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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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55화
제2장 출발 (3)
낙소문은 지나가는 도사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만요.”
“아, 거참 저쪽에 가서 물어보…….”
귀찮아하며 말을 하던 도사가 낙소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무안함에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험, 험. 무슨 일이오? 소저.”
“아픈 사람이 있어요. 치료를 좀 받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죠?”
“누가 아픈 거요? 소저가 아픈 거요? 간단한 의술이라면 빈도도 알고 있소만.”
“의원(醫院)이 어디죠?”
낙소문이 차가운 얼굴로 물어보자 도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 있소.”
“가요.”
도사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자 한적한 곳에 위치한 전각이 나왔다. 그곳에 가서 물으니 중년의 도사 한 명이 곧장 의원으로 안내를 해줬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곧 만정을 불러오겠습니다.”
말하는 투로 보아 만정이라는 사람이 의원인 것 같았다. 사일해가 조윤을 침상에 눕혔다. 방태덕은 피곤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고, 낙소문은 면포를 적셔다가 조윤의 땀을 닦아줬다.
* * *
“환자가 있소?”
비쩍 마른 중년의 도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여기까지 안내해줬던 도사가 말한 만정이 바로 그였다. 무당파에는 총 여덟 명의 의원이 있는데 만정은 그중 한 명이었다.
“흑마장에 당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요.”
“흑마장?”
낙소문이 하는 말에 만정의 얼굴이 굳었다. 흑마장은 마교의 장로인 잔혹마인 금공의 독문절기였다.
“혹시 잔혹마인 금공과 싸운 거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만정이 놀란 눈으로 낙소문과 조윤을 번갈아가며 봤다. 그가 알기로 무당파는 아직 마교에 맞서지 않고 있었다. 그저 준비만 하고 있었다.
한데 다른 이도 아니고 마교의 수장이나 마찬가지인 금공과 싸웠다고 한다. 더군다나 다쳤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살아있었다.
조윤을 보니 한창 어려 보였다. 나이가 기껏해야 약관 정도일 것이다. 낙소문도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그렇다는 건 다른 사람이 도왔다는 뜻이다.
그런 엉뚱한 오해를 하며 만정은 사일해와 방태덕을 봤다. 금공과 싸울 정도면 제법 알려진 사람들일 텐데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오른팔이 없는 방태덕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 낯이 익었으나 선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치료가 가능한지 봐주세요.”
“응? 아, 물론이오.”
그제야 만정은 방태덕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조윤의 상태를 살폈다. 옷을 벗기고 어깨를 보니 손가락이 파고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가 마치 먹물을 부어놓은 것처럼 새까맸다.
“흑마장에 당한 지 얼마나 되었소?”
“십여 일이요.”
“십여 일?”
만정이 놀라서 되물었다. 흑마장에 맞으면 즉사였다. 어깨에 맞았다 해도 독 기운이 워낙에 강해서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십여 일이나 지났다고 한다.
“혹시 영약을 먹었소?”
“아니요.”
만정은 조윤의 맥을 잡아봤다. 어깨에 흑마장의 독 기운이 뭉쳐 있었다.
“허!”
이럴 리가 없었다. 그 강한 기운을 내공으로 눌러 놓다니, 만정은 다시 한 번 놀라며 조윤을 봤다. 아무리 봐도 스무 살 정도? 정말 많이 잡아도 이십대 중반이었다.
한데 내공이 어찌 이리 강하단 말인가?
그제야 만정은 조윤이 홀로 잔혹마인 금공을 상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빈도로서는 무리요. 치료가 어렵소.”
“조윤이 여기에 오면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동안은 약재가 없어서 치료를 못했어요.”
“조윤? 이 사람의 이름이 조윤이오?”
“그래요.”
“혹시 소청신의, 아니 의룡이라고 불리는 그 조윤이오? 옥승 대사조님의 제자인?”
“맞아요.”
“이런!”
만정이 크게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옥승진인이 최근 새파랗게 어린 제자를 들인 일은 무당파의 제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조윤을 직접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만정 역시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자, 잠시 기다리시오. 금방 가서 대사조님께 알리겠소.”
