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3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1화
제3장 인연 (1)
당문으로 돌아갈 준비가 다 끝나자 조윤은 곧바로 장원을 나섰다. 한데 어떻게 알고 약교연과 금공이 찾아왔다.
“어디를 가겠다고?”
“당문으로 가야 합니다.”
약교연이 대뜸 묻는 말에 조윤이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약교연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시시를 놔두고 당문으로 가겠다는 거냐?”
“그쪽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오겠습니다.”
“이야기를 듣자니 구음절맥을 치료했던 여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던데.”
“네. 그래서 제가 가야 합니다.”
“그럼 시시는? 시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당분간은 괜찮을 겁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
“당효주는 구음절맥이 완전히 치료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체력이 약해 절맥 중 마지막 하나를 잇지 못한 채 치료를 마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시시는 절맥을 모두 치료했습니다.”
“그때, 치료 도중에 사람들이 난입을 해서 사기(邪氣)가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나봐야 압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괜찮다고 한 겁니다.”
“그럼 더욱이 안 되지. 언제 시시가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거잖아?”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당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약교연이 계속 붙잡고 늘어지자 약간 짜증이 났다. 금시시를 위해서 그러는 건 알지만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 때문에 말이 곱지 않게 나갔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시시가 완쾌되기 전까지는 곁에 있어.”
“예상 누이가 남아있을 겁니다.”
“아니. 네가 남아.”
“제가 가서 안 올까 봐 이러는 겁니까?”
“네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 다만 네가 없을 때 시시에게 일이 생길까 봐 그러는 것뿐이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약교연은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금공과 함께 온 것은 힘으로라도 잡아두겠다는 뜻이었다.
“비켜주십시오.”
“그럴 수 없어.”
조윤의 기도가 바뀌자 당자휘를 비롯한 당가십이비, 그리고 현진과 낙소문이 여차하면 검을 뽑을 준비를 했다.
“다시 생각해봐. 그냥 남아있기만 하면 돼.”
“비켜주십시오.”
“어쩔 수 없네. 네가 선택한 거니까 후회는 하지 마.”
약교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금가장의 무사들이 숲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조윤은 그들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좋게 말로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망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약교연에게 자신이 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다.
“이렇게 하죠.”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봐.”
“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싸우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생길 겁니다. 그러니 제가 저분과 겨뤄서 이기는 사람의 뜻에 따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조윤이 금공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약교연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의도로 그런 제안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윤이 검강을 쓸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금공의 상대는 아니었다. 무공의 경지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꼭 강함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조윤은 용산군조차도 당해내지 못해 곤란을 겪지 않았던가?
어쨌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님.”
약교연이 부르자 금공이 허탈한 듯이 웃었다.
“잠시 놀아주는 것도 괜찮겠지.”
“부탁드립니다.”
금공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이에 조윤이 마주 나가려고 하는데, 당자휘가 붙잡았다.
“무슨 생각인 거냐?”
“네?”
“네가 검강을 깨달은 것은 알고 있지만 금공의 상대는 아니다. 그는 너보다 강하다.”
“무림에 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자신 있는 거냐?”
“저 사람을 꺾어야 저들이 납득을 할 겁니다. 그러니 일단 붙어봐야죠.”
“너 혹시…….”
당자휘는 당문으로 갈 생각이 없는 거냐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무모하게 도전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금공을 핑계 대고 안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윤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제법 영악하게 굴지만 아직도 순진한 면이 많았다.
“걱정 마십시오. 패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고 금공과 마주 섰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훌쩍 날아올라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은 검기를 자유자재로 쓰고 검강까지 쓰는 고수들이었다. 자칫 두 사람의 대결에 휘말리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 * *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윤이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예의를 갖췄다. 그러자 금공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오만하게 말했다.
“오너라.”
조윤은 검을 뽑아 들고 금공에게 겨눴다. 금공은 자연스럽게 서 있는데도 빈틈이 없었다. 마치 예전에 당황학을 대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할지 잠시 생각하던 조윤은 피식 웃었다. 상대는 당황학과 비견되는 고수였다. 머리를 굴린다고 이길 방법이 생길리가 없었다. 그러니 일단은 부딪쳐봐야 했다.
검을 고쳐 잡은 조윤은 곧바로 금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모하게 보이는 공격이었으나 그 기세가 대단했다.
쉭!
