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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0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4화

제2장 잔혹마인 금공 (1)

 

 

“으…….”

 

간신히 눈을 뜬 조윤은 온몸이 욱신거리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괜찮아?”

 

금태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물었다. 조윤은 반나절 가까이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 때문에 금태희는 혹여 조윤이 그대로 죽는 것은 아닌지 계속 노심초사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조윤이 고통 때문에 인상을 쓰면서 물었다. 그러자 금태희가 움직이지 말라는 듯이 조윤의 가슴을 살짝 누르면서 말했다.

 

“기억 안 나? 용 숙부님을 상대하다가 밑으로 떨어졌잖아.”

 

“그랬나?”

 

“응. 네가 감싸준 덕분에 나는 크게 다치지 않았어.”

 

금태희의 말대로 조윤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본능적으로 그녀를 감쌌다. 그로 인해 어깨가 빠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조윤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눈만 움직여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깎아지른 절벽과 푸른 허공이 보였다.

 

지금 조윤과 금태희가 있는 곳은 절벽의 중간지점이었다. 운 좋게 바위가 튀어나온 곳에 떨어져서 살았다. 그렇지 않고 아래로 떨어졌다면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지?”

 

“반나절 정도.”

 

생각보다 꽤 시간이 흘러 있었다. 조윤은 자신의 어깨를 잡고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나 썩 좋지가 않았다. 다친 상태에서 반나절이나 방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와줘. 어깨를 맞춰야겠어.”

 

“내가?”

 

조윤의 말에 금태희가 흠칫 놀라면서 되물었다. 무인들은 원래 유사시를 대비해서 응급치료를 조금씩은 할 줄 안다. 하지만 그녀는 워낙에 곱게 자라서 무공은 강해도 치료에 대한 건 하나도 몰랐다.

 

“이쪽을 좀 잡아줘.”

 

“나, 나 치료를 해본 적이 없는데.”

 

“상관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여기를 잡아.”

 

“여기?”

 

“그래. 거기를 꽉 잡고 내가 신호를 하면 확 잡아당겨.”

 

“알았어.”

 

조윤은 한 손으로 어깨를 잡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금태희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이야!”

 

콰득!

 

어깨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나면서 끔찍한 통증이 일었다. 간신히 어깨를 맞추기는 했지만 한동안은 쓸 수가 없었다. 이후에 염증이 일어 붓기 시작하면 고통이 상당했다. 항염제가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은 팔 병신이 안 된 것만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혹시 검을 가지고 있어?”

 

“아니.”

 

“단검은?”

 

“하나 있어.”

 

“그거라도 줘. 허리띠도 풀고.”

 

“뭐, 뭐?”

 

허리띠를 풀라는 소리에 금태희가 화들짝 놀라며 조윤을 봤다. 그제야 조윤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야. 단검과 허리띠로 부러진 다리를 고정시키려는 거야.”

 

“어, 어.”

 

금태희는 자신이 오해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조윤이 정말 원한다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따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조윤은 일어날 수가 없어서 금태희에게 단검을 다리에 대고 허리띠로 감게 했다. 부목으로 쓰기에는 짧았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다 됐어. 이젠 뭐를 하면 돼?”

 

“기다려야지.”

 

조윤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나마 금태희와 함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홀로 이곳에 떨어졌다면 금경삼이나 약교연이 찾으러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태희가 여기에 있는 한 반드시 찾으러 올 것이다. 다만 언제 올지를 알 수 없으니 그게 문제였다.

 

어깨는 대충 맞춰놓아서 당장에는 괜찮았지만 다리는 치료가 급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죽는다. 살아난다고 해도 치료가 늦어지면 평생 다리를 절게 된다.

 

그 생각을 하니 속이 답답했지만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 * *

 

“저기에 있다!”

 

누군가가 크게 외치자 근처에 있던 적엽과 백석이 제일 먼저 그리로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도착을 해 보니 금태희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용산군이 있었다.

