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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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18화
제7장 새로운 만남 (3)
“오셨습니까? 사숙님.”
심허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예의를 갖췄다. 그걸 보고 조윤과 당자휘가 급히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당문에서 온 당자휘라고 합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옥승은 조윤과 당자휘는 쳐다보지도 않고 심허를 향해 물었다.
“나를 왜 오라고 한 거냐?”
“일단 이리로 앉으십시오.”
“일없다. 빨리 용건이나 말해.”
“하하. 성격은 여전하시군요. 실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오시라 했습니다.”
“뭔 도움? 난 이제 강호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게 아닙니다. 실은 사제 세 명이 독에 중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같은 문파 사람들, 그것도 손아랫사람이 중독이 되었다면 걱정부터 한다. 아니면 화를 내면서 누구 짓인지를 물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옥승은 귀찮아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치료를 해야 하는데 사숙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독에 당했으면 의원을 불러야지. 아니면 독을 쓴 놈을 잡아다가 족치든가.”
“그래서 의원을 불렀습니다.”
“누가 의원이냐? 당가에서 온 저 어린놈 말이냐?”
옥승이 당자휘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화가 났겠지만 상대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무당파의 최고수였다. 어린아이 취급을 한다 해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아닙니다. 그가 아니라 옆에 있는 소협입니다.”
“소협은 뭔 놈의 소협? 그저 어린놈이구먼.”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나이는 어리지만 의술은 천하오대신에 견줄 정도로 대단합니다. 그런데도 겸손하고, 성정이 올바릅니다. 해서 많은 이들이 그를 소청신의라 부릅니다.”
“흥! 그게 뭐 대단하다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지 않느냐?”
“사숙님의 말이 맞습니다. 세상의 모든 의원들이 소청신의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베풀 줄 안다면, 저 나이에 저렇게 칭송을 받지는 못했겠죠. 그렇지 않으니까 인정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뭇사람들의 귀감이 되잖습니까?”
“흥! 저 어린놈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구나. 혹여 제자로 삼을 생각이냐?”
“하하. 그러고 싶어서 제안을 했으나 생각해보겠다고 하는군요.”
가볍게 던진 말인데 정말 그랬다고 하자 옥승은 조윤을 잠시 쳐다봤다. 단지 의술이 뛰어나고, 성정이 착하다고 해서 심허가 제자로 받으려고 한 건 아닐 것이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다.
* * *
“이름이 뭐라고 했느냐?”
“단목조윤입니다.”
“무공을 할 줄 아느냐?”
“조금 배웠습니다.”
조윤이 대답하자 옥승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심허를 봤다.
“어느 정도냐?”
“검강을 깨우쳤습니다.”
이번에는 옥승의 얼굴에 적지 않게 놀란 기색이 어렸다. 약관도 되지 않은 놈이 뭐? 검강을 깨우쳤다고?
“확실하더냐?”
“네. 제자와 사제들이 확인을 한 모양입니다.”
“단목이면 가만있자…… 당문의 가신가문이었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교에 의해 멸문을 당했습니다.”
“마교가 아직도 설친다고?”
“사정이 있습니다.”
“말해라. 듣겠다.”
옥승이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이에 심허는 당문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옥승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놈들이 미쳤구나.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다시 기어 나오다니. 하면 혹시 네 사제들이 중독이 된 것도 그 놈들 소행이냐?”
“흉수가 누군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조사를 하고 있으니 차차 밝혀질 겁니다.”
“쯧쯧. 내가 활동할 때만 해도 안 이랬다. 무당파라고 하면 다들 숨기에 바빴다. 그런데 어떻게 했기에 다른 곳도 아니고 문파 내에서 독에 당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됐다. 그리고 너.”
“네?”
조윤은 갑자기 지목을 당하자 조금 당황하며 옥승을 봤다. 그러자 옥승이 미간을 살짝 좁히면서 말했다.
“단목세가에서 너를 가르쳤을 리는 없고, 사부가 누구냐?”
“무영비검이라고 불리던 당황학이라는 분입니다.”
“그랬군. 그라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 제자를 그렇게 혹독하게 가르치더니 결국 물건을 하나 만들어 냈구나.”
조윤은 당황학을 인정하는 옥승의 말에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잘 있느냐?”
“돌아가셨습니다.”
“쯧. 안타깝구나. 그래도 네가 있으니 만족했을 게다.”
“당시에는 제가 아둔해서 검기조차도 터득하지 못했었습니다.”
조윤의 말에 옥승이 또 한 번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는 당황학이 온전히 모든 것을 전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데 검기조차도 터득을 못한 상태에서 떠났다면, 이후에는 누구에게 배웠다는 말인가?
