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9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99화
제10장 의문 (1)
“흐음…….”
조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금시시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처음에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교만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어머니인 약교연에게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것을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조금 잘난 체를 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왜? 뭐가 이상해?”
함께 따라온 금태희가 물었다.
“구음절맥은 아홉 개의 맥이 끊어져 있는 희귀병이야. 그런데 시시는 일곱 개밖에 없어.”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만약 내가 찾지 못하고 있거나 혹여 나중에 두 개가 생겨난다면 문제가 커.”
“듣고 보니까 그러네.”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보자. 나도 원인을 찾아볼 테니까.”
조윤이 웃으면서 말하자 금시시가 코웃음을 쳤다.
“흥! 내 병을 고쳐준다면서 다 거짓말이었나 보지. 애초에 네 실력으로는 무리였던 거 아니야?”
“너가 아니라 오라버니라고 불러. 너,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잖아.”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겨 금시시의 이마를 때렸다. 그러자 금시시가 두 손으로 이마를 비비면서 눈을 흘겼다. 그러건 말건 조윤은 금태희에게 물었다.
“오늘 온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아, 용 숙부님 말이지?”
“응.”
“예전에는 우리를 많이 귀여워해줬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변했어. 어머니 말로는 몸이 안 좋아서 그렇다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몰라.”
“그럼 단순한 복통은 아니겠군.”
“아마 그럴 걸.”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중엽이 방으로 들어오다가 금태희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야?”
“어머님이 소청신의를 데리고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용 숙부님이 벌써 왔어?”
“네. 지금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가자. 조윤. 혹시나 용 숙부님이 너를 죽이려고 하면 한 번 정도는 막아줄게.”
“고마운 말이군.”
조윤은 농담이라고 생각하면서 중엽을 따라 대청으로 갔다. 거기에는 큰 키에 덩치가 좋은 중년 사내가 와있었다. 그는 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머, 저기 왔네요. 저 사람이에요.”
약교연이 조윤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용산군이 눈을 부릅뜨며 노려봤다.
“어린놈이로군. 그런데 의술이 뛰어나다는 거요?”
“그래요. 시시가 구음절맥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건 알고 있죠?”
“그렇소.”
“저 사람이 치료를 해줄 거예요.”
“하하하하.”
약교연의 말을 들은 용산군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내서 웃었다.
“왜 웃는 거죠?”
“형수도 이제 예전 같지 않은가 보구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나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약교연이 기세를 뿜어내면서 말하자 용산군이 흠칫 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약교연의 무서운 점은 교활함에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앞에서 손을 쓰지 않았다. 항상 뒤에서 아무도 몰래 작당을 해서 상대를 처리했다.
더구나 용산군은 약교연보다 무공이 약했다. 사실 남편인 금경삼도 그녀보다 무공이 약하기 때문에 잡혀 사는 것이다.
“험! 다른 뜻이 있어서 한 말이 아니오. 다만 지금까지 누군가가 구음절맥을 치료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소. 그렇지 않소? 한데 저리 어린놈이 구음절맥을 치료한다고 하니 어찌 믿을 수 있겠소.”
“그도 그렇군요. 하지만 그가 당신의 병을 치료한다면 어때요?”
“응? 내 병을 치료한다고?”
용산군은 그제야 약교연이 오늘 부른 이유를 알았다. 평소 연락이 뜸해서 왕래가 거의 없었는데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왔었다. 좋은 술을 구했으니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고 한잔하자는 거였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찜찜했지만 설마 자신에게 해를 입힐까 싶어서 왔다. 그런데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라고 한다.
용산군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오늘 부른 이유가 나를 이용하려고 한 것이오?”
“호호, 이용하다니요. 그럴 리가요. 말했듯이 저 젊은이의 의술은 시시를 치료할 정도로 뛰어나요. 혹시 소청신의라고 들어 봤나요?”
“아니. 들어 보지 못했소.”
“요즘 사천에서는 신진사룡이라고 해서 네 명의 인재들이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어요. 그중 한 명이 바로 저 젊은이죠. 이름은 조윤이고 사람들은 그를 의룡이라고 불러요. 구음절맥에 걸린 당문의 여식을 치료하고, 소가주의 잘린 팔까지 붙였다고 하더군요. 그리 의술이 뛰어나기에 시시를 치료해달라고 부른 거고, 그러다 당신이 생각이 나서 오라고 한 거예요. 말해 봐요. 내가 당신을 이용하려고 했나요?”
“아니요. 들어 보니 아닌 것 같군. 그런데 저자가 정말 구음절맥을 치료했소?”
“그래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그럼 믿고 한 번 진맥을 받아보겠소.”
“잘 생각했어요.”
약교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 * *
용산군은 여전히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약교연이 생각해서 불렀는데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네 의술이 그리 뛰어나다고 하니 어디 정말인가 보자.”
“진맥을 해야 하니 손을 주세요.”
