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7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7화
제9장 탈출 (2)
“그럼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습니다.”
“놈이 일부러 흔적을 남겼다고 하지 않았느냐? 방향만 대충 짐작해 내라. 천라지망이 펼쳐졌으니 어차피 곧 잡힐 거다.”
“알겠습니다.”
사내는 대답을 하고 흔적을 살피더니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입니다.”
“가자!”
금공은 그들이 따라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전속력으로 경공신법을 펼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하들과 거리가 벌어졌다.
야트막한 언덕에 숨어서 그걸 보고 있던 조윤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알아챌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엉뚱한 곳으로 흔적을 남겨놓았다. 그러면서도 걸릴 거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걸려들었다.
“클클. 금공이 고생 좀 하겠구나.”
“그러게요.”
“이제는 어쩔 셈이냐? 금공을 잠시 따돌렸지만 천라지망을 뚫은 것은 아니다.”
“아직 내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는 조금 더 휘저어 놓을 생각입니다.”
조윤이 일부러 흔적을 남기면서 거리를 유지한 건 내상을 치료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거리를 조금 더 벌릴 수가 있지만 그뿐이었다.
오히려 내공의 소모가 심하고, 내상은 아예 치료할 수가 없게 된다. 그때 잡히면 끝장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꾀를 쓴 것인데 결과가 좋았다.
“내상이 나으면 천라지망을 뚫을 수가 있는 거냐?”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상황이 좋겠죠.”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천라지망은 멀리서부터 포진해서 중앙으로 점점 압박을 해온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흔들고 있는 거잖아요.”
“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지금까지 잘되었으니까 앞으로도 잘될 겁니다. 맡겨놓으세요.”
“허, 녀석.”
“업히세요. 이제 다른 곳으로 가야죠.”
“알았다.”
맹추삼이 업히자 조윤은 경공신법을 써서 달렸다. 지금 그는 한때 경공신법 하나로 강호를 종횡무진(縱橫無盡) 했던 형산비조 주인학의 독문절기인 수상비표(水上飛慓)를 펼치고 있었다.
물 위를 날아갈 정도로 빠르다는 뜻의 이름처럼 조윤은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섬전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공 소모가 적어서 큰 부담이 없었다.
겨우 삼성의 성취가 이러니, 만약 십성의 성취를 이룬다면 강호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을 것 같았다. 조윤이 지금껏 금공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수상비표 덕분이었다.
한참을 달리던 조윤은 일부러 흔적을 남기면서 움직였다. 그러다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갔다가 거기서부터 또 흔적을 남겼다.
지금까지는 찾기 쉽게 한 방향으로만 흔적을 남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방향을 자주 틀은 흔적을 남겨야 했다. 그래야 금공이 전속력으로 쫓아오지 못하고 흔적을 찾게 된다.
다시 수상비표를 펼쳐서 일각 정도를 달리자 왼쪽으로 양자강이 보였다.
열심히 온 줄 알았는데 벗어난 거리는 그다지 되지 않았다. 조윤은 강을 따라 달렸다. 기억하기로 조금만 더 가면 강 노인이 배를 대는 나루터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가자 마교로 보이는 자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다. 멀리 나루터가 보였으나 그들의 눈을 피해서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하던 조윤은 물가로 가서 갈대를 하나 꺾었다. 그러자 맹추삼이 의아한 눈으로 보며 물었다.
“뭐를 할 셈이냐?”
“잠시만요.”
조윤은 갈대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잘라내고 입을 대고 불었다. 숨이 통하는 것 같았다. 조윤은 갈대를 입에 물고 조심조심 강물로 들어갔다. 다행히 호흡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온 조윤은 맹추삼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이걸 입에 물고 있으면 물속에 있어도 숨을 쉴 수가 있어요. 통나무를 하나 붙잡고 떠내려가면 저들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거예요.”
“물살에 휩쓸릴 수도 있다.”
“저쪽 강변까지만 갈 거니까 괜찮을 거예요.”
“가서 어쩌려고 그러느냐?”
“저기에 아는 뱃사공이 있어요. 들키지 않고 그분을 만날 수 있다면 이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가 있을 거예요.”
“알았다. 한번 해보자.”
* * *
맹추삼이 함께 하기로 하자 조윤은 근처에 있던 통나무 하나를 끌고 왔다. 그리고 물에 밀어 넣으면서 가지를 잡았다. 그러자 맹추삼도 가지를 잡고 물에 몸을 담갔다.
통나무를 잡고 잠시 그렇게 떠내려가던 두 사람은 나루터와 점점 가까워지자 갈대를 입에 물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통나무는 굵고 가지가 많아서 두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혹여 관심을 가지고 보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나루터에 있던 무사들 중 한 명이 통나무를 봤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속에서 그들을 피해 서서히 장 노인의 배로 접근을 한 조윤은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때마침 배에 걸터앉아있던 장 노인이 그런 조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조윤은 소리 내지 말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입에 댔다. 그러자 장 노인이 무사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윤은 이번에는 배를 가리키고 강 하류를 가리켰다. 잠시 생각하던 장 노인은 곧 그 뜻을 이해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들 들으라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어이! 임 씨. 나는 오늘 그만 돌아가려네.”
“에? 형님. 왜 이렇게 일찍 가십니까?”
“무사님들이 저리 지키고 있으니 손님이 없잖은가? 가서 술이나 한잔 하고 잠이나 자야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계십시오. 저도 한 탕만 더 뛰고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봄세.”
장 노인이 그렇게 말하고 배를 움직였다. 그러자 무사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으나 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아 곧 관심을 끊었다.
갈대를 입에 물고 배 밑에 사람이 매달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한참을 노를 저어 가던 장 노인은 무사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재빨리 뱃머리로 가서 조윤이 있는지를 살폈다.
