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73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73화
제10장 첫인상 (1)
조윤에게 설명을 들은 당효주는 힐끗 낙소문을 봤다. 두 사람 사이가 심상찮다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당수백이 찾아와서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당효주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조윤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 괜찮아요. 소문 언니라면 좋아요.”
당효주가 낙소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낙소문이 조금 당황했으나 곧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앞으로 잘해 봐요.”
“내가 할 말인데.”
두 사람이 웃었다. 그걸 지켜보던 조윤은 기분이 좋았다. 반대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당효주가 대견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럼 함께 사부님께 갈까? 소문은 한 번도 못 봤지? 가서 인사드리자.”
“네. 그래요.”
“어? 왜 갑자기 존대를 해?”
“이제 지아비가 될 텐데 계속 평대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으나 뭐 어떠랴 싶었다. 조윤은 뭐든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럼 그렇게 해. 가자.”
별채를 나서자 이화와 흑묘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을 따라 당문을 나섰다.
맹추삼이 기거하는 곳은 놀랍게도 예전에 당효주가 숨어서 지냈던 빈민촌이었다.
“사부님!”
조윤이 맹추삼을 불렀다. 평상에 앉아 하품을 하던 맹추삼이 그런 조윤을 보고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곧 심드렁하게 타박을 했다.
“뭐 하다 이제야 오냐? 이놈아.”
“일이 좀 있었습니다.”
“사부는 이런 곳에서 썩은 냄새 맡고 지내는데 호의호식하니까 좋더냐?”
“하하. 그게 아닙니다. 사부님.”
“이화한테 듣기는 들었다. 역병을 막았다지?”
“네. 그래서 빨리 올 수가 없었습니다.”
“수고했다. 솔직히 네가 내 제자라는 것이 자랑스럽구나.”
맹추삼이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장작더미를 등에 메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수중뇌옥에서 한 번 봤던 형산비조 주인학이었다. 금공에게 쫓길 때 그의 독문절기인 수상비표가 도움이 많이 되었었다. 아마 그걸 익히지 않았더라면 금공에게 끌려가 어떤 꼴을 당했을지 모른다.
“아, 왔구나. 오랜만이다.”
“그때 뵙고 다시 보는군요.”
“하하. 이쪽으로 앉아라. 나무가 떨어져서 땔감을 해 오는 길이었다.”
“건강해 보여서 좋습니다. 한데 어찌 여기에 계신 겁니까?”
“그때 네가 마교의 주의를 끌어준 덕분에 그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가 있었다.”
“다른 분들도 무사히 빠져나갔나요?”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전부 뿔뿔이 흩어져서 움직였었다.”
“그랬군요.”
“이후에 형산파에 갔었다. 많은 것이 변했더구나. 사부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사형 중 한 명이 장문인이 되어 있었다. 나를 아끼던 사형들은 모두 쫓겨나거나 죽었고. 하하.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거기에 머물렀을 텐데 나는 혼자였다. 그래서 이리로 온 것이다.”
주인학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했으나 씁쓸한 기색마저 숨기지는 못했다. 그걸 사람들이 알아채자 그가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거 아느냐? 네가 늦는다고 그동안 맹 어르신의 투정이 굉장히 심했었다.”
“이놈!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투정이라니!”
“하하. 알겠습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이화 소저. 좀 말려주십시오.”
“주 오라버니가 잘못했네요. 당해도 싸요.”
“거봐라. 이놈아.”
세 사람이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니 조윤은 절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사부님. 소개해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 소저 말이냐?”
맹추삼이 낙소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 저와 혼인을 할 사람입니다. 소문. 인사해. 사부님이셔.”
“처음 뵙겠습니다. 낙소문입니다.”
“놈, 한 명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구나. 클클.”
“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조윤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맹추삼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검을 쓸 줄 아는 것 같은데 어느 문파더냐?”
“아미파입니다.”
낙소문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맹추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정절사태를 알겠구나.”
“네. 대사백조님 되세요.”
“잘 지내느냐?”
“문 내에서 수양을 하고 계세요. 건강하시고요.”
“그래. 언제 한 번 봤으면 좋겠구나. 나이가 드니 옛 사람들이 그리워지는군.”
“이번에 가면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사부님. 그러지 말고 함께 가면 어떻습니까? 소문의 집에 들러서 허락을 받고 아미파에도 들를 예정입니다.”
조윤이 끼어들며 말하자 맹추삼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흔쾌히 대답했다.
“그도 좋겠구나.”
