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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3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4화

제4장 예측 (1)

 

 

“고맙습니다. 어르신.”

 

“아닐세. 덕분에 나도 좋은 경험을 했네. 당부를 하나 하자면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런 날씨에 배를 타지 말게나.”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건 뱃삯입니다.”

 

배에서 내린 조윤이 품에서 전낭을 꺼내서 건넸다. 그러자 장 노인이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했다.

 

“아닐세. 이러지 말게. 돈 때문에 자네들을 태워준 것이 아닐세.”

 

“거절하지 말고 받아주십시오. 어르신 덕분에 무사히 여기까지 올 수가 있었습니다. 저희 목숨 값이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적은 돈입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억지로 장 노인의 손에 전낭을 쥐어줬다.

 

“허허. 참. 그럼 고맙게 받겠네.”

 

“네. 건강하십시오.”

 

“자네도 꼭 그 사람을 살리게나.”

 

장 노인의 말에 조윤은 씁쓸하게 웃었다. 당효주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책임감에 가고 있을 뿐이다.

 

“갑시다.”

 

조윤이 길을 재촉하자 일행이 함께 움직였다. 나루터를 벗어나 큰길로 가려는데 마침 객잔이 보였다. 그곳에서 먹을 것을 살 생각으로 가자 생각지도 않게 당문의 무사들이 머물고 있었다.

 

“헛! 공자님을 뵙습니다.”

 

“어찌 이리 일찍 도착하셨습니까? 폭우가 심해 조금 늦는 줄 알았습니다.”

 

무사들이 의아해하면서 묻자 당자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다행히 실력이 좋은 뱃사공을 구할 수가 있었다.”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말을 준비해두었습니다.”

 

“혹시 갈아입을 옷이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럼 옷만 갈아입고 바로 출발하겠다. 그동안 말을 타고 가면서 먹을 것을 챙겨라.”

 

“알겠습니다.”

 

일행은 무사들이 내준 옷으로 갈아입고 말에 올라탔다. 그러자 무사 한 명이 만두와 육포를 싸서 내밀었다.

 

“세가로 곧장 가시면 하루거리 안에 또 말을 준비해 놓고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알았다.”

 

말을 몰아서 가려던 당자휘는 잠시 멈칫하더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혹시, 효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에서 계속 대기를 했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래.”

 

듣고 싶은 걸 들은 당자휘가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자 일행이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하루 밤낮을 쉬지 않고 달리자 작은 마을이 나왔다. 그곳의 마방에서 대기 중인 당문의 무사들이 일행을 보고 달려 나왔다.

 

“잠시 운기조식을 할 것이다. 요기할 것을 챙기고 말을 바꿔놓아라.”

 

“알겠습니다.”

 

당자휘의 말에 따라 당문의 무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동안 일행은 운기조식을 하며 약간이지만 체력을 회복했다. 이후 다시 말을 타고 달리니 어느새 당문이 있는 성도가 지척이었다.

 

그곳에도 당문의 무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조윤 일행을 보고 재빨리 말을 끌고 왔다.

 

“효주는 어떠냐?”

 

“저희는 알지 못합니다.”

 

“알았다.”

 

당자휘가 말에 박차를 가하자 다들 뒤따라 달렸다. 한 식경 정도를 가자 드디어 당문이 보였다. 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정문이 활짝 열려 있고, 그 앞에 무사들이 잔뜩 나와 있었다.

 

“곧장 들어간다.”

 

안채까지 말을 타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당자휘가 더욱이 말을 빨리 몰자 일행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당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조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육예?’

 

부쩍 자라서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으나 조윤은 단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육예 역시 자신을 알아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저렇게 처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조윤은 얼결에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말이 앞발을 높이 치켜들며 멈춰 섰다.

 

육예는 애절한 눈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조윤이 그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말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당문의 정문이 서서히 닫혔다. 그러면서 육예의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뭐냐? 조윤!”

 

육예에게 가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데 앞서 가던 당자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조윤은 말머리를 돌리며 크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육예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효주의 상태를 보는 것이 더 급했다.

 

* * *

 

“아버님!”

 

“그래. 어서 오너라.”

 

당효주의 방 앞에 있던 당수백이 당자휘를 반겼다. 그리고 함께 온 조윤을 봤다.

