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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06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6화

제3장 협력 (1)

 

 

일곱 명의 도사가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여섯 명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고, 한 명은 약관의 젊은이였다.

 

전부 태극문양이 수놓아진 흑색의 도복을 입고 한 손에는 송문고검을 들고 있었다. 그러한 특색을 보이는 문파는 무림에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무당파로군.”

 

잔혹마인 금공이 짧게 말을 내뱉자 노인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알아보는구나.”

 

“하긴 옛날에 봤으니 모를 리가 없지.”

 

“아닌데.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그럴 수도 있지.”

 

“사숙님들! 거기까지만 하세요. 잠시만 조용히 해 주십시오.”

 

보다 못한 무경이 끼어들어 그들을 말렸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까지 떠들지 몰랐다.

 

“네가 뭔데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냐?”

 

“사형 제자라고 어깨에 힘 좀 주려는 거지.”

 

“그러게 평소에 교육을 잘 시켜놓으라고 했잖아.”

 

“그걸 내가 왜 해? 귀찮게.”

 

또다시 시끌시끌해지자 무경이 품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노인들이 입을 딱 다물었다.

 

무경은 그들을 한 번 슥 본 후에 천천히 손을 뺐다. 노인들은 그의 손을 뚫어지라 보다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는 안도의 기색을 보였다.

 

“당 공자.”

 

무당칠성과 함께 온 이화와 현진이 당자휘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얼굴이 살짝 굳어 있던 당자휘가 그들을 반겼다.

 

“일이 잘되었나 보군요.”

 

“맞아요. 생각보다 잘 풀렸어요.”

 

“저들은 누굽니까? 혹시 무당파의 최고수들이라는 무당칠성이 아닙니까?”

 

당자휘는 단번에 그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하도 시끄러워서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었다.

 

하지만 아까 보여준 무공도 그렇고, 잔혹마인 금공을 앞에 두고도 저렇게 여유를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당칠성 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맞아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금경삼과 약교연이 무당칠성을 빤히 바라봤다.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보기에는 그저 수다스러운 나이 든 도사들이었으나 아까 보인 무공은 전혀 그렇지 않았었다. 이에 금공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흥! 아직 안 죽고 살아있었더냐?”

 

금공이 무당칠성을 향해 냉소를 보이면서 물었다. 그러자 무당칠성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무당칠성의 수장인 심우였다. 무당칠성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정상인 사람이었다.

 

“그건 우리가 할 말이군.”

 

“여기는 왜 온 거냐?”

 

“왜? 네놈을 죽이러 왔을까 봐 겁나냐?”

 

“만약 그렇다면 너희는 오늘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허풍은.”

 

심우가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계속했다.

 

“걱정 마라. 네놈이랑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까. 우리는 사람을 찾고 있다. 소청신의라는 의원인데 혹시 아냐?”

 

금공은 조윤에 대해서 몰랐지만 아까 약교연이 당자휘와 나누는 대화를 들었었다. 이에 약교연을 보자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다가왔다.

 

“알고 있어요.”

 

“하면 그는 어디에 있느냐?”

 

“지금 우리도 찾는 중이에요.”

 

“찾는 중이라니?”

 

“어제부터 보이지 않아요.”

 

“우리더러 그걸 믿으라고?”

 

심우가 가당찮다는 듯이 말하자 약교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저들과 싸우는 것은 좋지 않았다.

 

금공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저들 모두를 상대하는 것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니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야 했다.

 

“우리가 그를 데리고 온 것은 딸아이가 걸린 병 때문이에요. 당문의 여식이 같은 병에 걸려있는 걸 소청신의가 치료했다는 소문을 듣고 딸아이의 병을 치료해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서 데리고 온 거예요.”

 

“듣자니 부탁이 아니라 납치라고 하던데.”

 

무당칠성 중 한 명인 심보가 슬쩍 끼어들었으나 심우가 눈치를 주자 움찔하며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났다.

 

“뭐가 어찌 되었든 그를 데리고 온 건 우리가 맞아요. 그가 말하기를 딸아이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선뜻 믿을 수가 없어서 그의 의술을 시험해봤죠. 마침 지인 중 한 명이 복통을 앓고 있었어요. 한데 알고 보니 매화창에 걸린 거였고, 그 사실을 밝힌 소청신의를 좋게 여기지 않다가 공격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가 어디에 있다는 거냐?”

 

“그건 우리도 몰라요. 큰딸과 함께 사라져서 우리도 찾는 중이에요.”

 

“매화창에 걸린 지인이라는 사람이 혹시 저 괴인이오?”

 

당자휘가 용산군을 가리키며 말하자 약교연이 체념을 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아.”

 

“그럼 그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하지만 보다시피 정상이 아니야.”

 

“내게 방법이 있소. 그를 잠시만 넘겨준다면 조윤의 행방을 알아낼 수가 있소.”