 

“뭐냐? 감히 너희 따위가 나를 막아서다니!”

 

용산군이 사납게 소리치자 금가장의 무사들이 기세에 밀려 주춤거렸다. 그걸 보고 적엽과 백석이 시선을 교환했다.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용산군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니 누군가 한 명이 가서 금경삼이나 약교연을 불러와야 했다.

 

“내가 가지. 죽지 말고 버텨라.”

 

적엽이 그렇게 말하고 훌쩍 몸을 날려 사라졌다. 그러자 백석이 인상을 팍 썼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죽지 말고 버티라니, 십 초식이나 받아내면 다행이었다.

 

“모두 물러서라!”

 

백석이 크게 외치자 용산군을 포위하고 있던 금가장의 무사들이 안도하는 기색을 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포위를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용산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백석을 향해 물었다.

 

“나와 금가장의 사이를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

 

“죄송합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백석은 시간을 끌 생각으로 정중히 사과부터 했다. 그러자 용산군이 약간 표정을 풀었으나 여전히 좋지 않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럼 비켜라. 나는 바쁘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례를 범했는데 그냥 가시면 제가 장주님에게 크게 혼이 날 겁니다. 그러니 사죄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됐다. 신경 쓰지 않는다.”

 

“용산군께서야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장주님은 아닐 겁니다. 용산군과 장주님은 각별한 사이가 아닙니까? 하니 이렇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백석이 정중하게 포권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용산군은 그제야 굳은 얼굴을 완전히 풀고 오만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나는 이런 일을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소심하지 않다. 형님에게는 말하지 않겠다.”

 

“그래주시면 차후에 반드시 찾아가서 오늘 일에 대한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때 보자.”

 

용산군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백석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또 뭐냐?”

 

“실은 저희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걸 내가 알아야 하는 거냐?”

 

“아닙니다. 그렇지는 않지만 도움을 받고 싶어서 그럽니다.”

 

“나는 지금 너희를 도울 생각이 없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하나만 묻고 조용히 사라지겠습니다.”

 

용산군의 얼굴에는 귀찮은 기색이 가득했지만 백석이 저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계속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그가 만약 금가장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랬을 테지만 금경삼이나 약교연의 체면을 생각해줘야 했다.

 

“궁금한 게 뭐냐?”

 

“저희는 지금 첫째 아가씨께서 어디를 가셨는지 몰라 찾는 중입니다. 늘 사고를 치시니 장주님과 마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제 나가셔서 어딘가로 놀러 가신 것 같은데 혹시 용산군께 간 것이 아닌지 해서요.”

 

백석의 말을 듣고 용산군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인상을 썼다. 그러다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모른다. 본 적 없다.”

 

“지금 첫째 아가씨를 찾아오라고 장주님과 마님이 난리입니다. 아가씨가 능 공자와 친하게 지내니 용산군께 갔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군요.”

 

“아니라고 했지 않느냐?”

 

“알겠습니다. 하하. 혹시나 해서 물어봤을 뿐입니다.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흥!”

 

용산군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가려는데 백석이 다시 그를 불렀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하나만 더…….”

 

“귀찮다!”

 

짜증이 난 용산군이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보이지 않는 거센 장력이 밀려왔다. 그걸 느낀 백석은 다급하게 몸을 날려 땅을 굴렀다. 그러자 무형의 장력이 방금까지 그가 서 있던 곳을 지나쳐 뒤에 있는 나무를 때렸다.

 

쾅!

 

장력에 맞은 아름드리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백석이 힐끗 보니 나무에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만약 저걸 맞았다면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백석은 재빨리 일어났다.

 

적엽이 금경삼이나 약교연을 불러올 때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산군을 붙잡아둬야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정녕 죽고 싶은가 보구나.”

 

화가 난 용산군이 아까와는 달리 내공을 제대로 실어서 장력을 날렸다. 그러자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무형의 장력이 백석을 덮쳐갔다.

