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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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9화
제6장 다시 호북으로 (2)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갔다가는 대공자인 이목도에게 혼이 난다. 이에 아까와는 달리 정중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미파의 여협이셨군요. 실례인 건 알지만…….”
“싫다고 분명 의사를 밝혔는데 이러는 건 무슨 의미죠?”
낙소문의 기세가 달라졌다. 그러자 칼자국의 사내가 흠칫 몸을 떨었다. 자신이 넘볼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이목도도 마찬가지였다.
“실례했습니다.”
사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물러났다. 그러자 함께 온 사내 두 명도 말없이 돌아섰다.
조윤은 그걸 멍하니 지켜보다가 낙소문을 봤다. 낙소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계속했다. 대처가 확실한 것을 보니 이런 일을 자주 겪은 것 같았다. 하긴, 저리 아름다우니 어느 사내가 가만히 둘까?
만약 낙소문이 아미파의 제자도 아니고, 무공도 대단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벌써 누군가에게 당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조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상상하기조차 싫어서였다.
“왜 그래요?”
“에? 아,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어딜 가나 저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군요.”
조윤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시 음식을 먹으려는데 낙소문의 머리에 꽂혀 있는 비녀가 보였다. 저건 아주 예전에 조윤이 준 거였다. 모양은 예쁘지만 오래되어서 조금 낡아 보였다. 그런데도 저리 꽂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침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문을 떠날 때 배웅을 나왔던 당이주의 머리에도 예전에 조윤이 줬던 비녀가 꽂혀 있었다. 그것 역시 낡아서 그렇잖아도 돌아올 때 새로 만들어서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비녀가 낡았네요. 돌아올 때 새 것을 만들어서 줄게요.”
“네, 네?”
갑작스러운 조윤의 말에 낙소문은 눈에 뜨이게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조윤이 왜 그러는지 몰라 의아해하는데 아까 사내들을 보내던 이가장의 대공자가 다가왔다.
“잠시 실례하겠소.”
포권을 하며 낙소문을 쳐다보는 이목도의 시선에는 음욕이 서려 있었다.
* * *
“무슨 일이죠?”
낙소문이 무표정하게 묻자 이목도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저는 목리현 이가장의 후계자인 이목도라고 합니다.”
조윤은 목리현의 이가장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간을 좁혔다. 목리현은 조윤이 흑묘와 함께 단목세가로 가기 전까지 지냈던 곳이었다. 더구나 이가장이라면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말에서 떨어진 아가씨를 치료해줬더니 보상을 받지는 못할망정 기르던 개에게 물릴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렸다.
“혹시 무당파로 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맞아요.”
“역시 그랬군요. 저 역시 무당파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가장이 목리현의 작은 세가라지만 무림을 어지럽히는 사악한 자들을 어찌 단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해서 먼 길을 마다않고 무당파로 가는 길입니다.”
“아미파의 여협께서도 그래서 가는 길이겠죠? 어차피 그리로 가는 길이니 함께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호북에 도착하면 만금상회 사람들이 마중을 나오기로 했습니다.”
이목도는 만금상회라는 말에 유독 힘을 줘서 말했다. 만금상회는 천하에서 알아주는 삼대상단 중 하나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돈이 너무나 많아서 성 하나를 통째로 사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낙소문은 조금의 관심도 없이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을 했다.
“됐어요.”
생각지 못한 차가운 거절에 이목도는 크게 당황했으나 곧 냉정을 되찾았다. 상대는 아미파의 제자였다. 더구나 흔하게 볼 수 없는 절세미인이었다. 이 정도의 콧대는 있어야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저. 소저가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우리는 이만 가겠어요. 가요.”
낙소문이 딱 잘라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윤의 팔을 잡고 그곳을 나왔다.
거의 끌려나오다시피 한 조윤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목도라는 사내가 낙소문의 미모에 혹해서 수작을 걸려고 하는데도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뭔가 하기도 전에 낙소문이 워낙에 대처를 잘하니 계속 나설 시기를 놓쳤다.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군.’
두 사람은 말에 올라타 곧 객잔을 떠났다. 한데 이목도가 일행과 함께 뒤를 따라왔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가는 길이 같으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낙 소저.”
“네.”
“무당파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조윤은 아까 이목도가 사악한 무리가 어쩌고저쩌고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사천 변두리에 있는 작은 현에 있는 세가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낙소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저는 들은 게 없어요.”
