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1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12화
제5장 안하무인 (2)
“열일곱 살에 검강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조윤이 무당파가 아니니 마음에 걸렸겠지. 조윤은 부상당한 몸으로 검강을 써서 몸에 부담이 많이 간 상태였어. 그걸 알고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을 해서 공격한 거잖아. 지금처럼 실패로 끝나면 그저 실력을 확인하려 했다고 핑계를 댈 생각이었고.”
“허…….”
심종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대화가 되지를 않았다. 답답한 심정으로 주위를 보니 다들 쳐다보는 눈빛이 이상했다.
“뭐야? 설마 저 여자의 말을 믿는 거냐?”
대답은 없었으나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억울한 마음에 화가 난 심종이 한마디 하려는데 무경이 앞으로 나섰다.
“사숙은 평소 짓궂은 면이 있으십시다. 소청신의가 검강을 터득했다고 하니 그게 정말인지 궁금해서 그런 것이지 해칠 마음은 없었을 겁니다. 사숙이 정말 소청신의를 죽이려고 했다면 그렇게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을 겁니다. 더구나 우리는 소청신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를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소청신의의 상태를 확인해보십시오. 사숙에게 어깨를 맞았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경의 말을 듣고 금태희가 낙소문을 봤다. 그러자 낙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품에 있는 조윤의 상태를 살펴보니 정말 크게 다친 것이 아니었다. 단지 탈진해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제가 사숙님을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모두 진정하십시오.”
“그렇다 해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군요.”
언제 왔는지 갑판 위로 올라온 이화가 말했다. 그녀는 물에 흠뻑 젖어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조윤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 그가 당사자이니까.”
일리가 있었다. 이에 모두 수긍을 하고 한발 물러섰다. 그렇게 상황이 진정되었으나 심종은 속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입을 열었다가는 비난만 계속 받을 것 같아서 그대로 휑하니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무경이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었다.
* * *
조윤은 다음 날 깨어났다. 그는 자신이 왜 정신을 잃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낙소문이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인상을 살짝 굳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검강을 썼다고?”
“그래요.”
그럴 리가 없다. 몸도 성치 않은데 검강을 썼다니. 조윤은 가만히 기억을 더듬었다. 갑판에서 강물을 보다가 금태희와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까지는 생각이 났다. 그러나 이후의 일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어제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조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낙소문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옆에 있던 금태희와 이화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검기라고 해도 억울할 판이었다. 한데 검강이었다. 모든 무인들이 바라 마지않는 최고의 경지건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걸 잊어먹는단 말인가?
“혹시 심종진인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간신히 깨달음을 얻었는데 충격을 받아서 잊은 걸 수도 있어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때마침 현진과 무경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정신을 차렸네.”
“정신은 차렸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화의 말에 현진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그러자 이화가 현진이 아닌 무경을 보며 말했다.
“조윤이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해요.”
“어제의 일이라면, 아, 설마…….”
현진과 무경의 시선이 조윤에게로 향했다. 정말 검강을 썼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조윤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무경은 낙소문이 그랬던 것처럼 심종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했다.
조윤은 그 뛰어난 의술 때문에 사천의 명문인 아미파와 청성파, 그리고 당문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또한 손녀 때문에 마교의 장로인 금공도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자신들도 그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 아니던가?
한데 오히려 해를 가했으니 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어쩌면 일시적인 걸 수도 있으니까 조금 기다려보자.”
이화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조윤만이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며칠 후 배에서 내린 일행은 인근의 객잔에서 하루를 묵었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조윤은 그때까지도 검강을 터득했던 것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금태희와 무경이 그날 나눴던 대화를 몇 번이나 이야기해줬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에 모두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으나 정작 본인인 조윤은 여유로웠다. 자신이 정말 검강을 터득했다면 언제고 다시 생각이 날 거라며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모두를 다독였다.
선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 모두가 못마땅한 눈으로 심종을 쳐다봤다. 그 같은 시선에 심종은 화가 났으나 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심종은 조윤이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그런 식으로 앙갚음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그가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주위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웠다. 심지어 같은 무당칠성들조차 그랬다.