 

“왔느냐?”

 

“네. 효주는 어떻습니까?”

 

“들어가 보아라.”

 

당수백이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이에 조윤은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당효주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조윤이 다가가는데도 전혀 모르는 듯 움직임이 없었다.

 

“효주야.”

 

조윤은 당효주를 부르며 침대로 갔다. 그리고 이불을 살짝 들추는 순간 다급하게 소매로 입과 코를 가렸다. 거기에는 시체가 놓여 있었다. 새까맣게 타서 죽은 시체였는데, 불에 탄 것이 아니었다. 독에 당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는데 머리가 핑 돌았다. 독에 중독된 것이다.

 

“이게 무슨…….”

 

독 때문에 조윤은 비틀거리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공을 끌어올려 독에 대항하려고 했으나 제정신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다 아랫배가 시큰해지면서 내공이 자꾸 흩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산공독에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조윤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짓씹으며 당수백을 봤다. 이렇게 독을 썼다는 건 효주가 이미 죽었다는 뜻이었다.

 

“조윤!”

 

“가까이 가지 마라.”

 

당자휘가 놀라서 조윤에게 가려고 하자 당수백이 말렸다. 이에 당자휘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버님.”

 

“효주가 죽었다. 그러니 약속대로 놈도 대가를 받아야지.”

 

“그런…….”

 

당자휘는 멍한 얼굴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면서 이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에 뒀었다. 당연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생각을 해 뒀었다.

 

그러나 막상 당효주의 죽음을 전해 듣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뭣들 하느냐? 어서 이놈을 끌어다가 가둬라!”

 

당수백이 크게 소리치자 당문의 무사들이 달려와 조윤을 끌고 갔다. 조윤은 독에 당해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래서 반항 한 번 못해보고 그대로 끌려가야만 했다.

 

 

 

지하의 뇌옥에 갇힌 조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산공독 때문에 내공이 남아나질 않게 된다. 지금도 계속 내공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럼 첫 번째 중독된 독도 밀어낼 수가 없었다.

 

이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동안 배운 수많은 의학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무공에 관한 경험과 지식도 마찬가지였다.

 

검강을 깨달았을 정도로 강하건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바로 옆에서 인기척과 함께 고운 미성이 들려왔다.

 

“조윤. 괜찮아?”

 

“음…….”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서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으나 목소리만으로도 상대가 누군지 알 수가 있었다.

 

“효……령…….”

 

“그래.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들어.”

 

당효령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그런 것으로 봐서 당수백 몰래 온 것이 분명했다.

 

“아버님이 너를 죽이려 할 거야. 네가 당한 독은 망아추혼(忘我抽魂)이라는 독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멍해지면서 기억이 지워져. 그렇게 칠 일이 지나면 모든 것을 잊고 갓난아기처럼 돼.”

 

망아추혼은 조윤도 아는 독이었다.

 

중독이 되면 죽지는 않지만 혼충이라는 벌레가 머릿속에 들어가서 뇌를 갉아먹기 때문에 당효령의 말대로 바보가 된다. 그러나 혼충을 찾아낼 수가 없어서 해독제가 없이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당시에 조윤은 그걸 세균감염으로 이해했었다. 세균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충, 즉 벌레로 인식을 했을 테고, 그게 뇌를 감염시켜 기억을 퇴화시키는 거라고.

 

당효령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금 해독약을 구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우선 이거부터 먹어. 산공독의 해독약이야.”

 

꼼짝도 못하고 있는 조윤의 입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손가락이 닿았다. 동시에 입안으로 뭔가가 들어왔다. 둥근 환이었다.

 

찰나에 조윤은 과연 당효령을 믿어도 될지 의심이 들었다. 사실 조윤은 정신없이 당문으로 오면서 당효주가 이미 죽었을 상황을 염두에 뒀었다. 그러나 당수백이 이렇게 간악하게 속이면서 손을 쓸 줄은 몰랐다. 그 작은 방심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뇌옥에 갇힌 지 한 식경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당효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과연 믿어도 될까?

 

하지만 조윤은 곧 그 생각을 접었다.

 

만약 당수백이 자신에게 더 손을 쓰려고 했다면 굳이 당효령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뭔가를 하려고 했다면 당수백이 직접 왔을 것이다.

