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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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8화
제2장 소식 (1)
“크윽!”
한창 잠을 자고 있는데 단전에서 아찔한 통증이 일었다. 어찌나 아픈지 비명은커녕 신음소리조차도 내기가 힘들었다. 조윤은 배를 잡고 웅크린 채, 몸을 덜덜 떨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한참을 그러자 통증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제야 조윤은 왜 이런 고통이 이는지 원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딱 생각이 나는 건 낮에 받아들였던 금공과 심우, 심보의 내공이었다. 태극음양신공으로 세 사람의 기운을 자신의 뜻대로 다뤘으나 실상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휴식을 통해 내공이 조금씩 회복이 되자 몸에 남아있던 세 사람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이 상충되며 고통이 인 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태극음양신공으로 네 개의 기운을 조화시켜야 했다. 안 그러면 이대로 혈맥이 터져서 죽을 수도 있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조윤은 몸을 일으켰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단전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일었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렇게 간신히 일어나자 가부좌를 틀고 태극음양신공을 연공했다. 그러자 네 개의 기운이 서로 조금씩 엉켜들었으나 고통은 여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윤의 기운이 커졌고, 그로 인해 금공, 심우, 심보의 기운이 흡수되어 섞이는 양이 많아지자 고통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어서는 고통이 완전히 없어졌다. 조윤이 가지고 있던 기운에 세 개의 기운이 완전히 섞인 것이다.
조윤은 그 상태로 만족하지 않고 네 개의 기운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더욱이 공을 들였다. 성질이 다른 기운들이 서로 섞여 있으면 언제 상충되어 또다시 통증이 생길지 몰랐다. 그렇지 않다 해도 내공이 조금씩 흩어질 수도 있었다.
이에 계속 태극음양신공을 연공하다가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다. 기운은 흘러야 한다. 임의대로 잡아두면 안 된다.
하지만 무인들은 기운을 단전에 임의대로 잡아둔다. 그래야 기운을 받아들이는 양이 많아지고, 덩달아 몸 안에서 도는 기운의 양도 많아진다. 내공심법은 딱 거기까지다. 그걸 활용하는 건 내공심법이 아니라 검법과 장법 같은 무공이었다.
그러나 만약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여 임의대로 정체되어 돌리지 않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바로 대자연과 하나 되는 경지였으나 조윤은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어차피 자신의 내공도 아니었다.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조윤은 서로 얽히고 섞인 기운을 가만히 풀어놓았다. 들숨에 기운이 빨려 들어오고, 날숨에 기운이 빠져나간다. 빠져나간 기운만큼 빨려 들어온 기운이 채워준다.
조윤은 그 양을 서서히 늘려갔다. 호흡을 좀 더 깊고, 가늘고, 길게 하며 더 많은 양의 기운을 빨아들였고, 그만큼 내보냈다. 그러자 조윤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몸 안에 있던 탁기가 함께 빠져나가면서 기운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예전에 겪었던 환골탈태를 다시 겪고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달리 깊이가 훨씬 더 깊었다.
이내 몸 안의 탁한 기운이 전부 빠져나가자 예전보다 몇 배는 빠르게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들숨과 날숨으로 빨려 들어왔다가 나가는 기의 양도 몇 배나 많아졌다.
또한 얽히고 섞여 있던 기운들이 전부 빠져나가고, 새로운 기운으로 그만큼이 채워졌다. 그러자 온전히 하나의 기운이 조윤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눈을 뜨니 방 안에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조윤의 몸에서 빠진 탁기 때문이었다.
날아갈 것 같은 가벼움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난 조윤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깜깜한 밤이었다.
“어? 일어났구나.”
때마침 조윤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 오던 이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누이.”
“응?”
“나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야?”
“삼 일이나 그러고 있어서 다들 걱정했어.”
조윤에게는 그야말로 찰나였다. 느낌상으로는 그랬었다. 그런데 밖에 나와 봤더니 깜깜하기에 하루 정도 지났을 거라 생각했었다.
“시시는 어때?”
“그렇잖아도 그것 때문에 오는 길이야. 방금 시시가 깨어났어.”
“사람들 못 오게 통제했지?”
“물론이지.”
“가보자.”
“몸은 괜찮아?”
“응.”
조윤이 짧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뒤따라가며 가만히 조윤은 보던 이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 꼬집어서 말은 못하겠지만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조윤이 맞는데 조윤이 아닌 것 같았다.
