선 그부터 만나야 할 것 같군요.”
“쉽지 않을 겁니다. 장로님들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허락을 받으면 되겠군요.”
“네?”
현소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자 조윤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