이에 조윤이 맹추삼고 함께 물 위로 올라왔다.
“후우…… 고맙습니다. 어르신.”
“저들이 너를 찾는 게냐?”
“네.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배 위로 좀 올라갈게요.”
“그러거라.”
조윤은 내공을 이용해서 가볍게 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맹추삼을 끌어올렸다.
“어떻게 된 일이냐?”
“사람을 치료했더니 오히려 죽이려 들더라고요. 그래서 도망쳐 오는 길이에요.”
“너를 찾는 게 마교인 것 같은데, 맞느냐?”
“네.”
“쯧쯧. 마교가 나쁜 짓을 일삼는다더니 정말이었군.”
“어르신. 혹시 저와 함께 왔던 여자가 나루터에 오지 않았었습니까?”
“그 어여쁜 소저를 말하는 게냐?”
“네.”
“그 이후로는 못 봤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건만 역시 낙소문은 오지 않았다. 육로를 통해서 갔을 리는 없으니 아직 객잔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자신을 찾아 금가장으로 향했을 수도 있었다.
“사부님.”
“말하거라.”
옷의 물기를 짜내던 맹추삼이 돌아보며 말했다.
“이대로 배를 타고 가서 사천으로 가십시오.”
“너는 어디로 갈 생각이냐?”
“돌아가서 데리고 와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흠, 이런 상황에서 돌아가려는 것을 보니 네게 중요한 사람인가 보구나.”
“네.”
조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낙소문과 함께 다녔을 때는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그녀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자 계속 불안했다. 그저 아는 사람을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에 조윤은 낙소문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만남이 짧아서 그럴 리가 없다고 여겼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조윤은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럼 가거라. 다만 내상을 치료하고 가는 것이 좋겠구나.”
“시간이 없습니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나 지금 네 상태로는 될 것도 안 된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지. 그래야 그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을 것 아니냐?”
맹추삼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사부님은 사천에 가시거든 당문으로 가십시오. 그곳에서 머무는 이화를 찾아가서 제 이야기를 하면 지낼 곳을 마련해줄 겁니다. 여기 일이 끝나는 대로 가서 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어르신. 배를 저쪽에 잠시 대어 주십시오.”
“저쪽 말이냐?”
“네.”
장 노인은 조윤이 말하는 곳에 배를 댔다. 그러자 조윤이 배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보다시피 쫓기는 신세라서 돈이 없습니다. 나중에 꼭 뱃삯을 드릴 테니 사부님을 부탁드립니다.”
“이 장 모를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가? 뱃삯이라면 그때 받은 돈으로도 충분하네. 걱정하지 말고 그 소저를 데리고 오게나. 혹시 모르니 다시 나루터에서 기다리겠네.”
“고맙습니다.”
장 노인게 인사를 하고 조윤은 맹추삼을 봤다.
“걱정 말아라. 천라지망을 아직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배를 타고 계속 가면 저들도 어떻게 하지 못할 게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래.”
조윤은 배를 힘껏 밀어낸 후에 두 사람이 안 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곧 경공신법을 펼쳤다.
* * *
“이쪽에서 흔적이 끊겼습니다.”
사내의 말에 금공이 인상을 살짝 썼다. 이번에도 한발 늦었다. 정말 약삭빠른 놈이었다. 단번에 따라잡기 위해서 방향만 알아내고 전속력으로 달렸었다.
하지만 그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되돌아 와보니 중간에 몇 번이나 방향을 틀어서 움직인 흔적이 있었다.
이렇게 방향만 알아내서 쫓아올 걸 알고 수작을 부려놓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흔적을 찾아서 쫓다보니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런데 그 흔적이 강물에서 끊겨 있었다.
“강물을 타고 갔다는 거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이쪽에 보면 나무를 끌어온 흔적이 있습니다. 그걸 붙잡고 내려간 것 같습니다.”
“강을 따라 내려간다.”
“알겠습니다.”
금공이 경공을 펼쳐서 달리자 수하들이 일제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나루터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마교인들이 금공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금 장로님을 뵙습니다.”
“인사는 됐다. 혹시 이쪽으로 아무도 오지 않았느냐?”
“지금까지는 이상 없습니다.”
그가 대답하자 금공이 수하를 봤다. 그러자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통나무가 떠내려 오지 않았었나?”
“통나무 말입니까?”
“그래. 크기는 한 이 정도쯤 된다.”
“글쎄요. 어이! 누구 통나무가 떠내려 오는 걸 본 사람 있나?”
그가 큰 목소리로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물에 흘러내려오는 통나무까지 신경을 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수하 중 한 명이 나루터 한쪽에 있는 통나무를 발견했다.
“이쪽입니다. 찾았습니다.”
금공이 그쪽으로 가자 사내가 설명을 했다.
“크기로 봐서는 상류에서 봤던 흔적과 일치합니다.”
“그럼 이 근처에 있겠군.”
“저들이 아직 모르는 것을 보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겁니다.”
“흔적을 찾아라. 모두에게 알려 이곳으로 천라지망을 좁혀 오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수하가 대답을 하고 금공이 지시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금공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조윤의 무공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하며 움직일 줄은 몰랐다. 하는 행동이 마치 닳고닳은 강호의 노고수 같지 않은가?
약교연이 죽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금공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보이는 즉시 목을 비틀어버리려고 했었다. 자신을 도발한 대가로 말이다.
그런데 장시간 뒤를 쫓으면서 보니 그냥 죽여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이에 애초의 계획대로 살려서 금태희와 혼인시키는 걸로 생각이 바뀌었다. 지켜본 바로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놈. 기다려라.”
금공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