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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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5화
제2장 잔혹마인 금공 (2)
되묻는 금경삼을 보면서 정엽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삼켰다. 딱 보면 모르나? 조윤을 찾아온 것 아닌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것을, 도통 머리를 쓰려고 하지를 않는다.
“아마도 소청신의를 찾으러 온 것 같습니다.”
“흥! 그딴 녀석 찾아가든 말든 상관없다.”
“그게 아니잖습니까? 지금 그들과 충돌하면 용산군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소청신의가 시시 아가씨를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잖습니까?”
“음…….”
그제야 납득을 한 듯 금경삼이 인상을 살짝 쓰면서 약교연을 쳐다봤다. 다행히 그녀는 지금 금태희의 행방을 알아내느라 온 신경이 용산군에게 가 있었다.
“몇 명이나 되냐?”
“서른 명쯤 된다고 합니다.”
“조용히 처리해.”
“알겠습니다.”
적엽이 대답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 괴로움에 머리를 붙잡고 부들부들 떨던 용산군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날렸다.
“으아아아아아아!”
“헉! 피해라!”
“잡아!”
“도망친다!”
용산군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약교연과 금경삼이 동시에 공격을 하자 어깨를 한 대 맞았으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달려갔다.
“뒤쫓아요!”
약교연이 소리치자 금경삼과 적엽 등이 금경삼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 *
당자휘가 일행과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애초의 계획은 배를 타고 형주에 도착하며 이후부터는 말을 타고 육로를 이용해서 호북의 성도인 무한으로 갈 생각이었다.
한데 중간에 하루 쉬어 갈 생각으로 배에서 내린 것이 실수였다. 예기치 못하게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배가 뜨지 않게 된 것이다.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사공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폭우에 배를 띄웠다가는 아무리 노련한 사공이라고 해도 목숨을 건지기 힘들었다.
당자휘는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조금이라도 더 이동을 하기로 했다. 멍하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비를 맞으며 강을 따라 걷다가 형문산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때쯤 비가 그치기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웬 괴인이 나타나서 마구 살수를 써왔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당자휘는 곧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당문의 최정예인 당가십이비가 세 명이나 있었고, 일반무사들도 스무 명이나 되었다. 괴인의 무공이 상당히 뛰어났지만 충분히 상대를 할 수가 있었다.
더구나 괴인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위를 맴돌면서 은밀하게 암기와 독을 쓰니 제대로 알아차리지를 못했다. 그 때문에 괴인은 팔과 다리에 암기가 하나씩 꽂혔고, 미정산에도 중독이 되었다.
미정산은 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중독이 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주 소량만 흡입을 해도 정신이 아찔해지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고수를 만났을 때 주로 사용하는 독이었다.
그렇게 괴인을 거의 다 제압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십여 명의 무사들과 함께 무공이 굉장히 강한 고수 두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말 한마디 없이 당문의 무사들을 공격해왔다.
처음에는 그들이 괴인과 한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지켜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괴인을 무섭게 몰아치며 공격했다.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으나 팔다리 하나쯤은 잘라내려는 듯,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물러나라! 저들을 상대하지 마라!”
당자휘가 내공을 실어서 크게 소리쳤다. 괴인이 덤벼드는 바람에 얼결에 싸우기는 했지만 굳이 저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난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다들 몸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무사들은 대부분 무공이 고만고만한 수준이었으나 중년 사내와 여인은 굉장히 강했다. 그나마 괴인을 제압하느라 이쪽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꽤나 고전을 했을 것이다.
“저들은 누구죠?”
낙소문이 제일 먼저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그러나 당자휘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정파는 아닌 것 같았다. 쓰는 무공이 전부 살기가 강했다. 이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모르겠소. 일단 뒤로 빠집시다.”
“알았어요.”
그렇게 대답하고 낙소문이 당문의 무사들이 물러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할 때였다. 웬 노인이 나뭇가지를 밟고 빠르게 날아오더니 괴인의 옆으로 내려섰다. 그러자 괴인이 그 노인을 향해 연이어 주먹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그 기세가 사뭇 대단했으나 노인은 간단하게 그의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그러자 잡힌 손목에서부터 회전이 일어나더니 이내 그의 몸이 빙글 돌아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콰앙!
