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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38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8화

제6장 다시 호북으로 (1)

 

 

“어머니. 접니다.”

 

조윤이 방문 앞에서 조용히 이야기하자 안에서 당이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너라.”

 

“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조윤은 적지 않게 놀랐다. 당이주는 침의(寢衣) 차림으로 침상에 누워있었다. 늘 단정하고 고상하던 모습만 보다가 저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어서 오너라.”

 

“격조했습니다.”

 

조윤이 가까이 다가가서 앉았다. 그러자 당이주가 손을 내밀어 조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갈수록 그 사람을 닮아가는구나.”

 

조윤이 당이주를 봤다. 그녀의 눈에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가득했다.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그리 보이느냐?”

 

당이주가 설핏 웃으면서 몸을 틀었다. 그 때문에 옷이 살짝 흘러내리면서 가슴이 보이려고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당황했을 것이나 조윤은 침착하게 그녀의 옷을 여며줬다.

 

“날이 추우니 너무 얇게 입지 마세요.”

 

“효주를 완전히 치료했다지?”

 

“네.”

 

“혼인은 언제더냐?”

 

“무당파에 다녀와서 할 생각입니다.”

 

“옥승진인의 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래서 가는 게냐?”

 

“네.”

 

당이주는 안타까운 눈으로 조윤을 잠시 쳐다봤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진맥 좀 해볼게요.”

 

“그러거라.”

 

조윤이 당이주의 완맥을 잡고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굉장히 이질적인 기운이 몸 안에서 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독이었다.

 

당이주는 조윤이 죽은 줄 알고 직접 복수를 하기 위해서 독공을 연공했었다. 당시에 독 기운이 뇌까지 침투를 한 것 같아서 조윤은 남몰래 약을 썼었다. 시비를 포섭해서 당이주가 매일 먹는 차에 독성을 누르는 약을 타게 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어쩐지 지금 당이주의 상태는 그때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다만 기력이 많이 쇠해 있었다.

 

“독공은 이제 연공하지 않으시죠?”

 

“그래.”

 

“그럼 독 기운을 전부 없애겠습니다.”

 

“그냥 놔두어라. 그리 수고할 필요 없다.”

 

“안 됩니다. 이대로 놔두면 필시 몸에 해가 됩니다.”

 

“그럼 어떻더냐?”

 

“어머니.”

 

조윤이 조용한 목소리로 부르자 당이주가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그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가 않았다. 예전에 조윤도 여동생인 하연이가 죽었을 때 삶의 의미를 잃고 저런 눈을 했었다. 그랬기에 당이주의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복수를 할 일념으로 살아오다가 그게 이루어지고 나니 삶의 의미를 잃은 것이다.

 

“말하거라.”

 

“건강하셔야 해요. 오래 사셔서 손주도 보고 손녀도 보셔야죠. 이제 제게 가족은 어머니뿐입니다. 혹여 저를 버리고 떠나실 생각은 하지 마세요.”

 

조윤의 말이 상당히 의외였던지 당이주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조윤을 봤다. 그러다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기는 어디를 간다고 그러는 거냐?”

 

“그럼 치료를 받으세요. 건강하셔야 제 혼인식에 와서 축하를 해주실 수 있잖아요. 저는 어머니가 누구보다 아름다울 거라 생각합니다.”

 

“못 본 사이에 넉살이 늘었구나.”

 

당이주가 처음으로 죽은 이가 아닌 산 사람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래. 알았다. 아들이 이리 부탁을 하는데, 안 할 수야 없지. 네 능력껏 나를 치료해보아라.”

 

“알겠습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무도 없는 천장을 바라봤다.

 

“잠시만 호위를 서주십시오.”

 

대답은 없었지만 천장에 있던 기척이 스르륵 사라졌다. 그는 전에 당이주가 준 돈을 조윤에게 가져왔던 사내였다. 당이주의 호위무사이자 그림자였다.

 

“그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네.”

 

조윤의 대답에 당이주는 약간 놀란 눈을 했다. 사내의 은신술은 강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 사내의 기척을 어떻게 알아냈단 말인가?

 

“운기조식을 하세요. 제가 돕겠습니다.”

 

조윤의 말에 당이주는 침상에 그대로 앉아서 가부좌를 했다. 그리고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리자 독 기운이 확 일어났다.

