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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03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3화

제1장 준동 (3)

 

 

“음…….”

 

선뜻 도와줄 것을 기대했으나 심허는 의외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 무당파에 생긴 일 때문이었다.

 

그동안 무당파 역시 마교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언제 그들이 다시 활동을 할지 몰라 항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 와중에 무당파의 장로 세 명이 독에 중독이 되고 말았다. 그들을 치료하려고 유명한 의원들을 불러왔으나 무슨 독인지 해독을 할 수가 없었다.

 

그사이 해독약을 구하기 위해 무당파의 고수 여덟 명을 파견했지만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장로들이었다. 그들이 중독된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 무당파의 명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조용히 일을 해결할 방안을 계속 모색하다가 오늘 낮에 결국 무당칠성(武當七星)을 파견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였다.

 

무당파의 명성은 소림사에 견줄 정도로 드높았다. 제자만 해도 삼천 명이 넘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서 있는 일곱 명이 바로 무당칠성이었다. 다시 말해 무당칠성은 무당파의 최고수들이었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이화를 돕는 것이 꺼려졌다. 자칫 마교를 자극했다가는 해독제를 영영 못 구할 수도 있었다.

 

“상황이 어떤지는 알겠네. 하면 길안내를 할 사람이 필요한 게군.”

 

“그리만 해주셔도 아미파와 당문에서 무당파의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겁니다.”

 

“청성파 역시 잊지 않을 겁니다.”

 

이화와 현진이 하는 말을 듣고 심허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아무리 마교와 관련된 일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은 개인이 아닌 아미파와 당문, 그리고 청성파의 이름을 대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조윤을 그 세 곳, 즉 사천을 대표하는 거대 세력이 전부 찾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심허는 자신이 뭔가 놓친 것이 있는지 방금 이화와 나눈 대화를 다시 되짚어 봤다. 그러다 생각을 전환해서 아미파와 당문, 그리고 청성파를 생각하기보다는 조윤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최근 사천에 신의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심허도 들었다. 나이가 젊은데도 불구하고 의술이 굉장히 뛰어나고, 양민들을 무료로 치료해준다고 했었다.

 

또한 이번에 결맹한 정의맹과 마교와의 전쟁에서도 크게 활약해 신진사룡 중 의룡이란 명성을 얻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허는 조윤의 명성이 올라간 결정적인 계기가 떠올랐다.

 

조윤은 어떤 명의도 치료 불가능하다던 구음절맥을 치료했다. 그건 천하제일의가인 신의문에서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니 그가 이번 전쟁에서 당문과 아미파, 그리고 청성파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워놓았겠는가?

 

그에게 치료를 받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대의명분을 중요시하는 명문정파에서 조윤이 납친된 것을 알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상대가 마교가 아니던가?

 

“조윤의 의술이 어느 정도인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화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다섯 명의 의원을 가리켜 천하오대신의라고 하죠. 하지만 이제는 육대신의라고 해야 할 거예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들도 조윤보다는 한수 아래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윤은 구음절맥을 치료하고, 잘린 팔을 멀쩡하게 붙였습니다. 그 외에도 조윤 덕분에 죽다 살아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 그를 진정 신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

 

그 정도란 말인가?

 

소문으로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들었으나 나이가 어리다고 했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거늘.

 

심허는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대들이 오늘 빈도를 찾아온 것은 아무래도 하늘의 뜻인 것 같군. 내일 사람을 보내줄 테니 오늘은 푹 쉬시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두 사람이 방을 나가자 심허는 밖에 있던 제자를 불러 뭔가 지시를 내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오니 방 앞에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도사가 와 있었다. 생긴 것이 준수하고 눈에 총기가 가득한 것이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무경이라고 합니다. 장문인인 심허진인께서 사부님이 되십니다.”

 

“아!”

 

이화와 현진이 크게 놀라며 서로를 봤다.

 

무경이 누구던가?

 

무당신룡(武當神龍)이라 불리는 천재로 무당파에서 가장 촉망받는 후기지수였다. 약관의 나이에 무당파의 장로들과 견줄 정도로 무공이 뛰어났고, 총명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무당파의 자랑이자 보배라고 불리는 자였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무당파의 미래라고까지 한다.

 

사람을 보내준다기에 일대제자만 되어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설마 무당신룡을 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반가워요. 아미파에서 온 이화예요.”

 

“청성파의 현진이오.”

 

이화가 먼저 인사를 하자 현진이 뒤이어 반장을 하며 인사를 했다. 이에 무경이 웃으면서 두 사람의 인사를 받았다.

 

“사부님께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반은 드셨는지요?”

 

“네. 방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그럼 바로 떠나는 것이 어떻습니까? 사숙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일행이 또 있나요?”

 

“물론입니다.”

 

무경만 해도 굉장히 신경을 써준 것인데 일행이 더 있다고 한다. 더구나 사숙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결코 항렬이 낮지 않았다.

 

이화와 현진이 궁금해서 물었으나 무경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짐을 챙겨서 무경을 따라나서자 곧 그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무당파의 정문 앞에는 여섯 명의 도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을 본 이화와 현진은 또 한 번 크게 놀라야만 했다.

