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0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1화
제1장 준동 (1)
방에서 운기조식을 하던 당수백이 눈을 떴다. 생각보다 독이 강했다. 그 때문에 이제야 완전히 몸 밖으로 배출해낼 수가 있었다. 때마침 당자휘가 방문을 두드렸다.
“아버님. 저 자휘입니다.”
“들어와라.”
당자휘가 들어오자 당수백이 탁자로 와서 앉으며 물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흔적을 찾았습니다. 검기를 쓰는 고수 네 명이 싸운 흔적이 남아있는데, 홀로 세 명을 상대했습니다. 아마 조윤일 겁니다.”
“흑천회에서 준비를 단단히 했군.”
천라지망을 펼쳤을 때부터 그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검기를 쓰는 고수들을 한데 모아놓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들이 조윤을 데리고 간 이유가 뭘까요?”
“인질로 잡아놓으려는 거겠지.”
“조윤은 그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리가 그를 포기할 거란 걸 그들도 알 겁니다. 그런데도 조윤을 데리고 간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음, 하면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느냐?”
“억측일 수도 있지만 조윤의 의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들 중에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는 거냐?”
“네.”
“일리가 있구나.”
“어쨌든 그를 한시바삐 구해야 합니다. 아버님 대신 그들을 유인한 것을 두고 사람들이 조윤을 높이며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아미파와 청성파에서도 적극 돕겠다고 합니다.”
당자휘의 말을 듣고 당수백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윤을 구하고 싶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리였다. 조윤을 찾는 데 전력을 쏟을 수는 없었다.
“나는 이참에 정의맹의 힘으로 당문에 맞서는 흑천회의 뿌리를 뽑을 생각이다. 하지만 조윤도 찾아야 하니 그 일은 네가 맡아야겠다.”
“분부만 내리십시오.”
“내가 흑천회를 쫓는 동안 너는 조윤을 찾아라. 당가십이비 세 명을 내주마.”
“조윤을 따르던 이들이나 아미파와 청성파에서도 함께 가려고 할 겁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해라. 함께 움직이면 우리가 조윤을 찾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줄 거다.”
당자휘는 당수백이 노리는 바를 단번에 알아들었다. 흑천회를 치기에는 지금이 적기였다. 그들이 스스로를 드러냈을 때 박살을 내야 했다. 흑천회가 다시 음지로 숨어버리면 찾기가 힘들었다.
문제는 조윤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윤의 도움을 받았다. 당수백 역시 조윤 덕에 무사히 이곳까지 올 수가 있었다.
한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조윤이 끌려가서 이미 죽었을 수도 있으나 어쨌든 그를 찾기 위해서 노력은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려면 명성이 좀 있는 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자휘는 그대로 방을 나와 평소 친분이 있던 당가십이비 세 명에게 당수백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들은 흔쾌히 당자휘를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아미파와 청성파에 말을 전하니 생각지도 않게 현진과 낙소문이 왔다. 그 때문에 당자휘는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사람을 보낼 거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두 사람이 올 줄은 몰랐다. 당수백이 흑천회를 쫓기로 한 이상 고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했다.
하지만 오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거절을 할 수도 없었다. 결국 당자휘는 두 사람과 함께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공손세가를 나서려는데 이화가 찾아왔다.
“함께 가요.”
당자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화는 고수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앞장서서 가던 당자휘는 힐끗 뒤를 돌아봤다. 현진과 낙소문, 이화, 그리고 당가십이비 세 명에 일반 무사들이 스무 명이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조윤을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 물론, 살아있다면 말이다.
* * *
운평객잔은 인근에서 제법 알아주는 곳이었다. 크기도 크지만 방이 깨끗하고 요리가 맛있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가격이 비쌌고 당연히 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급이 높았다.
“하하하. 좋구나. 좀 더 연주를 해봐라.”
뚱뚱한 체구의 중년사내가 한쪽에서 연주를 하고 있던 악사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인상을 썼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뚱뚱한 체구의 중년사내가 관청의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4품이면 뒷배가 든든하거나 막대한 돈을 뇌물로 먹이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오를 수가 없었다. 순수한 능력만으로 그러한 관직에 오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다행히 중년사내는 돈이 많았고, 덕분에 성격이 개차반이라도 포정사라는 관직에 오를 수가 있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연주를 더 하라는데!”
