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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6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1화

제5장 의심 (2)

 

 

“사숙께서 찾던 분입니다. 당문의 당 소저입니다.”

 

“당예상이라고 해요.”

 

“당문 사람이었군. 나는 하북팽가의 팽종조라고 하오.”

 

“제갈세가의 제갈운강이오.”

 

“호북화가의 화소미예요.”

 

서로 인사가 오고 간 후 다함께 자리에 앉았다. 아직 시간이 일러 탁자에는 다과만 놓여 있었다. 조윤이 그걸 먹으면서 모두를 향해 말했다.

 

“역병이 심각합니다. 곧 이곳에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겁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 중부는 물론이고 남부에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곧 북부에도 퍼질 겁니다.”

 

조윤의 말을 듣고 모두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들 모두 비록 인근만 돌아보고 왔다지만 나름대로 수소문을 하긴 했었다.

 

그 결과 역병에 걸린 사람은 없었다. 한데 조윤이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하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를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화소미가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정말 역병이 도는지조차 의심이 되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을을 몇 개나 들렀지만 역병에 걸린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조윤의 말 말고는 드러난 증거가 없었다.

 

“제가 알아본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솔직히 역병이 돈다는 말조차도 믿을 수가 없어요. 당신이 하는 말 말고는 드러난 게 없잖아요.”

 

쏘아붙이듯이 말하는 화소미를 보고 조윤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제가 그런 일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죠. 어쨌든 여기까지 오면서 우린 역병에 걸린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나는 돌아가면 그대로 전할 거예요.”

 

화소미가 도를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낙소문은 조윤과 함께 오면서 전염병에 휩쓸린 마을도 봤고, 인근의 객잔에서 역병에 걸려 죽은 사람도 봤다. 무엇보다 조윤을 자꾸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이에 서슬 퍼런 기세를 숨기지 않고 그녀를 봤다.

 

그 시선을 알아차린 화소미가 흠칫했으나 곧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버렸다.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조윤이 팽종조와 제갈운강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팽종조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나도 화 소저의 의견과 같네. 내가 알기로 역병은 순식간에 번진다던데 우리는 지금까지 한 명도 보지 못했지.”

 

“저는 조금 더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섬서에서 역병이 돈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때 내공이 강한 무림인들도 대거 죽었었죠. 만약 단목 공자 말이 사실이라면 미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으나 제갈운강 역시 그다지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역병이 돈 마을에 가면 저런 생각은 안 할 테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잘 알았습니다. 원래는 흥산현까지 갈 생각이었으나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예상 누이도 만났고, 알아볼 건 다 알아봤으니까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조윤은 그렇게 말하고 무경을 봤다.

 

“무경 사질.”

 

“말씀하십시오.”

 

“사질도 무당파로 돌아가세요.”

 

“함께 가는 게 아닙니까?”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찾아야 할 것도 있고요. 제가 서찰을 써줄 테니 가지고 가서 장문사형에게 전해주세요.”

 

“저도 남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사태가 심각합니다.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북부에도 곧 역병이 돌 겁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서 장문사형에게 알려야 합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탁자에 종이를 펼치자 낙소문이 먹을 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소미는 화가 났다. 이건 자신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팽종조와 제갈운강도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뭐라 하지는 못했다. 조윤이 나이는 어려도 어쨌든 무경의 사숙이었고, 옥승진인의 제자였다.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화소미처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장문사형에게 여기에 적힌 대로 하라고 하세요. 그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가겠습니다. 늦어도 달포 안에는 돌아가겠습니다.”

 

서찰을 다 쓴 조윤이 잘 접어서 무경에게 건넸다. 그러자 무경이 약간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사숙, 도대체 뭐를 보고 오신 겁니까? 정말 역병이 돌고 있다면 일단 무당파로 돌아가서 사부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게 빠르지 않겠습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호북에서 무당파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부님이 나서면 관에서도 움직일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찰을 먼저 전해달라는 겁니다. 역병에 대비한다고 해도 치료를 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겁니다. 지금 돌고 있는 역병은 호열자입니다. 약이나 침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치료도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 역시 무당파에서 알아보는 것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흔하지 않은 거라 직접 알아봐야 합니다. 일단 하나라도 구하게 되면 바로 무당파로 갈 테니, 먼저 가세요.”

 

조윤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무경은 더 이상 함께 가자고 할 수가 없었다.