“커헉!”
적지 않은 충격에 괴인이 신음소리를 냈으나 곧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노인이 잡고 있던 손목을 다시 비틀자 괴인은 또 한 번 땅에 처박혔다.
쿠웅!
“끄억!”
노인은 괴인이 또 일어나려고 하자 발로 목을 밟았다. 그러자 괴인은 마치 태산이 누르는 것 같은 압력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괴인을 간단하게 제압한 노인은 주위를 한차례 쓸어보며 크게 소리쳤다.
“멈춰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일순 싸움이 멈췄다. 그 때문에 틈이 생기자 서로 거리를 두고 물러나며 노인을 봤다.
노인은 키가 크고 비쩍 말랐으나 등이 곧고 눈에는 정광이 가득했다. 입고 있는 흑포에는 물결치는 것 같은 회오리 문양이 끝단에 수놓아져 있었다.
“아버님.”
금경삼과 약교연이 그 노인을 보고 동시에 외쳤다. 그랬다. 그는 마교의 장로이자 금경삼의 아버지인 잔혹마인 금공이었다.
* * *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금공이 물었으나 금경삼과 약교연은 그에게 다가가 인사부터 했다.
“오셨군요.”
“연락이도 주셨으면 미리 마중을 나갔을 텐데, 송구스럽습니다.”
“됐다. 장원으로 가는 길에 하도 시끄럽기에 와봤다. 이놈은 왜 이 모양인 거냐? 저들은 또 누구고?”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아버님. 일단 용산군을 데리고 장원으로 가십시오. 저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구나.”
금공이 당자휘를 비롯한 당가십이비를 힐끗 보며 금경삼에게 말했다. 그제야 금경삼은 그들을 자세히 봤다. 당문에서 왔다지만 별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다. 한데 몇 명은 기도가 상당히 강해서 금공의 말대로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네놈들 당문이냐?”
“그렇소.”
당자휘가 대답하며 나서자 금경삼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공이 강한 자들 중에서 한 명이 나설 줄 알았는데 새파랗게 어린놈이 나선다.
“넌 누구냐?”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나는 금경삼이다.”
“나는 당자휘요.”
“저들은 누구지?”
“당가십이비요.”
당자휘가 하는 대답을 듣고 금경삼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얼굴이 굳었다. 어쩐지 기도가 강하다 했다. 한데 설마 당가십이비일 줄은 몰랐다.
금경삼은 아주 잠시지만 저들을 이대로 보내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는 금공이 있었다. 당가십이비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금공의 상대는 아니었다.
“이곳에 온 이유가 뭐냐?”
“우리는 사람을 찾고 있소. 여기에 온 것은 우연일 뿐이오.”
“흥!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소청신의는 내줄 수 없다.”
뜻하지 않게 조윤에 대한 말이 나오자 당자휘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되물었다.
“조윤이 여기에 있소?”
“그놈은…….”
금경삼이 조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약교연이 말을 막으면서 재빨리 끼어들었다.
“아니. 그는 여기에 없어.”
“방금 저 사람이 조윤을 내줄 수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다는 건 그가 여기에 있다는 뜻 아니오?”
“어제까지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그래서 우리도 찾고 있는 중이야.”
“그 말을 어떻게 믿소?”
“안 믿는다 해도 상관없어.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니까.”
“당신들, 이제 보니 마교로군.”
당자휘는 그제야 저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떠보듯이 말을 했는데 약교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서?”
“조윤을 보내주시오. 그러면 우리는 이대로 물러나겠소.”
“훗! 내가 너희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걸 협박이라고 한다면 실망이야.”
당자휘는 약교연을 잠시 노려보다가 힐끗 금공을 봤다. 당가십이비조차 쉽게 상대하지 못한 괴인을 그는 너무나 간단히 제압했다.
그가 없다면 한번 해볼 만했지만 지금은 물러나야 했다. 어차피 저들은 조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조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안 것만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그는 무사하오?”
“아직까지는. 하지만 너희가 설친다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차후 다시 만나게 될 거요.”
