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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37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7화

제5장 새로운 깨달음 (2)

 

 

“그럼.”

 

조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화가 다가와 부축을 해줬다. 그 모습을 제갈지인이 안쓰럽게 쳐다봤다.

 

“수고 많았네.”

 

조윤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이화와 함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예전에 묵던 방으로 가서 침상에 몸을 눕혔다. 피곤해서 금방 잠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 피곤하니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조윤은 지난 사흘 동안을 돌아봤다. 당효주를 치료할 수 있었던 건 천운이었다. 내기를 활용해서 치료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계속 난관에 부딪쳤지만 그때마다 생각한 방법이 모두 들어맞았다.

 

덕분에 큰 위험 없이 치료를 끝낼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이 많았다. 그중 가장 큰 깨달음은 역시나 다른 사람의 기운과 동화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조윤은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팔이 묵직한 느낌에 몸을 뒤척이며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뭔가가 품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 싶어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떴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게 품안에 웬 여자가 안겨 있었다.

 

“누구…….”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품안에 있는 여자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얼굴을 조금 들었다.

 

“음…… 하연이였구나. 조금 더 자자.”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사실 그의 품에 있는 여자는 당효주였다.

 

그녀는 갑자기 쓰러져서 며칠을 누워 있다가 깨어나자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근에서 유명하다는 의원들이 몇 명이나 왔었지만 전부 고개를 저으면서 돌아갔다. 결국 이렇게 죽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당효주는 조금 더 살고 싶었다.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무엇보다 아직 조윤과 혼인을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며칠을 덧없이 흘러갔다. 그 와중에 조윤을 불러오기 위해서 당수백이 사람을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

 

당효주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했다. 조윤이 올 때까지 이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혹여 온다고 해도 과연 치료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그럼 조윤은 죽는다. 당수백이 죽일 것이다. 고민하던 당효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문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몸이 아파서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렇다고 세가 사람들에게 부탁을 할 수는 없었다. 이에 육예를 불렀다. 육예는 조윤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아이였다. 조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하면 당연히 도와줄 거라 여겼다.

 

그녀의 생각은 맞았다. 육예는 조윤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오라비인 대호와 함께 와서 그녀를 아무도 모르게 세가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후부터는 빈민가에서 생활했다. 생활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아파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는 자신이 점점 죽어간다는 것이 슬펐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고, 이내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당효주는 꿈을 꿨다. 조윤이 환하게 웃으면서 그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너무나 따뜻하고 아늑한 손길에 당효주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몸을 그대로 내맡겼다.

 

그러다 눈을 뜨니 제갈지인이 있었다. 그녀는 당효주를 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곧 당수백이 당신우, 당자휘와 함께 왔다.

 

당효주는 그들을 멀뚱멀뚱 보다가 자신이 살았음을 알았다. 당수백에게 들으니 조윤이 치료를 했다고 한다. 더구나 이제는 완전히 나았단다. 정말인가 싶어서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배는 고픈데 이상하게 기운이 넘쳤다.

 

그녀는 가족들과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홀로 남게 되자 식사를 하고 목욕을 했다. 그런데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제야 당효주는 자신이 정말 다 나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자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한참이나 운 당효주는 조윤의 방으로 갔다.

 

조윤은 어제부터 하루 종일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창 꿀잠을 자고 있는 조윤을 내려다보던 당효주는 용기를 내서 그 옆에 누웠다. 잠시 그러고 있자 다시 용기가 났다. 이에 조윤의 팔을 들어 자신의 몸 위에 두르며 품을 파고들었다.

 

그때 조윤이 눈을 뜨며 나직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하연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누굴까?

 

깨어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조윤의 따뜻한 품을 즐겼다.

 

* * *

 

“음…….”

 

눈을 뜬 조윤은 조금 황당했다. 어째 자면서 계속 뭔가가 몸을 누르는 느낌에 불편하더라니 웬 여자가 품에 안겨 있었다. 이에 누군가 싶어서 얼굴을 보니 당효주였다.

 

자신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쉰 조윤은 당효주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팔을 뺐다. 대신에 베개를 잘 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을 보니 깜깜했다. 얼추 하루를 잔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이에 가부좌를 하고 운기조식을 했다. 그러자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 임맥과 독맥을 타고 달렸다.

 

지금 조윤의 내공은 예전보다 훨씬 들어 있었다. 당효주를 치료하면서 그녀의 몸에 있던 영약의 기운을 전부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운과 동화가 되자 막힌 혈을 무사히 잘 뚫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당효주가 품고 있기에는 기운이 너무 강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당효주의 기운 일부를 자신의 몸으로 옮겨왔다.

 

그럼에도 당효주는 환골탈태를 했고, 덕분에 조윤도 내공이 늘었다.

 

한 식경 정도 운기조식을 하자 몸이 좀 가벼워졌다. 그때까지도 당효주는 곤히 잠들어 눈을 뜨지 않았다.

 

조윤은 침상으로 가서 이불을 잘 덮어주고 방을 나왔다. 그러자 방 안에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당효주는 자고 있지 않았다. 조윤이 일어나자 덩달아 잠이 깼었다.

 

하지만 무안함에 차마 조윤을 보지 못하고 계속 자는 척을 한 것이다.

 

조윤 역시 그녀가 깬 것을 알았으나 모르는 척했다.

 

별채를 나와 정원을 거니는데 밤하늘에 걸린 달이 보였다. 또한 그 옆으로 흐드러지듯이 흘러가는 별무리가 있었다.

 

오랜만에 올려다본 밤하늘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에 넋을 잃고 한참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당효주가 옆으로 다가왔다.

