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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5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59화

제4장 다시 가다 (2)

 

 

떠날 준비를 끝내고 방을 나오는데 무경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다가왔다. 모두 세 사람이었고, 무경 또래였으며, 두 명은 사내고 한 명은 여인이었다. 생김새나 옷차림으로 봐서는 다들 명문세가의 자제들인 것 같았다.

 

조윤이 그들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무경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부님께서 심보 사숙 대신 저더러 가라고 했습니다. 여기 세 사람도 함께 가게 되었으니 인사 나누시지요.”

 

“하북팽가의 팽종조라고 하오.”

 

덩치가 좋고 사내답게 생긴 젊은 사람이 먼저 포권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하북팽가는 하북의 명문세가로 도법이 뛰어났다. 원래는 무림세가였으나 군으로 진출한 이들이 많아 지금에 와서는 군벌가문이 되어 있었다.

 

“이제 몸은 괜찮은 것 같구려. 제갈운강이라고 하오.”

 

제갈운강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일전에 그는 방소교를 따라왔다가 조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윤은 그때 정신을 잃고 있어서 그가 누군지 몰랐다.

 

“화소미예요.”

 

마지막으로 늘씬한 체형의 미인이 인사를 했다. 그녀는 호북의 명문세가 중 하나인 화씨세가의 차녀였다. 여자지만 무재가 뛰어나서 가문은 물론이고 인근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조윤이 그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팽종조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옥승진인의 제자가 된 행운아를 이제야 보게 되는구려. 소문을 듣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소.”

 

“저를요?”

 

“그렇소. 옥승진인은 지금껏 제자를 들이지 않았었소. 그만큼 마음에 차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지 않겠소? 무엇이 옥승진인의 눈에 들었는지 궁금했다오.”

 

팽종조의 눈에는 호승심이 가득했다. 실제로 그는 상당히 호전적인 성격이었다. 상대가 강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꼭 비무를 청하곤 했다.

 

그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도 있었지만 소탈하고 호탕한 면이 돋보여 대부분은 서로 친구가 되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조윤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제갈운강이 끼어들며 말했다.

 

“강호의 소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당파의 장문인인 심허진인께서 먼저 단목 공자를 제자로 삼으려 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단목 공자가 계속 거절을 하니까 결국 옥승진인이 나섰다더군요.”

 

제갈운강이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는 눈으로 쳐다봤다. 조윤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 당시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몇 명 없었다. 한데 이렇게 자세하게 소문이 돌고 있는 줄은 몰랐다.

 

사실 그러한 소문은 심허진인의 허락 하에 무경이 흘린 것이었다. 조윤을 띄워서 무당파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흔히들 좋은 스승을 찾는 것보다 좋은 제자를 만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렵다고들 한다.

 

이에 명문세가에서는 잘난 자식이 있거나 뛰어난 제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널리 알리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덩달아 자신들의 명성까지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아요. 단목세가면 사천당문의 가신가문 중 하나죠? 집안싸움에 멸문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연줄로 옥승진인의 제자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재능이 뛰어나서 그런 거라면, 호북에도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많잖아요.”

 

화소미가 차갑게 냉소하며 말했다. 다분히 조윤을 무시하는 말투였으나 팽종조나 제갈운강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사실 그들도 약간의 의아함과 분함, 그리고 불만을 품고 있었다.

 

만약 무당파의 제자 중 누군가가 옥승진인의 제자가 되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한데 화소미의 말대로 전혀 연관이 없는 조윤이 제자가 되었다.

 

더구나 뒤를 받쳐주는 가문도 없고 의원이라고 한다. 도대체 뭐를 보고 조윤을 제자로 삼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무경이 나섰다.

 

“자자, 어서 출발해야 하니 이야기는 가면서 나눕시다. 그러고 보니 낙 소저가 안 보이는군요.”

 

“제가 부탁해서 약재를 챙기러 갔으니까 곧 올 겁니다.”

 

조윤이 말하는데 마침 낙소문이 왔다. 이에 팽종조와 제갈운강, 심지어 화소미조차도 그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쉽게 볼 수 없는 빼어난 미모 때문이었다.

 

낙소문은 그들을 본체만체하며 조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들고 있던 작은 보따리를 내밀었다.

 

“가져왔어. 생각보다 많이 챙겨주더라.”