금공이 옆으로 한 발자국을 움직여 조윤이 내려치는 검을 피했다. 순간 코끝이 찡하니 울려왔다. 충분히 피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기세가 하도 강해서 그런 것이다.
조윤이 좌측으로 돌면서 밑에서 위로 검을 휘둘렀다. 금공은 이번에도 한 발자국만 움직여서 피했으나 머리카락이 몇 올 잘려나갔다.
비연하강과 비연상승은 조윤이 가장 많이 연습했고, 그만큼 자신이 있는 초식이었다. 그런데 금공은 그저 한 발자국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다 피해냈다.
조윤은 내공을 끌어올려 더 빠르고 강하게 다시 한 번 비연하강과 비연상승을 펼쳤다. 그러자 검압에 의해 금공의 옷과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흠!”
그때 금공이 짧게 기합소리를 내며 오른 손바닥으로 조윤의 어깨를 쳤다. 몸을 틀어 그것을 피하자 곧바로 손등이 얼굴로 날아왔다.
파앙!
“큭!”
팔을 들어서 막는 찰나, 조윤의 몸이 뒤로 확 튕겨 올랐다. 가볍게 휘두른 공격 같았는데, 그 안에 담긴 잠력이 무시무시했다.
땅으로 내려선 조윤은 재빨리 검을 휘둘러 금공이 재차 공격을 못하게 했다. 그러나 금공은 애초부터 공격을 할 생각이 없었던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조윤을 낮춰보고 봐주고 있는 것이다.
주위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단번에 그걸 알아차렸다. 조윤은 검강을 쓸 정도로 강했다. 그런 조윤을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금공을 보니 새삼 그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인지가 되었다.
조윤은 내공을 더욱이 끌어올렸다. 어설픈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사생결단을 낸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야 했다.
쉬쉬쉬쉭!
검을 연속으로 네 번 휘두른 조윤은 우측으로 돌면서 다시 네 번을 공격했다. 그리고 재차 세 번 공격을 했다.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총 일곱 번을 공격한 것이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크게 감탄을 했다. 빠르기도 빨랐지만 위력적이었다. 그 증거로 검압 때문에 주위로 대기의 울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금공은 너무나 여유롭게 피하면서 반격까지 했다. 이번에는 조윤도 내공을 끌어올려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아까처럼 몸이 튕겨지지는 않았다.
파파파팡!
소극적으로 반격만 하던 금공이 갑자기 세차게 조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십 초식 이내에 끝을 볼 생각이었다.
한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금공이 익힌 흑마장은 대부분의 장법이 그렇듯 초근접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더구나 검을 쓰는 자들은 그러한 거리에서 싸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조윤도 그럴 거라 여겼건만, 웬걸! 오히려 움직임이 더 좋아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윤이 익힌 비연팔식은 원래 단검술이었다. 더구나 당황학은 조윤에게 검법만 가르치지 않았다. 싸우는 법을 가르치되 그 주가 되었던 것이 검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조윤은 오히려 이런 초근접전에 능했다.
“합!”
조윤이 힘껏 발을 내디디며 금공의 다리를 쳐냈다. 그러자 금공이 튕겨나갔던 다리를 제자리에 놓으며 조윤의 다리를 밀어냈다.
그러는 동안 조윤은 검을 내려쳤고, 금공이 그걸 막아내자 팔꿈치로 머리를 때렸다. 그마저도 막아내자 왼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고, 무릎으로 허벅지를 찍었다. 그 힘과 기세에 밀려 금공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자 조윤의 공격이 더욱이 강해졌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금공이 저렇게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놈!”
수세에 몰려 있던 금공이 크게 오른 손바닥을 휘둘렀다. 그러자 새까만 기운이 그의 손바닥을 따라 반원을 그렸다.
동작이 크면 허점도 크다. 하지만 조윤은 그 허점을 파고들 수가 없었다. 방금 금공이 펼친 건 흑마장의 절초였다.
새까만 기운에 옷자락이 조금 스쳤는데 순식간에 타서 재로 변해버렸다. 아마 저걸 몸에 맞는다면 어디든 그대로 녹아버릴 것 같았다.
후웅! 훙!
금공의 양손이 계속 새까만 기운을 뿜어내며 움직였다. 그때마다 조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피하기에 급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바짝 붙어서 싸우는 것이 유리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흑마장의 기운 때문에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