“또 다른 스승이 있더냐?”
“아닙니다. 무공을 전해준 분은 그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런데 검강을 깨우쳤다고?”
“당시에 사부님께서 펼치는 검강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만 담아두고 해보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무당칠성 분들이 마교 사람들과 싸우는 것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럼 검기와 검강을 온전히 너 혼자 터득했다는 것 아니냐?”
“네? 네. 그렇습니다.”
조윤이 얼결에 인정을 하자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놀란 것은 옥승만이 아니었다. 심허 역시 경이로운 듯, 조윤을 보고 있었고, 그건 당자휘도 마찬가지였다.
재능이 뛰어나니 수십 년 동안 죽어라고 노력을 한 결과로 검기나 검강을 터득했다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조윤은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다. 수련을 하면 얼마나 했겠는가?
더구나 단지 한 번 본 것을 생각을 하고 있다가 깨우쳤다고 한다. 검기야 그렇다 해도 검강까지 그리 터득을 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윤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치료를 해야 하니까 그 일부터 처리를 하고, 다시 이야기를 하자.”
“네.”
“정확히 내가 도울 일이 뭐냐?”
“그건 저보다는 소청신의에게 듣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심허의 말에 조윤이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장로들이 당한 건 극음소사라는 독사의 독입니다. 극음소사는 남만에서 서식하는 독사인데 독성이 굉장히 강해서 치료가 극히 까다롭습니다. 다행히 제가 치료법을 알고 있었으나 약선신의가 약을 복잡하게 쓰는 바람에 독의 성질이 바뀌었습니다.”
“약선신의라니? 혹여 다른 의원도 있었더냐?”
“네. 제가 오기 전에 약선신의가 먼저 치료를 했었습니다.”
“치료가 잘되지 않은 모양이로군.”
“약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라서 치료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독의 성질이 바뀌어서 제가 알고 있던 치료법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내공으로 밀어낼 생각을 했는데, 그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랬겠지. 내공으로 될 것 같았으면 저 녀석들이 진즉 독을 몰아냈을 게다.”
“맞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 세 사람 모두 독에 중독된 이후로 계속 내공으로 대항을 한 덕에 독기운이 한 곳에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침으로 제가 불어넣는 기운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게 막은 후에 독기운을 밀어냈습니다.”
“하면 내가 왜 필요한 것이냐?”
조윤의 이야기를 다 들은 옥승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한 명은 제가 방금 치료를 했습니다. 하지만 내공이 크게 소진되어 다시 치료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장문인이 진인을 모셔온 겁니다. 독기운이 워낙에 강해서 검강을 터득하지 않은 사람은 밀어낼 수가 없습니다.”
“흠…… 검강을 쓸 때처럼 기를 한 번에 터트려서 독기운을 밀어내야 한다는 뜻이로군.”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 아니고는 독기운을 밀어내지 못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럼 한 명은 내가 살리고, 남은 한 명은 네가 살리면 되겠구나.”
“네.”
“그럼 시작하자꾸나.”
“네.”
심허를 따라 장로들이 있는 옆방으로 간 조윤은 먼저 그들의 몸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 옥승에게 어떻게 내공을 운기해서 독을 밀어내야 할지 세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손으로 독기운을 모으라는 말이지?”
“네. 그럼 이후에는 피를 빼서 독을 빼낼 수 있습니다.”
“알았다. 하면 내가 먼저 하마.”
옥승이 그렇게 말하면서 장로 한 명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조윤이 말해줬던 것을 생각하면서 내공을 불어넣었다.
장로는 갑자기 상상도 할 수 없는 정순한 내공이 엄청나게 밀려들어오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독에 대항해서 운기조식을 하는 와중에도 귀는 열려 있었기에 그게 옥승의 내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그 기운에 대항하지 않고 최대한 순응하려고 노력했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조윤은 장로의 손이 새까맣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옥승이 손을 떼자 재빨리 침을 꽂아 독기운이 역류하지 못하게 한 후에 단검으로 손에 상처를 냈다.
그러자 시커먼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독이 피와 함께 빠지는 것이다. 잠시 후에 시커먼 피가 다 빠지고 붉은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지혈을 했다.
“됐습니다.”
“간단하구나.”
“진인의 내공이 정순해서 그렇습니다.”
조윤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자 옥승도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네가 할 차례로구나.”
“네.”
남은 한 명에게 다가간 조윤은 아까 한 것처럼 내공으로 독을 밀어냈다. 그리고 피를 뺀 후에 지혈을 했다. 그렇게 치료가 모두 끝나자 심허가 제자들을 불러 장로들을 방으로 옮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