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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6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4화

제6장 시작 (3)

 

 

“역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미 알려진 대로 독에 당한 거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독이 퍼졌을지도 모르니 제가 봐야 한다고 하면 다들 별 불만 없이 응할 겁니다. 하지만 격리된 사람들에게는 역병에 대한 것을 말해줘야 합니다.”

 

“그럼 혼란이 생기지 않겠나?”

 

“그들에게 말하지 않고 격리시킬 방법이 있습니까?”

 

없었다. 하루 이틀이야 그러려니 해도 치료가 끝날 때까지 격리시켜야 하는데,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

 

“그들에게도 독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럼 스스로 해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겁니다.”

 

“음…….”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마교가 공격을 해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찌 장담을 하는가?”

 

“방현에 있을 때 금가장에서 온 사람을 만났습니다.”

 

“금가장에서 사람을 보내왔다고?”

 

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조윤을 봤다. 마교에서 왜 조윤에게 사람을 보낸단 말인가?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조윤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곳에도 역병이 퍼졌습니다.”

 

“허…….”

 

“그랬었군!”

 

사람들은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곳에 난리가 났는데 거기라고 멀쩡하겠는가?

 

“그들이 자네 명성을 듣고 도움을 청하려고 했던 게로군.”

 

“그렇습니다.”

 

“허 참.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야.”

 

“그러게 말일세.”

 

그들은 조윤이 금시시를 치료한 일을 모르고 있었다. 금가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서 좋을 게 없었고, 굳이 이야기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저 조윤의 능력만 보고 도움을 청하러 온 걸로 생각했다.

 

“이참에 우리가 그들을 치는 것이 어떻겠소?”

 

누군가가 하는 말에 모두가 조윤을 봤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신분이 높았다. 문파나 세가를 이끄는 장문인이나 가주도 있었고, 장로나 총관도 있었다. 그렇지 않다 해도 명성이 쟁쟁한 사람들이었다. 한데도 나이 어린 조윤의 눈치를 살폈다.

 

“안 됩니다.”

 

조윤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말을 꺼냈던 사람이 다시 물었다.

 

“왜 안 된다는 건가?”

 

“뭐가 우선인지를 생각하십시오. 거기에도 역병이 돌고 있지만 멀쩡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국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겁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다음은요?”

 

조윤이 되물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교와 한바탕 해서 그들을 이겼다고 치죠.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겁니까? 말했듯이 거기에도 역병이 돌고 있습니다. 기껏 이겨놓고 역병에 걸려 다 죽을 겁니다. 거기서 끝난다면 다행이죠. 여러분의 가족은 어떻게 할 겁니까? 지금 밖에도 역병이 돌고 있습니다. 관에 말을 했으나 현감이라는 자들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느라 말을 들어 처먹지를 않더군요. 모르긴 몰라도 밖에서도 빠르게 역병이 번지고 있을 겁니다.”

 

조윤의 말이 점점 거칠어졌다. 상황이 이런데 칼부림을 하자고 하니 답답했기 때문이다.

 

“다 함께 죽을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럼 저는 깨끗이 포기하고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조윤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사람들이 노여운 눈초리로 말을 꺼낸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무안함에 괜히 헛기침만 했다.

 

회의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 때문에 식사도 그곳에서 다 함께 했다. 그럼에도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사태의 심각성을 모두 느꼈고, 대비책도 세세하게 의논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새삼 조윤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나이가 저리 어리건만 단지 의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그 증거로 자신의 반절도 살지 않은 조윤의 말을 모두가 순순히 따랐다.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보통은 명망이 제일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일이 진행된다. 그런데 지금은 오로지 조윤이 전부 이끌고 있었다.

 

“무당파가 복 받았군.”

 

“듣자니 검강을 쓸 정도로 무공도 뛰어나다지?”

 

“그러니 옥승진인이 나선 것 아닌가?”

 

“하아…… 그래서 함께 보냈거늘.”

 

회의가 파하고 돌아가는 길에 너도나도 조윤을 칭찬하던 사람들 틈에서 화만석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별호가 달리 총기모사이겠는가?

 

그는 처음부터 조윤의 진가를 알아봤다. 심허진인이 제자로 삼으려다가 안 되니 옥승진인이 직접 나섰다는 건 이제 알 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하건만 심허진인이 은근히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그때 딱 감이 왔다. 실제로 멀리서 한 번 보니 인물도 괜찮았다.

 

이에 역병을 조사차 보낼 사람이 필요하다기에 얼른 화소미를 끼워 넣었다. 화소미의 미모가 뛰어나니 조윤과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슬쩍 귀띔도 했었다. 한데 그게 오히려 안 좋게 작용했다.

 

평소 그렇잖아도 자존심이 강한 화소미였다. 그런데 먼저 접근해서 꼬리를 치라고 하니 화가 날 수밖에.

