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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00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0화

제10장 의문 (2)

 

 

“진정해요.”

 

약교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힐끗 조윤을 봤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내 손님이에요. 그런데 손을 쓰다니, 타당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그, 그가 헛소리를 했소.”

 

용산군이 하는 말에 약교연이 조윤을 봤다.

 

“뭐라고 했기에 용산군이 이러는 거지?”

 

“그의 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라.”

 

약교연이 다그쳤으나 조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저 용산군을 향해 물었다.

 

“말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또 헛소리를 지껄일 생각이냐?”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입니다.”

 

“감히…….”

 

“멈춰요!”

 

용산군이 다시 흥분하려고 하자 약교연이 말리면서 조윤에게 말했다.

 

“뭐라고 했는지 말해보아라.”

 

“저 사람의 병은 단순한 복통이 아닙니다. 매독입니다.”

 

“매독?”

 

“매화창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걸리는 병입니다.”

 

“문란한 성생활이라면…….”

 

“말 그대로입니다. 많은 여자들과 마구 잤다는 뜻입니다.”

 

조윤이 거침없이 하는 말을 듣고 약교연이 얼굴을 약간 붉혔다. 그러나 곧 원래의 얼굴로 돌아와서 다시 물었다.

 

“확실한 거냐?”

 

“모든 증상이 일치합니다.”

 

조윤이 확신을 보이며 대답하자 약교연이 용산군을 봤다.

 

“그렇다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죠?”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여자와 관계를 한 지 오래됐소. 그래서 다 저놈이 하는 말이 헛소리라는 거요.”

 

“매독은 단 한 번의 관계로 인해 옮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매독균이 신경을 건드리거나 아니면 이미 뇌까지 번진 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이유 없이 자꾸 짜증이 나고 신경질적이 되는 겁니다.”

 

“네 말을 증명할 수 있느냐?”

 

약교연은 조윤이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용산군이 계속 아니라고 부정을 하니 좀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

 

“매독은 조금 용한 의원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습니다. 꼭 제가 아니더라도 인근에 있는 의원을 데려다가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당신 생각은 어때요? 이 사람은 이미 말한 것처럼 천하오대신의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의원이에요. 당신이 믿지 못한다면 이 사람의 말대로 의원들을 불러다가 물어보죠.”

 

“흥! 그럴 필요 없소!”

 

용산군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휙 돌려 사라졌다. 약교연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보아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매독은 역병만큼이나 더럽게 취급되는 병이었다. 그런 병에 걸렸다고 하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매독이 확실한 거냐?”

 

“네. 매독균은 쉽게 죽지 않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오장육부에 침투함은 물론 뼈와 근육, 신경과 뇌에까지 파고듭니다. 증세가 심해지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며 점점 죽어 가게 됩니다.”

 

“용산군은 증상이 어느 정도지?”

 

“제 생각에는 신경까지 파고든 것 같습니다.”

 

“고칠 방법은 있느냐?”

 

조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대라면 페니실린이 있어 비교적 치료가 쉽지만 이 시대에는 그런 항생제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구음절맥보다 치료가 더 어려운 그런 병이었다.

 

“고칠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조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약교연이 조금 놀란 눈으로 다시 물었다.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냐?”

 

“네. 매독균을 잡을 수 있는 항생제가 없는 한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항생제? 그럼 그걸 만들면 되지 않느냐?”

 

약교연이 하는 말에 조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페니실린의 발견은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그걸 만들 수만 있다면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가 있었다.

 

조윤은 의대에 다닐 때 페니실린에 대해 공부한 것을 떠올렸다.

 

한때 유행했던 의학 드라마 덕분에 천연으로 페니실린을 만드는 방법을 논의했던 적이 있었다.

 

‘될까?’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페니실린 말고도 항염, 항산화, 면역증가에 큰 효과가 있는 것들이 생각났다.

 

대표적인 것이 벌꿀에서 추출되는 프로폴리스와 마늘이었다. 특히 프로폴리스는 천연 페니실린이라고 불릴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지금까지 항생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많이 했어도 직접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 번 시도를 해보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덕분에 잊고 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윤은 약교연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빨리 뭐든 실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 *

 

“음…… 이것도 아닌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조윤은 붓을 놓고 종이를 확 구겨 버렸다.

