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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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8화
제10장 연모(戀慕) (1)
조윤은 금가장이 있는 산으로 향했다. 내상을 치료하려면 반나절 정도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운기조식을 해야 했다. 그럴 장소를 생각하다가 문득 예전에 금태희와 떨어졌던 절벽이 떠올랐다. 거기라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수상비표를 펼쳐 그곳에 도착하자 예전에 자신과 금태희를 구하기 위해서 절벽 아래로 내려놓은 밧줄이 보였다. 조윤은 그걸 잡고 내려가서 가까이에 보이는 나뭇가지 위로 내려섰다.
금태희와 있던 곳은 한참 더 내려가야 했지만 자칫 줄이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다시 올라올 방법이 없었다. 이에 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라도 올라갈 수 있는 곳을 택한 것이다.
조윤은 거기에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낙소문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단전의 기운을 임맥과 독맥을 따라 한참을 돌리자 뒤틀린 혈맥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또한 타격으로 인해 생긴 울혈이 풀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기를 이용해서 이렇게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현대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반나절을 그렇게 내상치료에 집중하자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몸이 훨씬 좋아졌다. 이리저리 몸을 풀며 상태를 다시 확인한 조윤의 팔로 빗방울이 툭 떨어졌다. 이에 위를 보니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하늘이 돕는 건가?’
비는 흔적을 지워준다. 폭우가 온다면 그만큼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조윤은 일단 위로 올라가서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 일각 정도가 지나자 조금씩 쏟아지던 빗방울이 굵어졌다. 그러더니 곧 폭우가 쏟아졌다.
조윤은 빗속을 뚫고 움직였다. 산을 내려가자 마교인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올라올 때보다 수가 몇 배나 많아졌다. 잠시 이유를 생각하다가 금공을 본 조윤은 곧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금공이 나루터까지 흔적을 찾아 추적해왔고, 그 때문에 이쪽으로 천라지망이 좁혀진 것이다.
조윤은 수상비표를 펼쳐 그들을 눈을 피해 객잔의 벽에 붙었다. 그리고 처마를 잡고 거꾸로 솟아올라 낙소문이 있던 이층 방의 창문으로 향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서 그런 조윤을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문을 조금 열고 안을 보니 아무도 없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짐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낙소문이 이미 떠났다는 뜻이었다.
‘설마 금가장으로 간 건가?’
마음이 조급해진 조윤은 곧바로 그곳을 나와 금가장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교인 하나가 재빠르게 달려와 금공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금공이 수하들을 이끌고 금가장과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조윤은 금가장으로 갈지 금공을 따라갈지 잠시 망설였다. 금공이 저렇게 급히 가는 것을 보니 뭔가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낙소문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 만약 낙소문이 금가장에 있다면 지금이 기회였다. 금공이 없으면 그녀를 데리고 나오기가 훨씬 수월했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조윤은 금공을 뒤쫓아 갔다. 만약 낙소문이 거기에 있다면 필시 금공에게 낭패를 당할 것이다. 그래서 차마 금가장으로 가지 못하고 금공을 따라가기로 정한 것이다.
다행히 조윤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십여 명의 마교인들이 낙소문과 한 명의 노인을 둘러싸고 있었다.
거리도 멀고 비가 심하게 쏟아져서 노인이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으나 입고 있는 옷을 보고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뇌옥에서 조윤이 구해줬던 노인들 중 한 명이었다.
공격이 시작되었다. 마교인들이 낙소문을 향해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낙소문은 빠르게 움직이며 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노인을 보호하느라 허점이 드러났다.
마교인들이 그 틈에 더욱이 몰아붙이자 낙소문은 곧 위험에 빠졌다. 그걸 보고 조윤은 당장에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지금 나가봤자 낙소문을 구할 수가 없었다.
금공을 비롯한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뭔가 계획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거듭하던 조윤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금공을 공격해 저들의 주의를 돌리면 그사이에 낙소문이 도망을 칠 수 있으리라.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조윤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수상비표를 펼쳐 금공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촤아아악!
조윤이 달려가는 궤적을 따라 빗물이 높이 튀었다. 오 장에서 사 장, 그리고 삼 장의 거리가 남았을 때 금공이 제일 먼저 조윤을 알아차렸다.
금공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서 내공을 끌어올리는 사이에 일 장의 거리가 더 줄었다. 뒤늦게 조윤을 발견한 금공의 수하 두 명이 앞을 막아서며 칼을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조윤은 이미 그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수상비표 덕분이었다. 한순간에 땅을 박차자 빗물이 확 치솟으며 달리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제 남은 건 일 장!
조윤은 발을 내디디며 우측 주먹을 쭉 뻗었다. 그러자 쏟아지는 빗물을 튕겨내며 금공의 가슴 앞까지 주먹이 다다랐다.
하지만 금공은 이미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새까만 기운으로 둘러싸인 우측 손바닥이 조윤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콰아아앙!