만정이 그렇게 말하고 휑하니 방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방태덕이 날카로운 눈으로 낙소문을 보며 물었다.
“방금 옥승진인의 제자라고 했소?”
“맞아요.”
“그가 정말 옥승진인의 제자요?”
방태덕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차라리 죽을지언정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요.”
“어째서 말하지 않은 거요?”
“묻지 않았으니까요.”
“음…….”
낙소문의 말대로 방태덕은 단 한 번도 조윤의 사문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명성이 좀 알려진 의원으로만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방태덕은 심기가 불편했다.
낙소문은 그런 방태덕을 무시하며 조윤의 땀을 닦아줬다.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사일해만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낮게 신음소리를 내던 조윤이 간신히 눈을 떴다.
“조윤. 괜찮아?”
낙소문이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조윤은 흐릿한 눈으로 그녀와 사일해, 그리고 방태덕을 봤다.
“무당파에 왔어. 지금 옥승진인에게 알리러 사람이 갔으니까 곧 오실 거야.”
“치료…… 처방…….”
“뭐?”
조윤이 작게 중얼거리자 낙소문이 귀를 가까이 댔다. 하지만 조윤은 더 이야기하지 못하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때였다. 밖이 시끌시끌하더니 문이 벌컥 열리면서 옥승진인이 무당칠성 두 명과 함께 들어왔다. 그는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씩 쳐다보는 더니 조윤에게 다가갔다.
“어찌 된 일이냐?”
“금공과 싸우다가 흑마장에 당했어요.”
“잔혹마인 금공을 말하는 거냐?”
“네.”
옥승진인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사천의 당문에 갔다 온다기에 허락을 했더니 금공과 싸웠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이유가 궁금했으나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조윤을 살려야 했다.
맥을 잡아보니 흑마장의 독 기운이 어깨에 뭉쳐 있었다. 내공으로 잡아두고 있던 것이 이제 한계에 달해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마장의 독 기운은 아주 약간만으로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이대로 놔두면 조윤은 죽는다. 치료를 해도 아마 오른쪽 어깨는 영영 쓰지 못할 것이다.
“흐음…….”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까?”
옥승진인과 함께 온 심양이 물었다. 심보 역시 궁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옥승진인과 차를 마시고 있다가 조윤이 정신을 잃은 채 업혀 왔다기에 걱정이 되어 따라왔다.
“치료를 한다 해도 오른팔을 쓰지 못할 게다.”
“헛! 그럼 안 되지 않습니까?”
“금공 그놈을 진즉 손을 좀 봐줬어야 하는 건데.”
옥승진인의 말을 듣고 심양은 안타까운 눈으로 조윤을 봤고, 심보는 금공을 욕했다. 그러나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낙소문이었다.
그녀는 처연한 표정으로 멍하니 조윤을 쳐다봤다. 조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녀 때문이었다. 그녀를 살리다가 당했다.
조윤은 의원이었고, 무인이었다. 한데 오른팔이 없다면 의원이나 무인으로서의 생명은 끝이었다.
“일단 살리고 봐야지. 그대들은 잠시 나가 있게. 그리고 심보와 심양은 치료를 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게 경계를 서고.”
옥승진인의 말에 사일해와 방태덕이 가장 먼저 방을 나갔다. 그러나 낙소문은 선뜻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무슨 뜻이냐?”
“오른팔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없다.”
방법이 있다면 옥승진인도 이리 침통하지는 않았다. 모처럼 제자를 하나 얻었건만 불구가 되게 생겼으니.
그때 심양이 뭔가가 생각난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맞다! 사백님. 그녀를 데리고 와 보면 어떻습니까?”
“누구 말이냐?”
“이번에 의술이 뛰어난 의원이 한 명 찾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천하오대신의 중 한 명인 신수신의(神手神醫) 뭐라는 자의 제자라고 하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이 나는군. 나이는 어린데 의술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심양의 말에 심보까지 맞장구를 치자 옥승진인은 약간 망설여졌다. 천하오대신의의 제자이고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보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면 되니까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음, 그럼 가서 데리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제가 금방 갔다 오겠습니다.”
심양이 그렇게 말하며 나는 듯이 방을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