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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7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79화

제2장 청성파 (1)

 

조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세안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 빙백신검을 뽑아들었다. 차가운 기운이 손을 통해 몸으로 파고들었으나 내공을 운기하자 곧 사라졌다.

그 상태에서 조윤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는 가볍게 몸을 풀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옥승진인이 전해준 무위가 생각나자 쉽게 검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옥승진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조윤의 검은 살검(殺劍)이었다. 당황학에게 전해 받은 비연팔식이나 쌍검비격술은 물론이고 맹추삼에게 배운 파열신권 역시 그랬다.

하지만 옥승진인이 전해준 무위는 살검이 아닌 활검(活劍)이었다. 이는 조윤이 오래전부터 바라왔던 거였다.

의술로 사람을 살리듯이 검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 누구보다 강해지자는 것이었다. 상대보다 무공이 강하면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된다. 옥승진인에게 무위를 배우기 전까지는 단순하게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무공이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살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강해지는 것 말고도 무공의 성질이 바뀌어야 했다.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제압하고,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야 한다. 검이 아닌 마음으로, 또한 정신으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 무위를 완전히 터득하면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뭔가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가 않으니 답답했다.

결국 조윤은 낙소문이 부를 때까지 그렇게 서 있기만 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낙명호와 유영영에게 인사를 한 조윤은 일행과 함께 소화표국을 나섰다. 대로는 한산했다. 현을 거의 벗어날 무렵 길가의 바위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청성파의 이대제자인 현성과 현교였다. 그들은 조윤을 유심히 쳐다봤다. 특히 현성의 눈이 도전적이었다.

“다시 만나는군요.”

조윤이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자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한번 겨뤄봅시다.”

현성이 대뜸 하는 말에 조윤은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무례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디나 저런 자들이 있었다. 알량한 실력과 배경만 믿고 나대는 그런 자들 말이다.

“당신과 겨뤄야 할 이유가 내겐 없습니다.”

“내게는 있소. 평소 무당파의 제자와 한번 겨뤄보고 싶었소.”

“그럼 정중하게 부탁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윤의 말을 듣고 현성이 살짝 인상을 썼다. 그러다 마지못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비무를 청하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대로에서 할 수는 없으니 저쪽으로 자리를 옮깁시다.”

조윤이 현성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일행과 두 사람이 뒤를 따라왔다.

조금 걷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조윤이 몸을 돌리자 일행이 멀찍이 물러났다.

“청성파의 이대제자 현성이오. 한 수 배우겠소.”

“단목조윤이오. 잘 부탁합니다.”

조윤이 예의를 갖추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검을 뽑지는 않았다.

그걸 보고 현성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검을 뽑지 않는 것이오?”

“뽑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명백히 무시하는 말이었다. 이에 현성은 화가 났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검을 뽑았다. 이런 경우에는 말이 필요 없었다. 실력으로 증명을 하면 되는 것이다.

현성은 자연스럽게 검을 늘어트리고 조윤을 노려봤다. 조윤은 한 손을 내민 자세를 잡고 있었는데 허점투성이였다. 무공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자세였다.

‘그런 하찮은 수로 속임수를 쓰려는 건가?’

검을 뽑지 않고 일부러 도발을 한 것도 그렇고, 저런 자세를 잡고 있는 것도 그렇고, 전부 삼류나 쓰는 방법이었다.

현성은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다가 빠르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동시에 검을 뻗으니 조윤이 살짝 몸을 틀어 피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속으로 어깨와 옆구리를 노리며 검을 내질렀다.

날카롭고 빠른 공격이었으나 조윤은 이번에도 피해냈다. 이에 현성이 좌측으로 돌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조윤이 슬쩍 한 걸음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자 현성이 거리를 좁히며 변칙적으로 공격을 가해왔다.

언뜻 보기에는 조윤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현성은 맹공격을 가하고 있음에도 조윤의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했다. 그 때문에 현성은 점점 초조해졌다. 결국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뒤로 훌쩍 물러나며 검기를 날렸다.

파가가각!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땅을 긁으면서 조윤에게 날아갔다.

현성은 이대제자였으나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항상 현진을 이기지 못했었다. 그를 뛰어넘고자 무던히 노력을 했건만 늘 패배를 했었다.

