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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7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74화

제10장 첫인상 (2)

 

 

“이놈 봐라. 뭔가 깨달음이 있었구나.”

 

“옥승 사부님께 하나 배웠습니다.”

 

“어디 얼마나 배웠는지 보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조윤에게 막혀 있던 주먹에서 기파가 터져 나왔다. 파열신권이었다.

 

조윤이 놀라서 재빨리 손을 떼고 물러났다. 그러자 맹추삼이 연속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어떤 것은 빠르고 어떤 것은 느렸다. 일정하게 빠르거나 아니면 점차적으로 빨라진다면 막아내기가 쉬웠다. 보통은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한다.

 

그런데 맹추삼의 공격은 그 차이가 급격했다. 그래서 어떤 것이 허수(虛手)고 어떤 것이 실수(實手)인지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결국 조윤은 전부 막아내거나 피해야만 했다.

 

“배운 게 그것밖에 안 되더냐?”

 

“사부님이 강한 거라고요!”

 

조윤이 전한 건 반 갑자였다. 그런데 그걸 운용해서 쓰는 것이 하도 절묘하다 보니 이 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지닌 조윤이 계속 밀리고 있었다. 더구나 좁은 방 안이라서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놈! 빈틈이 많다! 하압!”

 

쾅!

 

“큭!”

 

팔을 겹쳐서 막고 기운까지 둘렀는데 찌릿하니 충격이 오면서 몸이 붕 떴다. 그리고 방문을 부수며 밖으로 튕겨졌다.

 

땅에 내려서자마자 자세를 잡으려는데 어느새 맹추삼이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파팡!

 

막아내는 팔이 확확 튕겨나갔다. 그 때문에 가슴이 드러나자 맹추삼이 주먹을 세워서 쭉 질러왔다.

 

하지만 조윤의 팔이 이미 거기에 와 있었다. 옥승진인에게 배운 무위였다.

 

쾅!

 

맹추삼의 주먹을 막은 자세 그대로 조윤이 뒤로 주르륵 밀려 담벼락에 등을 부딪쳤다.

 

“제법이로구나. 하지만…….”

 

십 년 만에 써보는 내공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흥이 오른 맹추삼이 재차 조윤을 공격하려고 할 때였다.

 

“할아버지!”

 

* * *

 

옆에서 뾰족한 외침이 들려오자 맹추삼이 멈칫하면서 그쪽을 봤다. 거기에는 육예가 화가 난 표정으로 허리에 척하니 손을 걸치고 있었다. 보아하니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낼 것 같았다.

 

이 집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바로 육예였다. 그녀의 오라비인 대호는 물론이고 공소를 비롯한 단목세가의 생존자들, 그리고 손님으로 와 있는 주인학이나 이화까지도 전부 그녀를 아끼면서도 무서워했다. 그리고 그건 맹추삼도 마찬가지였다.

 

“왜…… 왜 그러느냐?”

 

“문을 이렇게 부숴놓으면 어떻게 해요?”

 

“아니, 이건 말이다.”

 

“당장 고쳐놓으세요. 안 그럼 저녁은 없어요.”

 

“알았다. 내 금방 고쳐놓으마.”

 

맹추삼은 조윤과 좀 더 겨루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누르면서 눈짓으로 주인학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맹 어르신. 단전을 치료하셨군요.”

 

“그건 아니고. 일단 문부터 고치세나.”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주인학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조윤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부서진 단전은 고치지 못할 것 같았다. 이곳에 온 것도 사실 갈 곳이 없어서였다.

 

조윤이 역병을 막아냈다는 소문을 듣고 약간의 희망을 가지기는 했으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데 이제는 아니었다.

 

그는 애써 감추고 있었으나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방금 맹추삼이 내공을 써서 싸우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자신도 이제 내공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짜릿한 희열이 일었다.

 

“오라버니!”

 

육예가 조윤에게 달려가 안겼다. 정말 오랜만에 안겨보는 품이었다.

 

“잘 지냈어?”

 

“왜 이렇게 안 왔어요?”

 

“호북에 좀 갔다 왔어.”

 

“훗! 이야기 들었어요. 요즘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전부 오라버니 이야기만 해요.”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육예를 보자 조윤은 마음이 즐거웠다.

 

잠시 후 대호와 공소 등 단목세가의 생존자들이 모두 왔다. 그들은 조윤을 보고 반가워하며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풍성하게 음식이 차려졌다. 평소에는 고기를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돈을 관리하는 육예가 하도 까다로워서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늘 채소만 먹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고기는 물론이고 술까지 사 왔다.