“그도 그렇군요. 저랑 계속 함께 있었으니.”
“네? 네.”
이번에도 낙소문은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이 깨지며 당혹감이 보였다. 조윤은 이유를 몰라 의아했으나 따로 묻지 않았다. 왜인지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북에 도착하자 조윤은 아쉬운 얼굴로 낙소문에게 말했다.
“아쉽지만 여기에서 헤어져야겠군요. 저는 금가장에 들러서 시시의 상태를 본 후에 무당파로 갈 생각입니다.”
“조윤 공자.”
“네.”
“저랑 함께 다니는 게 싫으세요?”
“네?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럼 함께 가요.”
“무당파에 볼일이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금가장에 들렀다 가도 돼요.”
“사실 이대로 헤어지기가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낙소문이 하는 말에 조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낙소문도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가요.”
두 사람은 말머리를 돌려 남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그들을 따라가던 이목도는 의아함이 들었다. 무당파로 가려면 북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왜 남쪽으로 가는 걸까?
쫓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그는 이내 포기했다. 만금상회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어렵게 사정해서 연줄을 댔는데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더구나 낙소문이 무당파로 간다고 했으니 어차피 나중에 만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서 멀어지는 낙소문을 한참이나 응시했다.
* * *
조윤과 낙소문이 나루터에 도착하자 무기를 든 무림인들이 많이 보였다. 저렇게 무림인들이 몰려다닐 때는 필시 큰 사고가 생긴 것이다.
그게 궁금했으나 조윤은 애써 무시하며 배를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나 웬걸?
전부 예약이 되어 자리가 없었다. 난감함에 육로를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운 좋게 장 노인을 다시 만났다.
“어르신!”
“오, 소청신의로구먼. 여긴 어쩐 일인가?”
“돌아가려고 배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리게.”
장 노인은 반가운 마음에 먼저 있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윤과 낙소문을 배에 태웠다. 그리고 천천히 노를 저으며 배를 움직였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이 아니었으면 하루를 낭비할 뻔했습니다.”
“하하. 고맙기는. 그래. 그때 구한다던 사람은 구했나?”
“네. 덕분에 시간에 맞춰서 갈 수가 있었습니다.”
“다행이구먼.”
“저기. 어르신. 아까 오면서 보니까 나루터에 무인들이 많던데 혹시 이유를 아십니까?”
“응? 아직 소문을 듣지 못했나?”
“모릅니다.”
“그랬군. 하긴 무림인들의 일이니 의원인 자네가 모를 수도 있지.”
아무것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장 노인의 말에 조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이 검강을 쓸 정도의 고수고, 무당파의 최고수인 옥승진인의 제자라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최근 마교가 나타나서 흉악한 짓을 일삼고 있다네.”
“그렇습니까?”
조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나 짚이는 바가 있었다. 마교라고 하니 당장에 금가장이 생각난 것이다.
“보다 못한 무당파에서 그들을 처리하려고 산하의 무인들을 전부 모이게 했는데, 그 소문을 듣고 관계가 없는 군소문파들도 대거 무당파로 향하고 있는 게야.”
“그 소문을 언제 들으셨습니까?”
“며칠 전에 들었다네.”
조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윤이 낙소문과 함께 당문을 떠난 지 이제 겨우 십여 일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에 무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장 노인조차 알 정도로 소문이 돌았다는 건 그만큼 일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 무당파에서도 무림맹을 만들려는 건가?’
당수백이 마교를 핑계로 사천의 문파들을 하나로 모아 정의맹을 만들었듯이 무당파도 그럴지 몰랐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조윤은 그건 아니라 여겨졌다. 무당파는 수행을 하는 곳이었다. 강호의 이권에 연관을 지어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았다.
“무슨 생각해요?”
“응? 아, 아니에요. 이대로 금가장으로 가도 되나 해서요.”
조윤은 옥승진인의 제자였다. 한데 마교와 무당파가 언제 충돌을 할지 모르는 이런 시기에 금가장에 가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었다.
더구나 낙소문과 함께였다. 일이 생기면 그녀도 위험해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려니 내키지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조윤은 결국 혼자 갔다 오기로 결정을 했다.
장 노인이 배를 대자 조윤이 인사를 하며 뱃삯을 치렀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조심하게나.”
마치 뭔가를 알고 있는 듯이 말하는 장 노인을 조윤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러자 장 노인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 나이쯤 되면 굳이 듣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지. 가거든 항상 조심하게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