 

기억을 더듬어서 페니실린을 만드는 방법을 적어보려고 했으나 되지가 않았다. 한때 동기들과 논의를 했었으나 워낙에 오래 전의 일이라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아…….”

 

저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는데 금태희가 찾아왔다.

 

“뭐하고 있어?”

 

“한숨 쉬고 있다.”

 

“풋! 너 참 재미있는 것 같아.”

 

금태희가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말했다. 조윤은 그녀와 놀아줄 기분이 아니라서 턱을 괴고 다시 생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금태희가 조윤의 손을 잡아끌었다.

 

“나가자.”

 

“안 돼. 해야 할 일이 있어.”

 

“한숨 쉬고 있었다며? 나가서 돌아다니다보면 뭔가 생각이 날지도 모르잖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조윤은 금태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금가장을 나와 한적한 숲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산뜻했다. 이곳에 온 지 벌써 보름이 지났으나 이렇게 밖으로 나와 본 것은 처음이었다.

 

“조윤.”

 

“왜?”

 

“시시를 치료하고 나면 여기에서 살지 않을래?”

 

뜻밖의 제안이었다. 조윤은 금태희가 왜 그런 제안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음…… 여기에 있으면 좋지 않아?”

 

“뭐가 좋은데?”

 

“그러니까…… 시시를 치료하면 아버지랑 어머니가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실 거야. 돈도 좋고 무공도 좋고, 뭐든.”

 

“그거하고 내가 여기에서 사는 거하고는 상관이 없는 거 같은데.”

 

“그런가?”

 

금태희가 헤실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모습을 잠시 빤히 쳐다보던 조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지만 조윤과 금태희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더구나 만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 사이에 그런 감정이 생길 리가 없었다.

 

한참을 더 걷던 조윤은 갑자기 살기가 느껴지자 그쪽을 봤다. 거기에는 용산군이 서 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어? 용 숙부님.”

 

금태희가 용산군을 불렀으나 반응이 이상했다. 눈빛이 사납게 변하더니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손을 뻗었다.

 

“조심해!”

 

조윤이 재빨리 달려들어 용산군의 손을 위로 쳐냈다. 그러자 용산군이 금태희를 놔두고 조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몇 번의 공방이 오고 갔다. 찰나에 조윤은 어깨를 얻어맞고 뒤로 자빠졌다. 잠깐 산보를 한다는 생각으로 백아를 놔두고 온 것이 실수였다. 맨손격투로는 용산군을 이길 수가 없었다.

 

콰앙!

 

용산군이 방금까지 조윤이 있던 자리로 떨어져 내렸다. 급히 몸을 굴리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공격이 이어졌다. 용산군은 내공을 바탕으로 한 강맹한 권법을 펼쳤다. 그나마 제정신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디 한군데 부러지고도 남았을 실력이었다.

 

조윤이 계속 밀리면서 한두 대씩 얻어맞자 보다 못한 금태희가 끼어들었다. 금태희도 검기를 쓸 정도로 무공이 뛰어났으나 용산군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혼자 싸울 때는 수세에 몰려 계속 방어만 했었지만 금태희가 도와주자 한 번씩 반격을 할 수가 있었다.

 

“숙여!”

 

조윤이 외치자 금태희가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용산군의 주먹이 스치고 지나갔다. 찰나에 조윤이 금태희의 어깨를 잡고 공중으로 몸을 띄워 용산군의 얼굴을 찼다.

 

파앙!

 

첫 번째 공격은 막혔다. 그러나 몸을 휘돌려서 내려찍은 발차기는 먹혔다.

 

“커헉!”

 

용산군이 비틀거리자 조윤은 금태희의 손을 잡고 달렸다. 계속 상대하다가는 당한다. 굳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다가 발이 뭔가에 걸리면서 앞으로 굴렀다. 그러자 손을 잡고 있던 금태희도 함께 굴렀다. 아래는 낭떠러지였다.

 

조윤은 손을 마구 뻗어 뭐든 잡으려고 했다. 다행히 땅을 뚫고 나온 나무뿌리가 손에 잡혔다.

 

하지만 금태희의 무게가 실리자 나무뿌리가 뚝 부러지고 말았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몸이 쑥 아래로 꺼졌다.

 

뒤따라 온 용산군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싸울 걸 그랬다. 그럼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에 충격이 오자 조윤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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