 

“아름답네요.”

 

“응.”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고마워요.”

 

“나 때문에 고생했다고 들었어.”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오라버니 덕분에 살아있는걸요.”

 

조윤은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당효주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저기, 오라버니.”

 

“왜?”

 

“저 오라버니의 부인이 되고 싶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조윤이 잠시 할 말을 잃고 당효주를 봤다. 그러자 당효주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안 되나요?”

 

“그게…….”

 

조윤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당효주가 푹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오라버니가 절 누이동생처럼 생각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아버님으로부터 오라버니를 지키려면 혼인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제가 그럴 수 있게 해주세요.”

 

“효주야. 그건.”

 

“아니면 혹시 마음에 둔 여자가 있나요?”

 

당효주의 말을 듣자 순간 조윤은 낙소문이 생각났다. 왜 갑자기 그녀 생각이 난 걸까?

 

조윤이 말이 없자 당효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역시 있군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혼인을 하셔야 해요. 옛말에 대장부가 삼 처, 사 첩을 거느리는 건 흠이 아니라고 했어요.”

 

“앞서가지 마. 넌 이제야 건강을 찾았잖아.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거 아니야? 그런데 나랑 혼인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

 

“오라버니의 부인이 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거예요!”

 

당효주가 당차게 나오자 조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조윤은 당효주와 혼인을 할 생각이 없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는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효주는 죽은 여동생인 하연이와 쌍둥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껏 여동생처럼 여겼지 한 번도 여자로 본 적이 없었다.

 

“알았어. 그건 천천히 생각해보자. 나 좀 봐줘라. 너 치료한다고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어.”

 

“그럼 생각해보고 대답해줘야 해요?”

 

“그럴게.”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조윤은 몰래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여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버님이 곧 찾아낼 테니까요.”

 

“얼굴에 쓰여 있어?”

 

“어머, 정말이었군요! 나빴어!”

 

“하하. 미안. 미안.”

 

조윤이 웃으면서 사과를 했으나 당효주는 새치름하게 눈을 뜨고 계속 쳐다봤다.

 

“충분히 생각해볼 테니까 그런 눈 하지 마.”

 

“정말이죠?”

 

“그래.”

 

“헤.”

 

당효주가 웃으며 조윤의 팔에 매달렸다. 그런 당효주가 귀여워서 조윤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 *

 

“어서 오너라.”

 

당수백이 방으로 들어온 조윤을 반겼다. 며칠 전만 해도 독을 써서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친근한 모습이었다.

 

조윤이 자리에 앉자 당수백이 시비를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

 

“그렇잖아도 한 번 부를 참이었다.”

 

“말씀하실 게 있습니까?”

 

“먼저 온 용건부터 이야기를 하거라.”

 

“무당파에 갔다 오려고 합니다.”

 

“무당파에?”

 

“네.”

 

조윤의 말을 들은 당수백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번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오자마자 죽이려고 들었으니 당문이나 자신을 좋게 여길 리가 없었다.

 

“네가 옥승진인의 제자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다. 그래서냐?”

 

“네. 사부님께서 일이 끝나면 잠시 들르라고 했었습니다.”

 

“잠시 말이냐?”

 

“네.”

 

“언제 떠날 생각이냐?”

 

“허락하신다면 오늘이라도 떠날 생각입니다.”

 

조윤이 허락이라는 말을 하자 당수백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상 조윤이 당효주와 약혼을 했다지만 어디를 간다고 해서 이렇게 허락을 맡을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당수백이 조윤에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윤은 신의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고, 검강을 쓸 정도로 무공이 강했다.

 

무엇보다 옥승진인의 제자가 되었다. 아무리 당수백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윤이 돌아왔을 때 차마 죽이지 못하고 바보로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이다.

 

“효주의 상태는 어떠냐?”

 

“완전히 나았습니다. 이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효주와 혼인을 하거라.”

 

갑작스러운 말에 조윤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당수백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너를 못 믿는 것은 아니나 한 번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불안하구나. 그 아이도 그럴게다. 그러니 효주와 혼인을 하거라.”

 

“저는 의술을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럼 천하를 돌아다녀야 할 텐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상관없다. 혼인을 하면 효주는 출가외인이다.”

 

조윤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이야 빠져나간다고 해도 당수백은 어떻게든 자신을 묶어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응하는 것이 나았다. 더 이상 피하고 도망갈 것이 아니라 맞서 싸워야 했다.

 

“좋습니다. 어차피 약혼한 사이이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조윤이 결정을 내리고 대답을 하자 당수백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인상을 썼다.

 

“하지만 당장은 안 됩니다.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입니다. 그러니 사부님에게도 알린 후에 하겠습니다.”

 

“음…….”

 

조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른 일도 아니고 혼인이다. 사부가 없다면 모를까, 있는 대도 알리지 않고 혼인을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 사부가 누구던가? 무당파의 최고수인 옥승진인이 아니던가?

 

이런 일로 그의 체면을 깎아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조윤을 보내면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당파에 가서 나 몰라라, 해버리면 당수백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당수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리하거라. 당연히 그리해야지. 가능하면 모시고 함께 오는 것도 좋겠구나.”

 

“여쭤보겠습니다.”

 

“그래. 가는 길에 노잣돈이 필요할 테니 총관을 잠시 만나고 가거라. 내가 일러 놓겠다. 그리고 어머니를 본 지 오래되었지? 솔직히 말하면 요즘 상태가 좋지 않다.”

 

“떠나기 전에 들르겠습니다.”

 

“그럼 가보아라.”

 

“네.”

 

조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왔다. 그런 조윤을 당수백이 침잠한 눈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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