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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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8화
제3장 협력 (3)
그는 금태희를 유독 아꼈다. 아무리 잠시라지만 정파 놈들과 손을 잡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금태희를 아끼는 마음이 더 컸다.
“좋아. 일단 함께 해.”
그렇게 결정이 나자 모두 덩굴을 잘라다가 밧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을 하는 동안 당문의 무사들과 금가장의 무사들이 서로 살기를 내뿜었으나 충돌은 없었다.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상당히 긴 밧줄이 만들어졌다. 그걸 아름드리나무에 묶고 나자 누가 내려갈 것인지가 문제였다.
“당연히 내가 가야지.”
“무슨 소리? 내가 갈란다.”
“그럴 순 없어요. 당신들이 우리 태희를 해치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죠?”
심보와 심양이 자신들이 가겠다고 주장을 하자 약교연이 당장에 반대를 했다.
“우리가 그 아이를 왜 해친다는 거냐?”
“그러게.”
“어쨌든 당신들은 믿을 수 없어요. 그러니 내가 내려가겠어요.”
“그건 안 됩니다.”
이번에는 무경이 나서서 반대를 했다. 그러자 약교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쳐다봤다.
“오해는 마십시오. 당신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에 있는 사숙님들을 못 믿어서 그럽니다.”
“뭐? 우리가 왜?”
“넌 도대체 누구 편인 거냐?”
“혹시 저 여자한테 현혹된 거냐?”
“아닙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무경이 화를 내며 소리쳤지만 무당칠성은 시끄럽게 계속 한마디씩 했다. 그 와중에 약교연은 무경이 왜 반대를 했는지 이해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양측은 전력이 비슷했다. 그 때문에 서로 간에 선뜻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교연이 빠지면 정파 측이 우세하게 된다.
그럼 혹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무경은 가급적 마교 측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사숙들은 어디로 튈지 몰랐다. 그래서 현재의 균형을 무너트리기가 싫은 것이다.
약교연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서로 싸워봤자 이득 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당신이 가.”
“네?”
“너, 무당신룡이라고 불린다지?”
“과분한 칭호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한 번 믿어볼 테니까 네가 내려가.”
무경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저쪽에서 그렇게 말하니 제가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가?”
“흠, 괜찮지.”
“좋아. 찬성이다.”
“네가 간다면야.”
무당칠성은 누가 가든 마교 사람만 아니면 찬성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무경이 간다고 한다. 그만 없으면 자신들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모두 아닌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희희낙락이었다.
하지만 그걸 모를 무경이 아니었다. 사숙들과 어디 하루, 이틀 지냈던가?
그들의 속내는 안 봐도 훤히 짐작을 하고 있었다.
“제가 내려가 있는 동안 얌전히 계셔야 합니다. 혹여 일이 생긴다면 저는 하루 종일 사부님이 주신 영패를 들고 다닐 겁니다.”
그 한마디에 무당칠성의 얼굴들이 급격하게 굳었다. 그중 한 명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까지 내쉬고 있었다.
“그럼 내려가겠습니다.”
“잠깐.”
“왜 그럽니까?”
이미 결정이 났는데 약교연이 붙잡자 무경은 의아해하며 그녀를 봤다.
“당신을 믿기로 했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맹세를 하고 가.”
“맹세 말입니까?”
“그래. 무당파의 명예를 걸고 맹세를 해. 내 딸을 해치지 않겠다고.”
“알겠습니다. 나 무경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신의 따님을 해치지 않을 것을 무당파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됐습니까?”
무경이 묻자 약교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무경은 절벽으로 가서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잡고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밧줄을 잡고는 있다지만 밑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린다.
그 때문에 약간 긴장이 되자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렇게 거의 밑에까지 내려갔으나 조윤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포기를 하고 올라가려는데 좌측 아래쪽의 툭 튀어나온 바위에 두 사람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무경은 거기까지 거리를 가늠해봤지만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위로 올라갔다. 무경이 홀로 올라오자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쳐다봤다.
“두 사람 다 무사합니다. 하지만 줄이 짧아서 갈 수가 없습니다.”
“아.”
금태희가 무사하다는 말을 들은 약교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금경삼의 손을 잡았다. 이화와 낙소문 등은 조윤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다시 덩굴을 잘라와 줄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대충 길이가 되었다 싶자 무경이 그걸 잡고 다시 내려갔다.
아까와 달리 조윤과 금태희가 있는 곳과 더 가까웠으나 여전히 줄이 짧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어서 다시 올라가서 줄을 늘이면 밤이 되고 만다. 그럼 어두워서 저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 같았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무경은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려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절벽을 연이어 발로 차고 그 반동을 이용해서 조윤과 금태희가 있는 곳으로 내려섰다.
