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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27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7화

제1장 무상(無常) (2)

 

 

“음…….”

 

여기저기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때 당자휘가 또 질문을 했다.

 

“우리가 도와주기를 원하느냐?”

 

조윤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필요한 것은 다 들었다고 생각한 당자휘가 무경을 봤다.

 

“일단 나갑시다. 우리의 기운이 저 소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나가서 상의를 합시다. 방 밖에만 있으면 되는 거 같으니까 안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대처를 할 수 있을 거요.”

 

“알겠소.”

 

두 사람이 그렇게 결정을 하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려는데 약교연이 조윤을 향해 물었다.

 

“시시는, 시시는 살릴 수 있는 거냐?”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 딸의 목숨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조윤은 조용히 눈을 감고 뜨지 않았다. 약교연은 애가 탔으나 당자휘가 재촉을 하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 * *

 

조윤은 미칠 것 같았다. 목숨을 걸고 금공을 이해시켜서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건만 생각지도 않게 심우와 심보가 끼어든 것이다.

 

두 사람은 조윤이 간신히 다루고 있는 금공의 기운을 마구 밀어붙였다. 그러자 금공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공을 끌어올려 두 사람의 기운에 맞섰다.

 

그렇게 두 사람과 금공의 내공이 몸 안에서 충돌을 하자 코피가 터졌다. 이대로라면 혈맥이 터져서 죽고 만다.

 

심우와 심보는 조윤이 힘들어하자 빨리 끝낼 생각으로 더욱 강하게 금공의 기운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금공도 더 강하게 맞설 수밖에 없었다.

 

몸 안에서 세 사람의 내공이 부딪치자 압력이 올라가면서 금방이라도 몸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금시시에게 밀어 넣어주고 있던 기운이 약간 흔들렸다.

 

‘안 돼!’

 

조윤은 태극음양신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세 사람의 기운을 흩었다. 태극음양신공은 기운을 조화롭게 만드는데 치중되어 있는 심법이었다.

 

그러나 세 사람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조윤은 지금 내공이 완전히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문득 머리가 확 밝아져왔다.

 

내공이 없다면 저들의 기운으로 채우면 될 것 아닌가?

 

지금까지는 자신의 내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세 사람의 기운을 통제를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저들의 기운은 현재 자신의 몸 안에 들어와 있었다. 하니 온전히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태극음양신공을 잘만 활용한다면 그들의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윤은 세 사람의 기운을 조금씩 단전으로 끌어들였다. 극히 양이 적어서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였으나 빠르게 계속 반복을 하자 곧 세 사람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들은 조윤이 갑자기 자신들의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들이자 기겁을 했다. 타인의 기운이 단전에 들어오면 죽는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단전이 파괴된다. 그런데 조윤이 그러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우와 심보는 내상을 입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내공의 흐름을 늦추며 약하게 했다. 그건 금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윤이 죽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그럼 금시시도 죽는다.

 

그렇게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기운을 약하게 하자 조윤에게 주도권이 넘어왔다. 특히 단전으로 빨려 들어온 세 사람의 기운은 완전히 그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세 사람은 조윤이 기운을 끌어들였음에도 단전이 파괴되지 않자 크게 놀랐다. 더구나 자신들의 기운이 뜻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세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에 조윤은 그들의 기운을 금시시에게 보냈다. 그걸 느낀 심우가 심보를 봤다. 그도 같은 것을 느끼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무경과 약교연, 등이 방으로 들어오자 조윤은 크게 당황하며 그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그들은 곧 나갔고, 당예상은 이화와 흑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수술을 마쳤다.

 

끊어진 혈관을 잇고, 마지막 하나마저 찾아내서 치료를 한 것이다. 이후 봉합을 할 때까지 금시시는 잘 버텨줬다. 조윤이 세 사람의 내공을 끌어다가 퍼붓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내공대결로 시작되었으나 어쨌든 지금은 서로 한뜻으로 조윤의 의지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기운을 거두면 상대의 내공 때문에 반탄력이 일어 내상을 입는다. 그렇지 않으려면 세 사람이 동시에 내공을 거둬야 하는데, 그 시기를 맞출 방법이 없었다. 혹여 방법이 있다고 해도 누군가 한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내공을 거두지 않는다면 상대가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된다.