‘뭔가 깨달음을 얻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느낌이 달라질 수가 있을까?
어쨌든 조윤은 조윤이니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금시시가 있는 방에 도착하자 당예상과 흑묘가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조윤을 보자 반가운 얼굴을 했다.
“조윤!”
“가주님.”
“시시는 어때?”
조윤이 시시에게 다가가자 당예상이 옆으로 비켜서며 상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까 깨어났는데 맥박은 약하지만 규칙적이고, 정신은 처음에는 흐린 것 같았지만 지금은 멀쩡해.”
“시시.”
“으음…….”
금시시가 입을 열어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러자 조윤이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을 막았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듣기만 해. 일단 치료는 잘 끝났어. 네 구음절맥은 완전히 치료가 되었어. 다만 중간에 의도치 않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나쁜 기운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어. 그걸 확인할 때까지는 내가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조윤이 차근차근 설명을 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금시시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눈물을 또르륵 흘렸다. 병이, 절대로 치료 불가능하다던 구음절맥이 나았다고 한다. 일평생을 따라다니면 괴롭히던 악귀로부터 해방된 느낌에,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눈물 때문에 조윤은 물론 주위가 전부 흐릿하게 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느껴졌다.
조윤은 그런 금시시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치료는 잘되었으나 실상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수술의 부작용이 없는지도 봐야 했고, 무엇보다 세균감염이 걱정이 되었다.
“푹 쉬어. 내일 다시 올 테니까.”
금시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나지막이 말했다.
“고마……워요…….”
조윤은 아무 말 없이 금시시를 내려다보다가 방 안에 있는 세 여인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눈짓을 했다.
“다행이에요. 못 깨어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게.”
흑묘와 이화가 대화를 나누며 당예상과 함께 뒤따라 나오자 조윤이 그녀들을 돌아봤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별일 없었어?”
“마교에서 몇 번이나 찾아왔었어. 당 공자하고, 현진, 소문도 너를 걱정해서 찾아왔었고.”
“다들 어디에 있어?”
“밖에. 장원 안으로 들어오면 시시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순순히 말을 듣더라고.”
“잘했어. 이화 누이.”
“예상이와 흑묘도 고생했어. 시시가 안 깨어날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었다고.”
“두 사람도 수고했어.”
“수고는 무슨. 덕분에 많이 배웠는걸. 후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나. 솔직히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잘했는지도 모르겠어.”
당예상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조윤이 미소를 지었다. 첫 수술을 하면 흔히들 저런다. 그렇게 많이 연습을 하고 공부를 해도, 막상 수술에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거즈를 환자의 배 속에 넣은 채 그냥 봉합을 하는 웃지 못 할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괜찮아. 잘했어. 내가 다 지켜봤는걸. 그러니까 저렇게 깨어났잖아.”
“그러게.”
조윤이 칭찬을 하자 그제야 당예상은 조금 마음이 놓이는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 누이는 내가 처방을 적어줄 테니까 약을 좀 다려줘.”
“응.”
“흑묘는 혹시 모르니 시시의 곁에서 상태를 계속 봐주고, 이화 누이는 시시의 부모님들을 모시고 와줘.”
“네.”
“알았어.”
그렇게 각자 할 일이 주어지자 흑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이화는 금경삼과 약교연을 데리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당예상은 조윤을 따라 왔다.
“윽! 냄새. 환기를 시켰는데 그러네.”
방문을 열자 당예상이 인상을 살짝 쓰면서 말했다. 그러자 조윤은 괜히 무안해져서 재빨리 창문을 전부 열었다. 그 와중에 조윤이 벗어둔 옷을 발견한 당예상이 그걸 슬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것 때문이잖아. 냄새가 나는 옷을 여기에 이렇게 놔두면 안 돼.”
“어? 어.”
당예상은 조윤의 옷을 가져다가 밖에 놔두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삼 일 동안 운기조식만 한 거야? 가부좌를 하고 앉아있는데 호흡이 거의 없어서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어. 낙 소저가 이화 언니랑 번갈아가면서 방문을 앞을 지켰었어. 나중에 보면 고맙다고 해.”
“응. 알았어.”
조윤은 지필묵을 꺼내 처방을 빠르게 적어갔다. 그리고 당예상에게 주자 그녀가 잠시 그걸 쭉 훑어보면서 말했다.
“원기(元氣)를 보하는 처방이네.”
“맞아.”
“음기(陰氣)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