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었다. 웬만한 강단이 있지 않고서는 그렇게 건넌다는 것이 어려웠다. 한데도 무경은 가볍게 그걸 해냈다.
“당신, 누구죠?”
금태희가 경계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무경이 반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무당파의 무경이라고 합니다.”
“무당파가 왜 여기에 온 거죠?”
금태희는 본능적으로 조윤을 감싸며 소리쳤다. 그걸 보고 무경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만약 그녀가 조윤을 해치려고 한다면 난감했을 것이다. 한데 무의식적으로 저리 행동할 정도면 일이 수월했다.
“위에 그대의 부모님과 조부님이 와 있습니다.”
“정말요?”
“그렇습니다.”
무경은 금태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 이야기부터 했다. 그러자 생각대로 금태희가 살짝 경계를 늦추는 기색이 보였다.
“그리고 무당파와 당문도 와 있습니다.”
“아까 조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었다고 했는데 그래서였군요.”
금태희가 하는 말에 무경은 조윤을 내려다봤다. 그는 상당히 지친 얼굴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용음성을 몇 번이나 내는 바람에 기진맥진한 것이다.
‘위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무경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들이 싸운 장소는 절벽 바로 위가 아니었다. 거기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장소였다. 한데 여기에서 그 소리가 들렸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저기까지 어떻게 가죠?”
금태희가 무경이 잡고 내려온 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무경이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제가 한 사람씩 업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조윤을 먼저 업고 가세요.”
금태희는 당연하다는 듯이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이에 무경은 그녀가 조윤과 깊은 관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럼 이런 상황에서 조윤을 먼저 챙길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여기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소청신의를 올려놓고 금방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알았어요.”
무경은 우선 조윤의 상태를 살폈다. 다리가 부러졌고 얼굴이 창백했으나 호흡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조심스럽게 그를 등에 업고, 혹여 떨어질지 몰라 장포로 서로의 몸을 꽉 묶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무경은 그 자리를 박차고 몸을 띄웠다. 그리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벽을 연속으로 차면서 줄을 붙잡았다.
짜릿함과 함께 살았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로 올라가자 이화와 낙소문 등이 우르르 몰려와서 조윤을 받았다.
“조윤!”
“괜찮아?”
“잠시만 비켜주십시오. 다리가 부러졌고, 탈진한 상태입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빨리 치료를 해야 합니다.”
무경이 하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한쪽에 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조윤을 눕혔다. 그러자 무당칠성 중 가장 의술이 뛰어난 심우가 와서 조윤을 살폈다.
“태희는? 우리 딸은 어떻게 됐지?”
약교연이 다급하게 와서 묻자 그제야 무경은 그녀 생각이 났다.
“무사합니다. 아래에 있습니다. 제가 다시 내려가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금공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서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금공은 금방 금태희를 데리고 올라왔다.
“어머니!”
금태희는 약교연을 보자 울면서 달려들었다. 약교연 역시 그녀가 무사한 것을 보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금경삼도 크게 기뻐하며 그녀를 안아줬다.
“아, 조윤은요?”
“저쪽에 있다.”
“가볼래요.”
“안 돼. 저들이 알아서 할 거야.”
“저 때문에 다쳤어요. 떨어질 때 저를 감싸다가 저렇게 되었어요.”
그제야 사람들은 그녀는 무사한데 왜 조윤은 이렇게 다쳤는지 이해가 되었다.
“조윤!”
“소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지금은 이대로 물러났으면 하는군요. 소청신의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니 잘 치료하면 금방 나을 겁니다.”
무경이 나서서 말리자 금태희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금태희는 애타는 눈으로 조윤을 봤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대로 조윤을 데려가려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언제 만날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금시시의 치료도 어려워진다.
“어머니. 이대로 조윤을 보내면 안 돼요. 시시는 어떻게 하려고요? 구음절맥을 치료해야 하잖아요.”
“지금은 보내야 한다.”
“안 돼요! 이대로 보내면.”
“지금 싸우면 어느 한쪽은 크게 다친다. 그건 저들도 우리도 바라지 않아.”
“할아버지!”
금태희는 약교연을 설득할 수가 없자 금공을 봤다. 그러자 금공의 마음이 약간 움직였으나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무당칠성을 상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으나 그 와중에 딸 내외나 금태희가 다칠 수도 있었다.
“내가 나중에 그를 데려다주마.”
“그, 그럴 수는 없어요. 나는…….”
고개를 돌리니 정파 사람들이 조윤을 데리고 가려는 것이 보였다. 마음이 급해진 금태희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조윤이랑 잤단 말이에요!”
순간 금공은 물론이고 금경삼과 약교연의 얼굴이 눈에 뜨이게 굳었다. 조윤을 데리고 가려던 당자휘와 이화 등도 멈칫하며 금태희를 봤다.
그제야 금태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깨닫고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