 

이에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약교연과 금경삼, 그리고 무경과 당자휘가 들어왔다.

 

“밖에서 의논을 한 결과 방법을 찾았습니다.”

 

무경이 하는 말을 듣고 조윤과 금공, 심우, 심보의 눈이 그에게 향했다.

 

“먼저 저와 저 여인이 사숙님과 금고의 목에 검을 겨눌 겁니다. 그리고 당 공자가 저 여인의 목에 검을 겨누고, 저 사내가 제 목에 검을 겨눌 겁니다.”

 

거기까지 들은 조윤은 저들이 뭐를 하려는지 단번에 이해를 했다. 저들은 금공과 심우, 심보가 동시에 내공을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무경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제가 멈추라고 하면 사숙님들과 금공은 내공을 동시에 거둬주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고 누군가 내공을 거두지 않는다면 상대가 내상을 입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겁니다. 만약 나쁜 마음을 먹고 내공을 거두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겁니다. 그럼 각자 검을 들고 가서 서 주십시오.”

 

무경의 말이 끝나자 먼저 약교연이 심우의 목에 검을 댔다. 그러자 무경은 금공의 목에 검을 댔다. 당자휘는 그런 약교연의 목에 검을 대고, 금경삼은 무경의 목에 검을 댔다.

 

만약 심우나 심보, 그리고 금공, 이 세 사람이 동시에 내공을 거두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는다. 심우나 심보가 다친다면 무경이 금공을 죽일 것이다. 반대로 금공이 다치면 약교연이 심우를 죽인다.

 

그렇지 않고 금공과 심우, 심보가 동시에 내공을 거뒀는데, 약교연이나 무경이 나쁜 마음을 먹고 상대를 죽이려고 할 수도 있었다.

 

그걸 방지하고자 금경삼과 당자휘가 언제든지 손을 쓸 수 있도록 무경과 약교연의 목에 검을 대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준비가 되었으면 눈을 두 번 깜빡이십시오.”

 

무경의 말을 듣고 금공과 심우, 심보가 눈을 두 번 깜빡였다. 그러자 무경이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하나, 둘…….”

 

무경이 둘까지 세자 다들 자신들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누구 한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딴 마음을 먹으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셋! 지금입니다!”

 

* * *

 

그 순간 심우와 심보가 동시에 내공을 거둬들였다. 두 사람은 목에 대어져 있는 검의 서늘한 감촉 때문에 딴 마음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금공은 아니었다. 그는 심우와 심보가 내공을 거둬들이자 재빨리 두 사람에게 내상을 입히고 자신의 목에 검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그러자 검이 퉁! 하며 밀려나갔고, 그 찰나에 약교연의 목에 검을 대고 있던 당자휘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당자휘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그 자리에서 빙글 돌며 땅에 처박히려는 순간 검을 비틀었다. 당할 때 당하더라도 약교연의 목을 베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검은 약교연의 목에 약간의 생채기만 내고 말았다.

 

쿵!

 

“큭!”

 

금공의 기지로 인해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심우와 심보는 내상을 입은 상태로 약교연과 금경삼에게 잡혔고, 당자휘는 금공에게 팔이 꺾여서 엎어져 있었다. 그나마 무경이 무사했으나 심우와 심보가 잡혀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놈…… 네놈을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뱉어내며 심우가 금공을 노려봤다. 그러자 금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한 놈들이 멍청한 거지.”

 

“어쩔 셈입니까?”

 

무경이 검을 겨누며 물었다.

 

“일단 모두 죽일 생각이다.”

 

“그러지 못할 겁니다.”