 

“너를 어떻게 믿지?”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서로 싸워봤자 좋을 것이 없소. 우선 조윤을 찾아야 하니 그때까지는 서로 도웁시다. 더구나 저자가 조윤의 행방을 말한다면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거니, 그게 낫지 않겠소?”

 

들어보니 그랬다. 이에 약교연은 금공을 불렀다.

 

“아버님.”

 

“네 뜻대로 해라.”

 

약교연이 평소 얼마나 총명한지를 알기에 금공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금공이 허락을 하자 악교연은 당자휘를 보며 말했다.

 

“그에게 손을 써도 좋아. 다만 절대로 죽여서는 안 돼.”

 

“알고 있소.”

 

당자휘가 그렇게 말하고 용산군에게 다가갔다. 용산군은 금공에게 당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자휘가 다가오자 금방 알아채고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때 당자휘가 손을 내젓자 녹색의 가루가 확 덮쳐갔다. 그걸 조금 들이마신 용산군은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앞으로 간 당자휘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조금 괴로울 거요.”

 

제정신이 아니었으나 그 말뜻을 알아들은 용산군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음…….”

 

깜빡 잠이 들었었다. 조윤이 눈을 뜨자 옆에 딱 달라붙어서 자고 있는 금태희가 보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떨어져서 잤으나 추위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조윤을 꽉 껴안고 있었다.

 

조윤은 잠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미인을 안고 있으니 약간 흥분이 되었다. 한데 옆에 있는 여인이 금태희가 아니라 낙소문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자각한 조윤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팍 썼다. 왜 갑자기 그녀가 생각난 것일까?

 

혹여 그녀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만난 건 몇 번 되지 않았다. 싫고 좋고를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단지 그녀가 빼어난 미인이라서 그런 것뿐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니 금태희가 눈을 뜨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일어났네.”

 

“응.”

 

“왜?”

 

금태희가 계속 쳐다보자 조윤이 무안함에 물었다.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가까웠고 몸까지 완전히 밀착이 된 상태였다. 아무 일도 없이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 나한테 손을 안 대?”

 

“뭐?”

 

조윤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금태희는 눈을 빛내면서 다시 물었다.

 

“나랑 자고 싶지 않아?”

 

“잠은…… 지금 잤는데.”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알잖아.”

 

“보다시피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럼 가만히 있어. 내가 할게.”

 

금태희가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의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그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윤이 크게 놀라서 소리쳤다.

 

“아아! 잠깐만.”

 

“왜?”

 

“이러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

 

“왜? 우리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 그 전에 난 너와 관계를 맺고 싶어.”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내가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된 거네.”

 

금태희가 다시 바지를 벗기려고 하자 조윤이 억지로 손을 뻗어 그녀를 말렸다. 그러나 금태희는 막무가내였다. 조윤의 손을 밀어내며 어느새 바지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봐!”

 

“왜? 나도 처음이라서 이러는 거 부끄럽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진정하고. 응?”

 

“왜 그러는데?”

 

“무슨 소리 안 들려?”

 

“무슨 소리? 하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니야. 위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잖아.”

 

“위?”

 

조윤의 말을 듣고 금태희가 위를 올려다봤다.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이 아득히 높이 솟아있었다. 저기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니, 거짓말이 분명했다.

 

“날 속일 생각 하지 마.”

 

“속이려는 게 아니야. 잠깐만 조용히 해봐.”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좀 더 집중을 했다. 그러자 아주 미세하지만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위에 누군가 있어. 한두 명이 아닌데, 서로 싸우고 있어.”

 

“정말?”

 

“응.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알려야 해. 안 그럼 여기에서 빠져나갈 기회가 영영 없을지도 몰라.”

 

“어떻게 하지?”

 

조윤이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그제야 금태희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질러보자.”

 

“저렇게 높은 데까지 들릴까?”

 

“일단 해봐야지.”

 

“가만.”

 

“왜?”

 

“예전에 할아버지 친구한테 배운 무공이 있어. 용음성(龍淫聲)이라고 소리로 상대의 혼을 빼놓는 무공이야.”

 

“그래?”

 

“응. 그 용음성을 쓰면 위에까지 소리가 들릴 거야.”

 

“그럼 빨리 해봐.”

 

“그게, 배우기만 했지 할 줄은 몰라.”

 

금태희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조윤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쓸모가 없잖아.”

 

“아니야. 네가 하면 돼. 용음성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훨씬 익히기가 쉬워.”

 

“금방 할 수 있는 거야?”

 

“모르겠어. 일단 방법을 알려줄게.”

 

“그래.”

 

금태희는 그때 배운 용음성을 조윤에게 알려줬다. 그걸 가만히 듣고 있던 조윤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음성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막대한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또한 양강의 기운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금태희의 말대로 여자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한번 해볼게.”

 

“응.”

 

조윤은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려 소리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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