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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7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75화

제10장 첫인상 (3)

 

 

마지막으로 건으로 머리를 틀어 올려 묶으니 누가 봐도 헌앙했다.

 

낙소문 역시 백색의 궁장을 몇 겹이나 덧대어 입고 머리에 올려 비녀를 세 개나 꽂았다. 그럼에도 검을 놓고 다닐 수가 없어 허리 뒤로 비스듬하니 찼다. 한데 그게 또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을 본 일행들은 입을 헤 벌렸다. 객잔 안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하다 말고 두 사람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멋지구나. 내 젊었을 때를 보는 것 같아. 클클.”

 

맹추삼이 하는 말에 이화가 웃었다. 그러다 맹추삼이 인상을 살짝 쓰자 급히 입을 가렸다.

 

“사부님도 멋있으세요.”

 

옷이 날개라더니 정말 그랬다. 맹추삼은 평소 허름한 옷차림을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비단옷을 입고 장포를 두르니 위엄이 느껴졌다. 다만 이화는 워낙에 뚱뚱해서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었다.

 

“가시죠.”

 

“그러자꾸나.”

 

그들이 몰려가자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봤다. 조윤이나 낙소문은 익숙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걸었다.

 

“저기예요.”

 

낙소문이 가리킨 곳을 보니 소화표국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보아하니 낙소문의 이름과 동생인 낙화영의 이름을 하나씩 따서 지은 것 같았다. 그것만 봐도 아버님이 얼마나 두 사람을 생각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윤은 심하게 긴장이 되었다. 그걸 알아챈 이화가 키득댔다.

 

“왜? 긴장 돼?”

 

“에? 예. 약간요.”

 

“긴장하지 마. 천하의 조윤이잖아. 오히려 소문의 부모님들이 달려와서 맞이해야지.”

 

“하하.”

 

조윤은 웃으면서 소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표국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넓은 공터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공을 연공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곳의 표사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이쪽을 보다가 낙소문을 알아보고는 후다닥 달려왔다.

 

“아가씨!”

 

“아, 정 아저씨.”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네. 오랜만이네요.”

 

“우와. 너무 예쁘셔서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낙소문을 보고 환하게 웃던 사내가 조윤을 보고는 흠칫했다. 심하게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아버님은요?”

 

“안에 계십니다. 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가 앞장서자 낙소문과 일행이 뒤를 따라갔다. 문을 지나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건물에 중년 사내가 서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낙소문의 아버지인 낙명호였다.

 

“아버님!”

 

“응?”

 

낙소문이 부르는 목소리에 낙명호가 돌아봤다. 처음에는 낙소문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던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소문이구나!”

 

낙명호는 체면도 잊고 달려와 딸을 어루만졌다. 낙소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어떻게 지냈느냐?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고?”

 

“아버님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서 왔어요.”

 

“나한테?”

 

낙명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조윤에게 향했다. 그러자 조윤이 정중하게 포권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제 사부님이십니다.”

 

“맹추삼이오.”

 

“나는 낙명호라고 하오. 날이 추우니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오. 들어가서 이야기를 합시다.”

 

낙명호를 따라 전부 안으로 들어가자 시녀가 차를 내왔다. 그녀 역시 낙소문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곧 낙소문의 어머니인 유영영이 왔다.

 

“소문아.”

 

“어머니.”

 

유영영은 낙소문처럼 키가 크고 늘씬한 체형의 미인이었다. 불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미모가 돋보였다.

 

“아이고, 이것아.”

 

오랜만에 상봉한 모녀는 서로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낙소문과 함께 온 일행이 있는 것을 깨닫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합니다. 하도 오랜만에 만난 딸아이라서.”

 

“아버님. 어머니.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저와 혼인할 사람이에요.”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조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낙명호와 유영영을 보니 놀란 눈으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 * *

 

낙명호가 조윤을 뜯어봤다. 그런 시선에는 마땅찮은 기색이 가득했다. 유영영은 차를 마시며 안 보는 척 조윤을 살폈다.