심종은 어째 자신이 악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진즉 찾아가서 사과를 했을 텐데도 끝내 찾아가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은 완전히 혼자였다. 아무도 말 상대를 해주지 않았다.
무당파가 있는 무당산과 가까워지자 무당칠성을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해왔다. 그들 중에는 무당파의 제자들도 있었다.
무당파는 수행의 일환으로 때가 되면 하산을 시켜 양민들을 돕게 한다. 그 때문에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무당파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그렇게 무당파 정문 앞에 도착을 하자 어떻게 알고 무당파의 제자 한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셨군요. 사숙님들. 무경 사형도 무탈하셨군요.”
“무송이 나와 있었구나.”
무경이 사제인 무송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무송은 무경의 막내사제였다. 나이는 어렸으나 생각이 깊고 성품이 곧아서 무경을 비롯한 사형제들 모두 그를 아꼈다.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무송이 힐끗 조윤 일행을 본 후에 무경에게 물었다. 그러자 무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되었다. 저기 있는 분이 소청신의시다.”
“아, 그랬군요.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무송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호들갑을 떨면서 인사를 하는 무송을 향해 조윤이 포권을 했다. 그러자 무송이 다시 한 번 조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청신의에 대해서는 그도 지나가는 말로 들은 것이 있었다. 의술이 굉장히 뛰어나다던데 생각보다 너무 어렸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냐?”
“아닙니다. 사형. 하하.”
“혹시 소청신의가 너무 어려서 그런 것이냐?”
“네?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속내를 들킨 무송이 마구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무경이 웃으면서 조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소청신의의 의술은 천하오대신의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인성 또한 훌륭해서 사천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흠모하고 있다.”
“그, 그렇군요.”
무송이 몰랐다는 듯이 조윤을 빤히 쳐다보다가 급히 사과를 했다.
“제가 잘 몰라서 실례를 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굳이 사과를 할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무송은 굉장히 미안해하며 사과를 했다. 심성이 그만큼 착하다는 뜻이었다.
무송의 안내를 받아 무당파 안으로 들어가자 드넓은 공터가 나왔다. 그곳을 가로질러 가면서 보니 뒤쪽으로 높이 솟은 누각이 여러 개 보였다.
이화나 현진, 등은 예전에 무당파에 와본 적이 있었으나 조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크기에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낙소문이 옆으로 다가왔다.
“무당파는 제자가 이천 명 가까이 돼요. 이 정도는 되어야 그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조윤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가는 사람들을 따라 걸음을 빨리했다. 그렇잖아도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았는데 정신이 딴 데 가 있다 보니 자꾸 뒤처졌다.
그걸 보고 낙소문이 옆으로 와서 부축을 해줬다. 고마운 마음에 조윤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낙소문은 표정에 변화는 없었으나 왠지 기뻐하는 것 같았다.
* * *
“사부님. 저 무송입니다. 사숙들과 무경 사형이 손님들과 함께 왔습니다.”
장문인이 머무는 곳에 도착하자 무송이 먼저 일행이 온 것을 알렸다.
“들어오너라.”
“들어가십시오. 저는 가서 차를 내오겠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니 선객이 있었다. 눈이 좌우로 쫙 찢어지고 둥글둥글한 얼굴에 뚱뚱한 체구의 사내였는데, 그는 조윤 일행을 슥 한 번 보더니 누군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칠성을 보고 짐작을 한 것 같았다.
“어서들 오십시오.”
“사부님을 뵙습니다.”
무경이 먼저 인사를 하자 심허가 수고했다는 듯이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 사람은 누구요? 사형.”
심종이 대뜸 뚱뚱한 체구의 사내를 가리키며 물었다. 낯선 사람이 함께 있으니 궁금증이 인 것이다.
“전에 보지 못했더냐?”
“처음 봅니다.”
“하하. 저는 반양이라고 합니다. 일전에 한 번 들렀었는데 보지 못했나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