뚱뚱한 체구의 중년사내가 크게 소리치자 자리를 뜨려던 악사가 찔끔하면서 다시 칠현금을 켰다. 그걸 보고 노래를 하던 여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때 짙은 녹새의 무복을 입은 무사들 대여섯 명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일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악사와 여인도 그들을 보느라 연주가 뚝 끊겼다.
뚱뚱한 중년사내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다시 연주를 시켰더니 저런다. 이에 악사와 여인을 한 번 노려본 후에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너희는 뭐냐? 조용히 저쪽으로…… 헉!”
언제 다가온 걸까?
분명 입구에 서 있었건만 무사들 중 한 명이 어느새 뚱뚱한 중년사내의 앞에 나타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빨랐던지 믿고 있던 호위무사들은 눈만 말똥거릴 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모두 주목!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베어버리겠다.”
무사가 으르렁거리듯이 외치자 객잔 안이 조용해졌다. 그러자 무사들이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수수하게 생긴 젊은 사내가 그려져 있었다. 바로 조윤이었다.
“이 사람 본 적 있나?”
“어, 없습니다.”
“너는? 본 적 있나?”
“없습니다.”
무사들은 객잔 안에 있는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한 후에 조용히 그곳을 나갔다. 그때까지 기가 눌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뚱뚱한 중년의 사내가 탁자를 쾅 치면서 일어났다.
“망할 자식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너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앙? 그렇게 멍하니 서 있으라고 내가 그 많은 돈을 주는 줄 알아?”
뚱뚱한 중년사내가 분해서 씩씩거리며 호위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호위무사들 중 한 명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그들을 상대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누군데? 나보다 더 고위직인 사람이 부리는 무사들이냐?”
“아닙니다.”
“그럼?”
“당문입니다.”
“음…….”
뚱뚱한 중년사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문은 건드리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
예전에 오만한 관리 몇 명이 당문을 건드렸다가 어처구니없게 죽은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명은 밥을 먹다가 체해서 죽었고, 또 한 명은 갑자기 고열로 끙끙 앓다가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아무 이유 없이 죽었다.
분명 당문에서 손을 쓴 것인데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 사건을 깊이 파고들려고 했던 관리들도 비슷하게 전부 죽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쉬쉬하면서 덮을 수밖에 없었다.
하니 정4품이든 뭐든 간에 당문을 누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조용히 있어야만 했다.
그곳을 나온 당문의 무사들은 인근에 있는 객잔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그러다 밤이 되자 일제히 마을 외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당자휘가 현진과 낙소문, 그리고 이화와 함께 있었다. 조윤의 행방을 추적해서 여기까지 오는 데 보름이 걸렸다. 사천은 당문의 안마당이나 다름없었다. 적들이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해도 행적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사천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찾은 행적으로 봐서는 호북으로 간 것이 분명했다. 거기는 당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혹시나 해서 하루 더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확신만 더할 뿐이었다. 보고를 들어보니 사천을 벗어난 것이 분명했다.
“난처하게 됐군요. 아무래도 호북으로 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건 아니죠?”
이화가 묻는 말에 당자휘는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조윤의 생사를 확인할 때까지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조윤은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황이 어려워져서 어떻게 할지를 잠시 생각했을 뿐입니다.”
“방법이 있나요?”
“지금처럼은 찾지 못할 겁니다. 그럼 찾는 것이 더뎌질 테고, 그사이에 적은 더 멀리 갈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죠?”
당자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북에서 지금처럼 행동하다가는 그곳의 문파들과 충돌이 생긴다. 그러다 자칫 무당파나 제갈세가가 나서면 골치가 아파진다. 이쪽에서 먼저 부탁을 하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으나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다시 한 번 상황을 짚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낙소문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상황을 짚어보자는 게 무슨 뜻이오? 낙 소저.”
현진이 물었다. 그는 낙소문에게 수시로 호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낙소문이 한마디 하자 제일 먼저 말을 건 것이다.
“우리는 적이 누군지를 모르고 있어요. 그리고 조윤 공자를 왜 데리고 갔는지도요.”
“흠,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무조건 찾는 것보다는 정보가 하나라도 더 있는 편이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