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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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3화
제9장 선릉표국 (2)
금가장에 도착하자 약교연이 나와서 반겼다. 그러자 금태희가 그녀에게 안기며 응석을 부렸다.
“고생했구나.”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
“어서 오게.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지.”
약교연은 다른 사람들은 싹 무시하고 오로지 조윤에게만 말을 했다. 이에 기분이 나쁠 만도 하련만 당자휘나 무경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 역시 마교 사람인 약교연을 좋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섞는 것조차도 꺼려했다. 조윤만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금가장 안으로 들어가자 약교연은 하인들을 불러서 사람들을 객방으로 안내하게 했다. 그리고 조윤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나를 따라오게.”
“알겠습니다.”
약교연을 따라가자 곧 후원이 나왔고, 거기에는 금시시가 있었다. 그녀는 조윤을 보자 반가운 기색을 보이다가 멈칫하더니 곧 사나운 눈으로 노려봤다.
“눈을 곱게 떠야지. 계속 기다렸으면서.”
“아니에요! 어머니!”
약교연의 말에 금시시가 당황하면서 소리쳤다. 그러면서 힐끗 조윤의 눈치를 살피다가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돌렸다.
“뭘 그리 숨기려고 하니? 어서 이리 오너라. 진맥을 받아봐야지.”
“네.”
금시시는 약간 볼이 달아오른 채로 다가왔다. 조윤이 말없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맥을 살폈다. 예전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치료를 서둘러야 할 것 같군요.”
“많이 안 좋은가?”
약교연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좋지는 않습니다. 당문에 연락을 해서 치료를 도울 사람들과 장비를 보내라고 해야겠습니다.”
“내가 준비할 건 없고?”
“서찰이 당문에 최대한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건 염려 말게. 아예 사람을 보낼 테니.”
“그리고 치료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어디면 되는가?”
“깨끗한 방이면 됩니다. 치료를 할 동안 누구도 오지 못하게 해야 하고, 침대보는 물론이고 바닥과 벽에도 두를 깨끗한 천이 필요합니다.”
조윤은 그 외에도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했고, 약교연은 전부 구해다 주겠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오자 금가장에 남아있었던 무당칠성 두 사람이 와 있었다. 그들은 무경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조윤을 보자 살갑게 말을 붙여왔다.
“사제들을 네가 치료했다지? 무경에게 들었다. 잘했구나.”
“옥승 사숙님이 제자로 받았다니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보다 빨리 돌아가서 어떤 놈이 독을 썼는지 알아내야 하는 것 아니오? 사형.”
“이거 생각지도 않은 어린 사제가 생겼군. 하하.”
세 사람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자 정신이 없었다. 이에 무경이 나서려고 하자 조윤이 웃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단목조윤이 세 분 사형을 뵙습니다.”
조윤이 포권을 하면서 정식으로 인사를 하자 세 사람이 입을 다물고 쳐다봤다.
“험! 그래. 이제는 사제니까, 소사제라 부르면 되겠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하거라. 내가 처리해주마.”
“알겠지만 무당파의 이름에 먹칠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가 나름대로 덕담을 하자 조윤이 다시 한 번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래야지.”
“가르치는 건 옥승 사숙님이 잘할 게다.”
“열심히 해라.”
그제야 조금 조용해지자 조윤은 무경을 봤다. 무경은 잘했다는 뜻으로 미소를 지었다. 무당칠성은 개성이 워낙에 강해서 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는데 조윤은 제법 사람을 다룰 줄 아는 것 같았다.
“간 일은 어떻게 되었나? 약교연이 너만 따로 부른 건 금시시 때문이겠지?”
당자휘가 묻는 말에 조윤이 아까 약교연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걸 가만히 듣고 있던 일행이 약간의 걱정을 내비쳤다.
“치료가 잘되면 다행이지만 혹여 잘못되면 너를 죽이려 들 거다.”
“암, 마교 놈들은 그러고도 남지.”
당자휘의 말에 무당칠성 중 한 명인 심보가 맞장구를 쳤다. 실상 그러한 위협은 늘 있어왔다. 그래서 조윤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조윤. 애초에 계획한 대로 이곳 금가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치료를 해라. 객잔이 번잡하다면 조용한 장소를 찾아보마.”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아.”
“인근에 무당파의 속가제자들이 있으니까 부탁을 하면 흔쾌히 들어줄 겁니다.”
이화와 무경까지 나서서 그렇게 말하자 조윤은 그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다음 날 조윤은 약교연을 찾아가서 금시시의 치료를 다른 곳에서 하자고 했다. 그러자 약교연이 석연찮아하면서 이유를 물었다.
조윤은 어떻게 대답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치료가 잘못되었을 경우 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겁이 난다는 거로군.”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약교연은 조윤의 말이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지금이야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다고 해도, 혹여 치료가 잘못되어 금시시가 죽는다면 조윤을 죽이고 싶어질 것이다.
“치료 장소는 어디로 할 생각이지?”
약교연이 물었다. 당장은 조윤의 뜻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윤이 치료를 안 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컸다. 강제로 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터, 일단은 하자는 대로 따라야 했다.