 

“몇 년 만에 돌아온 딸아이가 사윗감을 데려오다니, 전혀 생각을 못했던 터라 결례를 했소.”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험! 그럼 그러지. 나이가 어떻게 되나?”

 

‘시작됐구나.’

 

조윤은 정신을 바짝 차리며 대답했다.

 

“올해 약관입니다. 곧 스물하나가 됩니다.”

 

“어리군. 성이 단목이면 혹시 당문의 가신가문이었던 단목세가 사람인가?”

 

“네.”

 

“거긴 이미 멸문한 걸로 아는데. 흠, 소문과는 어떻게 만났나?”

 

“어렸을 때 사부님을 따라 아미파에 갔다가 처음 만났습니다.”

 

“그럼 그때부터 소문을 노렸다는 건가?”

 

“네? 아, 아닙니다. 처음 본 것이 그때고 이후 만나질 못했습니다.”

 

“음. 그렇군.”

 

흥분했던 것이 무안한지 낙명호가 차를 마셨다. 그러자 유영영이 부드럽게 그의 손을 잡고 한 번 다독이고는 조윤을 봤다.

 

“이해하게. 이이가 워낙에 당황해서 그런 것이니. 일단 먼 길 왔으니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나?”

 

“알겠습니다.”

 

조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함께 가려던 낙소문을 유영영이 붙잡았다.

 

“너는 이 어미를 두고 어디를 가려는 게냐?”

 

낙소문이 당황하며 조윤을 봤다. 그러자 조윤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났으니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갈게요.”

 

“응.”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아까 차를 내왔던 시녀가 객방으로 안내를 했다. 방에 들어간 조윤은 침상에 털썩 앉으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이 다 났다. 금공과 겨룰 때도 이렇게까지 긴장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아까 표사들이 연공을 하던 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들이 조윤을 보고 뭐라고 쑥덕거렸다. 멀어서 안 들릴 거라 생각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 들렸다. 조윤은 안 듣는 척하면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윤이 낙소문과 혼인을 하러 왔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만가장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왔다. 그곳의 장남이 개차반인데 낙소문의 동생인 낙화영을 데려가기 위해서 자꾸 찾아온다는 거다. 최근에는 만가장의 힘을 이용해서 소화표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으나 조윤이 개입할 일은 아니었다. 이에 조윤은 그곳을 지나쳤다. 그러다 눈앞에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깡충거리면서 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

 

“오랜만이구나.”

 

“누구…… 아! 조윤 공자시구나. 우와. 이렇게 차려입고 있으니까 못 알아보겠어요.”

 

“잘 지냈어?”

 

“그럼요. 그런데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어요? 혹시 언니랑 같이 왔어요?”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새치름하게 뜨며 쳐다봤다.

 

“언니하고 혼인하려고?”

 

“하하. 그렇게 되었다.”

 

“와아, 정말이에요?”

 

“응.”

 

“정말 잘되었네요! 나도 이제 형부가 생기는 거군요.”

 

낙화영이 갑자기 조윤의 손을 덥석 잡고 방방 뛰었다. 옛날부터 느낀 거지만 참 활기차다. 이에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 누군가가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낙화영이 상대를 확인하더니 쪼르르 조윤의 뒤로 와서 숨었다.

 

조윤이 보니 비단 옷에 보기에도 화려해 보이는 검을 차고 화가 난 듯 씩씩대는 사내가 있었다. 그의 옆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서 있었다.

 

처음 보지만 조윤은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아까 표사들이 욕을 하던 만가장의 장남이 그일 것이다. 옆에 있는 사내는 호위무사일 테고.

 

“낙 소저! 그자는 누구요? 누군데 그렇게 손을 잡고 있는 거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나는 만가장의 만국위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

 

조윤이 무시하듯이 이야기를 하자 그의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관여하지 않으려 했건만 이러면 어쩔 수가 없었다. 건드리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리 살기를 내보이는데 물러설 수는 없었다.

 

조윤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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