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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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9화
제2장 소식 (2)
“시시는 구음절맥 때문에 평소 음기가 많이 부족했어. 그런데 치료를 하는 와중에 나나 심우, 심보 사형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양기가 더 강해졌어. 그나마 금공의 기운이 음기가 강해서 다행이었지.”
“그런 것치곤 너무 약하지 않아? 몸이 약해서 그런 거야?”
“응. 지금 강한 처방을 내리면 오히려 독이 될 수가 있어.”
“알았어.”
당예상은 다시 한 번 조윤이 적어준 처방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그녀가 약을 훨씬 잘 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윤은 자신이 감히 올려다볼 수조차 없는 높은 경지로 가버렸다.
솔직히 샘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아낌없이 의술을 전해주니 이제는 스승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갔다 올게.”
당예상이 나가는데 마침 이화가 금경삼, 약교연과 함께 왔다. 당예상은 두 사람에게 살짝 눈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
“어서 오세요.”
조윤이 반겼으나 금경삼은 썩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약교연은 늘 그렇듯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자리를 권한 후에 조윤은 본론을 꺼냈다.
“들었는지 모르지만 시시가 깨어났어요.”
“그게 정말이냐?”
“아!”
금경삼이 놀란 눈으로 되물었고, 약교연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제나저제나 결과만을 기다리던 두 사람이었다. 조윤이 멀쩡하면 물어보기라도 하련만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꼼짝도 안 하니 답답함에 미치는 줄 알았다. 이에 지난 삼 일이 두 사람에게는 꼭 삼 년 같았다.
“지금 볼 수 있느냐?”
“안 됩니다.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의 부작용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부작용이라니?”
금경삼이 묻는 말에 조윤은 담담하게 금시시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수술을 할 때 여러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잖습니까? 그 때문에 안 좋은 기운에 노출이 되었습니다. 차후에 그것 때문에 자칫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음…….”
그 일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금경삼이나 약교연은 금공이 그렇게 일을 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래도 일단 희망적입니다. 보니까 구음절맥은 완전히 치료가 되었습니다. 이후 요양만 잘하면 금방 건강해질 겁니다. 물론 부작용이 없을 경우입니다.”
“부작용을 없앨 방법은 없는가?”
약교연이 걱정이 가득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조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방법이 있지만 지금은 무리입니다.”
“그 방법이 뭔가? 말만 하면 우리가 뭐든 하겠네.”
“약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일이 걸립니다. 성공할지도 알 수 없고요.”
페니실린을 만들면 세균감염을 막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있다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걸 찾아내야 하는데, 그러기에도 역시나 시간이 걸린다.
“시일이 얼마나 걸리나?”
“일단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러니 기다려주십시오.”
“알았네. 하면 시시는 언제쯤 볼 수 있나?”
“한 달 정도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음…….”
“잠시라면 괜찮으니 중간에 상태를 봐서 제가 더 일찍 볼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래. 자네에게 전부 다 믿고 맡기겠네.”
“그때까지 정파 사람들과 마찰이 없도록 신경을 써 주십시오.”
“그걸 걱정 말게.”
“믿겠습니다.”
금경삼과 약교연이 나가고 나자 홀로 남은 조윤은 탁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페니실린을 어떻게든 해 볼 생각인 것이다.
* * *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약교연은 무당칠성이 무당파로 돌아가는 조건으로 금가장의 무사들을 전부 돌려보내기로 했다. 마침 심우와 심보의 내상이 거의 나았던 터라 그들은 무경만 남겨놓고 전부 무당파로 돌아갔다.
그러자 약교연도 금가장의 무사들을 돌려보냈다. 선릉표국의 무사들도 치료가 어느 정도 되자 무경이 모두 돌려보냈다.
그 와중에 금공과 금경삼, 약교연과 금태희는 조윤의 허락 하에 잠시지만 금시시를 볼 수가 있었다. 네 사람은 금시시가 건강해진 것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이에 조윤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심지어 금공조차도 그랬다. 그때의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섣부른 판단을 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보름이 지나 한 달이 되자 금시시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조윤이 수시로 내공으로 진기도인을 해주니 안 좋아지려야 안 좋아질 수가 없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지 돼?”