 

* * *

 

조윤 일행과 헤어진 네 사람은 곧장 무당파로 향했다. 가는 동안 기분이 썩 좋지 않은 화소미는 계속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무경이 있어서 도를 넘지는 않았다. 평소 앞뒤 분간 못하는 화소미였으나 무당파가 가진 힘은 알고 있었다. 조윤이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말로만 신경질을 낼 뿐 더 함부로 굴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대로 돌아갈 건가요? 기왕 나온 김에 화씨세가에 들렀다가 가는 건 어때요?”

 

여기에서 화씨세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삼 일만 말을 달리면 된다. 화소미는 무경은 물론이고 팽종조와 제갈운강과 함께 가면 세가에서 환대를 받을 걸 알고 그렇게 말했다.

 

팽종조와 제갈운강은 마음이 동했으나 무경은 아니었다. 그는 조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에 한시가 급했다.

 

“화 소저의 뜻은 고마우나 저는 사숙의 명을 이행해야 합니다.”

 

“두 분은요?”

 

“일단 무당파에 들렀다가 가도록 합시다.”

 

제갈운강이 그렇게 말하자 화소미가 곱지 않은 눈으로 그를 봤다.

 

“혹시 제갈 공자도 그 사람의 말을 믿는 건가요?”

 

“단목 공자의 행동됨을 보니 가벼운 자가 아니요. 무당파의 장문인인 심허진인에게까지 이야기를 할 정도면 뭔가 있긴 있을 거요.”

 

“그럼 우리한테 먼저 이야기를 했어야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봤잖아요? 명백히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였다고요.”

 

조윤은 그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오히려 그들이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무경은 한마디 할까 하다가 꾹 눌러 참았다. 이미 지난 일이다. 괜히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무경도사님. 솔직히 말해 봐요. 당신도 그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죠?”

 

“하아…….”

 

결국 무경은 말고삐를 잡아 세웠다. 그리고 화소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화 소저. 그분이 비록 나이는 어리나 제 사숙입니다. 그리고 아는지 모르겠으나 그분의 의술은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로 뛰어납니다. 일선에선 오히려 그들보다 더 뛰어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이 이유 없이 그럴 거라 생각합니까?”

 

“그 사람이 잘못 판단한 걸 수도 있잖아요. 어쨌든 우리는 역병에 걸린 사람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어요.”

 

“그렇다 해도 다른 일도 아니고 역병에 관한 일입니다. 혹여 아니라고 해도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럼 무당파의 평판이 크게 떨어질걸요.”

 

“상관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에 어찌 본문의 명예를 운운하겠습니까?”

 

“아아, 알았어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화소미가 됐다는 듯이 말하자 무경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지금껏 투덜대놓고는 할 말이 없으니까 저런다. 그러나 평소 그녀의 성격이 어떤지 알기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몰았다.

 

며칠을 가자 그들은 무당파에 도착했다. 한데 어째 떠날 때와 달리 사람들이 매우 분주했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본청에 도착하자 심허진인을 비롯한 각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의논을 하던 그들은 무경과 화소미 등이 들어오자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어서 오너라.”

 

심허진인의 말에 무경이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사부님.”

 

“그래. 수고했다.”

 

“간 일은 어찌 되었느냐?”

 

심허진인 옆에 있던 중년 사내가 물었다. 마치 문사같이 보이는 그는 화소미의 숙부인 화만석이었다. 생긴 것같이 생각이 깊고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이라 총기모사(聰氣謀士)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 침착하던 그의 얼굴에 지금은 다급함이 드러나 있었다. 그걸 이상하게 여긴 화소미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별거 없었어요. 가면서 마을을 몇 개나 들러 조사했지만 역병에 걸린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그럴 리가…….”

 

화만석이 낮게 중얼거리면서 심허진인을 봤다. 심허진인 역시 의아한 얼굴이었다.

 

“운강아.”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중년인이 제갈운강을 불렀다. 그는 제갈운강의 먼 친척이었으나 능력이 좋아 이번에 제갈세가를 대표해서 왔다. 이름은 제갈유인이고 채찍을 제 몸처럼 잘 쓰고 의로운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능편대협(能鞭大俠)이라고 불렸다.

 

“네. 말씀하십시오.”

 

“네가 말해보아라. 네가 보기에도 그랬더냐?”

