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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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9화
제8장 해소 (3)
“위험하지 않은 거냐?”
“주의하면 괜찮지만 자칫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자 약교연은 약간 갈등이 되었다. 그러나 곧 허락을 했다. 조윤이 옆에 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네 뜻대로 해라.”
“어머니!”
금시시가 약교연에게 매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자 금경삼이 부들부들 떨며 약교연을 봤다.
“괜찮아요. 상공. 조윤이 항상 곁에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시시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 게다가 태희를 생각해서 나나 상공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려는 거잖아요. 화를 내지 마시고 칭찬해주세요.”
“음…… 알았소. 내 생각이 짧았군.”
약교연의 말에 설득을 당한 금경삼은 금시시를 봤다.
“언니를 잘 보살펴주어라. 대신에 항상 조심하고.”
“네. 그럴게요.”
금시시가 금경삼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금경삼이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한 명 남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엽에게 향했다. 그가 움찔하며 눈을 피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무언의 강요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금경삼이 두드려 패서 시켰을 것이다. 정엽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자진해서 나섰다.
* * *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다. 방소교와 금시시, 정엽은 제갈운강과 팽종조, 화소미가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했다. 환자들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구토와 설사를 한 걸 치우고, 때가 되면 준비해놓은 물을 먹였다.
조윤은 삼백 명을 진맥했다. 그들은 역병이 도는 걸 알고도 남은 사람들이었다. 조윤이 감염 여부를 봐준다고 하자 전부 순순히 응했다.
그중에는 마교의 장로인 독룡쌍월 이정방, 천산일권 노웅, 그리고 잔혹마인 금공도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러네요.”
“그때는 감쪽같이 나를 속였더구나.”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태희에게 용음성을 배웠다지?”
“네.”
대답을 하면서 조윤은 진맥을 했다. 내공이 웅후하고 기운 찬 것이 느껴졌다. 맥도 정상이었다. 다만 간이 좀 안 좋은 것 같았다.
“혹시 술을 좋아하십니까?”
“사내라면 당연한 일 아니더냐?”
“줄이십시오. 끊던가.”
“뭐라?”
“간이 안 좋으세요. 계속 술을 즐기시면 곧 간경화가 올 겁니다.”
“간경화?”
“간이 딴딴하게 굳는 병을 말합니다.”
“그럼 죽는 거냐?”
“바로 죽지는 않습니다. 제때에 치료를 하면 살고요. 하지만 성기능이 저하됩니다.”
“성기능? 혹시 계집을 안을 수 없다는 거냐?”
“네.”
“음, 그건 좀 곤란하구나.”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술 줄이세요. 끊으시던가. 몸을 혹사하지도 마시고요.”
“알았다. 그리하마.”
“됐습니다. 감염증상은 없습니다.”
“하나만 묻자.”
이정말의 말에 조윤이 그를 봤다.
“옥승의 제자라지?”
“네.”
“내 제자가 될 생각이 없느냐? 그때의 제안은 진심이었다.”
“마음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부님이 두 분이나 있습니다.”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나한테 오너라.”
조윤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으로 진맥을 한 사람은 노웅이었다. 그는 조윤이 이것저것 묻는 것에만 대답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됐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그는 어디에 있느냐?”
“네?”
뜬금없이 묻는 말에 조윤이 그를 봤다. 그러자 노웅이 약간의 분노가 담긴 눈으로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맹추삼 말이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에게 파열신권을 배웠느냐?”
“네.”
조윤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주먹을 뻗어왔다. 그러나 미처 다 뻗기도 전에 조윤의 주먹이 먼저 그의 얼굴 앞에 도달해 있었다.
후웅!
조윤은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주먹을 멈췄다. 노웅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란 눈으로 조윤을 쳐다봤다.
죽일 생각이 없었다지만 기세는 충분히 품고 있었다. 더구나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한데도 조윤의 주먹이 먼저 와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맹추삼에게 제대로 배웠구나.”