 

조윤의 말에 금공이 인상을 쓰며 쳐다봤다. 그리고 흠칫하며 살기를 확 뿜어냈다. 조윤이 수술할 때 쓰는 작은 칼을 금시시의 목에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고 싶은 게냐?”

 

“지금이라면 금시시를 살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방해를 하겠다면 포기하겠습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시시가 죽으면 네놈의 사지육신을 갈기갈기 찢어주겠다.”

 

“나가십시오.”

 

금공의 위협에도 조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금공이 금시시를 힐끗 한 번 봤다.

 

분명 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호흡이 굉장히 불안정해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그런 금시시를 살린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이에 조윤을 봤으나 눈에 흔들림이 없었다.

 

“아버님!”

 

그때 약교연이 금공을 부르며 그 자리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무슨 짓이냐?”

 

“무당파의 도사들을 미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 저들을 죽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시를 생각해주세요.”

 

“너도 보지 않았느냐? 가슴을 그렇게 갈라놓았는데 어떻게 시시가 살아나겠느냐?”

 

“저는 소청신의를 믿습니다. 만약 시시가 죽는다면 제가 먼저 나서서 소청신의와 이자들을 죽일 것입니다. 그러니 시시가 치료되었는지 확인이 될 때까지만 물러나주세요.”

 

약교연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금공은 설마 그녀가 이런 부탁을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금시시를 사랑하고 조윤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이었다.

 

만약 약교연이 아둔한 사람이었다면 따끔하게 혼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칼만 휘두를 줄 아는 아들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 바로 그녀와의 혼인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아버님.”

 

“음…….”

 

금공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약교연의 말대로 금시시의 상태를 정확히 안 이후에 이들을 처리해도 된다.

 

“알았다. 그리하마.”

 

“고맙습니다. 아버님.”

 

금공은 조윤을 슥 한 번 쳐다보고는 휘적휘적 그곳을 나갔다. 그러자 약교연과 금경삼이 재빨리 뒤따라 나갔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암, 이런 내상은 삼 일만 지나면 금방 낫는다.”

 

조윤의 말에 심우와 심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나 얼굴색이 창백한 게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당자휘도 꺾였던 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통증이 있는 것 같았다.

 

“무경. 우선 사형들을 데리고 나가세요.”

 

“알겠습니다.”

 

무경이 부축을 하려고 하자 심우와 심보가 괜찮다면서 스스로 움직였다. 당자휘도 별말 없이 그들과 함께 나갔다.

 

조윤은 그제야 금시시의 상태를 다시 살폈다. 호흡은 불안했으나 기는 안정적이었다. 맥이 막혔던 곳도 조금씩이지만 기가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중간에 들어와서 세균감염이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예상 누이. 수고했어.”

 

“아니야. 수고는 네가 더 했지.”

 

당예상이 웃으면서 말하는데 이화가 끼어들었다.

 

“후우…… 정말 위험천만이었어.”

 

“그러게요.”

 

“다들 뒷정리 좀 부탁할게.”

 

“나가려고?”

 

“응.”

 

조윤이 간신히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지칠 대로 지쳐서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그 때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자 이화가 재빨리 부축을 해줬다.

 

“괜찮아?”

 

“응. 괜찮아. 함께 뒷정리를 해줘.”

 

조윤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그리고 벽을 잡고 비틀거리면서 방을 나갔다.

 

“괜찮아요?”

 

밖에 있던 낙소문이 다가와 부축을 해줬다. 조윤이 가만히 그녀를 보다가 입가에 살짝 굳어 있는 피를 닦아줬다. 그러자 낙소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밖에까지 부축을 좀 해줘요.”

 

“네? 네. 알았어요.”

 

낙소문에게 기대어서 밖에 나가보니 부상자들이 수두룩했고, 심지어 죽은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걸 본 조윤은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한 목숨을 살리는 동안 많은 이들이 죽었구나.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던가?”

 

알 수 없었다. 죽고 사는 것은 온전히 하늘의 뜻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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