 

“제가 말하는 것보다 무경도사의 말을 듣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갈운강은 무경에게 모든 것을 떠밀었다. 그러자 모두가 무경을 봤다.

 

“그러고 보니 조윤은 왜 없는 게냐?”

 

“일이 있어 저희더러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흥, 일은 무슨 일.”

 

심허진인의 묻는 말에 대답을 하던 무경은 옆에 있던 화소미가 낮게 투덜거리자 좋지 않은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곧 표정관리를 하면서 심허진인에게 말했다.

 

“저희는 방현까지만 갔었습니다. 가는 동안 몇 개의 마을을 거치며 조사를 했으나 화 소저의 말대로 역병에 걸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후 방현에 도착해서 각자가 흩어져서 조사를 했는데, 조윤 사숙이 우연찮게 당 소저를 만나서 함께 왔습니다. 조윤 사숙은 역병이 이미 중부와 남부에 퍼졌다면서 곧 북부에도 퍼질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비책을 찾아야 하니 먼저 가서 사부님에게 서찰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조윤이 그리 말했단 말이냐?”

 

“네.”

 

“하면 어서 서찰을 가져오너라.”

 

무경이 심허진인에게 다가가 서찰을 건넸다. 그걸 받아본 심허진인이 펼쳐서 읽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허, 역시 조윤 사제로구나.”

 

심허진인의 반응에 화만석과 제갈유인 등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뭐라고 적혀 있기에 그러는 겁니까?”

 

“역병에 대처하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치료방법을 곧 찾아서 올 거라는군요.”

 

“그렇습니까?”

 

지금까지 분위기가 어두웠건만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걸 보던 무경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사부님. 그간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음…… 어차피 너희는 알고 있으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겠구나. 실은 이곳에 역병이 돌고 있다.”

 

“네?”

 

심허진인의 말에 무경은 물론이고 팽종조와 제갈운강이 눈을 크게 떴다. 가장 놀란 건 당연히 화소미였다.

 

“저, 정말 역병인가요?”

 

“그래. 조윤 사제가 말했던 호열자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생기더니 다섯 명이나 죽었다. 처음에는 마교도들이 독을 쓴 거라 생각을 했었다. 한데 조윤 사제의 말이 생각나더구나. 그래서 노심초사하며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한데 이제 조금은 걱정을 덜겠구나.”

 

화소미는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으나 자존심 때문에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다.

 

“소미야.”

 

“네? 네. 숙부님.”

 

“본가에서도 한 명이 죽었다.”

 

“누, 누가요?”

 

“진적이 죽었다.”

 

화진적은 그녀의 먼 친척이었다. 화소미보다 나이가 많았으나 성격이 온순하고 착했다. 그래서 그녀의 성질을 항상 웃으면서 받아주곤 했었다.

 

“진적 오라버니가요?”

 

“하아…… 전요도 지금 상태가 좋지 않다.”

 

화전요는 그녀의 친오라비였다. 평소 화진적과 친했기에 그도 전염이 된 것이다.

 

“그…… 그런…….”

 

화소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설마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역병에 걸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우선 여기에 적힌 대로 환자들을 한곳으로 모읍시다. 본청 뒤쪽에 별채가 있으니 거기가 좋겠소. 제갈 대협은 혹시 환자가 더 있을지 모르니 한 번 더 알아봐주시오. 그리고 화 대협은 환자들을 옮겨주시오. 환자와 접촉을 할 때는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해야 하오. 그리고 접촉을 하고 난 후에는 독한 술로 반드시 손을 씻고 옷은 불에 태우시오. 그럼 웬만해서는 전염되는 일이 없다고 하오. 다른 분들은 나와 함께 병이 더 번지지 않게 합시다.”

 

“심허진인. 의심하는 건 아니나 정말 그런 방법으로 되겠소?”

 

역병에 걸린 환자를 대하려니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심허진인이 다시 말했다.

 

“조윤 사제는 천하오대신의와 버금갈 정도로 의술이 뛰어나오. 믿어도 될 거요. 다만 여기에 적힌 건 대비책이지 치료방법이 아니오. 그러니 일단 따르고 조윤 사제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소.”

 

심허진인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지금 무당파에는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역병을 막지 못하면 몇 명이 죽을지 몰랐다. 그렇게 되면 무당파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다.

 

이제 모든 건 조윤에게 달렸다. 심허진인은 옥승진인이 조윤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 천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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