분명 손바닥과 주먹이 맞부딪쳤건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귀가 울릴 정도의 폭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기의 파동이 주위로 확 번져가면서 쏟아져 내리던 빗방울도 함께 튀었다.
“타핫!”
“흐압!”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윤과 금공은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장과 권을 부딪쳤다.
콰앙!
이번에도 폭음이 울리자 가까이에 있던 금공의 수하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낙소문을 공격하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계속 낙소문을 공격하다가는 금공과 조윤의 싸움에 휘말려 개죽음을 당할 판이었다.
그들이 빠지자 낙소문이 조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살아있었구나!’
* * *
멍한 시선으로 조윤의 움직임을 쫓던 낙소문은 옆에서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소문아.”
“네?”
“이틈에 빠져나가야 한다.”
비틀거리면서 말하는 노인은 한때 천기선인(天技仙人)이라고 불리던 고수였다. 하지만 마교의 술수에 당해 무려 칠 년 동안 뇌옥에 갇혀서 지냈었다. 그러던 차에 조윤에 의해 탈출을 했고, 운이 좋아 낙소문을 만난 것이다.
그는 아미파와 연관이 깊었다. 그래서 아미파에 자주 들렀었는데 그때마다 늘 낙소문을 챙겨줬었다.
“저 사람을 놔두고 갈 수는 없어요.”
“보고도 모르겠느냐? 저 사람은 너를 위해서 일부러 뛰어들었다. 우리가 먼저 빠져나가야 저 사람도 빠져나올 수가 있을 거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저 사람은 물론이고 우리도 죽는다.”
낙소문은 조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조윤은 금공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약간 우세하고 있었다. 그럼 혹시 금공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는 금공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알기로는 금공 말고도 장로가 두 명이나 더 있었다. 그들 중 한 명만 와도 조윤은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결국 천기선인의 말대로 자신들이 먼저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가요.”
낙소문이 천기선인을 부축해서 움직이자 금공의 수하들이 앞을 막아서려고 했다.
금공과 한창 겨루던 조윤이 그걸 보고 우측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금공과 그의 수하들이 일직선에 놓였다.
“타핫!”
조윤은 십성의 내공을 실어서 파열신권을 썼다. 마치 산이라도 허물어트릴 것 같은 위력이 터져 나오자 금공이 깜짝 놀라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그대로 권강이 지나쳐가 그곳에 있던 금공의 수하들을 전부 날려버렸다.
콰아아아앙!
어찌나 위력이 강한지 여섯 명이 당했는데도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걸 보고 금공이 눈을 부릅떴다.
“파열신권!”
어쩐지 상대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정면도전을 해오더라니 역시나 믿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파열신권을 쓸 줄은 몰랐다. 맹추삼을 만난 지 이제 겨우 삼 일 되지 않았던가?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강맹한 위력을 낼 수 있다니 당하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놈!”
금공의 흑마장이 좌측에서 조윤을 덮쳐왔다. 맞받아치기에는 기운이 너무 강했다. 피해야 했다. 예전 같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상비표를 익혔다.
한때 경공신법에 있어서는 곤륜파의 도사들조차 한 수 접어줬다던 형산비조 주인학의 독문무공이 조윤으로 인해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파앙!
우측으로 일보 움직임과 동시에 조윤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렇게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자세에서 조윤은 금공을 향해 파열신권을 써댔다.
연속으로 주먹을 뻗으니 빗물이 확 튕겨지며 기의 파동이 주위를 휩쓸었다. 금공은 그런 위력의 파열신권을 피하지 않고 전부 맞받아쳤다.
콰콰콰콰콰쾅!
한 번씩 권과 장이 부딪칠 때마다 조윤의 몸이 뒤로 확확 밀려났다. 허공이라 디딜 곳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금공은 조윤이 떨어질 자리를 예측하고 그리로 십성의 흑사장을 날렸다. 그러자 시커먼 기운이 그 일대를 완전히 덮쳐갔다.
조윤이 그걸 보고 이를 악물었다. 저기에 휩쓸렸다가는 끝장이었다. 위험이 느껴지자 순간 맹추삼이 읽어주던 주인학의 비전절기가 떠올랐다.
수상비표에 이은 두 번째 비기 만리비상(萬里飛上)!
수상비표는 땅 위를 달리는 데 특화된 경공신법이었고 만리비상은 허공에서 몸을 움직이는 데 강점이 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고, 거기에 더해 곤륜파의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처럼 허공에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으나 살기 위해서는 만리비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조윤은 구결대로 내공을 운행하며 허공을 박찼다.
한 번, 두 번, 세 번이나 실패를 했다. 한 번 더 실패하면 금공의 흑사장에 먹히고 만다.
‘한 번 더!’
파앙!
찰나에 발밑에서 파공음이 일더니 조윤의 몸이 마치 땅을 박찬 것처럼 위로 치솟았다. 그 짧은 시간에 만리비상을 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