진기도인을 한 차례 끝낸 조윤에게 이화가 물었다. 진기도인은 자신의 내공을 깎아먹는 짓이었다. 무인에게 있어 내공은 굉장히 중요했다. 한데 조윤은 타인인 금시시를 위해 아낌없이 내공을 소모하고 있었다.
조윤은 자는 금시시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이화를 보며 말했다.
“내가 치료하는 환자잖아.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
“그래도. 그러다간 내공이 바닥나서 네가 먼저 쓰러져.”
“이래 봬도 검강까지 쓸 줄 아는 고수야. 이 정도는 가뿐해.”
“퍽이나 그러겠다.”
이화가 웃으면서 핀잔을 주자 조윤이 미소를 지었다. 현대였다면 이런 방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가능했다. 원기를 돋워주면 무슨 병이든 빨리 낫는다. 또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도 있었다. 이에 조윤은 하루에 두 번씩 진기도인을 해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그때까지 자는 척을 하던 금시시가 눈을 떴다. 최근 그녀는 조윤이 달리 보였다. 예전에는 벌레보다 못한 놈으로만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윤만 보면 숨이 답답해져 왔다.
특히 진기도인을 한다면서 온몸을 떡 주무르듯이 할 때는 정신이 몽롱해지고 호흡이 가빠오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했다.
때마침 약교연이 방에 들어왔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금시시는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약교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아니다.”
자매가 똑같이 한 남자를 좋아하다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만약 자신이 딸들의 입장이었어도 조윤에게 마음이 움직였을 것 같았다.
생긴 것도 준수했고, 의술이 뛰어나 명성도 높았고, 무엇보다 검강을 쓸 정도로 무공이 강했다. 가문도 비록 멸문을 당했으나 한때는 명가였다.
하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윤을 데리고 가려고 손을 뻗치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자 약교연은 금태희와 금시시를 전부 조윤에게 시집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자매가 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것이 흔하지는 않았지만 아예 없는 경우는 아니었다.
‘아버님과 상의를 해봐야겠군.’
“어머니?”
금시시가 의아해하며 부르자 약교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너는 방금 내게 한 말을 누구한테도 하면 안 된다.”
“왜요?”
“너는 지금 조윤을 연모하고 있다.”
“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금시시는 적지 않게 놀랐다. 그 모습을 보고 약교연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조금 혼란스럽겠지만 네 말을 들어보니 틀림없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그딴 사람을 왜 제가 좋아해요?”
“그럼 그가 너를 안아준다고 생각해봐라.”
“네?”
“조윤이 너를 꼭 안아주는 상상을 해 보라는 말이다.”
약교연의 말을 듣고 금시시는 자신도 모르게 조윤이 다정하게 안아주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열이 올랐다.
“이제야 알겠느냐?”
“이, 이건…….”
“우선 쉬어라. 내가 방법을 찾아보마.”
약교연이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가자 금시시는 부끄러움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한동안 얼굴을 내놓지 않았다.
* * *
“요즘 몸은 어떠니?”
드넓은 화원의 정자에서 차를 마시던 제갈지인이 당효주에게 물었다. 그러자 당효주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걷는 데 무리는 없고?”
“예. 어머니. 뛰어다닐 수도 있는걸요. 그래서 조윤 오라버니가 오면 물어보고 무공을 익혀보려고요.”
“좋은 생각이구나. 하지만 절대로 무리해서는 안 된다.”
“네. 그럴게요.”
제갈지인은 지금의 행복이 마치 꿈만 같았다. 그동안 당효주가 아파서 그녀와 당수백은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나저제나 죽을 날만 기다리는 딸이 있는데 어떻게 즐겁게 먹고 마실 수가 있겠는가?
그건 형제자매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화목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첫째인 당신우가 팔을 잘려 불구가 될 뻔했으나 조윤의 치료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 당효주는 예전과 달리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그래서인지 당수백도 요즘은 웃는 일이 잦았고, 활기가 느껴졌다.
그러니 제갈지인도 기쁠 수밖에.
“그나저나 자휘와 조윤이 늦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