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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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0화
제6장 다시 호북으로 (3)
장 노인과 헤어진 조윤은 낙소문과 함께 인근에 있는 객잔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을 하나 잡은 뒤에 낙소문에게 말했다.
“금가장에는 나 혼자 갔다 올게요. 여기에서 기다려줘요.”
“그럴 거 같으면 여기까지 따라오지도 않았어요. 함께 가요.”
“가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그럼 더더욱 함께 가야죠.”
“그러지 말고 여기에 있어요. 낙 소저가 위험해지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래요. 가서 시시의 상태만 보면 되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조윤은 낙소문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으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에 낙소문은 조윤을 잠시 빤히 쳐다봤다.
이 사람은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낯부끄러운 말을 한다. 의도하고 한 말은 아닌 것 같으니 무의식적으로 그런다는 건데, 그 때문에 진심인지 아닌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나를 걱정하는 건가요?”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낙소문을 쳐다봤다. 그러자 낙소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갔다 와요.”
“늦어도 삼 일 안에는 올 겁니다.”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가 금가장으로 찾아가겠어요.”
조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금가장으로 향했다.
* * *
산을 오르는데 딱 보기에도 마교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가고 있었다. 그들을 몰래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나 마교였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에 자신 하나쯤은 슬쩍 끼어들어도 모를 것 같았다.
“이번에 금공 장로님이 무당파를 아주 박살을 내신다고 하신다더군.”
“어디 그분뿐인가? 그분의 친우이신 독룡쌍월(毒龍雙鉞) 이정방 장로께서도 오신다고 하지 않던가?”
“잘되었군. 그렇잖아도 그동안 정파 놈들이 활개 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렸었는데.”
“이 참에 다 쓸어버리자고!”
“옳소!”
누군가가 외치자 여기저기에서 동조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리둥절해하던 조윤도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이 하는 대로 타도정파(打倒正派)를 외쳤다.
그 와중에 척안의 사내 한 명이 조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아까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일행에 끼어있었다.
“어이, 자네.”
“에?”
조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척안의 사내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래. 너 말이야. 너 아까는 없었던 것 같은데, 누구냐?”
“아…… 저 나는…….”
조윤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척안의 사내와 함께 온 거대한 체구의 중년인이 눈을 부라렸다.
“지금 누구냐고 묻고 있잖아?”
“혹시 정파의 세작 아니야?”
척안의 사내가 크게 소리치자 사내들이 흥분하며 살기를 뿜어냈다.
“뭐라고? 세작이라고?”
“어떤 놈이야?”
칠십 명 가까이 되는 사내들이, 그것도 마교의 마공을 익힌 흉악한 인간들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자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누구냐고 묻잖아!”
거구의 사내가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기세로 다가왔다. 조윤은 순간 이대로 전부 베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살인은 피해야 했다. 더구나 여기에서 저들을 처리하면 문제가 커질 수가 있었다. 그럼 조용히 금시시의 상태만 보고 가려던 계획이 어그러진다.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까 생각을 하다가 조윤은 예전에 금태희가 가르쳐 준 용음성이 생각났다. 용음성을 쓰면 이들을 다치게 하지 않고 이 자리를 피할 수가 있었다.
“흡!”
숨을 들이키면서 내기를 끌어올리자 단전이 후끈해졌다. 동시에 용음성의 구결에 따라 소리를 뱉어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
“크악!”
“으아아악!”
귀신이 우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에 사람들이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개중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윤은 생각보다 강한 위력이 나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용음성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용음성은 강력한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내공이 강할수록 더 강한 소리가 난다.
지금 조윤은 예전에 용음성을 썼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공이 강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생각 이상으로 강한 소리가 나온 것이다.
조윤은 한 번 더 용음성을 썼다. 그러자 사내들이 귀를 막고 온몸을 비틀다가 몇몇 사람들은 피까지 토했다. 이때다 싶어 조윤은 경공신법을 펼쳐 그 자리를 벗어났다.