 

결국 그녀는 조윤과 관계를 안 좋게 해서 왔다. 그 사실을 알고 화만석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크게 화를 냈었다. 지금 조윤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화소미를 첩으로 달라고 해도 감지덕지하며 줘야 할 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하북팽가와 제갈세가에서도 팽종조와 제갈운강을 보냈다가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는 거였다. 그들이 굳이 후지기수들을 보낸 이유는 조윤과 나이대가 그나마 비슷하니 서로 친해지기를 바라서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명문세가의 자존심이 강한 젊은이들이었다. 그래서 조윤과 친해지지 못하고 벽을 쌓고 왔다.

 

“하아…….”

 

화만석은 다시 한숨을 쉬며 머리를 굴렸다. 조금 틀어졌다지만 사이가 완전히 소원해진 것은 아니니 어떻게든 친해지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자면 뭐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군. 그런 수가 있었군.’

 

문득 떠오른 생각에 화만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조윤은 장인들에게 수액을 주사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처음 보는 물건들을 놓고 무려 반 시진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이야기를 하니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시간이 촉박합니다.”

 

“일단 내일 오전 중으로 하나를 만들어서 가져오겠습니다. 그걸 확인하시고 괜찮다면 이틀 내로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리.”

 

그들이 가고 나자 조윤은 당예상, 낙소문과 함께 수액을 만들었다. 현대에서는 각종 영양성분이 들어간 수액들이 많았다. 그런 걸 만들 수 있으면 좋지만 환경이 열악해서 불가능했다.

 

소금을 이용해서 식염수를 만드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그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호열자에 걸리면 설사나 구토 때문에 급격한 탈수증상이 일어나 죽는다. 그러니 수분섭취만 잘되어도 버틸 때까지는 버틸 수가 있었다.

 

한창 수액을 만들고 있는데 화소미가 팽종조, 제갈운강과 함께 찾아왔다.

 

“무슨 일입니까?”

 

“능력이 참 대단하네요.”

 

“무슨 뜻이죠?”

 

화소미는 자신도 모르게 비꼬는 투로 이야기를 하고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여기에 오기 전에 그녀는 화만석에게 한 시진이나 잔소리를 들었었다.

 

그녀는 쉽게 납득하지 못했으나 팽종조와 제갈운강도 그래서 함께 간 거라는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윤을 인정하기가 싫었지만 화만석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기에 어쩔 수 없이 왔다.

 

함께 오게 된 팽종조와 제갈운강을 보니 그들도 한 소리 들은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말이 헛 나왔어요.”

 

“험! 역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극소수요. 더 이상 알려지면 안 된다면서 우리더러 단목 공자를 도우라고 했소.”

 

제갈운강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자 조윤이 세 사람을 슥 한 번 쳐다본 후에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뭐가 말이오?”

 

“일이 쉽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환자들이 구토하거나 설사 한 것을 치워야 합니다. 그러다 자칫 병이 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울 수 있겠습니까?”

 

조윤의 말을 듣고 세 사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윤이 설마 그런 일을 시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챈 조윤이 말을 덧붙였다.

 

“칼을 들고 적과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각오가 서 있지 않다면 돌아가십시오.”

 

조윤은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가 계속 수액을 만들었다. 그러자 제갈운강과 팽종조, 화소미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떻게 할 건지를 서로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혼이 난 건 화소미만이 아니었다. 팽종조는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했고, 제갈운강은 욕을 바가지로 들으면서 반나절이나 설교를 들어야 했다.

 

이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모르긴 몰라도 더 심한 꼴을 당할 것이다. 사실 그런 거야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가문의 어른들이 실망하는 모습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젠장! 죽기 밖에 더 하겠어.’

 

가장 먼저 마음을 정한 건 팽종조였다. 평소 그는 깊이 생각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또한 호탕한 기질이 있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었다. 이에 성큼성큼 조윤에게 다가갔다.

 

“단목 공자. 내가 할 일을 알려주시오. 이런 일로 팽가의 명예에 먹칠을 할 수는 없지 않소? 이 팽가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보여주겠소.”

 

팽종조가 호언장담을 하는 말에 조윤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조윤이 웃자 제갈운강과 화소미도 다가갔다.

 

“나도 돕겠소. 우마처럼 부려주시구려.”

 

“저도 할 수 있는 건 할게요.”

 

사실 그렇잖아도 일손이 부족하던 참이었다. 역병에 관한 게 알려지면 혼란이 야기된다. 그러니 일을 도울 사람을 추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은 이미 역병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더구나 명문세가였다. 일을 잘할지 조금 못미더웠지만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았다.

 

“잘 생각했어요.”

 

조윤이 다시 활짝 웃었다. 세 사람이 그 웃음의 의미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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