“무경도사가 아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조윤의 말을 듣고 약교연은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제만 해도 별다른 말을 안 하던 조윤이 갑자기 장소를 옮기자고 한 것이 조금 이상했었는데, 역시나 무당파 사람들이 관여를 했다. 괘씸한 마음이 들어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한바탕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그래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도 아직 가보지 않아서 일단 본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알았어.”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약교연이 승낙하자 조윤은 곧바로 무경과 함께 금가장을 나섰다.
“우선은 선릉표국에 들러야 합니다.”
“표국에 무당파의 제자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표국주가 무당파의 속가제자입니다. 부탁하면 조용한 장원을 잠시 빌릴 수가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선릉표국은 인근에서 제법 알아주는 표국이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신용이 좋아서 의뢰가 끊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표국주인 정중인이 무당파의 속가제자라 것도 단단히 한몫했다.
호북에서 무당파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어디든 무당파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곳이 없었다. 또한 무당파의 속가제자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잦았다. 표국의 특성상 더욱이 그랬기에 의뢰를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 * *
선릉표국에 도착하자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무경은 그곳에 서서 큰 목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계십니까?”
잠시 후, 젊은 사내 한 명이 안에서 나왔다. 그는 무경의 옷차림을 보고 눈에 이채를 띠었다. 태극무늬가 수놓인 도복에 송문고검을 차고 다니는 도사들은 무당파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표국주님을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혹시 무당파에서 왔습니까?”
“네. 맞습니다. 저는 무경이라고 합니다.”
“아.”
무경이 도호를 대자 젊은 사내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명성이 자자한 무당신룡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정수곡이라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정수곡은 무경과 조윤을 대청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잠시 기라리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표국주가 오면 제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소사숙에 대한 건 숨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저들이 소사숙에 대해서 알게 되면 상당히 귀찮아질 겁니다. 그러니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뭐가 귀찮아진다는 건지 조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당파에 있었을 때의 일이 생각나자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무당신룡이 이렇게 본 표국을 방문해주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통통한 체구의 중년사내가 대청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이나 붙임성 있는 행동이 표국을 하기보다는 상인처럼 보였다.
“반갑습니다. 무경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단목 공자입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본인은 정중인이라고 합니다. 하하. 자자. 앉으시지요.”
무경과 조윤이 인사를 하자 정중인이 자리를 권했다. 이에 두 사람이 다시 의자에 앉자 하녀가 와서 차를 내놓고 갔다.
“무당파는 늘 평온하지요?”
“수행을 하는 곳이라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무경이 차를 마시면서 대답을 하자 정중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림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무당파였다.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었다. 정중인은 그걸 알면서도 그저 예의상 물어본 것뿐이다.
“장문인께서도 안녕하시지요? 먼발치에서나마 한 번 뵈었었는데, 하하. 선인이 따로 없더군요.”
“무탈하니 잘 계십니다.”
“차는 어떻습니까? 무당파에서 드시던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표국에서는 제일 좋은 겁니다.”
“청차라서 그런지 입에 맞습니다.”
조윤이 가만히 들어보니 두 사람의 대화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왜 찾아왔는지 궁금할 텐데 정중인은 묻지 않고 있었고, 무경도 그걸 말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몰라 조금 답답했으나 조윤은 섣불리 끼어들지 않고 차만 홀짝였다. 아까 무경이 자신에게 다 맡겨놓으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
“수행에 한창 힘써야 할 텐데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신 이유가 궁금하군요.”
드디어 정중인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 그러자 무경이 웃으면서 말했다.
“실은 무공을 수련하던 중 최근에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정리를 좀 하고 싶은데, 장소가 마땅찮군요.”
“아, 그랬군요. 축하드립니다. 장소라면 표국 내에 연무장이 있으니 그곳을 쓰십시오.”
“연무장보다는 조용한 장원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한 사흘 정도면 됩니다.”
“염려 놓으십시오. 제가 조용한 곳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곧바로 가보시겠습니까?”
“수고스럽더라도 그렇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정중인은 밖으로 나가 하인을 먼저 장원으로 보냈다. 그리고 아들인 정수곡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무경에게 정수곡을 기억하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렇게 도움을 줄 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두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아까 잠깐 봤었지요? 제 아들인 정수곡입니다. 하하. 자, 가십시다.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정중인이 앞장서서 선릉표국을 나왔다. 그리고 현 외곽으로 빠지더니 강을 따라 한참을 내려갔다.
“이제 다 왔습니다. 저기 저곳입니다.”
정중인이 가리킨 곳에는 강을 끼고 작은 장원이 한 채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하인으로 보이는 노인 한 명이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
“깨끗이 치워놓았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이제 가도 좋다.”
“알겠습니다.”
노인이 가고 나자 정중인이 안으로 들어갔다. 장원은 그동안 꾸준히 관리를 해왔는지 상당히 깔끔했다.
“제가 가끔 머리를 식히러 오는 곳입니다. 사흘 동안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하게 할 테니 편안히 쓰시면 됩니다.”
“잠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무경은 조윤과 함께 장원 곳곳을 살펴봤다. 그리고 정중인과 정수곡에게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낮춰 의향을 물었다.
“어떻습니까?”
“좋군요.”
“그럼 여기로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그러겠습니다.”
조윤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무경이 정중인을 보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군요. 그럼 며칠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아닙니다. 신세라니요. 한문파의 제자가 아닙니까? 하하.”
장원을 다 둘러보자 정중인은 한사코 무경을 붙잡아두고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덕분에 조윤도 따라가서 거하게 배를 채우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