 

“그래서 너한테 부탁한 거야.”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고?”

 

“설마.”

 

조윤의 말에 낙소문이 피식 웃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팽종조와 제갈운강은 결례인 걸 알면서도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험, 험! 이제 다 왔으니 갑시다.”

 

무경이 일부러 헛기침을 하면서 말하자 그제야 팽종조와 제갈운강은 정신을 차리며 멋쩍어했다.

 

* * *

 

산을 내려온 일행은 마방에 들러 말을 구했다. 그리고 천천히 방현으로 남하했다.

 

조윤은 가면서 눈에 띄는 마을은 어김없이 들렀다 갔다. 역병이 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함께 온 인원이 적어 일일이 확인을 하지는 못했으나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방현에 도착하자 제갈운강이 자신이 아는 곳이 있다면서 인근에서 가장 큰 객잔으로 향했다. 삼층 누각으로 된 그곳은 귀객들을 위해 후원에 따로 여러 채의 숙소를 두고 있었다.

 

제갈운강은 그중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조윤은 이런 곳에서 묵어본 적이 없어서 살짝 부담이 되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익숙한 듯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과연 명문세가의 자제님들이었다.

 

“방이 다섯 개군.”

 

제갈운강의 말에 서로를 봤다. 일행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누군가가 함께 방을 써야 했다.

 

“제가 조윤 사숙과 한 방을 쓰겠습니다. 오른팔이 불편하니 제가 있어야 편할 겁니다. 여러분이 각자 하나씩 쓰십시오.”

 

무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 들어간 조윤은 짐을 풀어놓고 의자에 앉아 창문 밖을 봤다. 작은 연못과 나무가 보여서 고즈넉하니 좋았다.

 

“좋군요.”

 

“혹시 이런 곳에 처음 와보십니까?”

 

“네. 객잔에 자주 묵지만 이런 호화로운 곳은 처음입니다.”

 

“저도 사실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함께 온 사람들은 이런 곳이 익숙할 겁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무경이었다. 자신의 입장보다는 먼저 상대를 배려했다. 그걸 안 조윤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봤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들이 함께 온 건 장문사형께서 역병이 도는 걸 다른 문파에도 이야기를 했다는 뜻인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예전에 섬서에 역병이 돈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다섯 개의 현이 쑥대밭이 되었고, 삼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중에는 무림인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역병은 어떻게 잡았습니까?”

 

“관병들이 나와 난리도 아니었지요. 그러다 의술명가로 알려진 신의문이 나섰습니다. 의선(醫仙)이라 불리는 태삼목이 나서니 그제야 역병이 사라졌습니다.”

 

“혹시 그때 돌았던 역병이 무슨 병인지 아나요?”

 

“두창(痘瘡)이었습니다.”

 

두창은 포창(疱瘡), 또는 천연두(天然痘)라고도 한다. 흔히들 호환마마가 두렵다고 이야기를 할 때, 마마가 바로 두창이다.

 

주요 증세는 고열과 전신에 나타나는 특유한 발진(發疹)이다. 전염력이 매우 강해서 많은 사망자를 낸다. 그러나 영국에서 최초로 백신이 개발된 이후로 현대에서는 없어진 병이었다.

 

“아무튼 그때 이후로 무림인들도 역병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조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병은 바이러스에 의해서 전염된다. 거기에 맞설 항체가 없으면 걸릴 수밖에 없다. 내공이 강하다고 역병에 안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역병을 재앙이라고 하지 않던가?

 

식사를 한 후에 조윤은 모두에게 호열자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 번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자 화소미가 뾰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자꾸 말하지 않아도 역병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맞소. 다들 알아들을 만큼 알아들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팽종조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조윤은 그 두 사람을 잠시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지금 역병이 돌고 있습니다.”

 

“어떻게 확신하는 거죠?”

 

“며칠 전 무당파로 갈 때 인근에 있는 객잔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호열자에 걸려 죽는 사람을 직접 봤습니다.”

 

“그 사람만 그런 걸 수도 있잖아요.”

 

화소미가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조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호열자는 전염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역병이라고 하는 거죠. 그때 관에도 알렸으나 심각성을 모르더군요. 아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뜻은…….”