“운이 좋았죠. 다음에는 조심해주세요. 하마터면 머리를 날릴 뻔했어요.”
조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말에 가시가 있었다.
노웅은 섬뜩함을 느꼈다. 맹추삼에게 파열신권을 배웠다고 하니 한 번 겨뤄보고 싶었다. 방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붙으면 질 것 같았다. 이상하게 느낌이 그랬다.
‘내가 겁을 먹은 건가?’
사실이었으나 노웅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보자.”
“네.”
이번에는 금공이 들어왔다. 조윤이 진맥을 해 보니 그도 감염은 안 된 것 같았다. 다만 예전에 자신에게 당한 어깨가 아직 안 나았다.
“많이 불편해 보이는군요.”
“네 녀석도 그리 보이는구나.”
조윤과 금공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그날의 대결이 떠오르자 두 사람 다 피가 끓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있었다. 더구나 부상이 아직 안 나았다.
“이상 없어요. 어깨는 치료가 잘되었네요. 다행입니다.”
“너도 다행이로구나. 죽거나 어깨를 영영 못 쓸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언제고 다시 한 번 붙자꾸나.”
“사양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보이는 그 투지는 뭐냐?”
“아, 그냥 습관입니다. 아주 안 좋은.”
조윤이 천연덕스럽게 돌려 말하자 금공이 피식 웃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놈이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이긴 것도 그렇고, 무당파의 제자면서 떡하니 이렇게 마교에 와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것도 그랬다.
“고맙구나.”
금공이 들릴 듯 말 듯 말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조윤은 금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을 줄은 몰랐다.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었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 * *
달포가 지나자 살 사람들은 살고 죽을 사람들은 죽었다. 그래도 조윤이 온 덕분에 산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중에는 금태희도 있었다.
그들은 조윤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금경삼과 약교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약교연은 예전의 일까지 사과를 했다.
그렇게 모두가 기뻐할 때 그들보다 몇 배는 더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정엽이었다.
그는 지난 달포 동안 지옥을 경험했다.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겪은 덕에 꿈까지 꿨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끝이었다. 더구나 그 공로를 인정받아 금경삼이 아끼던 무공을 하나 전수해주겠다고 했다.
반면에 퀭하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고 따라온 방소교였다. 그녀는 환자들을 돌보는 내내 조윤을 관찰했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환자들이 구토하고 설사한 거 치우고, 수액을 갈거나 주사 바늘을 확인하는 등, 그게 다였다. 심지어 약 한 채도 짓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말 역병이 치료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뭐 할 거야?”
“당문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너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방소교가 조윤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한테 부탁이 있어.”
“뭔데?”
“나한테 의술을 가르쳐줘.”
“그래.”
너무나 쉽게 대답이 나오자 방소교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조윤이 거절을 하거나 아니면 약간이라도 고민을 할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쉽게 대답해?”
“의술을 배우고 싶다며? 그래서 그러라는 건데.”
“음…… 이런 말을 직접 하기는 그렇지만 난 너를 한 번 배신했었잖아.”
“배신? 아, 이자림의 책을 가지고 간 거.”
“그래.”
“괜찮아. 돌려받았으니까.”
“넌! 분하지도 않아?”
“이자림은 네 스승이었잖아. 나는 네가 그 책자를 훔쳐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 잠시 빌려간 거라 생각했어. 언제고 만나면 돌려줄 거라 여겼고, 실제로 그랬잖아.”
“하지만…….”
“그때도 말했었지? 세상에 뛰어난 의원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너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방소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윤은 둔한 것이 아니었다. 화가 안 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배려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부끄러워서 조윤을 볼 수가 없었다. 마음이 뜨거워서 참기가 힘들었다.
방소교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조윤의 옷을 붙잡고 사과를 했다.
“미안해…… 미안해…….”
조윤은 말없이 그녀를 다독여줬다. 그런 따듯한 행동에 방소교는 더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