 

조윤은 당이주의 뒤에 앉아 양 손바닥을 등에 댔다. 그리고 당이주의 독 기운을 끌어다가 자신의 기운과 섞기 시작했다. 동시에 태극음양신공을 운용해서 기운의 성질을 조금씩 바꿔갔다.

 

당효주를 치료할 때 이미 한 번 해봤던 일이라 이번에는 막힘이 없었다. 다만 일반적인 기운이 아닌 독 기운이라 성질을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당이주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던 독 기운이 점점 맑은 기운으로 바뀌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때론 단전이 텅텅 빈 것처럼 허전했고, 때론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따뜻한 기운이 스멀스멀 몰려와 온몸을 채우자 환희가 일었다.

 

한없이 따뜻한 그 기운은 조윤의 기운이었다. 그게 마치 조윤의 마음과 같아서 당이주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하루 밤낮이 지나자 당이주의 몸에 있던 독 기운의 팔 할이 조윤의 기운으로 바뀌었다. 조윤은 남은 독 기운을 자신의 몸 안으로 끌어와서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기운을 좀 더 당이주의 몸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치료가 완전히 끝나자 당이주는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좋구나.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어머니의 독 기운을 제 기운으로 바꿨어요.”

 

“그게 가능하더냐?”

 

기운의 성질을 바꾼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금시초문(今始初聞)이었다.

 

“앞으로는 독공을 수련하지 마시고 다른 무공을 수련하세요.”

 

“알았다. 그리하마.”

 

“그럼 이제 가볼게요.”

 

조윤이 방을 나가려고 하자 당이주가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조윤아.”

 

“네. 어머니.”

 

“혼인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당이주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저리 뛰어난 은신술을 쓰는 사람을 수하로 부리니 알고자 한다면 세가 안팎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알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효주가 누이동생처럼 여겨지기는 하지만 싫지는 않습니다.”

 

“잘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하거라. 네가 싫다면 혼인을 막아주마. 이 어미에게 아직 그 정도의 힘은 있다.”

 

당이주는 정말 그럴 능력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싫다고 하면 혼인을 막아줄 수가 있을 테지만, 그럼 당수백과 맞서야 했다.

 

조윤은 자신 때문에 당이주가 곤란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더구나 더 이상 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조윤은 대답하지 않고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왔다.

 

* * *

 

혼자서 하는 먼 길을 떠나는 것은 오래만이었다. 당수백이 감시를 한 명 정도는 붙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홀로 가도록 내버려뒀다.

 

혹시 몰래 쫓아오는 자가 있는지 살폈지만 그 역시 기우였다. 성도를 벗어나는 동안 뒤를 따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데 성문을 지나 밖으로 나오자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낙 소저.”

 

“이제 오네요.”

 

말에 타고 있던 낙소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절세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가 그렇게 웃자 주위가 다 환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당파로 가신다고요?”

 

“네.”

 

“저도 함께 가려고요.”

 

낙소문과 단둘이 여행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이유로 함께 가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당파에 갈 일이 있는 겁니까?”

 

“네. 있어요.”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타 문파의 일을 알려고 하는 것은 실례였다. 이에 조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함께 가죠.”

 

“그래요.”

 

조윤이 끌고 온 말에 올라타자 낙소문이 옆으로 붙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 머리를 나란히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호북으로 향했다.

 

주위에서 그런 두 사람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아니 더 정확히는 대부분의 시선이 조윤에게 향해 있었다. 특히 사내들일 경우 시샘과 질투가 섞인 눈으로 힐끔거렸다.

 

조윤은 그걸 알고 있었으나 애써 무시했다. 쳐다본다고 해서 뭐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비를 걸어온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저쪽에 있는 공자께서 잠시 그대를 보자고 하신다.”

 

얼굴에 험악하게 칼자국이 나 있는 사내가 두 명의 사내들을 대동하고 와서 말했다. 그러자 객잔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향했다.

 

낙소문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조윤은 그들을 보다가 그 뒤로 보이는 사내를 봤다. 비단옷을 차려입은 젊은 사내가 오만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조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낙소문이 칼자국의 사내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누구죠?”

 

“저분은 이가장의 대공자시다.”

 

“그렇군요. 저는 아미파의 낙소문이라고 해요. 가서 만날 의사가 없다고 전해요.”

 

대답을 들은 칼자국의 사내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미파는 사천에서 가장 큰 세력 중 하나였다. 그에 비해 이가장은 위치해 있는 현에서나 알아주지, 밖으로 나오면 알아보는 이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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