“단전을 치료하고 며칠 요양을 하신 후에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러거라.”
“하면 이쪽으로 오십시오. 바로 치료를 하죠. 이화 누이하고 소문은 호위를 좀 서줘.”
“응.”
“그럴게.”
두 사람의 대답을 들으면서 조윤은 맹추삼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 * *
“이쪽으로 누우세요.”
맹추삼이 바로 눕자 조윤이 그의 머리와 단전에 손을 붙였다. 그리고 내공을 운용해서 천천히 기운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맹추삼의 단전은 생각대로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그쪽으로 보낸 기운이 계속 흐르지 못하고 흩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건 금시시를 치료할 때 한 번 겪어봤었다. 이에 흩어지는 기운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자 신장과 명문혈로 조금씩 흘러가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신장은 오장 중 하나로 사람의 기운을 관장하는 곳이었다. 명문혈은 독맥 중 하나로 허리에 위치해 있었다.
단전으로 보낸 기운이 왜 흩어져서 그리로 가는지 조윤은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러다 짚이는 것이 있자 기운의 흐름을 바꿔서 명문혈로 계속 보냈다.
단전이 망가지는 바람에 독맥도 기의 흐름이 군데군데 막혀 있었다. 조윤은 천천히 그것을 모두 뚫었다. 그러면서 계속 명문혈을 살폈다.
‘그렇군. 명문혈을 단전 대신으로 하면 되겠어.’
망가진 단전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더구나 조윤이 이렇게 맹추삼을 치료하는 것보다 스스로 치료를 하는 것이 훨씬 빨랐다. 그러자면 우선 단전을 따로 하나 만들어놓고 이후에 단전을 치료하면 될 것 같았다.
중단전이나 상단전을 사용할 수도 있었으나 하단전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두 곳을 쓰는 것은 위험했다.
가끔 보면 성격이 아주 괴팍한 사람들이 있다. 뭔가를 이유로 하단전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단전이 열리면 그렇다. 상단전이 열릴 경우 헛것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단전이 먼저 열려야 중단전이나 상단전이 열려도 부작용이 없었다. 그래서 조윤은 명문혈로 단전을 대신할 생각을 한 것이다.
맹추삼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을 하나로 일치시킨 조윤은 명문혈에 기를 응축시켰다. 그리고 삼십 년의 내공을 거기에 몰아넣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것이 불가능했다.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내공을 전해준다고 해도 그것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가 없었다.
대개는 그러기 전에 기운이 서로 충돌해서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혈맥이 터져 죽는다.
그걸 알아챈 맹추삼이 크게 놀랐으나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잠시 후 손을 뗀 조윤이 운기조식을 했다.
몸을 일으킨 맹추삼은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웠다. 예전에 비하면 반의반도 안 되는 내공이었으나 십 년 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어떠세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단전의 상태를 봤는데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임시로 명문혈에 제 기운을 넣어뒀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는 사부님께서 스스로 치료하면 그만큼 회복이 빠르니까요.”
“이 정도면 반 갑자는 되겠구나.”
“네.”
“허, 어찌 부작용이 없는 거냐?”
“사부님의 기운과 제 기운을 완전히 동조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이냐?”
맹추삼이 놀라서 되물었다. 그러자 조윤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구음절맥에 걸린 소저를 치료하다가 우연찮게 알아낸 방법입니다.”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냈다고?”
“네.”
맹추삼은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게 스스로 알아진단 말인가?
지금 조윤은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고 있었다. 기운을 동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기운을 상대에게 줄 수도 있지만 상대의 기운을 자신에게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마음만 먹으면 금방 몇 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쌓을 수가 있었다.
“너는 그 이야기를 그 누구한테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가르쳐줘서도 안 된다. 알았느냐?”
“왜 그러십니까?”
“누군가가 만약 그러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내공을 계속 흡수한다고 생각해봐라. 어떻게 되겠느냐?”
“아, 그렇군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 사실을 알면 기를 쓰고 네게서 방법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실 할 수는 있어도 저도 방법을 모릅니다. 가르쳐줄 자신도 없고요.”
“허허. 어찌 이리 아둔한 녀석이 그런 기연을 얻었을꼬.”
“아둔하다니요. 사부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섭섭합니다.”
“섭섭하면 어쩔 테냐? 내게 준 내공을 다시 뺏어갈 테냐?”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조윤이 손바닥을 탁 치면서 말하자 맹추삼이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려고 했다. 순간 조윤의 손이 앞에서 막았다.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에 맹추삼은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