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7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71화
제9장 대의 (2)
조윤은 그녀의 뺨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고 말캉한 혀가 감겨왔다. 잠시 그걸 음미하던 조윤이 입을 떼고 말했다.
“혼인하자.”
“응.”
낙소문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런 낙소문을 보며 조윤은 갈등을 끝냈다.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효주와 함께 해도 괜찮겠어?”
“응.”
또다시 환하게 웃는 낙소문을 조윤이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
“나도.”
그날 저녁 조윤은 바로 옥승진인을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옥승진인은 웃으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뭐든 네 뜻대로 해라. 이 사부가 항상 뒤에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예!”
“허허. 이제야 얼굴이 좀 나아졌구나.”
“사부님 덕분입니다.”
“하면 내일 떠날 것이냐?”
“네.”
조윤이 힘차게 대답하자 옥승진인이 웃으면서 어깨를 다독여줬다.
다음 날 아침 조윤은 낙소문과 함께 무당파를 나섰다. 방소교와 당예상도 함께였다.
“가자.”
조윤이 앞장서자 세 여인이 뒤따라 걸었다.
가면서 조윤은 여행명소가 있으면 한 번씩 들렀다. 어디의 경치가 유명하다고 하면 가서 구경을 했고, 어디가 음식이 괜찮다고 하면 그리로 가서 식사를 했다. 그러니 마치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다.
낙소문과 방소교, 당예상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반기며 좋아했다. 그런 조윤에게 부러움과 시샘의 눈초리가 가끔 따라붙었다.
늘씬한 미녀 세 명이 함께 다니니 그걸 보는 사내들 입장에서는 부럽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도 했다.
하지만 감히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또 하나, 예전보다 훨씬 조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객잔에서 식사를 먹었는데 이미 값이 치러진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은혜를 입었던 사람이 계산을 했다고 한다.
또는 상점주인이 팔던 물건을 마구 안기기도 했다. 조카가 무슨 문파의 제자인데 덕분에 살았다면서 말이다.
조윤은 그런 일을 몇 번 당하자 약간 당황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준다는 것만큼이나 기쁜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사천의 당문으로 가면서 조윤은 당수백에게 서찰을 보냈다. 낙소문과 혼인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답장은 사천에 들어섰을 때 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얼굴을 보고 하자고 적혀 있었다.
* * *
사천에 도착해서도 조윤은 느긋하게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움직였다. 그러느라 당문에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많이 걸렸다.
“오라버니!”
조윤이 도착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당효주가 정문 앞에 나와 있었다. 그러다 조윤을 보고는 달려와서 손을 덥석 잡으며 기뻐했다.
“오셨군요.”
“잘 지냈어?”
조윤은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녀는 그 손길을 즐기다가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소문 언니랑 예상 언니도 왔네요.”
“응.”
“오랜만이야.”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당효주의 시선이 방소교에게 향했다. 그러자 방소교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방소교라고 해요. 조윤 스승님에게 의술을 배우고 있어요.”
“아, 제자를 받으셨군요.”
“그렇게 됐어.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자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미인들이 네 명이나 함께 다니니 그럴 만도 했다.
조윤은 약간 어깨가 우쭐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곧장 당수백을 만나러 갔다. 그는 대청에 있었다. 제갈지인도 함께였다. 아마도 조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녀왔습니다. 가주님.”
“오, 왔군.”
“어서 오너라.”
당수백과 제갈지인이 조윤을 반갑게 맞았다. 낙소문과 당예상, 그리고 방소교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이후에 당수백이 자리를 권하자 둥그런 탁자에 다 함께 둘러앉았다.
“네 소식은 익히 듣고 있었다. 역병을 막았다지? 세인들이 너를 칭송하는 말이 여기에까지 들려오더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운으로 역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 네 의술이 그리 뛰어난 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장하구나.”
제갈지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조윤에게 말했다. 그녀는 정말로 조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고마웠다. 그녀의 친정은 제갈세가였기 때문이다.
“혜민이 네 덕에 목숨을 구했다지?”
“네? 아, 네. 알고 계셨습니까?”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단다. 그 아이의 말에 의원들이 분기해서 일어났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역병은 이 시대에 재앙과 같았다. 그걸 조윤이 막은 것이다.
지금 조윤의 명성은 호북뿐만이 아니라 천하로 퍼져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사천에서만 천하오대신의가 아닌 천하육대신의라고 해야 한다는 말이 돌았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태삼목이 섬서에서 역병을 막아내고 의선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것처럼 조윤 역시 그랬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조윤 이야기였고, 과연 태삼목과 비교해서 누가 더 뛰어날지 말이 오갔다.
당문으로 오면서 그러한 걸 적지 않게 실감을 했기에 조윤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후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가 계속되었다.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오늘은 이쯤하고 내일 다시 보자꾸나.”
당수백의 그리 말하자 조윤은 인사를 하고 다 함께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당효주가 지내는 별채로 향했다.
그곳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조윤이 머물던 방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침상에 누워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조윤.”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화 누이였다. 일어나서 문을 열자 이화와 흑묘가 함께 있었다.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오는 길이야.”
“주인님을 뵈어요.”
“들어와.”
조윤이 자리를 권하자 두 사람이 앉았다.
“네 소문이 여기까지 돌았어. 정말 대단하던데.”
“저도 들었어요. 주인님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두 사람이 호들갑을 떨며 하는 말에 조윤은 웃음이 나왔다. 이화는 여전히 뚱뚱했다. 흑묘는 조금 수척해진 것 같았는데 얼굴은 좋아 보였다.
“두 사람도 잘 지낸 것 같네.”
“말도 마. 맹 어르신 때문에 요즘 고달파.”
“아, 맞다. 사부님이 여기에 계시지? 어디에서 머물고 계셔?”
“밖에 거처를 마련했어.”
“그래?”
“처음에 날 찾아왔을 때는 깜짝 놀랐어.”
이화가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거지꼴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찾아와서 조윤의 스승이라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깨물었더니 화를 내면서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이후로도 맹추삼은 그녀만 보면 괴롭히려고 했다. 그러다 급격하게 가깝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하루는 이화가 무공수련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맹추삼이 혀를 차며 조금 교정을 해줬다.
그저 말 몇 마디였으나 이화는 그동안 막혀 있던 것이 뻥 뚫리면서 한 단계 더 실력이 올랐다. 그제야 이화는 권왕이 누군지 자세히 알아보고는 적지 않게 놀랐다.
그는 한때 옥승진인에 견줄 정도의 실력자였다.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옥승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이화는 맹추삼에 대해서 당수백이 알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곧바로 밖에 거처를 정하고 거기에서 맹추삼이 기거하게 했다.
“잘했어.”
“덕분에 나도 무공이 많이 늘었어. 나중에 한번 보여줄게.”
이화가 승부욕이 이는지 투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조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무공이 늘었다지만 조윤보다는 한참 아래였다. 그래서 마치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효주와 곧 혼인할 거지?”
“응. 소문하고도 할 거야.”
“뭐?”
이화가 놀라서 입을 헤 벌리다가 흑묘를 봤다. 그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당 가주가 허락했어?”
“할 거야.”
“뭘 믿고 그렇게 장담하는 거야?”
“내 가치.”
“응?”
조윤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하는 말을 이화나 흑묘는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치라니,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
“두고 보면 알아.”
조윤은 그 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