가면서 뒤를 힐끗 보니 어지간히 여파가 컸던 듯,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눈치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사고를 친 조윤은 최대한 빨리 금가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찾기 전에 금시시의 상태만 확인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때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웬 여인의 뾰족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웬만하면 무시하고 그냥 가겠는데, 들어보니 어떤 후레자식이 겁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젠장!’
조윤은 여러모로 일이 꼬인다고 생각하면서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니나 다를까?
값비싼 비단옷을 수려하게 차려입은 젊은 사내가 여인 한 명을 깔아뭉개려 하고 있었다. 조윤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그의 목을 잡아서 나무에 던졌다.
쾅!
“커헉!”
사내가 나무에 등을 부딪쳤다가 앞으로 꼬꾸라지려는 찰나에 간신히 바로 섰다. 그리고 상대가 누군지 확인을 하려는데 왼쪽 다리에 묵직한 충격이 오면서 몸이 옆으로 휘청했다.
“헉!”
새된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가려는 찰나에 시야가 빙글 돌더니 이번에는 머리가 부서지는 아찔한 충격이 왔다.
조윤은 딱 세 번 손을 썼다. 사내를 나무로 날리고, 다리를 차서 비틀거리게 만든 후에 뺨을 때려 머리를 땅에 꽂았다. 그 과정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 때문에 옆에 서 있던 젊은 사내의 호위무사 두 명은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젊은 사내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번뜩 정신을 차리며 다급하게 칼을 뽑으려고 했다.
“공자님!”
“이 자식 죽고…….”
사내들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조윤은 그들의 앞에 있었다. 그리고 칼을 뽑으려는 손을 잡아서 밀어 넣고, 다리를 차면서 옆구리와 목을 연속으로 쳤다.
그 수법이 워낙에 빨라 두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한 대 칠 때마다 턱! 턱! 몸이 흔들리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조윤은 잠시 여자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젊은 여인이었는데 옷이 벗겨져서 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옷을 입으시오.”
“네? 네.”
여인이 재빨리 옷을 추스르자 조윤이 기절해 있는 젊은 사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서 가시오.”
“네. 고, 고마워요. 저기 누구신지 알려주시면…….”
“가시오.”
조윤이 짧게 다시 말하자 여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후다닥 그 자리를 떠났다.
‘마교라서 그런가? 하는 짓이 더럽네.’
마교에 대해서 딱히 나쁜 감정은 없었으나 이런 걸 보니 썩 좋게 여겨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쁘다, 나쁘다,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조윤은 젊은 사내의 옷을 전부 벗겨서 자신이 입었다. 그리고 건을 풀어 사내와 똑같이 머리를 묶어 올리고 겉보기에만 화려한 검도 챙겨서 허리에 찼다.
이 정도면 대충 비슷한 것 같았다. 혹여 깨어날지도 모르니 마혈을 짚어서 나무 위에 올려놓았다. 겁탈을 하는 나쁜 놈이니 죽건 살건 알바 아니었다.
호위무사 한 명도 그렇게 마혈을 짚어서 옆에다 올려놓고, 남은 한 명을 흔들어서 깨웠다.
“으……헉!”
신음하면서 정신을 차린 사내가 조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무, 물어보십시오.”
“아까 그놈에 대해서 말해봐.”
“그, 그놈이라면…….”
“여자를 겁탈하려고 했던 놈 말이다.”
“아, 그, 그분은, 아니 그놈은 산서 연가장의 대공자입니다. 여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 아주 몹쓸 놈이지요.”
산서에서 왔다니 또 다른 일행만 없다면 딱 좋았다.
“이름은?”
“저, 저 말입니까?”
“아까 그놈.”
“연중서입니다.”
“너희 말고 연가장에 온 사람들이 있나?”
“없습니다.”
“너희를 아는 사람은?”
“구가장 사람들이 알지만 친분은 그다지 없습니다.”
“그래. 고맙다.”
정보를 모두 알아낸 조윤은 그의 목에 있는 혈도를 가볍게 짚었다. 그러자 그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더니 픽 쓰러졌다. 조윤은 그도 나무 위에 걸쳐놓은 후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