당자휘가 그렇게 말하면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자 약교연이 신경질적으로 크게 소리쳤다.
“누구 마음대로 가는 거지?”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야. 올 때는 마음대로 왔지만 갈 때는 아니지.”
“원하는 게 뭐요?”
“너희 목숨.”
약교연이 당자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들을 이대로 보내면 더 많은 사람들을 끌고 올 것이다. 이 자리에서 모두 죽여야 했다.
“쉽지 않을 거요.”
당자휘의 말에 약교연이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당문의 당가십이비가 대단하다던데, 어디 명성만큼 하는지 볼까?”
“후회하게 될 거요.”
“기대하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약교연이 몸을 날려 당자휘를 공격했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금경삼이 합공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가십이비 중 두 명이 나서자 당자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약교연은 당가십이비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난 것을 알고 약간 당황했다. 더구나 당가십이비는 암기와 독을 잘 썼다. 틈이 보인다 싶으면 암기가 날아오고 흩뿌려진 독이 덮쳐왔다.
그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금경삼도 마찬가지였다.
무공만 겨루자면 금경삼이 한 수 위였다. 하지만 은밀하게 날아오는 암기와 독을 신경 쓰느라 제 실력을 낼 수가 없었다.
약교연과 금경삼이 불리한데도 금공은 멀찍이 서서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남은 당가십이비 한 명도 혹여 금공이 나설 것을 대비해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이 수세에 몰려 위험한 상황을 어렵게 모면하는 것을 보고 결국 합세를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하던 금공이 몸을 날렸다.
“헉!”
“무슨!”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몰려오자 당가십이비는 물론이고 약교연과 금경삼도 크게 당황했다. 순간 강맹한 장력이 당가십이비 세 명을 향해 날아갔다.
그걸 느낀 순간 재빨리 몸을 틀었으나 한 명도 무사하지 못했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세 사람 모두 피를 토하면서 나가떨어졌다.
그걸 보고 당자휘 곁에 있던 무사들이 금공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온 금공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전부 뒤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쳤다.
“커헉!”
“끄윽!”
당자휘는 크게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고 금공을 봤다. 당가십이비는 당문의 최정예였다. 그들 세 명만 있어도 웬만한 중소문파쯤은 한 시진도 걸리지 않고 멸문을 시킬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했다.
금공이 누군지 잠시 생각을 하던 당자휘는 곧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마교의 인물 중에 당가십이비 세 명을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무공이 뛰어난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나이가 많은 것으로 봐서 장로 중 한 명이 분명했다.
거기다 아까 스스로 금경삼이라고 이름을 밝힌 자가 아버님이라고 불렀었다. 그렇다는 건 저 노인의 성도 금 씨였다. 그렇다면 짚이는 건 딱 한 명이었다.
잔혹마인 금공!
당자휘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금공의 별호가 괜히 잔혹마인이겠는가?
그는 별호처럼 잔혹했다. 그의 손에 걸렸다가 살아남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니 오늘 이 자리를 모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여기에서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몰랐다.
“너도 죽어라.”
금공이 귀찮다는 듯이 말하며 손을 뻗어왔다. 당자휘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보다 그의 말투가 더 신경에 거슬렸다. 마치 파리를 쫓듯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였다. 어디에선가 금공을 노리고 검기가 날아왔다. 만약 금공이 당자휘를 죽이기 위해 계속 손을 뻗어낸다면 검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금공은 손을 거둬서 검기를 쳐냈다.
콰앙!
쳐낸 손이 약간 떨리자 금공이 살짝 인상을 썼다. 생각보다 검기의 위력이 강했다.
뒤이어 검기가 연속으로 날아왔다. 금공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검기를 모두 쳐냈다. 그때마다 가죽 북이 터져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주위로 기의 파동이 번져나갔다.
콰콰콰쾅!
사람들이 넋을 놓고 그걸 보고 있을 때 금공이 짜증난다는 듯이 외쳤다.
“웬 놈들이냐?”
“클클. 그건 알아서 뭐하게?”
“이거나 받아라. 마두야!”
“사숙님들, 제발 체통을 좀 지키세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떠드니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명백했다. 저들은 금공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