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3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3화
제7장 실수 (3)
“그럼 그동안은 여기에 있겠네요.”
“어?”
조윤이 아니라고, 곧 돌아갈 거라고 대답을 하려는데 밖에서 소란이 일더니 약교연이 금공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어머니.”
금태희와 금시시가 약교연을 부르자 그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약교연이 그런 미소를 지을 때는 뭔가 항상 안 좋은 일을 당했던 것이 생각난 금태희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왔는데도 전혀 몰랐군. 시시의 상태는 어때?”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시시는 완치가 된 거야?”
“그렇습니다.”
조윤이 대답하자 약교연이 금시시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는 척하더니 갑자기 조윤의 가슴을 후려쳤다.
퍼엉!
“커헉!”
금공과 함께 온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암습을 해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에 조윤은 그녀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그 틈에 금공이 팔을 잡고 꺾으면서 어깨를 잡아 눌렀다.
속이 진탕된 상태라 그런 금공의 수법에 대항할 수가 없었다. 조윤은 허무하게 제압이 되어 약교연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머니!”
“조윤!”
금태희와 금시시가 놀라서 동시에 소리쳤다. 약교연이 저렇게 손을 쓸 줄은 그녀들 역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조용히 해. 너희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
약교연이 두 사람을 향해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는 금공을 불렀다.
“아버님.”
“그래. 알았다.”
금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윤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그러자 밖에 있던 이정방과 노웅이 들어왔다.
“하마터면 감쪽같이 속을 뻔했군.”
“그러게나 말일세.”
“뒤처리는 우리가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약교연의 말에 이정방과 노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으…….”
얻어맞은 뒷목이 아직도 띵 했다. 정신을 차린 조윤은 자신이 뇌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양쪽 손목과 발목에는 굵은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고, 거기에 연결된 쇠사슬이 벽에 연결되어 있었다.
혹시나 싶어 내공으로 그걸 끊어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내상 때문에 기운을 제대로 쓰지 못해 그런 것도 있었지만 쇠고랑이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이유도 컸다.
“소용없을 게다.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것이니.”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쪽을 보니 지저분한 몰골의 노인이 조윤과 똑같은 꼴로 갇혀 있었다.
“누구시죠?”
“클클. 글쎄다. 하도 오래 이곳에 갇혀 있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조윤은 그에게 관심을 끊고 쇠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지 살펴봤다. 그러자 또다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년한철은 절세의 보검을 가지고 와도 끊기가 어려워.”
“쇠사슬이 연결된 벽을 뜯어내는 건 어떻습니까?”
“벽을 자세히 살펴봐. 거기 역시 만년한철로 되어 있을게다. 클클.”
“자력으로는 나갈 수가 없다는 뜻이군요.”
“내가 만약 내공을 되찾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고수였나요?”
“한때는 권왕이라고 불렸었단다. 권왕 맹추삼이라고 하면 호북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
아까는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렸다고 하고서는 지금은 술술 잘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윤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제법 알려진 사람 같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갇혀 있으니 자신을 밝히기가 껄끄러웠으리라.
“그러시군요. 저는 조윤이라고 합니다.”
“문파가 어디냐? 여기에 갇힌 것을 보니 명문세가의 제자 같은데.”
“저는 의원입니다.”
“의원이라고? 의원을 왜 잡아왔지?”
“그러게요.”
말을 하며 계속 쇠사슬을 살펴보던 조윤은 포기를 하고 허탈하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깐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예전에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에 대해 몰랐구나.”
“그렇게 대단하신 분인데 어쩌다 여기에 잡혀 오셨어요?”
“마교의 장로 중에 천산일권 노웅이란 자가 있다.”
“알고 있어요.”
“어느 날 그가 나를 찾아왔다. 자신 역시 권이 유명하니 한 번 겨루자고 하더구나.”
“그래서요?”
“내가 이겼지.”
“그 사람을 이길 정도면 정말 강했군요.”
노웅의 주먹을 두 번이나 받아본 조윤은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검강을 다루는 조윤이었으나 그를 상대로는 반드시 이길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 노웅을 이겼다니 맹추삼이라는 노인의 무공이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말했지 않느냐? 내공만 되찾으면 만년한철도 끊어낼 수가 있다고.”
