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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6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5화

제7장 진심 (1)

 

 

드디어 수액으로 쓸 식염수가 다 만들어졌다. 소금을 이용해서 혈관으로 투입할 것 말고 마실 수 있는 물도 만들었다. 하지만 환자가 몇 명이 나올지 모르니 이걸로는 부족했다.

 

“예상 누이는 계속 이걸 만들어줘. 배율이 틀리면 안 되니까 주의해주고.”

 

“알았어.”

 

“소문이 옆에서 도와주고.”

 

“너는?”

 

“나는 지금부터 사람들을 진맥할 거야.”

 

“이제 시작이구나.”

 

“응. 이제부터 시작이야.”

 

조윤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역병을 잡지 못하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처음 발견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더라면 어땠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조윤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난 일이었다.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 그보다는 앞으로의 일이 중요했다.

 

넓은 공터로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함부로 떠드는 사람은 없었다. 이야기를 해도 소곤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심허진인을 비롯한 각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윤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조윤은 살짝 고개를 숙여 눈인사를 한 후에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심허진인이 내공을 실어 웅후하게 소리쳤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응해야 하오. 그러지 않을시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오.”

 

다소 위협적인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불평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 전에 각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이 몇 번이나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자신들의 안위는 물론 문파와 세가, 더 나아가서 호북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가 있었다. 그 심각성을 알기에 모두 평소와 달리 잔뜩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곧 사람들이 한 명씩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조윤은 들어온 사람의 상태를 살피고 몸에 이상이 없는지를 물었다. 호열자가 몸에 잠복해 있는 기간은 삼 일에서 사 일 정도였다. 이후에는 구토나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실상 그 전에 알아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조윤이 이렇게 자처하는 건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일일이 주의사항을 주기 위해서였다.

 

조윤은 하루 종일 사람들을 진맥했다. 그러면서 항상 물을 끓여 먹을 것과 주위를 깨끗이 할 것을 당부했다. 그들 중에는 자신들의 병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첫날 진맥한 사람은 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가는 진맥만 하는 데 십여 일이 넘게 걸린다.

 

다음 날 조윤은 새벽에 일어나서 사람들을 진맥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무조건 격리시켰다. 그날은 이백 명 넘게 볼 수가 있었다.

 

이후 요령이 늘은 조윤은 더 빨리 사람들을 봤다. 그러자 정확히 팔 일 만에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살펴볼 수가 있었다.

 

덕분에 녹초가 되었으나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감염자로 예상되는 사람의 수는 무려 백 명이 넘었다. 그들 중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일흔두 명이었다. 그 와중에 별채에 격리되어 있던 환자 중 세 명이 죽었다.

 

조윤은 그들이 있는 별채로 향했다. 팽종조와 제갈운강, 그리고 화소미가 그리 밝지 않은 표정으로 따라왔다.

 

별채는 경계가 삼엄했다. 혹여 탈출하려는 자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 안으로 들어가면 환자들을 전부 치료하기 전에는 나오지 못합니다. 다시 잘 생각해보십시오. 병이 옮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조윤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세 사람이 약간 긴장한 빛을 내보였으나 돌아가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따라오세요.”

 

별채 주위에 둘러진 하얀 천을 들어 올리고 조윤이 들어가자 세 사람이 뒤따라 왔다. 그 하얀 천이 경계선이었다. 안에 들어간 사람은 전염되었는지 확인을 한 후에 전신을 소독하고 옷을 불에 태워야 나올 수가 있었다.

 

조윤은 방 하나를 잡고 그 안에 세 사람이 가지고 온 장비를 올려놓았다.

 

그 방은 중간에 있어 좌우, 앞쪽에 있는 방으로 바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 방을 치료실로 정한 것이다.

 

“이걸로 코와 입을 가리세요. 앞에는 이걸 두르고요.”

 

조윤이 내민 천을 받아 세 사람이 코와 입을 가렸다. 그리고 앞에도 커다란 천을 둘렀다. 혹여 환자가 토사물이나 설사를 한 게 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장갑은 거기에 있는 걸 끼세요. 머리에도 둘러야 해요.”

 

그렇게 준비가 모두 끝나자 조윤은 그들이 할 일을 설명했다.

 

“좌측 방은 여인들만 수용을 할 겁니다. 우측 방은 남자들을 수용할 거고요. 임시로 이곳을 환자 방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곳은 감염자 방입니다. 감염자 방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곧장 환자 방으로 올 겁니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풀어주는 거요?”