 

“이야. 오라비가 오랜만에 왔다고 육예가 선심을 팍팍 쓰는구나.”

 

“가주님. 제발 자주 좀 오십시오. 그래야 이렇게 기름기 있는 음식을 좀 먹어봅니다.”

 

“흥! 고기 먹고 싶으면 돈을 많이 벌어 오셔야죠. 왜 오라버니더러 오라고 하세요?”

 

“그런가?”

 

“하하하하.”

 

다들 웃고 즐기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묻고 이야기했다. 평소 술을 잘 안 마시던 사람들도 오늘은 다들 술잔을 비웠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조윤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단목세가를 재건할까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림세가가 아닌 의가로서 재건을 할 겁니다.”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가면 어떻고 의가면 어떤가?

 

그들에게는 단목세가가 재건된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이제 다시 일할 곳이, 쉴 곳이 생긴다. 또한 가족처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거면 된 것이다.

 

“지금 계획으로는 신년이 오기 전에 할 예정입니다. 자리가 정해지는 대로 옮겨 갈 거고 자금은 당 가주님이 전적으로 다 대주기로 했습니다.”

 

“오…….”

 

“역시 당 가주님이로군.”

 

“이제 남은 건 함께할 사람들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를 따라 함께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일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이런 날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아시잖습니까?”

 

그가 울먹이면서 말하자 공소가 어깨를 다독여줬다. 다른 사람들도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슬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기뻐서 그런 것이었다.

 

“사부님도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마. 말년에 제자 덕 좀 보게 생겼구나.”

 

“주 대협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해? 당연히 함께 지내야지. 안 그러겠다고 하면 저놈 단전은 고쳐주지 말거라.”

 

“하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맹 어르신. 안 된다고 해도 제가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맹추삼의 농담을 웃으면서 받아친 주인학이 조윤을 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쓸모가 없을 지라도 내치지 말고 받아줬으면 하오. 단목 공자.”

 

“물론입니다.”

 

“하면 이제 가주님이라 불러야겠군.”

 

주인학이 승낙을 하자 조윤은 흑묘를 봤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건 이제 이화뿐이었다.

 

“이화 누이.”

 

“한동안은 함께 있을게.”

 

“잘 생각하셨습니다.”

 

조윤이 기뻐하면서 말하자 이화도 미소를 지었다. 그때 공소가 잔을 높이 들면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다 함께 건배합시다. 오늘은 아주 뜻 깊은 날이니 가주님께서 멋지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조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친 후에 외쳤다.

 

“의가로 재건될 단목세가와 여기에 있는 모든 분들의 앞날을 위해서!”

 

“건배!”

 

“와아아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 마음 한뜻이 되어 잔을 비웠다. 그걸 보며 조윤은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 * *

 

다음 날 조윤은 주인학을 치료했다. 그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윤은 그의 경공술을 익혔다. 그러니 그는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치료를 해주는 것이 당연했다.

 

이후로도 조윤은 계속 거기에서 지냈다. 그러면서 맹추삼과 주인학을 치료하는 한편 단목세가를 재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람들과 논의 끝에 성도 근처의 현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예전에 단목세가가 있던 곳으로 가자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조윤이 거절했다.

 

그리로 가면 싫든 좋든 옛 추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럼 어머니는 물론이고 이들도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예 새롭게 시작하기를 바랐다.

 

공소가 두 사람을 데리고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괜찮은 장원이 있으면 그걸 사들이거나 아니면 새로 지어야 했다.

 

조윤은 틈틈이 방소교, 당예상과 함께 의술을 어떻게 전할지에 대해 의논을 했다. 그리고 환자를 받고 필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며칠이 순식간에 지났다. 맹추삼과 주인학이 안정적으로 단전을 치료하는 것을 확인한 조윤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맹추삼과 이화, 그리고 낙소문과 함께 아미파로 향했다.

 

가면서 낙소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표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조용한 성격의 안주인이라고 했다. 자녀는 그녀와 동생인 낙화영밖에 없었다.

 

아미산 인근에 있는 아안(雅安)현에 들어서자 낙소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알아챈 조윤이 이유를 물었다.

 

“혼인을 할 남자와 이렇게 오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아버님이 많이 놀라실 거예요.”

 

“안 된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지?”

 

“설마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는 자리였다. 더구나 그 자리에서 딸을 달라고 해야 했다.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었다.

 

조윤은 일단 객잔에 들렀다. 그리고 다 함께 가서 갈아입을 옷을 사 왔다.

 

조윤은 백색무복에 끝단에 털이 북슬북슬한 포를 두르고 빙백신검을 허리에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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