“노웅을 이겼는데 왜 여기에 갇혀 있는 거죠?”
“독에 당했지. 그는 내게 패배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술을 대접하는 척하면서 독을 썼다. 이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더구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냥 죽이면 될 걸 왜 굳이 여기까지 데리고 왔죠?”
“내 무공이 탐이 났던 거다.”
조윤은 이해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들에게는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무공 때문에 지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까지 배신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이 무림인들이었다.
“몇 년이나 여기에 있었어요?”
“십 년!”
“그래서 제가 몰랐군요.”
“밖은 어떠냐? 바깥세상 이야기를 좀 해다오.”
“사람 사는 거야 다 똑같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다들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 걸 들으려는 게 아니다. 혹시 무림에 대한 건 모르느냐?”
“마교하고 무당파가 곧 싸울 거라고 하던데요.”
“그래? 다른 문파들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는 마교하고 무당파가 각자 힘을 모으고 있는 상태예요.”
“그럼 붙지는 않겠군.”
“왜요? 소문으로는 금방이라도 한판 할 것 같던데.”
“무당파의 힘으로는 마교를 감당하지 못한다.”
“제가 설명을 잘못했군요. 마교 전체가 아닙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주축이 되는 건 금가장입니다.”
“그렇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무당파와 싸우면 곧 마교 전체가 움직일 거다.”
“무당파도 정파를 끌어들이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그래서 쉽지가 않다는 거다. 마교고 정파고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십여 년 전에 크게 한판 붙었던 적이 있어서 서로에 대해 잘 알지. 그때 손을 빌려줬다가 무너지고 패망한 문파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저 간만 보고 말 거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흠…….”
맹추삼은 나름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조윤이 설렁설렁 가볍게 받아들이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다 조윤이 무림인이 아니라 일개 의원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을 풀었다.
그때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맹추삼은 입을 다물고 모르는 척 돌아앉았다. 잠시 후, 약교연이 나타났다.
그녀는 맹추삼은 쳐다보지도 않고 조윤이 갇혀 있는 뇌옥 앞에 섰다.
“모습이 좋지 않구나.”
“덕분에요.”
“어쩔 수가 없었어. 오려면 조용히 올 것이지 사고를 많이 쳤더군.”
“그런 적 없는데요.”
“네가 이 장로님의 제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던데. 이 장로님과 노 장로님에게는 산서의 연가장에서 왔다고 속였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가둔 건 아니죠? 이유가 뭡니까?”
조윤의 말에 약교연이 미소를 지었다. 예전부터 약교연은 조윤의 저 영민함과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금공을 움직여 금태희와 맺어주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네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야.”
“어떤 기회요?”
“무당파를 버리고 우리에게 와.”
“그럼 내게 무슨 이득이 있죠?”
조윤이 관심을 보이며 묻자 약교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태희와 짝지어주마. 이후 금가장의 힘을 업고 마교에서 힘을 행사할 수가 있겠지. 원한다면 장로가 될 수도 있을 거다. 아니, 네 능력이라면 사대호법도 가능하겠군.”
약교연의 말을 듣고도 조윤은 담담했다. 마교가 제법 큰 세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장로니 사대호법이니 해도 크게 와 닿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옆에서 안 듣는 척하면서 모든 것을 다 듣고 있던 맹추삼은 달랐다. 마교가 어떤 곳이던가?
단일 세력이건만 무림의 모든 정파세력과 부딪쳤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곳이다. 더구나 그곳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확실했다. 강자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복종한다.
그러니 장로만 되어도 그 권력이 어마어마했다. 하물며 그 위의 직책인 사대호법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교주 다음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바로 사대호법이었다.
‘저 녀석 일개 의원이 아니었구먼.’
의원 따위에게 잔혹마인 금공의 며느리가 저런 제안을 할 리가 없었다. 도대체 누굴까?
무당파를 버리라는 것을 보면 그곳의 제자인 것 같기는 한데.
맹추삼은 자꾸 조윤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