 

팽종조가 물었다. 그러자 조윤이 고개를 저었다.

 

“호열자의 잠복 기간은 사흘 정도입니다. 혹시 모르니 이틀을 더 지켜본 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보냅니다.”

 

“그것만 하면 되나요?”

 

화소미가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여러분은 환자 방에서 항시 환자들을 살펴야 합니다. 토하고 설사한 걸 가져다가 처리하고, 수액이 떨어지지 않나 살펴야 하며, 때가 되면 그들에게 준비해 온 물을 먹여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죽으면 함께 처리해야 합니다.”

 

조윤이 할 일을 쭉 이야기하자 세 사람은 벌써부터 욕지기가 나오려고 했다. 그 표정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조윤이 여유 있게 말했다.

 

“긴 싸움이 될 테니 다 함께 열심히 해 봅시다.”

 

“네.”

 

마지못해 대답하는 세 사람이었다.

 

* * *

 

“우욱! 우엑!”

 

환자 한 명이 몸을 뒤틀더니 침대 옆에 놓은 통에 토를 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제갈운강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썼다.

 

일을 돕겠다고 찾아온 것이 벌써 사흘 전이었다. 그동안 그는 못 볼 거 안 볼 거 다 보면서 일을 했다. 역한 냄새 때문에 코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환자들이 토를 하고 설사를 한 걸 가져다가 처리하느라 고생했다. 이걸 잘못 처리하면 역병이 옮는다니 대충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고역이었다. 조윤이 만든 이상한 걸 몸에 꽂고도 증상이 심해지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김없이 죽었다.

 

조윤에게 가서 알려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죽은 사람들 중에는 제갈운강이 아는 사람도 있었다.

 

“후우…….”

 

밖으로 나온 제갈운강이 환자들의 토와 설사가 혹여 묻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에 독한 술로 손을 씻었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몇 모금을 벌컥벌컥 마셨다.

 

평소 같으면 이런 싸구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으…….”

 

그 소리는 제갈운강이 낸 것이 아니었다. 옆방에서 나온 팽종조가 냈다. 그 역시 술로 손을 씻다가 한 모금 마셨다. 맨 정신에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원래 두 사람은 안면은 있어도 이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 사흘 동안 함께 고생을 하다 보니 친형제만큼이나 관계가 가까워졌다.

 

잠시 후 여자들이 격리되어 있는 방에서 화소미가 나왔다. 그녀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둘 다 나와 있었군요.”

 

말을 하는데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제갈운강과 팽종조가 이해한다는 듯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화소미는 손을 씻다가 두 사람이 그랬듯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찌푸렸다.

 

“하아…… 써.”

 

“화 소저. 그쪽은 어떻소? 내가 맡은 곳은 오늘 다섯 명이 새로 왔고, 두 명이 죽었소.”

 

팽종조의 말에 화소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다 뭔가를 말할 듯 말 듯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혹시 화씨세가 사람이 있었나요?”

 

“다행히 없었소.”

 

“다행이네요.”

 

“화 소저. 혜민은 어떻소? 잘 이겨내고 있소?”

 

제갈혜민은 제갈운강은 친척동생이었다. 여자지만 무재가 뛰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어르신들의 관심 속에 무공을 익혔다. 그래서 가문의 기대를 받고 있는 제갈운강조차도 그녀와 대련을 할 때면 전력을 다해야 간신히 이길 수가 있었다.

 

당연히 제갈운강도 그녀를 많이 아꼈다. 모난 짓을 하는 것이 예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런 제갈혜민이 왔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 그녀는 감염자 방에 있었으나 다른 사람들처럼 곧 증상이 심해지자 환자 방으로 옮겨왔다.

 

이후부터는 화소미가 돌봤고, 그래서 제갈운강은 그녀를 볼 때마다 제갈혜민의 상태를 물었다.

 

“많이 괴로워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정말 이런 걸로 치료가 가능한 건지 모르겠어요.”

 

사실 팽종조나 제갈운강도 그게 의문이었다. 조윤이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면서 가져온 것은 물주머니와 연결된 얇고 기다란 관이었다. 그 끝에는 바늘이 달려있었는데, 조윤은 그걸 환자의 팔에 꽂고 고정시켰다.

 

생전 처음 보는 거라 뭘 하는 건지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간단했다.

 

“수분을 보충하는 겁니다.”

 

“그것만으로 치료가 됩니까?”

 

“네. 호열자에 걸리면 연이은 구토와 설사 때문에 급격한 탈수증상이 일어나 죽습니다. 그러니 수분만 보충을 해주면 됩니다.”