용산군은 군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조윤은 완맥에 손을 대고 병세를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용산군이 비웃듯이 말했다.
“왜? 무슨 병인지 모르겠냐?”
“듣기로는 복통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하던데, 정말입니까?”
“그래. 이유 없이 배가 아프고 그럴 때면 짜증이 치민다.”
“배를 잠깐 볼 수 있겠습니까?”
“얼마든지.”
용산군이 그렇게 말하면서 옷을 들추어 배를 보여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조윤이 몇 군데를 누르면서 절진을 해봤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군. 복통이 있을 리가 없는데.’
생각은 그랬지만 단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병은 꼭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지는 않는다. 때론 정신적인 이유로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넘어졌는데, 계속 발목이 아프다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다. 그럴 경우 정신적인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 넘어질 때 부딪친 충격이 강렬해서 아무 이상이 없는 데도 계속 아프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말 아픔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상상임신도 같은 경우다.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증상이 똑같이 나타난다.
어쨌든 복통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가장 흔한 건 스트레스성 위궤양이었다. 아니면 장염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병일 경우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병원이었다면 병을 모를 경우 우선 통증을 줄여주는 약을 조제해주고 조금 지켜본다. 그래서 없어지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고 계속 아프면 그때 가서 정밀검사를 한다.
하지만 약교연이나 용산군은 무슨 병인지 바로 알아내길 원하고 있었다. 이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옷을 추스르는 용산군의 몸에 불그스름한 반점이 보였다.
“잠시만요.”
“뭐냐?”
조윤은 그에게 바짝 다가가 반점을 봤다. 자세히 보니 한 개가 아니었다. 주위에 몇 개가 더 있었다.
‘이건…….’
“왜 그러는 거냐?”
“이런 반점이 언제부터 생겼죠?”
“응? 그런 게 있었나? 나도 잘 모르겠다.”
“흐음…… 이제야 알겠군요.”
“호오. 병을 알아낸 거냐?”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조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자 용산군이 슬쩍 약교연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약교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인가?”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용산군을 봤다. 그 눈빛에서 뭔가를 읽은 용산군은 약교연을 향해 양해를 구했다.
“형수, 그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뭔가 남자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소. 그러니 잠시만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소.”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가자.”
용산군이 앞장서서 나가자 조윤이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대청을 나와 공터에 선 용산군이 뒤를 돌아봤다.
“할 말이 뭐냐?”
“언제부터 그런 겁니까?”
“뭐가?”
“아픈 건 배가 아니죠? 최근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고 근육통이 일지 않았나요? 몸에 붉은 반점이 계속 늘었을 테고요.”
“맞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
“매독에 걸렸습니다.”
“뭐?”
“매독, 다른 말로 매화창이라고 합니다.”
조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용산군이 손을 뻗어 목을 잡아왔다. 그 움직임이 전광석화와 같이 빨랐고, 조윤은 방심하고 있던 터라 그대로 목을 잡히고 말았다.
“컥!”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뭐라고?”
“끄으…….”
조윤은 목이 죄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두 발이 둥둥 뜰 정도로 들린 상태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목이 졸려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용산군의 팔을 아무리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목을 잡은 손을 풀지 않았다.
조윤은 그 상태에서 양손으로 용산군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옆구리와 머리를 연속으로 찬 후에 다리로 팔을 꼬아서 꺾었다.
다리는 손의 힘보다 세 배는 강하다. 단련하기에 따라서는 그 몇 배나 더 강해진다.
끄득!
용산군의 팔이 조금 비틀리면서 안 좋은 소리가 났다. 그래도 목을 잡은 손을 놓지 않자 조윤은 몸을 회전시켰다.
쾅!
힘은 용산군이 더 강했다. 그러나 다리로 팔을 꺾고 몸을 회전하는 힘으로 던지니 버텨 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어깨부터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꺾였던 팔이 욱신거렸다.
그 사이에 조윤은 기침을 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대청에서 그걸 보고 있던 약교연과 금태희가 달려 나왔다.
“무슨 일이죠?”
“조윤! 괜찮아?”
“이 자식 죽여 버리겠다!”
용산군이 여전히 화를 누르지 못하고 조윤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자 금태희가 앞을 막아서면서 소리쳤다.
“그만 두세요, 용 숙부! 조윤은 시시를 치료해 줄 사람이에요.”
“놈은 분명 돌팔이다! 시시를 치료할 실력도 없다! 어서 비켜라!”
“그렇지 않아요!”
“우리 모두 놈에게 속은 거다! 어서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파앙!
“커헉!”
말을 하던 용산군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가 금태희를 공격하려고 하자 약교연이 먼저 손을 쓴 것이다. 그저 가볍게 가슴을 한 대 쳤을 뿐이지만 그 위력이 대단했다.
용산군은 무사히 땅에 내려섰으나 다시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성을 찾은 것이다.