그런 현진이 때론 몽롱한 표정으로, 때론 심각한 얼굴로 조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현성에게 현진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것처럼 현진에게는 조윤이 그렇다고 했다.

조윤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그러는지 현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조윤의 명성을 듣고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꼭 한 번 겨루고 싶었으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한데 전혀 생각지도 않게 소화표국에서 조윤을 만난 것이다. 그때부터 현성은 조윤과 꼭 겨룰 생각을 했었다.

파앙!

조윤이 권기를 휘두르자 현성의 검기가 그대로 흩어졌다. 처음으로 조윤이 반격을 가해오자 현성은 눈을 부릅뜨고 재차 검기를 날렸다.

쐐에에엑!

일곱 걸음 정도나 떨어져 있는데도 현성이 휘두르는 검의 움직임에 따라 검기가 날아가 조윤을 베어갔다. 그때마다 조윤은 권기로 검기를 모두 상쇄시켰다.

퍼퍼퍼퍼펑!

현성은 계속 거리를 두고 움직이면서 검기를 날렸다. 그러나 조윤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검기를 부쉈다. 결국 아까와 같은 상황이었다.

현성은 자신이 조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진을 상대할 때도 이렇게까지 무력하지는 않았었다. 십초 식 정도 공격이 오가면 한 번쯤은 그래도 허를 찌를 수가 있었다.

한데 조윤은 거대한 벽이었다. 바늘구멍만큼의 틈조차도 없었다. 더 이상 싸우는 것은 무의미했다.

현성은 훌쩍 물러나서 검을 늘어트렸다.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라앉히며 조윤을 노려봤다. 조윤은 평온했다. 그리 격하게 공격을 했건만 그걸 전부 다 받아냈음에도 호흡하나 흐트러지지가 않았다.

완벽한 패배였다.

“어째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요?”

분명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현성은 물었다. 자존심 탓이었다. 실력 차이가 크고 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공격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습니다.”

“나에게 모욕을 주려는 거요?”

현성이 사나운 눈으로 조윤을 보며 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조윤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받아보시오.”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조윤이 주먹을 뻗어냄과 동시에 강맹한 기운이 현성의 바로 옆을 지나쳐 뒤에 있는 나무를 쳤다.

콰앙!

현성의 눈이 커다래졌다. 방금 지나쳐간 것이 뭐란 말인가?

“권…… 권강?”

그랬다. 조윤이 날린 것은 권강이었다. 현성이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한 것이 그래서였다.

검기는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나 강기는 꿈도 못 꾸는 경지였다. 만약 처음부터 조윤이 이렇게 권강을 날렸다면 비무는 일 초식 만에 끝이 났다.

“어째서, 실력을 숨긴 거요?”

“숨긴 게 아닙니다. 당신이 몰랐을 뿐이오. 무림에서는 상대의 실력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윤이 담담하게 하는 말을 듣고 현성은 자신이 자만했음을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언제부터 그랬던 걸까?

현진이 일 때문에 청성파를 떠난 이후부터였다. 이대제자 중에서는 현성이 제일 강했다. 그만큼 검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만하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되자 현성은 허탈하니 웃음이 나왔다. 이런 주제에 누구와 싸우겠다고.

현성은 조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가르침, 고맙소.”

조윤은 말없이 인사를 받았다. 비무 전에는 그런 모습이 오만하게 보였었다. 또한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편견 없이 조윤을 바르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고 다시 도전을 하겠소.”

현성은 그렇게 말하고 현교와 함께 자리를 떴다.

* * *

 

아미파로 가면서 조윤은 옥승진인이 전해준 무위에 대해서 맹추삼에게 물었다. 맹추삼이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단서를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추삼은 파열신권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전해준 파열신권은 하루도 되지 않아서 깨우쳤으면서 옥승진인이 가르쳐준 건 바로 깨우치지 못하니 화가 난 것이다.

나중에야 그걸 안 조윤이 화제를 돌리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맹추삼은 파열신권의 상승경지에 대해서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계속 설명을 하고 시범까지 보였다. 그러다 붙잡고 대련까지 하니 아미파에 도착하는 날짜가 자꾸 늦어졌다. 결국 아미산에 도착했을 때는 예정했던 날보다 사흘이나 지나서였다.