 

물만 먹이면 역병이 낫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윤이 하라니까 따르고는 있었으나 의심이 들었다.

 

이걸 가문의 어른들에게 말했다가 호되게 혼이 났다. 뭘 어떻게 구슬렸는지 가문의 어른들은 조윤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때 무경이 두 사람과 함께 왔다. 감염자 방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미 설명을 들었는지 함께 오는 두 사람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그들이 방으로 가고 나자 세 사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금 있으면 조윤이 환자들을 살필 시간이었다. 이러고 있는 걸 보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어제는 제갈운강이 참지 못하고 비무를 청했었다. 그는 조윤의 기를 조금 꺾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도리어 그의 기가 꺾였다.

 

딱 삼 초식이었다. 제갈운강은 삼 초식을 받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팽종조와 화소미는 그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었다. 검강을 쓴다더니 정말인 것 같았다.

 

제갈운강은 제갈세가의 후기지수들 중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그런데 삼 초식이라니.

 

이후로 그들은 불평불만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갑시다. 그가 오기 전에 마저 일을 해야죠.”

 

“저녁 때 봐요.”

 

“수고하시오. 두 분.”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 그렇게 세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 * *

 

사람들이 계속 격리되고 옮겨진 후에 죽었다.

 

조윤은 담담하게 일을 처리하며 할 수 있는 걸 했다. 함께 온 세 사람은 혹여 자신들에게도 병이 옮을까 봐 매일 코와 입을 가리는 천을 바꾸고 수시로 손을 소독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병이 생기지 않자 조윤을 어느 정도 신뢰했으나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그렇게 십 일쯤 지났을 때였다.

 

“조…… 조윤 님.”

 

환자들을 살피는데 사내 한 명이 조윤을 불렀다. 그는 탈수증상 때문에 피골이 상접했다. 눈이 퀭하고 비쩍 말라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왜 그러십니까?”

 

“서, 설사가 멈췄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어젯밤에서부터 구토도 나지 않고 설사도 안 납니다.”

 

조윤이 제갈운강을 봤다. 이 방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였다. 그러자 제갈운강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맞습니다. 아침에 통이 비어있었습니다.”

 

“증상이 좋아지셨군요. 걱정 마십시오. 곧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사람 외에도 구토와 설사가 멎은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호전증상이 보이자 조윤은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삼 일 정도 더 계속 그런다면 완치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조윤은 그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쓰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곳을 나왔다.

 

손을 씻고 하얀 천이 둘러진 경계까지 오니 당예상과 낙소문이 와 있었다.

 

“괜찮아?”

 

“응. 문제없어. 밖은 어때?”

 

“계속 감염자를 찾고 있는데 이제는 없는 것 같아.”

 

조윤이 이곳에서 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계속 감염자가 늘고 환자도 늘었었다. 그 수가 오백 명을 넘기니 이제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자원해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으나 역병에 걸릴 걸 두려워해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조윤을 비롯한 세 사람이 계속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은 지난 삼 일 동안 하루도 자지 못했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감염자가 줄더니 이제는 하루에 한두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이네.”

 

“피곤해 보여.”

 

“잠을 좀 못 잤어.”

 

“무리하지 마.”

 

낙소문이 걱정하면서 하는 말에 조윤이 미소를 지었다. 일손이 부족한 걸 알았을 때 그녀와 당예상은 망설임 없이 이곳에 들어오려고 했었다.

 

그걸 조윤이 말렸다. 식염수는 두 사람만이 만들 수가 있다는 걸 핑계 댔다. 다행히 그게 통해서 떼를 쓰지는 않았다.

 

“상태가 좋아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곧 여기에서 나가는 사람들이 나올 거야.”

 

“정말?”

 

당예상이 크게 기뻐하며 되물었다.

 

밖에서는 조윤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 달리 방법이 없기에 하자는 대로 하고는 있었으나 시일은 자꾸 가는데 치료가 되는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자 다들 조금씩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감염자가 줄고 있고, 심허진인은 물론이고 옥승진인까지 나서는 바람에 대놓고 말을 못할 뿐이었다.

 

“응. 삼 일만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거야.”

 

“다행이다.”

 

“또 다른 소식은 없어?”

 

“무슨 소식?”

 

“장문사형한테 부탁해서 밖은 어떤지도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아무 말 없었어?”

 

조윤이 묻는 말에 당예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말을 못하자 낙소문이 대신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역병이 돌고 있는 게 알려졌대.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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