 

“모르긴 몰라도 꽤 번졌을 겁니다. 그래서 각별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제 의술이 뛰어나지만 지금은 장비가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분 누군가 역병에 걸리면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조윤이 차근차근 설명을 하자 화소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팽종조와 제갈운강도 심각성을 깨닫고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럼 각자 조사를 하고 저녁 때 여기에서 다시 만납시다.”

 

무경이 나서서 정리를 하자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낙소문만 조윤을 따라나섰다.

 

“마음에 안 들어.”

 

낙소문이 불쑥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자 조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곧 화소미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뭐가?”

 

“조윤한테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명문세가에서 귀하게 자라서 그렇겠지.”

 

“그래도.”

 

“난 상관 안 하니까 신경 쓰지 마.”

 

조윤이 웃으면서 낙소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낙소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윤은 사람이 너무 좋았다. 낙소문은 그게 조금 답답했다. 강호에서는 그런 성격이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적당히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어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현의 외곽으로 나와서까지 조윤은 사람들에게 역병에 대해서 묻고 다녔다. 과연 조윤의 말대로 역병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게 역병인 줄 모른다는 거였다.

 

호열자는 설사를 하고 구토를 하는 등,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의원이 아닌 이상 쉽게 알아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사람들이 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크게 돌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가 입단속을 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물어보고 다니던 조윤은 곧 그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어이없게도 관에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분명 현감이 시킨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집만 더 가보자.”

 

조윤의 말에 낙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가면 홀로 떨어진 외딴집이 있는데 거기에도 환자가 있다고 했다.

 

골목을 벗어나니 유유히 흐르는 개천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 정말 외딴집이 한 채 있었다. 한데 그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며 다가간 조윤은 거기에서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진맥을 하고 있는 젊은 여인은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예상 누이!”

 

* * *

 

흥산현에 있다던 당예상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조윤은 그녀를 만난 것이 기뻤다. 이에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갔다.

 

“돌아가!”

 

당예상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동시에 몰려있던 사람들 중 반이 무기를 빼들었다.

 

이미 조윤은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사람들이 사방에서 무기를 휘둘러왔다.

 

조윤은 내공을 끌어올려 공중으로 치솟았다. 네 사람이 뒤따라 날아오르며 조윤을 따라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조윤이 허공을 차며 한 번 더 날아오르자 놀란 눈을 하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놈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누군가의 외침에 무기를 든 사내들이 조윤을 올려다보며 기다렸다. 하지만 조윤은 혼자 오지 않았다. 낙소문과 함께 왔다.

 

낙소문이 검을 뽑아들고 그들을 공격했다. 빠르고 변화무쌍한 공격에 사내들이 당황했다.

 

밑에서 조윤을 기다리던 사내들 중 반이 낙소문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허공에서 그걸 내려다보던 조윤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른쪽 팔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검은 놓고 왔다. 한 팔로만 싸워야 했다.

 

조윤이 가까이 떨어져 내리자 사내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찰나에 조윤은 허공을 박차고 옆으로 이동했다. 뒤늦게 그들이 몸을 돌렸을 때 조윤은 이미 땅에 내려서 있었다.

 

“젠장! 죽여!”

 

“쳐라!”

 

사내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달려들었다. 조윤은 파열신권으로 그들을 상대했다.

 

횡으로 그어오는 도를 내려쳤다. 그러자 도가 팡 튕겨나가면서 사내가 휘청했다. 목으로 들어오는 검도 그런 식으로 쳐서 날렸다.

 

“타핫!”

 

사내 두 명이 협공을 해왔다. 한 명은 하체를 노렸고, 한 명은 상체를 노렸다.

 

조윤이 뒤로 물러나자 서로 위치를 바꾸며 공격했다. 두 사람은 수 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듯,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였다.

 

조윤은 계속 뒤로 물러났다. 그걸 보고 좌측에 네 명, 우측에서 다섯 명이 공격을 해왔다.

 

고개를 드니 위에서도 두 명이 무기를 휘두르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사방팔방 모든 곳이 막혔다. 그렇다면 받아쳐야 했다.

 

조윤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왼쪽 주먹을 뒤로 당겼다. 그의 몸에서 세찬 기운이 회오리치며 뿜어져 나왔다.

 

순간 조윤이 주먹을 쭉 뻗어냈다.

 

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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