한참을 산을 오르자 아미파의 정문이 보였다. 조윤은 당황학을 따라 이곳에 왔던 생각이 나자 감회가 새로웠다.

비무를 하기 위해 찾아왔던 것이 엊그제 같건만 이미 몇 년이나 지났다. 조윤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강기를 쓸 정도로 무공이 강해졌다.

안으로 들어서자 아미파의 제자들이 낙소문과 이화를 반갑게 맞았다. 시간이 늦어 그날은 객방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명이 찾아왔다.

“장문인께서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알겠습니다.”

아명을 따라가자 방 안에 세 명의 늙은 비구니가 앉아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작은 체구의 비구니가 인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가 바로 아미파의 장문인인 정인사태였다. 좌측에 있는 비구니는 정인사태의 사매인 정미사태였고, 우측에 앉아있는 비구니는 막내인 정절사태였다. 세인들은 그녀들을 보고 아미삼절이라고 불렀다.

서로 인사가 오갔다. 그러다 맹추삼이 이름을 밝히자 정절사태가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시주께서 권왕이라 불렸던 그분이란 말입니까?”

“그렇소. 이제 기억이 나오?”

“이런……. 세월이 너무 흘러 몰라봤습니다. 실례를 범했군요.”

“하하. 아니오. 실례라니 당치도 않소.”

두 사람은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맹추삼이 한창 명성을 떨칠 때였다. 십 년도 더 되었으나 정절사태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반가움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간간히 정인사태와 정미사태가 끼어들어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멀뚱멀뚱 앉아있어야만 했지만 맹추삼과 아미삼절이 나누는 옛날이야기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후후. 이리 이야기를 하다간 날이 샐지도 모르겠군요.”

정절사태가 그리 말하자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한데 이리 찾아오신 연유가 궁금하군요. 옛 사람을 보러 온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맞소. 실은 이번에 제자를 하나 들였소.”

“제자라 하면 혹시 저 젊은인가요?”

정절사태가 조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맹추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마교의 수중뇌옥에 갇혀 있는 걸 저 녀석이 꺼내줬다오. 게다가 망가진 단전까지 고쳐줬지.”

“호오……. 의룡에 대한 소문은 저도 들었습니다. 성정이 곧고 의술이 뛰어나서 많은 선의를 베푼다고 하더군요.”

“과찬입니다.”

조윤의 말에 정절사태가 인자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한 번 만난 적이 있지?”

“네. 칠 년쯤 전에 사부님과 함께 왔었습니다.”

“당 시주의 일은 들었다.”

“네.”

“이리 가까이 와보아라.”

조윤이 다가가자 정절사태가 유심히 살펴보다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상이 좋아졌구나.”

“네?”

“혹시 내가 그때 당 시주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아니요.”

“네 상은 영웅의 상이다. 하지만 영웅은 난세에 나는 법. 어쩔 수 없이 피를 흘려야 한다. 백 명을 죽여 만 명을 이롭게 하는 것이 영웅이 아니더냐? 한데 너에게는 살(殺)이 없었다. 그게 이상하다 생각되었었는데 이제야 알겠구나. 호북에서 전염병을 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 어쩌다 보니 그랬어요.”

“겸손하구나. 당시에 내가 똑같은 말을 당 시주에게 했었다. 한데 그는 가볍게 여기며 웃었었다. 네가 이리 의술로 이름을 알리게 될 줄 몰랐던 게지.”

“그건 저도 몰랐는걸요.”

조윤의 말에 정절사태가 웃으면서 맹추삼을 봤다.

“좋은 제자를 두셨습니다.”

“허허. 나도 그리 생각하오. 덕분에 말년이 편안하다오.”

“하면 제자 자랑을 하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아니오. 그게 아니라 이 녀석이 저기 저 아이와 혼인을 한다는군. 그래서 이곳에 간다기에 옛 생각이 나서 함께 온 것이오.”

맹추삼의 설명을 듣고 정절사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낙소문을 보며 말했다.

“잘 생각했구나. 혼인은 언제 할 생각이냐?”

“새해에 할 예정입니다.”

“그래. 별일이 없다면 참석을 하마.”

“고맙습니다. 사백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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