 

“헉!”

 

이번에는 꼼짝없이 죽었다. 저런 건 막을 수도 없고 피하지도 못한다.

 

‘제길!’

 

백석은 아까 자신이 안 간 걸 크게 후회했다. 적엽이 눈치 빠르게 먼저 가려고 할 때 어떻게든 말리고 자신이 갔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콰앙!

 

“커헉!”

 

백석이 뒤로 밀려 나무에 등을 부딪쳤다. 그러나 용산군의 장력에 맞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끼어들어 용산군의 장력을 해소시켰다. 그 바람에 기의 충돌이 일었고, 그 여파로 인해 몸이 날아간 것이다.

 

“이놈! 용산군!”

 

크게 소리치면서 달려오는 금경삼을 보고 백석은 살았다는 생각에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금경삼은 다짜고짜 욕을 하며 달려들어 무지막지하게 장력을 쏟아냈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대하듯이 사납게 몰아붙이니 용산군은 섣불리 맞설 수가 없었다.

 

콰콰콰쾅!

 

금경삼의 흑마장에 맞은 나무가 마구 부서져나갔다. 이리저리 몸을 피하던 용산군은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평소에 약교연은 몰라도 금경삼과는 한 번 붙어볼만 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크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잔혹마인 금공의 독문절학인 흑마장은 음유한 기운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저렇게 강맹한 위력이 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음유함이 극에 다르면 양강의 기운이 생성된다. 하니 금경삼은 흑마장을 완전히 터득한 것이 분명했다.

 

“형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이놈! 내 딸을 어떻게 했느냐?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손을 댔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젠장! 지금 죽이려고 작정하고 손을 쓰고 있잖소! 헉!”

 

콰앙!

 

피할 길이 없어 흑마장을 맞받아친 용산군이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치다가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로 인해 거리가 생기자 용산군은 그대로 도망을 치려고 했다.

 

자신도 성질이 더러웠지만 저 인간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한번 저렇게 돌아버리면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왔는지 약교연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금경삼을 상대하기에도 버겁건만 약교연까지 왔으니 이제 도망가는 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형수! 형님이 왜 저러는 거요?”

 

“한 가지만 대답해줘요. 그럼 목숨은 살려주겠어요.”

 

“뭘 말이오?”

 

“태희를 어떻게 했죠?”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요?”

 

“의심 가는 사람이 당신밖에 없으니까.”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나를 이렇게 핍박하는 거요?”

 

“그래요. 만약 당신이 아무 연관이 없다면 상공과 나는 차후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겠어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었다면 왜 내 별호가 마희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거예요.”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러나 용산군은 지금 약자였다. 금경삼과 약교연을 당해낼 방법이 없는 이상 대화로 해결을 해야 했다.

 

“생각을 해 보시오. 내가 왜 그 아이를 해친단 말이오?”

 

“그거야 모르는 일이죠. 태희를 어떻게 했는지나 말해요.”

 

“하 참. 나는 태희를 보지도 못했소.”

 

“태희가 없어진 것은 어제였어요. 능정명에게 알아보니 당신도 어제부터 집에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곳에서 머지않은 곳에서 당신이 무공을 쓴 흔적을 발견했어요. 어서 말해요. 태희를 어떻게 했죠?”

 

“나는……크윽…….”

 

말을 하던 용산군이 갑자기 머리를 잡고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금경삼과 약교연은 그가 혹여 뭔가 속임수를 쓰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어 선뜻 다가가지 않았다.

 

그때 금가장의 무사 한 명이 후다닥 달려와서 정엽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했다. 그러자 정엽이 살짝 굳은 얼굴로 금경삼에게 다가갔다.

 

“장주님.”

 

“왜?”

 

“수상한 놈들이 인근을 뒤지고 있답니다.”

 

“뭐? 어떤 놈들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부 녹색 무복을 입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당문 같습니다.”

 

“당문? 그들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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