 

“망아추혼의 해독약을 구해서 다시 올 테니까 기다려.”

 

“효주…….”

 

뇌옥 밖에서 힘겹게 해약을 먹인 당효령이 가려고 하자 조윤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독에 중독되어 목소리가 뜻대로 나오지 않았으나 당효령은 당효주의 이름만 듣고도 조윤이 뭐를 궁금해 하는지 알았다.

 

“효주는…… 하아…….”

 

당효령은 말하기에 앞서 크게 한숨부터 쉬었다. 그러다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는 조윤을 봤다.

 

“효주는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서 굉장히 앓았어. 아버님이 놀라서 인근의 의원들을 불렀지만 다들 원인조차 찾지 못했어. 결국 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당가십이비를 보낸 거야. 그런데 효주가 사라졌어. 자신을 찾지 말라고, 그리고 너한테 해코지를 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남기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거야. 아버님이 세가의 무사를 전부 풀어서 찾았는데 찾지 못했어. 효주는 자신이 죽으면 너한테 해가 갈 것을 걱정해서 세가를 떠난 거야.”

 

거기까지 말한 당효령이 씁쓸한 얼굴을 했다.

 

“효주는 이미 죽었을 거야. 의원들이 며칠 살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미 그 날짜가 훨씬 지났거든. 나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 왔다가 우연찮게 아버님이 너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 그래서 말리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워낙에 화가 나 있어서 말도 붙여보지 못했어.”

 

그제야 조윤은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있었다. 당효주는 자신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세가를 떠났다. 만약 당수백이 보는 앞에서 죽었다면 그 분노가 고스란히 조윤에게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효주는 그렇게 떠남으로써 일말의 기대감을 남겨 놓았다. 당수백으로 하여금 혹여 자신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조윤을 곧바로 죽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미안해. 해약을 꼭 찾아서 가져올게.”

 

실상 당효령이 사과를 할 일이 아니었다. 당수백이 그런 것처럼 자신 때문에 당효주가 죽었다고 생각을 해도 될 일이었다.

 

멀어지는 당효령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조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금시시를 치료한다고 너무 시간을 끌었다. 당효주의 건강한 모습에 잠시지만 방심을 한 탓이다.

 

뒤늦은 후회가 들었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이었다.

 

* * *

 

해약을 먹었는데도 산공독은 금방 해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전에서 느껴지던 지독한 통증이 없어진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조윤은 밤새 한숨도 못 자고 필사적으로 운기조식을 했다. 그 탓에 새벽이 되어서는 몸을 조금 움직일 수가 있었다. 산공독이 해독된 것이다.

 

하지만 산공독 때문에 흩어진 기운은 금방 회복되지 않았다. 더구나 계속 정신이 멍했다. 아무래도 망아추혼 때문인 것 같았다.

 

가부좌를 하고 몸 안으로 들어온 망아추혼을 잡아보려고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집중이 자꾸 깨지는 건 둘째 치고라도 아예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해약이 없이는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미치겠군.’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뇌가 엉망이 되어서 바보가 될지도 모른다. 조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데, 당자휘가 찾아왔다.

 

“괜찮은 거냐?”

 

“효령 누이가 왔다갔습니다. 망아추혼에 중독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럼 어떤 상황인지도 들었겠구나.”

 

“네. 간략하게 들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아버님과 대화를 해봤는데 아예 들으려고 하시지를 않는다. 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셔.”

 

“제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건 좋지 않다. 너를 보자마자 죽이려고 하실지도 모른다.”

 

“가서 전하십시오. 제가 효주를 찾아오겠다고.”

 

“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당효주를 찾아오겠다니, 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데리고 오겠다는 건가?

 

“효주는 이미 죽었다.”

 

“안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효주는 내 동생이다. 나를 우롱할 생각 하지 마라.”

 

늘 냉정하던 당자휘의 목소리가 약간 격양된 것을 느낀 조윤이 그때까지 감고 있던 눈을 가만히 떴다. 그리고 당자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효주가 아팠던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알 수 있으면 생사를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그건 저만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버님을 상대로 거래를 할 생각이냐?”

 

“그럴 겁니다.”

 

“쉽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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