 

“무당칠성!”

 

“호오, 우리를 알아보는군.”

 

“하 참. 사형도, 몰라보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닙니까?”

 

“놈. 꽤나 자만하는구나. 모든 무림인들이 다 우리를 알아볼 것 같으냐?”

 

“심양, 심보, 그만 떠들어라. 이야기는 들었네. 만나서 반갑군. 나는 심우라고 하네. 인사는 가면서 하세나.”

 

심자 배면 전부 장문인인 심허와 같은 항렬이었다. 하지만 무당칠성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아래 항렬인 무자 배이면서 무당칠성 된 무경이 이상한 경우였다.

 

어쨌든 무당칠성이 모두 모여 있자 이화는 기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이들을 왜 보내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상대가 마교라지만 너무 과했다.

 

그렇다고 당문이나 아미파, 청성파의 체면 때문만도 아니었다. 필시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화는 그걸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함께 다니다보면 알 일이었다. 괜히 물어봤다가 혹여 불편해질 수도 있기에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 * *

 

금시시는 늘 찾아오던 조윤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하인들더러 찾아보라고 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 소청신의가 보이지 않아요.”

 

“뭐? 그 녀석이 안 보인다고?”

 

금시시가 투정을 부리며 하는 말에 금경삼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급한 일이 있다기에 달려왔더니 기껏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단 말인가?

 

하지만 아픈 딸에게 화를 낼 수가 없어서 애써 인상을 폈다.

 

“매일 한 번씩은 꼭 와서 진맥을 하는데 이상해요.”

 

“아랫것들에게 찾아보라 일렀느냐?”

 

“네. 그런데 장원 내를 샅샅이 뒤져도 보이지가 않는데요.”

 

“그래? 하면 내가 찾아보마.”

 

“그래주세요. 아버님.”

 

“그래. 그럼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오자 방금까지 보이던 온화한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사납게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도망을 쳤군.’

 

금경삼은 조윤을 믿지 않았다. 구음절맥을 치료했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당연히 금시시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도 거짓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내인 약교연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않고 있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봐서 자신이 없으니까 도망간 것이 분명했다. 감히 자신을 속이려고 했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잡아서 사지를 잘라버릴 생각으로 씩씩거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약교연이 보였다.

 

“헛! 여기는 무슨 일로 왔소?”

 

“왜 그렇게 놀라세요?”

 

“응? 아, 아니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가 않았다. 그를 어디 하루, 이틀 보나? 행동이 수상쩍은 것이 분명 뭔가 숨기는 것이 있었다.

 

“표정이 좋지 않은데 무슨 일이 있나요?”

 

“험. 그 녀석이 도망을 친 것 같소.”

 

“그 녀석이 누구죠?”

 

“그 돌팔이 의원 말이오. 매일 오던 놈이 안 와서 시시가 하인들을 시켜 찾아보게 했는데 이미 도망을 친 것 같소.”

 

금경삼의 말을 듣고 약교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보건대 조윤은 천생 의원이었다. 의술도 뛰어나고 의원으로서의 자긍심도 강했다. 그런 그가 도망을 갔다니, 그럴 리가 없었다. 한데도 장원에 없다면 뭔가 일이 생긴 것이라 봐야 했다.

 

“혼자서 장원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흥! 담 넘어 도망을 쳤겠지.”

 

“그럴 성격이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태희는 어디에 있죠? 그 아이도 보이지 않는데.”

 

“어딘가에 있지 않겠소?”

 

금경삼이 시큰둥하게 대답을 했다. 그가 보기에는 조윤이 도망을 친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약교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일은 무슨 일? 우리를 속이려다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도망을 간 거지.”

 

“상공.”

 

약교연이 부드럽게 금경삼을 불렀다. 그러자 금경삼이 움찔하며 그녀의 눈치를 봤다.

 

저렇게 나긋나긋하게 부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약교연은 항상 웃음 속에 가시를 숨겨놓는다. 예전에 그걸 모르고 그 가시에 얼마나 많이 찔렸던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찔리면 아프다.

 

“왜, 왜 그러오?”

 

“혹여 태희와 함께 나갔다면 그걸 본 사람이 있을 거예요. 하인들에게 물어보고, 둘이 함께 나갔다면 사람들을 내보내 찾게 하세요.”

 

“그러리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불안해서 그래요.”

 

“뭐가 불안하단 말이오? 이곳은 금가장이오. 감히 누가 내 딸에게 해를 끼치겠소?”

 

금경삼의 말을 듣는 순간 약교연은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용산군이었다.

 

‘설마!’

 

“지금 당장 무사들을 모아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게 하세요. 용산군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보고요.”

 

“갑자기 왜 그러는 거요?”

 

“소청신의 때문에 용산군이 화가 났었어요.”

 

“그랬나?”

 

“그래요. 그는 가끔 이성을 잃고 행동하잖아요. 소청신의를 죽이려고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럼 태희도 위험에 처했을지도 몰라요.”

 

“뭐요? 감히 누구를 건드린다고? 내 당장에 나가서 그놈을 잡아오리다.”

 

약교연의 말 몇 마디에 흥분을 한 금경삼이 쿵쾅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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